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만화 속으로 나 강림-199화 (199/236)
  • 199화

    불곰파(5)

    브루트들이 두 개의 집단으로 나뉘어 있다는 것은, 꽤 골치 아픈 상황이기도 했다.

    우리가 싸워야 할 범죄집단이 결국 두 개가 되었다는 의미니까.

    결국 우리가 잡아들인 강성한파 이외에도 문철파를 처리할 방법을 생각해야만 하는 상황이 온 것이다.

    고태용이 알고 있던 정보에는 문철파의 구역 정보와 인원 정보까지 모두 있었다.

    그런 위치들을 알면서도 섣부르게 공격하지 못했던 건, 자신들의 힘이 문철파보다 약했기 때문인 듯 보였다.

    사실, 적은 숫자로 쳐들어올 수 있는 수준은 아니긴 했다.

    무엇보다, 문철은 똑똑한 놈이었으니까.

    문철은 자기 혼자서 불곰파를 모두 지배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않았다.

    병에 걸린 강진웅을 대신하면서, 강진웅에 밑에 있던 능력 좋은 부하들을 이전보다 훨씬 좋은 대접을 해주며 거둬들인 것이다.

    뮤턴트 인자 자체가 변형으로 인해 태어난 것이 브루트들이기 때문인지, 기본적으로 브루트들은 대부분 초능력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그리고 동물의 가죽과 육체능력이 인간을 상회하는 것처럼, 기본적으로 육체강도가 네츄럴이나 슈페리어들에 비해 강했다.

    거기에 더불어, 가난한 뮤턴트들 답지 않게 문철파 놈들의 무장 상태는 꽤 좋은 편이었다.

    강한 육체 능력과 더불어 괜찮은 무장.

    이거 무슨 슈퍼솔져 프로젝트도 아니고.

    이 세계에서 실질적으로 브루트들을 두려워하는 이유는, 이런 강한 육체 능력을 가진 브루트들이 범죄를 저지르게 되면 저지하기 힘들어지기 때문일지도 몰랐다.

    결국 우리는 불곰파를 지배하고 있는 문철파를 처리할 방법을 찾아야만 했다.

    “이거. 별로 어렵지 않을 거 같은데요.”

    우리의 상황을 지켜보던 밀키웨이가 입을 열었다.

    *    *    *

    “문철형님! 흑사자회의 연락입니다. 조건 다시 맞춰줄 테니 다시 도와달라는데요?”

    “뭐? 걔네 우리 조건 과하다고 성한이 놈들이랑 손잡았었잖아.”

    “다크 카이저라는 놈이 결국 안잡히고 도망갔답니다. 오히려 역으로 성한형님 밑에서 일하던 놈들이 줄줄이 잡혀갔다는데요?”

    “뭐? 그래서?”

    “성한형님 지원해줄 인원이 부족해서 더 이상 일해줄 수 없다고 한 모양입니다. 그래서 저희한테 다시 연락이 오는 모양인데요.”

    “으하하하하! 결국 내가 이겼구나!”

    그렇게 오랫동안 버텨대더니, 결국 제풀에 못 이겨 포기하려는 모양이다.

    강성한이 강진웅을 짊어지고 도망칠 때에도 이미 강진웅은 사경을 헤매고 있었다.

    흑사자회의 도움도 받지 못했다면, 강진웅은 곧 죽고 말 터였다.

    강진웅이 죽고 난다면, 결국 남은 브루트들도 살아남기 위해 자신의 밑으로 들어 올 수밖에 없다.

    그게 이 사회에서 차별받는 브루트들이 살아남을 유일한 방법이니까.

    “아하하하하하!”

    문철이 껄껄 웃자 문철의 손에 쥐어져 있던 술잔이 찰랑거렸다.

    술잔 안에는 도시의 부자들이나 맛볼 수 있는 고급진 와인이 담겨 있었다.

    찰랑거리는 술을 전부 들이킨 뒤 문철은 자신의 방 뒤편, 강진웅의 사진이 걸려있는 곳을 확인했다.

    천월군 위치한 낡은 빌딩인 천웅빌딩은, 실은 강진웅파의 본거지로 이용되는 곳이다.

    그리고 천웅 빌딩의 3층에는 불곰파의 보스가 머무르는 방이 존재하고 있었다.

    겉보기의 낡은 건물과는 다르게, 보스의 방 내부는 꽤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는데, 이건 옛 보스인 강진웅의 취향이 아닌, 새롭게 보스가 된 문철의 취향으로 꾸며져 있는 방이었다.

    평소에도 검소하게 살았던 강진웅의 방을, 구태여 문철이 뺏어 자신의 취향으로 꾸민 것이다.

    “어휴… 좁아터졌구만. 대체 진웅이는 이런 곳에서 어떻게 지냈던건지….”

    하지만 그렇게 화려하고 좋은 물건들로 채워보아도, 기본적으로 크지 않은, 작은 사무실만 한 방은 문철의 마음에 차지 않았다.

    “기왕 이렇게 좋은 자리 올라가셨는데 이사라도 할까요? 저희 구역안에 더 좋은 건물도 많은데요. 이 옆에 박광형님 건물만 해도….”

    문철의 밑에서 비서로 일하고 있는 용수가 문철의 눈치를 보며 물었다.

    “그건 안돼.”

    “네? 아까는 옮기고 싶다고 하셨으면서….”

    자신의 말에 대꾸하는 용수를 보며 문철은 내심 혀를 쯧 찼다.

    브루트들의 장점이자 단점과도 같은 부분이었다.

    덜 배운 놈들이 많아 무식해서 이용해먹긴 좋았지만, 덜 배운 만큼 가르쳐야 할 점이 많았다.

    ‘그래도 요놈은 대학물 좀 먹었대서 비서하라고 시켜놨더니만은….’

    보통 때 같으면 호통을 쳐가며 버릇을 고쳐놓았겠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 봐주기로 했다.

    “용수야. 내가 왜 이 건물을 안 떠나고 계속 이곳에서 사는지 모르겠냐?”

    자신에게 질문해오는 문철을 보며, 용수는 긴장했다.

    제대로 대답하지 않으면 불호령과 함께 주먹이 날아오곤 했으니까.

    그래도,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 조금 봐줄지도 모르겠다.

    “네? 네… 모르겠습니다.”

    “진웅이형님은 단 한 번도 이 건물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으셨지 않느냐?”

    “네? 네, 그랬죠.”

    “그런 건물 안에, 내가 계속해서 자리 잡고 있다는 것 자체가 상징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진웅형님의 뒤를 이은 사람이 나라는 상징.”

    ‘지가 독약 먹여서 병걸리게 해놓고서 뭐라고 하는거야?’

    용수는 입밖으로 나오려던 말을 꾹 참았다.

    사실, 용수는 문철의 밑에서 일하는 것이 그다지 행복하지 않았다.

    문철이 차별 없는 세계를 부르짖으면서도 브루트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것을, 비서로 일하고 있는 용수는 알고 있었으니까.

    아니, 기실 용수뿐만이 아니라, 문철의 밑에서 함께 일하는 많은 브루트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고 있을 터였다.

    그럼에도 문철의 밑에서 계속해서 일하고 있는 것은, 인질처럼 잡혀 있는 자신의 가족들이 걱정되어서이기도 했지만, 그것보다 더 큰 이유는 강진웅이 쓰러진 지금, 결국 브루트들을 이끌 수 있을 만큼 강한 사람은 문철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어릴 때부터 도시 밖에서 자란 대부분의 브루트들에게, 도시 안은 자신들을 등쳐먹을 생각밖에 없는 달팽이들만이 득실거리는 정글 같은 곳이었다.

    도시 안으로 들어가 달팽이들에게 등쳐 먹히느니, 차라리 문철에게 충성하는 것이 낫다.

    오랫동안 차별과 세뇌를 당한 브루트들은 문철도 똑같이 자신들을 이용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지 못했다.

    그때, 갑자기 건물안의 형광등이 깜빡거리더니 순식간에 어둠이 찾아왔다.

    작은 시골에 유일하게 세워져 있는 높은 빌딩이라 그런지, 불이 꺼지자 순식간에 시꺼먼 어둠이 찾아왔다.

    오래된 건물이라 그런지 가끔 있는 일이었다.

    “끄응… 쯧쯧. 오래된 건물이라고 말하자마자 전기가 나가는군. 용수야! 가서 빨리 확인해봐!”

    “네. 알겠습니다. 형님!”

    용수가 바깥으로 나가는 것을 보며 문철은 창 밖을 내다보았다.

    이제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문철은 강진웅처럼 작은 시골에서 지내는 데 만족할 생각이 없었다.

    오랫동안 자신들을 차별하며 도시를 지배하던 잿빛망토단이 몰락했다.

    도시에 주인 없는 구역들이 생겨나기 시작한 것이다.

    작은 천월군에서 벌 수 있는 돈보다, 몇 배는 더 많은 돈을 벌 수 있는 구역들이다.

    그 구역들만 자신의 손에 넣을 수 있다면, 지금보다 훨씬 많은 일들을 할 수 있을 터였다.

    번쩍-

    앞으로의 계획을 세우고 있던 문철의 눈 앞에 갑자기 빛이 번쩍했다.

    ‘갑자기 뭐야? 마른 하늘에 날벼락이라도 친 거야?’

    그렇게 생각하던 바로 그 순간.

    촤차차차차차차창!

    갑작스럽게 불꽃이 쏟아져 들어오며 건물에 있는 모든 유리창이 한 번에 와장창 깨지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컥!”

    “억!”

    “으악!”

    건물 내부에서 순식간에 부하들의 비명소리가 울려퍼지기 시작했다.

    무기? 총인가?

    “침입자다! 공격이다!”

    뭐? 이런 타이밍에 갑자기 공격을?

    잠깐 당황했던 문철은 금방 상황을 눈치챘다.

    강성한이 마지막으로 발버둥이라도 치는 모양이었다.

    하긴, 어쩌면 지금이 놈들에겐 마지막 기회일지도 몰랐다. 흑사자회와 손을 잡은 이후부턴, 강성한의 입장에선 자신들에게 손을 댈 방법이 없어질 테니까.

    문철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하기 위해 눈을 꼭 감았다.

    이미 자신의 손발이나 다름없던 조직원들이 우수수 쓰러져 있었다.

    창문을 깨고 들어온 무언가에 맞은 모양이었다.

    ‘쯧. 저 멍청한 놈.’

    문철의 감각에, 전기를 확인하러 나간 용수가 도망치고 있는 것이 걸렸다.

    지금 도망치면 나중에 후환을 어떻게 감당하려고 저러는 건지.

    용수의 부모도, 형제도, 전부 자신의 손에 있는 공장에서 일하고 있었다.

    브루트들이 도망가봐야 결국 자신의 손 안인 것을.

    그나저나 꽤 놀랍군. 아직도 이 정도의 힘이 남아 있을 줄이야. 강진웅이 숨겨놓은 돈이라도 있었던 건가?

    문철 자신이 아는 브루트들 중엔 이렇게 강한 힘을 가진 능력자가 존재하지 않았다.

    강진웅이 숨겨놓은 돈을 사용해 용병이라도 불러온 듯 했다.

    자신이 이 상징성 때문에 이 건물을 고집하는 것처럼, 강성한도 진웅의 상징과도 같은 이 건물을 빼앗는 게 우선이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습격을 받아서 일어난 해프닝일 뿐이다. 놈이 지금 이상의 인원을 가지고 있을 거라 생각하진 않는다.

    다른 구역에 배치해둔 인원을 끌고 다시 전투를 벌인다면, 백전백승할 자신이 있었다.

    강성한이 싸워야할 사람은, 문철 만이 아니었다.

    문철은 도망칠 루트를 머릿속에 떠올렸다.

    문철이 구역을 배당해가며 애지중지 관리하는 부하 중에 박광이라는 부하가 있었다.

    강진웅에게 가려져있었을 뿐, 박광도 꽤나 강력한 육체능력을 가진 브루트였다.

    하지만, 그렇게 강한 능력을 가진 부하를, 진웅은 대접해주지 않았다.

    급하고 악독한 성격 탓에 부하들을 구박한다는 이유 때문이었다.

    바보 같은 강진웅. 힘이 있는 부하일수록 대접해야 뒤통수를 맞지 않는 것인데.

    자신만 해도 강진웅이 조금 더 대접해주었다면, 이렇게까진 하지 않았을지 모르는 일이었다.

    제 형의 10분의 1만도 못한 강성한의 힘으로는, 죽었다 깨어나도 박광을 이길 수 없었다.

    문철은 감았던 눈을 떴다.

    다시 뜬 문철의 눈은 꼭 고양잇과 동물처럼 밝은 빛을 내고 있었다.

    아까까지 한치 앞도 보이지 않던 어둠이 거둬지며 사물이 분간되기 시작했다.

    “헉!”

    눈앞이 보이기 시작하자마자 문철은 자신도 모르게 깜짝 놀라 비명을 지르고 말았다.

    붉게 빛나는 눈을 가진 저승사자가, 눈앞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뭘 놀라고 그러지? 네놈이 저지른 일을 생각하면 지옥의 악마가 찾아와도 놀라선 안 될 텐데.”

    눈앞에 있던 사람은, 검은 옷을 입은 히어로, 다크 카이저였다.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