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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만화 속으로 나 강림-230화 (230/236)

230화

경한타워(1)

“걱정은 안 돼?”

어비스 위치와 합을 맞추고 있던 슈팅 노바가 갑작스럽게 물었다.

소연은 전투 상황에 온 신경을 쏟느라 슈팅 노바가 한 말을 놓치고 말았다.

“네?”

“걱정 안 돼냔 말야. 너 다크 카이저 좋아하잖아.”

“뭐야. 들켰나요?”

“그렇게 걱정되면 가보지 그래? 나도 이 옥상 위에선 너 없어도 누구든 저격할 수 있거든.”

알잖아. 내 실력.

철커덕-

그렇게 말하며 슈팅 노바가 총탄을 장전한다.

사실, 소연도 알고 있었다. 다크 카이저, 그러니까 나 강림은 히어로의 일 때문에 누구도 만나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그래서 소연은 강림이가 자신을 돌아봐 줄 거란 기대를 포기했다.

그 대신, 할 수 있는 만큼 힘껏 사랑하기로 했다. 그게 짝사랑이더라도.

그래서 어느 순간부턴, 자신을 감추는 것을 멈췄다.

좋아한다는 것을 여실히 티 내며 다크 카이저의 옆에 붙어있고 싶어 했다.

항상 다크 카이저의 뒤를 졸졸 따라다니며, 자신이 필요한 일이 있는지 확인하곤 했다.

자신을 돌아보지 않더라도, 사랑할 방법은 많으니까.

하지만, 오늘은 그런 날이 아니다.

자신이 사랑하는 사람이 하고 싶은 일이라면, 짝사랑만 하는 나는 그에게 아무런 말도 해줄 수 없다.

그저 바라보며 응원할 뿐이다. 하지만….

“걱정 안 돼요.”

“응?”

“걱정 하나도 안 돼요. 다크 카이저가 이길 테니까요.”

소연은 그렇게 믿고 있었다.

그 말을 들은 슈팅 노바는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그래. 무조건 이길테니까.”

*     *     *

CRASH!

퀘이사가 발로 걷어찬 슈퍼솔져가 붕 뜨며 뒤로 밀려난다.

퀘이사는 불꽃을 양손에 모아 야구선수의 투구폼을 연상하게 하는 자세로 슈퍼솔져의 가슴팍에 박아 넣었다.

분명 감정이 실린 일격.

“크… 억!”

순식간에 넉다운되는 슈퍼솔져.

“퀘이사. 오늘 너무 화가 나 있는 것 같다. 무슨 일 있는 건가?”

갑자기 자신을 향해 날아든 데다이트의 질문에 퀘이사는 인상을 찌푸렸다.

하다하다 데다이트한테까지 심리가 읽힐 줄은 몰랐으니까.

“화 안났어.”

“그런데 왜 신경질 난 아이처럼 구는가?”

그 말에 퀘이사는 할말을 잃었다.

화풀이하겠답시고 슈퍼 솔져들을 쥐어패고 있었던 건 맞으니까.

“혹시, 다크 카이저가 혼자 가는 게 서운해서 그러나?”

정곡.

태어난 지 일 년도 안 된 아기한테 정곡을 찔려버린 퀘이사는 자신에게 달려오는 슈퍼솔져의 얼굴에 불꽃을 뿜어내며 말했다.

“아닌데?”

“퀘이사. 지난번에 거짓말하면 나쁜 사람이라고 했다. 퀘이사도 거짓말하면 나쁜 사람이다.”

“애초에 거짓말이 아닌… 잠깐만.”

에이.

그때 그런 말을 왜 해가지구.

쾅 두쾅 펑!

세 번의 격음이 울리고 다시 돌아오는 대답.

“그래. 맞아. 나 다크 카이저가 혼자 가서 서운해.”

“퀘이사가 도우러 가지 못하게 해서?”

“아니.”

강수아는 흐느끼려는 목소리를 억누르며 말했다.

“자기 혼자 모든 걸 짊어지려고 하는 게, 우리를 필요로 하지 않는 것 같아서 서운해.”

결국 강수아의 눈 끝에 눈물이 살짝 맺히고 말았다.

나강림 이 바보 같은 놈. 멍청한 놈. 너를 도와주기 위해 기다리고 있는 사람들이 여기 다 있는데!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강수아는, 결국 참지 못하고 문을 열고 들어서는 다크 카이저를 향해 크게 소리쳤다.

“다크카이저!! 너 거기서 죽으면 나한테 죽을 줄 알아!!!!”

꼭 이기고 살아서 보자 나강림.

“퀘이사. 머리색이 검어졌다.”

“응? 아직 차징은 멀쩡한….”

“아니다. 검어졌다. 내 등 뒤로 와라.”

강제로 자신의 등 뒤로 강수아를 숨기는 데다이트.

강수아는 그제야 자신이 울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눈물범벅이 된 자신의 얼굴을 만지며, 퀘이사는 데다이트의 등에 숨어 흐느꼈다.

*     *     *

나는 피식 웃으며 경한 타워의 안으로 들어섰다.

죽으면 죽을 줄 알라니… 죽었는데 어떻게 또 죽어….

그렇지만, 긴장됐던 기분은 나아졌다.

제인. 마지막으로 동화율 확인 가능해?

[동화율 : 99%]

지금 이 세계에서 가장 강력한 사람이랑 싸우러 가는데 꼴랑 일 프로 주는 게 말이 돼?

[“말씀 드렸잖아요. 동화율은 올리면 올릴수록 점점 더 올라가기 힘들거라고. 결국 이게 마지막 단계라는 걸지도 몰라요. 힘내보자구요.”]

알았다. 알았어.

띵-

내가 오길 기다렸다는 듯, 1층에서 멈추는 엘리베이터.

혹시 함정이 있을까? 순간 그런 생각이 들었지만….

제인도 있고 벨제뷔트도 함께 있으니, 무슨 함정을 만들어 놨든, 이겨낼 수 있으리라.

나는 그렇게 믿으며 눈앞에 열린 엘리베이터로 터벅터벅 걸어가 올라탔다.

- 문이 닫힙니다.

스르륵….

1

2

3

천천히 올라가던 엘리베이터가 점점 속도를 붙이기 시작한다.

뭐야? 무슨 엘리베이터가 이렇게 빨라? 이게 함정인가? 이러다가 하늘 위로 쏘아지는 거 아니야?

70

:

80

:

90

:

95

:

100

빠르게 올라가던 엘리베이터는 결국, 100층에 도착한다.

덜컥.

100층에 멈추려는 듯 속도를 줄였던 엘리베이터가, 처음처럼 천천히 다시 올라가기 시작했다.

뭐… 뭐야? 제인. 이 건물 100층 짜리 아니었어?

[“대외적으론 100층이 맞는데… 위쪽에 숨은 공간이 더 있었나 보네요.”]

102

띵-

엘리베이터는 102층에 멈춘 채 문을 열었다.

거기엔, 사대희가 앉아있었다.

불도 켜지 않은 방 안에서, 의자에 앉아 창밖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가끔 바깥에서 전투의 흔적 때문에 섬광이 터질 때면, 길게 늘어진 사대희의 그림자가 내 발치까지 닿았다.

잠시간의 침묵.

“다크 카이저.”

내 이름을 부르는 사대희.

나는 대답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뭐 이런 놈이 다 있나. 그렇게 생각했지. 그도 그럴 것이… 1900년대 신문 만화에나 나올 법한 설정들로 도배가 돼 있는, 아주 올드한 콘셉트였잖나. 자네가.”

쾅!

바깥에서 다시 한번 폭발음이 생긴다. 섬광과 함께 길게 이어진 사대희의 그림자가 다시 한번 내 발치를 핥는다.

“그래. 내가 만든 슈퍼 솔져들이, 결국 네 동료들에게 모두 패배할 것 같군. 한 명당 수십억씩 퍼부은 놈들이 진 건 안타깝지만, 인정할 건 인정해야지.”

짝짝짝짝짝-

박수소리가 조용한 방안을 울린다.

“승리한 걸 축하한다. 다크 카이저. 이제 이 도시는 네 거야.”

앞에 내용은 모두 무시할 수 있어도, 이건 아니다. 나는 입을 열어 대답했다.

“이 도시는 나의 것이 아니다. 사대희. 천산시에 사는 모든 사람들의 것이지.”

“뭐? 네 것이 아니야?”

끼릭-

내쪽으로 돌아서는 의자.

“밖에서 네 이름을 외치는 네 광신도들을 봐!”

쾅!

사대희가 창문을 향해 주먹을 휘두른다. 두꺼운 유리가 깨지며 뒤로 넘어간다.

조용했던 방 안에 다시금 소리가 생겨나기 시작한다.

“지금 여기 나 강림!”

“다크 카이저! 파이팅!”

“다크 카이저 이겨요!!”

도시 곳곳에서 들려오는, 다크 카이저를 향한 외침.

“저 사람들을 보라고! 이미 도시는 네 손에 들어온 거야. 다크 카이저! 너는 이 도시에서 신이 되었다고! 나로서는 또 졌다고 할 수밖에 없지. 돈이 아닌 것으로 승부를 걸어올 줄은 꿈에도 몰랐으니까!”

AHAHAHAHAHA!

그는 커다란 소리로 웃었다.

“아주 좋은 경험이었다, 다크 카이저. 다음번엔 가장 먼저 너부터 죽여주마.”

이번 말은 가만 둘 수 없었다.

“다음번?”

“아. 이걸 아직 안 보여줬군.”

지이이이잉-

사대희가 무슨 버튼을 조작하자, 천천히 열리기 시작하는 벽.

벽 안에는 녹색 차원문이 열려있는 장치 하나가 놓여 있었다.

“내 똘똘한 연구원들 중 몇 명이 재미있는 결과물을 만들어왔더군. 시간을 되돌리는 법. 말이지.”

“시간을 되돌리는 법?”

갑자기 무슨 말을….

하지만 여기까지 와서 허튼 말로 시간을 끌 것 같진 않았다. 일단 모두 들어보고 놈의 음흉한 속내를 파악하는 것이 중요해 보였다.

“한번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다. 맞아. 한번 흘러간 시간은 되돌릴 수 없지. 하지만, 컴퓨터 게임에선 가능하잖나.”

“세이브와 로드…?”

“그래! 그렇지! 내가 유리할 때 세이브 해놓고, 내가 불리해지면 로드 하는 거. 나는 그런 것처럼 내가 유리할 때 하나의 백업 차원을 만들어놨지. 언제든 그때로 돌아갈 수 있도록.”

【“불가능해! 이 차원의 시간이 흐르면, 그 백업 차원의 시간도 흐를 수밖에 없다!”】

나는 내 머릿속에서 외치는 벨제뷔트의 말을 사대희에게 내뱉었다.

“그래도 그 차원의 시간도 같이 흐를텐데?”

“물론 그 차원의 시간도 흘러가지. 아주 천천히. 여기에서의 한 시간이 그쪽에서는 0.1초의 찰나일 뿐. 그렇다면 내가 여기서 얼마나 있든 간에 그 세계에선 시간이 거의 흐르지 않지 않겠나?”

뭐야? 그런 것도 가능해?

[“이론상으론… 가능해요. 하지만… 정말 그걸 성공 시켰다고?”]

하지만, 놈이 그럴 수 있다면 하지 않은 이유가 뭐지?

“네가 그럴 수 있다면… 대체 왜 여기 아직 앉아서 나와 마주 보고 있는 거지?”

“네가 나한테 도전을 해왔으니까. 비록, 도시를 너한테 뺏겼어도, 나까지 너에게 패배한 건 아니니까.”

“그러니까… 한판이라도 이겨야 흥이 나시겠다?”

“역시 요즘 애들은 말이 빨라서 좋단 말이지.”

사대희는 반대편의 방으로 손을 뻗었다.

슈우우우우웅-

순식간에 기계 파츠가 날아와 사대희의 몸에 엉겨 붙는다.

기계슈트가 잔뜩 붙은 히어로 슈트 같은 느낌의 슈트였다.

내가 입고 있는 검은 슈트와 대비되는 하얀 슈트.

“샤이닝 타이런트(Shining Tyrant).”

“응?”

“이게 내 슈트의 이름이다. 네 부모가 나를 위해 만든 물건이지. 오직 나를 위해. 네 부모가 심혈을 기울여 내 맞춤으로 만들어준 전투 슈트라는… 거지.”

뭐?

그럼 저거….

나는 나도 모르게 내 슈트를 내려다보았다.

슈퍼 슈트인 건가?

*     *     *

아니야아아아아아!

제인은 마음속에서 나오려는 말을 꾹 참았다.

네메시스(Nemesis).

자신이 만들었을 땐 그런 이름이었다.

그리고 이미 자신의 슈트라고 말하기엔 어려울 정도로 슈트의 개조가 이루어져 있었다.

맞춤으로 만들어진 건 맞지만, 용도도 전투용으로 만들어진 게 아닌, 호신용으로 만들어줬던 것이다.

당시의 사대희는, 수없이 암살 시도를 당할 만큼 견제를 받던 상태였으니까.

강림이가 엄마가 저런 무기를 만드는 사람이라고 생각하면 안 되는데….

제인은 잠시 안타까움에 부들부들 떨었지만….

‘이번 싸움만 끝나고 나면, 모든 사실을 밝힐 수 있어.’

[현재 동화율 : 99%]

[동화율 100% 보상 : 엄마라는 정체 밝히기 혹은 소원 하나.]

이번 싸움을 모두 끝내고 나면, 이젠 강림이에게 자신이 어머니라는 것을 밝힐 수 있다.

단지 그것만으로 제인, 아니 재희는 가슴이 들떠 진정할 수 없었다.

‘아니. 안돼. 진정해야 해. 지금 같은 상황일수록 정신 차려서 우리 강림이를 지켜야지.’

강림의 엄마, 이재희는 결심했다.

이번 싸움을 꼭 승리로 이끌어, 강림이를 안전하게 집으로 돌려보내겠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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