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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만화 속으로 나 강림-221화 (221/236)
  • 221화

    아스트로 스타즈 뉴 멤버(3)

    데다이트는 소연의 생각을 모두 읽을 수 있었다.

    그래서 자신이 밖으로 나갔을 때, 자신을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많으리라는 사실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소연과 함께 본 여러 가지 공포영화에서는, 인간처럼 생기지 않는 것들을 공격해 오는 경우도 아주 많았다.

    그러니까, 아마 자신이 바깥으로 나간다 해도, 사람들은 자신을 그리 좋아하진 않을 거다.

    하지만….

    짧은 생을 살았을 뿐이지만, 데다이트는 배웠다.

    생명은 소중한 것이고, 누군가가 위험에 처했을 땐 구해줘야 한다는 것을.

    소연도, 소연의 친구들도, 전부 자신을 희생해가며 사람들을 구하는 존재들이었다.

    그런 존재들을 보며 자라난 데다이트의 마음 한켠에도, 정의라는 이름이 조금은 싹터 있었다.

    자신이 문을 강제로 열고 나갈 줄 안다는 사실을 소연이 알게 되면 걱정할 것 같아 지금까지 말하지 않았던 능력이었지만….

    「“소연. 미안하다. 나는 더 이상 보고만 있을 수가 없다.”」

    데다이트는 소연이 걱정하는 것을 알면서도 통로의 문을 열어젖혔다.

    어떻게 해야 사람들이 자신을 두려워하지 않게 할 수 있을까?

    데다이트는 나오자마자 그것부터 고민했다.

    그러다가 깨달음을 조금 얻었다.

    자신이 보고 자란 히어로들이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어떤 식으로 행동했는지를 기억해낸 것이다.

    데다이트가 처음 차원의 문을 찢고 나온 곳은, 뒷골목의 쓰레기통 앞이었다.

    데다이트는 쓰레기통을 얼굴에 뒤집어 썼다.

    눈 앞이 보이지 않아 쓰레기통을 찢어 눈구멍을 만들었다.

    “키에에에에엑!”

    괴물이 어디론가로 향해 움직이는 소리가 들려왔다.

    쿵쿵쿵쿵!

    데다이트는 괴물 소리가 들리는 곳을 향해 달려 나갔다.

    *     *     *

    최민형에게 전투 준비라고 할 만한 건 딱히 많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 얼음능력까지 사용해야 하니, 두터운 코트에 두꺼운 가죽장갑과 가죽부츠를 착용하고, 동생의 붉은 토끼 가면 대신, 자신의 푸른 토끼 가면을 착용하는 것.

    가면의 색깔을 바꾼 것은, 동생의 죽음을 잊고 자신의 삶을 살기 위해서였다.

    푸른 토끼 가면이야말로, 자신이 가장 처음 썼던 가면이니까.

    하지만 이제, 이 파란 가면을 쓰고 사람들을 구해야 하는 상황이 다가왔다.

    “블루래빗, 준비 완료 되었습니다.”

    지이이이익-

    눈앞에 열리는 검은 통로.

    최민형, 아니 블루 래빗은 그 검은 통로를 향해 뛰어들었다.

    *     *     *

    올해로 여섯 살이 된 강우람은 지금 상황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다.

    “우람아. 침대 밑에 들어가서 절대, 절대 나오지 마! 알았지?”

    심각한 표정으로 엄마가 자신에게 숨으라고 하는 것이, 우람이는 이해가 되지 않았다.

    올해로 여섯이 된 우람이에게 ‘숨는다’라는 건 오직 장난을 치기 위한 행위였으니까.

    하지만, 엄마의 표정에서 우람은 지금 상황이 심각하다는 사실을 깨달을 수 있었다.

    잘은 모르겠지만, 우람은 지금 무조건 숨어야만 한다.

    우람은 조용히 침대 밑으로 들어가서 숨을 죽였다.

    그때였다.

    쿵!

    누군가 잠긴 문을 쿵! 하고 때리는 소리가 들렸다.

    한참 주변의 문을 잠그기 위해 부산하던 엄마의 움직임도 그 소리와 함께 멈췄다.

    쿵!

    다시 한번 울리는 문소리.

    꾸오오오오!

    티비에서 나오는, 괴물이 지르는 것 같은 괴성이 문 너머에서 들려왔다.

    무서워….

    그 소리를 들은 우람이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으… 으으… 으으….”

    “우람아! 이리와!”

    그런 자신을 침대 밑에서 꺼내 안고 장롱 안으로 들어가는 엄마.

    좁고 비좁은 장롱에선 엄마의 화장품 냄새가 났다.

    “우람아… 울지마… 울지마… 쉿… 쉿… 조금만… 조금만 참아….”

    우람은 자신을 안아주는 엄마의 체온을 느끼며, 자신도 손에 들고 있던 인형을 꼭 안았다.

    애니메이션 영화, 괴물 비명 공장에 나오는 눈 하나 달린 괴물, 사이클롭스의 인형이었다.

    우람은 그 인형을 가장 좋아했다.

    쿵! 펑!

    결국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크르르르르륵…”

    그와 동시에 들려오는, 생소한 생명체의 울음소리.

    “킁… 킁킁… 킁….”

    방 안에 들어온 괴물은 방 안의 냄새를 맡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부엌과 냉장고, 그다음은 화장실, 그다음은 우람의 방.

    “킁… 끼이이?”

    무언가 냄새를 맡은 듯, 고개를 갸웃한 괴물은, 촉수가 달린 요상한 발로 방금까지 우람이 숨어 있던 침대를 뒤집어 엎었다.

    마치 종잇장처럼 찢어지는 침대.

    “끼이익… 끼익… 킁킁 킁킁.”

    다시 냄새를 맡던 괴물이 엄마의 방문을 열고 들어온다.

    이대로 엄마방의 옷장 문을 열면, 우람과 우람의 엄마가 보일 터였다.

    그러면 방금 침대가 찢겨 나간 것처럼, 우람과 우람의 엄마의 몸도 갈기갈기 찢겨나가고 말리라.

    우람은 안고 있던 사이클롭스 인형을 꼭 안았다.

    살려주세요… 누가 도와주세요….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바로 그때!

    BooM!

    마치 기적처럼, 쓰레기통을 뒤집어 쓴 사이클롭스가 나타났다.

    *     *     *

    데다이트는 괴물의 얼굴을 향해 주먹을 휘둘렀다.

    Boom!

    데다이트의 주먹에서 소름 돋는 소리가 나며 괴물의 얼굴을 두들겼지만, 흐물흐물한 연체동물의 몸을 하고 있는 괴물에게는 큰 피해를 줄 수 없었다.

    데다이트는 소연의 마음을 먹고 자라났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있어서 집이라는 곳이 어떤 의미인지 잘 알고 있었다.

    사람들의 집은, 안식처다.

    이 세상에서 가장 편안하고 안전하게 느껴져야 하는 곳인 것이다.

    그런 곳의 문을 열고 들어와 침입해서 사람들을 공격한다?

    데다이트는 그 상황을 용납할 수 없었다.

    주먹이 먹히지 않는다면, 일단은 놈을 끌고 바깥으로 나가야 한다.

    데다이트는 힘을 이용해 놈을 억지로 끌고 바깥으로 나가기 시작했다.

    “끼에에에엑!”

    놈이 요란한 비명을 내지르며 반항하기 시작했지만, 힘으로는 데다이트를 이길 수 없었다.

    아무리 해도 힘으론 데다이트를 이길 수 없을 것이라 판단했는지, 데다이트의 몸을 많은 다리로 칭칭 묶기 시작하는 괴물.

    갑자기 버티던 괴물의 힘이 사라지자, 데다이트와 괴물은 천장을 뚫고 바깥으로 튕겨 나갔다.

    쿵!!!

    두 거구의 괴물이 엉킨 채 바닥으로 쓰러지자 커다란 굉음이 들려왔다.

    사람들이 다치지 않게 놈을 안전한 곳으로 끌고 나왔으니, 이제 놈을 해치울 차례다.

    데다이트는 놈의 다리를 잡고 자신의 몸에서 떼어내려고 해보았지만, 괴물의 다리에 달려 있는 빨판의 힘 때문인지 놈을 쉽게 떨어트릴 수 없었다.

    그렇다면….

    데다이트는 자신의 목을 감아오는 놈의 다리 중 하나를 입으로 물었다.

    “끼에에에에에엑!”

    괴물의 비명과 함께 비릿한 액체가 목구멍으로 흘러들어오기 시작했지만, 데다이트는 개의치 않았다.

    잠시의 사투 끝에, 데다이트는 목에 걸려 있던 괴물의 다리 중 하나를 완전히 뜯어낼 수 있었다.

    팔이 찢어진 고통 때문인지 완전히 데다이트를 놓아준 채 도망가려고 하는 문어 괴물.

    데다이트는 놈이 자신에게 했던 것처럼, 그대로 놈의 팔다리를 움켜쥐었다.

    그리고 들어가기 시작하는 힘.

    데다이트의 근육이 불룩불룩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종잇장처럼 찢어지기 시작하는 문어괴물의 다리.

    “끼에에에에에엑!”

    데다이트의 머리 위에서, 문어 괴물은 두 개로 조각나고 말았다.

    *     *     *

    “헉… 헉….”

    문경모는 쫓아오는 괴물에게서 도망치기 위해 계단을 뛰어오르고 있었다.

    왜 하필 계단을 뛰어오르고 있었냐고?

    아파트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가 괴물에게 쫓기게 되어서 그렇다.

    입구에서부터 자신을 잡고자 뛰어 들어오는 괴물을 피하기 위해서는, 계단을 타고 뛰어야만 했다.

    다행히 게처럼 생긴 괴물은 그리 빠르지 않았고, 경모는 괴물에게 잡히지 않고서 계단 위를 계속해서 뛰어오를 수 있었다.

    사람이 위기에 처하면 없던 힘도 나온다는 사실이 맞는 모양이었다.

    평소 같았으면 15층쯤에서 포기했을 법도 했지만, 경모는 결국 꼭대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아까 25층에 엘리베이터가 세워지는 것을 봤다. 지금 문을 열고 엘리베이터를 탄다면, 1층으로 다시 도망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며 25층의 비상구 문을 열어젖혀 엘리베이터를 확인하는 경모.

    하지만….

    <15>

    엘리베이터의 층수는 얄궂게도 15층을 가리키고 있었다.

    자신이 뛰어오르는 동안, 누군가 엘리베이터를 작동시키고 만 것이다.

    경모는 그대로 문을 닫고 옥상으로 향했다.

    경모는 이 아파트에서 6년이 넘게 살았지만, 단 한 번도 옥상에 올라가 본 적이 없었다.

    그러므로, 옥상 문이 열려있는지 아닌지조차 모르고 있었다.

    옥상처럼 넓은 곳이라면, 그래도 괴물을 따돌리고 다시 계단을 타고 밑으로 내려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제발, 문이 열리길.

    경모의 기도가 닿은 덕분일까?

    다행히 옥상의 문은 잠겨 있지 않았다.

    덜컥!

    옥상의 문을 열고 달려 나온 경모는 괴물이 자신을 향해 달려들기를 기다렸다.

    지금껏 느껴본 바로는, 이 괴물은 그렇게 빠르지 않다.

    그렇다면 따돌리고 다시 1층으로 내려간다는 계획도 충분히 실용성이 있을지도 몰랐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때….

    괴물은 옆걸음으로 경모를 향해 순식간에 달려들고 있었다.

    아. 그동안은 계단을 오르는 게 힘들어서 느렸던 거구나.

    뒤늦게 깨닫고 후회해봤지만, 의미는 없었다.

    경모는 죽음을 예감하고 눈을 감았다.

    바로 그때!

    “아직 포기하긴 이릅니다!”

    마치 마법처럼 눈앞에 생겨나는 얼음으로 만들어진 미끄럼틀.

    경모는 자신이 있는 아파트 반대편에서, 파란 가면을 쓴 남자가 자신을 향해 손을 펼치고 있는 것을 발견하였다.

    경모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고 그대로 미끄럼틀 위로 뛰어들었다.

    *     *     *

    흑사자, 정대수는 괴물과 싸우고 있는 다크 카이저를 내려다보며 기분 좋게 미소 지었다.

    여기저기서 일어난 사건으로 이젠 정말, 다크 카이저 혼자만 남아 싸우고 있는 상황이었다.

    거기에 다크 카이저는 이미 여러 괴물을 상대하느라 힘을 많이 소모했다.

    놈이 아무리 대단한들, 생체 괴물들을 여덟 마리 이상 잡고 나서 자신을 이기긴 힘드리라.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흑사자로서 자신이 가장 아끼는 부하, 흑표범 서하얀이 자신과 함께 다크 카이저와 싸울 예정이었다.

    준비는 모두 끝났다. 이제 끝을 볼 시간이다.

    정대수는 다크 카이저를 향해 뛰어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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