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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만화 속으로 나 강림-224화 (224/236)
  • 224화

    New 히어로, 그리고 새로운 힘

    퍼억-!

    단지 한 대만 맞았을 뿐인데 입이 반쯤 돌아간다.

    한 대를 얻어맞은 흑사자는 정신이 희미해지는 것을 느꼈다.

    괴물 같은 놈….

    ‘졌군.’

    이런 상황에서 다시 싸움을 걸어봐야, 더 추하게 패배할 수밖에 없다.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지?

    다크 카이저의 손안에 검고 어두운 에너지가 요동쳤다.

    자신의 미스릴 칼날은 그런 어두운 에너지에 빨려 들어가고 말았고.

    그리고 날아온 다크 카이저의 주먹.

    ‘결국 나는 졌구나.’

    그렇다면 정대수, 자신은 어떻게 될까?

    이대로 경찰에 잡혀간다? 그럼 자신은 아무런 용서 없이 사형을 선고받을 것이다.

    여기서 어떻게든 빠져나가 생존한다?

    그것도 마찬가지다. 곧바로 경한의 추적을 받고 사대희의 손에 죽음에 이르게 되리라.

    그렇다면 여기서 자신이 살아남을 방법은?

    정대수는 곧바로 모든 장비를 놓고 바닥으로 내려왔다.

    얼굴에 쓰고 있던 흑사자의 가면도 집어 던졌다.

    정대수로서의 맨얼굴을 처음 드러낸 상황.

    계속해서 허공으로 흩어지려고 하는 정신을 부여잡은 채, 정대수는 바닥에 무릎을 꿇고 입을 열었다.

    “져… 내가 졌다… 사… 살려다오!”

    *     *     *

    내 앞에서 나를 바라보며 무릎을 꿇은 채 껌뻑거리려는 정신을 붙잡고 있는 정대수.

    이런 징그러울 정도로 똑똑한 자식….

    대충 관련이 있을 거라 예상하긴 했지만, 흑사자의 정체가 정대수일 줄은 몰랐다.

    사대희의 비서로서 TV에도 얼굴을 비추던 사람이다.

    중책을 맡고 있으리라 생각했지만, 흑사자회와 관련이 있을 거란 생각은 꿈에도 못 했다.

    정대수는 여기서 패배하고 나면 살아남을 방법이 없다.

    경찰에 잡혀간다?

    알다시피 경찰은 이미 경한그룹의 손아귀에 들어간 것이나 마찬가지다.

    경찰에 잡혀가면 그대로 경한그룹으로 인도되겠지.

    그리고, 사대희는 실패한 자신의 비서를 가차 없이 죽일 것이다.

    그게, 내가 아는 Heroicest의 빌런, 사대희니까.

    그렇다면 여기서 도망을 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이 도시 안에 있는 한, 그 누구도 사대희의 손아귀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면 여기서 자신의 목숨을 구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하나.

    나에게 잡혀가는 것이다.

    요즘 천산시에는 내가 악질 범죄자들을 잡아다 가둔다는 사실이 널리 알려진 상태다.

    적당한 잡범들은 경찰에 넘겨주는 데 반해, 악질범죄자는 불곰파 이후로는 매번 직접 잡아다가 안전가옥에 처넣어두고 있었다.

    빌런들이 매번 탈옥을 일삼는 천산시의 감옥 시스템을 마음에 들어 하지 않는다는 소문이 도는 것 같은데, 틀린 말도 아니기 때문에 그런 소문에 대해 아무런 반응을 하지 않았다.

    그리고 눈앞에 있는 사대희도, 내가 빌런들을 구금할 수 있는 시설을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대충 눈치채고 있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살고 싶은 놈이, 부하의 목숨은 그렇게 소모품처럼 사용해?

    순간적으로 열이 확 뻗쳐 그대로 두고 갈까 고민했지만….

    [“마스터! 경한그룹의 바닥을 무너뜨릴 수 있는, 최고의 기회입니다.”]

    제인의 말에 감정에 휩싸여있던 정신이 차게 돌아왔다.

    그래, 나는 지금 경한과의 최종전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이다.

    그런 상황에서 정대수의 신변은, 내게 엄청난 수준의 가치가 있다.

    “…그래. 죽고 싶지 않으면, 죽지 않게 해주마.”

    *     *     *

    정대수가 일으킨, 유전자 조작 괴물 소동은 함께 도운 여러 히어로들의 도움으로 희생자를 많이 줄이고 끝을 낼 수 있었다.

    새롭게 데뷔한 히어로, 블루 래빗과 데다이트에 대한 평가도 꽤 긍정적이었다.

    <뭐야? 블루 래빗… 테러범 아니었음?>

    <블루래빗이 무슨 테러범임ㅋㅋㅋㅋㅋㅋ 테러미수범이지.>

    <ㄹㅇㅋㅋ 사람을 한 명도 다치지 않게 만드는 불살의 테러리스트ㅋㅋㅋㅋㅋ>

    <불곰파 해체 당시, 히어로들의 편에 서서 싸웠던 기록이 남아있음. 그때부터 히어로로 전향한 듯 함. 아마 다크 카이저 때문인 듯>

    <캬~ X나 낭만이네. 빌런이 히어로의 영향으로 히어로로 전향하다니… 그거 만화에서나 나올법한 전개 아니냐?>

    테러를 세 번 정도 시도했던 주제에, 사람은 단 한 명도 다치게 하지 못한 블루 래빗은 인터넷에서 꽤 밈이 되어있었던 모양이다.

    기존부터 꽤 팬덤이 있던 탓인지, 블루 래빗의 히어로 전향은 꽤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졌다.

    사실 더 걱정되는 건 데다이트였긴 한데….

    <데다이트. 존나 귀엽지 않냐?>

    <머리에 쓰레기통 뒤집어쓴 게 포인트임ㅋㅋㅋㅋㅋ>

    <와 싸울 때 박력 오지네. 나 오늘부터 데다이트 팬이다.>

    사람을 죽이려는 괴물과 사람을 지키려는 괴물의 싸움은 꽤 박력이 있었고, 머리에 쓰레기통을 쓴 채 자신의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 하는 괴물의 모습은 꽤 귀엽게 보였다.

    <싸움 끝나고 데다이트 데려가는 어비스 위치한테 물어봤는데, 데다이트 여성체래.>

    ㄴ<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라>

    ㄴㄴ<뻥치시네ㅋㅋ>

    ㄴㄴㄴ<아니 진짜야! 내가 물어봤다니까?>

    “소연아… 이거 진짜야?”

    “어? 응. 그거 내가 직접 말한 거 맞아. 우리 데다 여자애야.”

    나는 내 옆에 서서 댓글을 읽으며 기분 좋아하는 데다이트를 바라보았다.

    팔근육이 씰룩대며 움찔거리고 있었다.

    뭐? 이 근육이 여자애의 근육이라고? 어떻게 그게 가능해?

    [“마스터. 그거 차별이에요. 그런 생각 하시면 안 돼요.”>

    어쨌든 아스트로 스타즈의 새로운 히어로들의 데뷔는, 그렇게 성공적으로 끝이 났다.

    하지만, 모든 일이 완벽하게 끝이 난 건 아니었다.

    유전자 조작 괴물 소동의 주동자는 흑사자회의 흑사자가 되었고, 정대수의 얼굴이 박힌 지명수배서가 길거리 여기저기에 나 붙었다.

    그리고 그 옆엔….

    <다크 카이저>

    <퀘이사>

    <슈팅노바>

    <밀키웨이>

    <블루 래빗>

    <데다이트>

    나와 히어로들의 지명수배서 또한 함께 붙었다.

    범죄자를 은닉하고 도주하게 도와줬다는 이유였다.

    물론 대중의 반응은 싸늘했다.

    <경찰 놈들 이번 괴물 사태 때 한 게 뭐 있다고 히어로들을 지명수배함?>

    <얼마 전까지 분명 사형받았던 빌런들, 계속해서 살아 돌아와서 사고치고 하지 않음?>

    <저지 데블도 그랬잖아. 히어로들 입장에서도 경찰을 믿을 수 있겠냐고 ㅋㅋㅋㅋ 살아 돌아와서 자기 정체 알아내서 자기 가족한테 총을 들이미는데ㅋㅋㅋ>

    <그런 의미에서 난 히어로들이 악질범죄자들 관리하는 거 찬성임. 우리나라 경찰들보다는 나을 듯 ㄹㅇㅋㅋ>

    [“그동안 마스터가 열심히 활동한 덕택이에요. 고생 많았어요, 마스터!”>

    【“히어로를 한다는 건 이런 기분인가? 인정받는 모습을 보니 악마의 몸에도 감정이 깃드는군….”】

    설레발치는 제인과 벨제뷔트의 머릿속 소리를 잠시 밀어내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지금껏, 다른 빌런들의 구금에 대해서는 아무런 조취를 취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오늘은 다르다.

    그렇다면….

    지금 이것은 경고다.

    정대수를 돌려달라는 경고.

    경한 입장에서는 자신들의 치부를 알고 있는 정대수를, 내가 데려갔으니까 엉덩이에 불이 붙은 격일 터였다.

    그래서 정대수를 돌려달라고 시위하는 것이다.

    그러니까 이제, 본격적으로 경한과 대립하게 된 것이겠지.

    점점, 나의 최종 목표에 다가서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경한과 완전히 대립하기 전에, 먼저 알아봐야 할 것이 있었다.

    정대수와 싸우면서 사용했던 우주의 힘. 그것을 활용하는 방법을 찾아야만 한다.

    *     *     *

    나는 다크 카이저 슈트를 입은 채 눈을 꼭 감았다.

    나는 다크 카이저 슈트의 능력이 어떤 것인지, 정확하게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마치 마법처럼 내가 이 세계에 빨려 들어오며 함께 딸려 들어온, 나를 위한 특수한 능력이라고만 생각했을 뿐.

    하지만, 생각해보니 분명 다크 카이저 슈트의 능력엔 어떤 근원이 있었다.

    그것은, 내가 잊고 있던, 내가 만들어낸 설정 중 하나였다.

    어릴 적의 나는 스타라이트를 동경했다. 그와 동시에, 스타 라이트의 컨셉과는 다른 나만의 히어로를 만들기 위해 시도하기도 했었다.

    아스트로 스타즈의 멤버들은 모두 우주에서 비롯한 이름들이다.

    퀘이사, 밀키웨이, 래피드스타….

    그들과 같이, 우주 속에 있는 무언가를 의미하는 이름을 짓고 싶었다.

    그렇게 탄생한 것이, 바로 다크 카이저.

    그리고 중학생 시절 내가 만들어낸 다크 카이저의 설정엔, 우주의 어두운 부분, 공허의 어둠을 지배하는 왕이라는 설정이 붙어있었다.

    나이를 먹은 나는, 그런 세세한 설정 같은 것을 많이 잊고 있었던 모양이다.

    나는 이전, 정대수와의 일전에서 얻었던 능력을 다시 사용하기 위해 정신을 집중했다.

    정신을 집중함과 동시에 광활한 우주가 머릿속에 펼쳐진다.

    내가 거기서 가져온 것은, 광활한 우주의 공허, 공허에 담긴 힘의 일부.

    그 일부를 끌어와야만 한다.

    다시 한번 정신을 집중하자 공허에 맺혀 있던 힘이 내 손아귀로 모이는 것이 느껴진다.

    마치 블랙홀처럼, 주변의 모든 것을 빨아들이는 공허의 힘이 내 손아귀 위에서 순간적으로 구현이 되었지만….

    “흐어억.”

    나는 단 3초도 제대로 버티지 못하고 잡고 있던 공허의 힘을 흩어야만 했다.

    무슨… 내 온몸의 힘을 다 빨아간 듯한 기분이다.

    하지만….

    3초만 구현했음에도 느꼈다.

    이 공허의 힘은… 분명, 엄청난 가능성을 품고 있다.

    사대희와 나의 격차를 줄여줄, 그 어떠한 키 포인트가 되어줄지도 모른다.

    나는 계속해서 능력의 사용을 연습하기 시작했다.

    실전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     *     *

    경한타워의 꼭대기 층, 그곳에 있는 사대희의 집무실.

    사대희는 새로운 비서실장, 송태일에게서 보고를 받고 있었다.

    보고의 내용은 이랬다.

    히어로 다크 카이저를 이기지 못한 정대수는 스스로 투항했으며, 일부러 아스트로 스타즈에게 끌려갔다.

    놈들의 아지트를 찾기 위해 지금 열심히 노력하고 있지만, 매번 놈들이 다른 곳에서 사라지는 바람에 도저히 아지트의 위치를 정확하게 특정할 수가 없었다.

    차선책으로, 히어로들을 모두 범죄자로 만들어 수배령을 내린 상태다.

    앞으로 히어로들도 멀쩡하게 히어로로서 활동하기는 힘들 것.

    그렇게 압박감을 주며 정대수를 돌려받을 수 있게 노력하겠다.

    그런 내용이었다.

    사대희는 이야기를 모두 듣곤 알았다는 듯 손을 휘저어 송태일을 바깥으로 쫓아내었다.

    ‘다시 처음부터 가르쳐야겠군.’

    아직 젊은 송태일은 정대수에 비해 강한 용기를 가지고 있지만, 일처리에 능숙하지 못하다.

    ‘그렇게 생각하면, 정대수가 난놈이긴 난놈이었어.’

    자신의 밑에서 그렇게 오랫동안 비서실장의 자리를 유지한 채 버티고 있있던 것은 정대수가 유일했다.

    하지만 그런 만큼, 정대수는 아는 사실이 너무나도 많았다.

    어쩔 수 없군. 죽이는 수밖에.

    정대수의 머리에는, 자신도 모르는 작은 폭탄이 심어져 있었다.

    배신당할 때를 대비해서 만들어놓은 안전장치였다.

    결국 이걸 다시 사용하게 될 줄은 몰랐지만… 어쩔 수 없지.

    사대희는 서랍 속에서 꺼낸 리모콘의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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