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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만화 속으로 나 강림-192화 (192/236)

192화

동맹(2)

나는 내게 달려드는 세 명의 빌런들을 상대하기 위해 주먹을 쥐었다.

레드 리퍼, 스크리쳐, 강성한.

세 명 모두 전형적인 신체 계열의 슈페리어들이었다.

신체계열 슈페리어들의 능력은 예상하기가 편하다.

예상 외 범주의 능력이 존재하기 힘들다는 말이었다.

기본적으로, 자기 자신을 강화 시키는 능력들이 대부분이었으니까.

예상하지도 못하는 방식으로 공격해오는 이능 계열이나, 물리적으론 방어하기 힘든 정신 계열 슈페리어들보다는 상대하기가 편한 편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신체 계열 슈페리어들이 상대하기 쉽다는 의미는 아니다.

괜히 강력한 능력자들의 대부분이 신체 계열 슈페리어인 것이 아니다.

신체 계열은 단순하면서도 전투에 특화되어 있는 경우가 많다.

아니, 오히려 단순할수록 강력한 경우가 더 많았다.

지금 눈 앞에 있는 빌런들도 마찬가지였다.

목소리 강화, 산성 침, 팔 강화.

지금도 뒷골목에 가면 같은 능력을 가진 빌런들을 몇 명은 찾을 수 있을 거다.

하지만, 그런 흔한 능력으로 간부의 위치까지 올라갔다는 것은, 그만큼 단순하면서도 강력한 능력자들이라는 뜻일 터.

방심해선 안 된다.

나는 방심하지 않기 위해 파이팅 포즈를 취한 채 놈들을 잠시 노려보았다.

이른 바 탐색전이라는 것이지.

그런 생각을 하며 놈들의 분위기를 살피고 있던 바로 그때.

“흐으으읍!”

어느 새 눈 앞에 서 있는 스크리쳐의 가슴이 빵빵하게 부풀어 있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탐색전이랍시고 시간을 허비하는 사이 소리를 지르기 위해 힘을 모아버린 모양이었다.

“으아아아아아아아!”

마치 내 생각이 끝나기 기다렸다는 듯, 나를 향해 소리를 뿜어내는 스크리쳐.

콰차차차차차창!

주변의 유리창을 모두 깨부수며 나를 향해 날아오는 스크리쳐의 목소리.

나는 아

가까스로 아

소리를 비껴 아

피할 수 있었다. 아!

다행히 진동이 유리창을 깨부수며 날아든 통에 범위를 예상할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부웩!

내가 그 곳으로 피할 줄 알았다는 듯 나를 향해 날아드는 산성 액체.

나는 가까스로 왼손으로 다크 쉴드를 만들어냈다.

철퍽!

망토에 질퍽거리는 게 묻은 것 같아 찝찝하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나를 향해 달려드는 강성한.

마치 오랫동안 손발을 맞춰본 것처럼 깔끔한 연계였다.

아니, 지금의 경우는 서로 다른 소속의 빌런들일 테니….

【“그만큼 전투 센스와 경험이 출중하다는 거겠지. 조심해라 다크 카이저. 꽤 위험한 전투가 될 수도 있겠어.”】

Crash!

Dark Shield

■■■□□□□□

그 동안 경험치를 꽤 때려박아 강해진 다크 쉴드의 에너지가 순식간에 절반 이하로 떨어진다.

내가 예상했던 것보다 훨씬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는 빌런들인 탓이다.

하지만, 나라고 이대로 당하고만 있을 순 없다.

다크 쉴드로 놈의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 동안, 오른 주먹을 들어 올린다.

빠드드득!

슈트가 내 뼈와 근육을 꽉 움켜쥔다.

테러를 막아낼 때 사용한 적 있던, 순간 신체 강화 능력의 활용이었다.

최근 훈련을 통해 위력을 조절하는 방법을 조금 깨우친 참이었다.

위력을 조절한 탓에 예전처럼 강력한 힘을 누릴 순 없겠지만.

Dark Shield

■■□□□□□□

쾅!

눈앞에 있는 덩치한테 한 방 먹여줄 수준의 힘은 충분히 만들어낼 수 있었다.

파워 모드 자체의 힘과 더불어, 순간 신체 강화 능력을 사용한 주먹을 얻어 맞은 강성한의 방패가 옆으로 밀려난다.

방어가 열리며 드러나는 강성한의 얼굴.

나는 왼손에 쥐고 있던 망토를 손에서 놓고 주먹을 쥐었다.

빠드드득!

내 뼈와 근육을 움켜쥐는 슈트의 감촉을 느끼며, 나는 꽉 쥔 왼 주먹을 노출된 놈의 턱에 그대로 틀어박았다.

제대로 들어갔는지, 내게 달려든 강성한의 눈이 풀리는 것이 느껴진다.

그대로 한 방을 더 먹여준다면 지금 당장 놈을 쓰러트릴 수도 있었겠지만.

부웩!

어느새 가까이 온 레드 리퍼가, 다시 한번 내게 산성 액체를 내뱉어댔다.

공격을 위해 쉴드를 놓은 탓에, 내 팔 위로 떨어진 액체는.

치이이이익!

요란한 소리를 내며 내 슈트를 좀먹었다.

화르르르륵!

다행히 내 팔위로 흑염이 피어올라 액체를 순식간에 증발시킨 탓에, 큰 피해는 입지 않을 수 있었다.

나를 지켜보고 있던 벨제뷔트가 적절한 타이밍에 도움을 건넨 덕분이었다.

고마워 벨제뷔트!

“흐으으읍!”

【“지금 그런 말을 할 타이밍이 아니다! 조심해!”】

“으아아아아아아아!”

벨제뷔트의 경고가 무색하게도, 나는 결국 스크리쳐의 진동 공격을 정통으로 얻어맞고 말았다.

정통으로 얻어맞은 통에 머리가 조금 멍했다. 귀도 조금 먹먹하고.

[“마스터! 현재 청각 강제 차단 상태입니다.”]

어쩐지 정통으로 얻어맞은 거 치곤 피해가 덜하더라.

먼저 멀리서 공격해오는 스크리쳐와 레드 리퍼를 처리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팔을 커다란 방패로 만든 강성한이 끈덕지게 나를 붙들고 있는 통에, 나는 계속해서 놈들의 공격을 허용할 수밖에 없었다.

앞에 있는 강성한은 육체의 내구도가 높다. 당장 놈을 쓰러트리기 위해선 강력한 위력의 공격을 연속으로 몇 방은 때려 박아야 하리라.

하지만, 뒤쪽에 있는 스크리쳐와 레드 리퍼가 그렇게 두지 않는 다는 것이 문제지.

그렇다면….

내 생각을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순식간에 스피드 모드로 변형하기 시작하는 슈트.

가뿐해진 몸을 이용해서 강성한을 따돌리고 후열을 공격해 들어갈 생각이었지만.

턱!

강성한의 반응이, 내 생각보다 훨씬 더 빨랐다.

마치, 내가 모드를 변형하길 기다린 것처럼, 만들었던 방패를 순식간에 흩어버리고 손을 뻗어 내 팔을 붙잡아 버린 강성한.

곧바로 다시 파워모드로 변형해 강성한의 손을 뿌리치려고 해보았지만.

“흐으으읍!”

강성한이 나를 붙잡길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크게 숨을 들이쉬는 스크리쳐.

절체 절명의 위기를 느끼던 바로 그때!

화르르르륵!

어두운 골목길이 밝은 빛으로 물들었다.

빠른 속도로 골목길을 뚫고 들어온 밝은 빛이 스크리쳐에게 쏘아들어간다.

“으아아아아악!”

바람 빠진 풍선 같은 소리를 내며 튕겨져 나가는 스크리쳐.

“뭐냐?”

“놈에게 지원이 붙었다!”

“모두들 안녕! 여러분의 하루를 지키는 히어로. 퀘이사가 여기 등장.”

【“퀘이사!”】

[“퀘이사입니다 마스터!”]

스크리쳐를 튕겨낸 밝은 빛이 순식간에 내 옆으로 다가온다.

“왜 이렇게 통신하기가 힘든가 했더니, 여기서 붙잡혀 있었네.”

“충분히 잡을 수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셋은 무리였나.”

“그래. 항상 혼자서 해결하려는 버릇 좀 버려. 무슨 일이 있다면 나도 좀 불러봐. 시커먼 아저씨들만 부르지 말고.”

퀘이사의 말에 나는 피식 웃었다.

내가 헬 카이저로 활동할때는 그렇게 나를 싫어하더니, 다크 카이저로 활동할 맛이 좀 나는구만.

“지금 웃고 있을 때가 아니야. 빨리 이 놈들 해치우고 나랑 같이 가자.”

퀘이사의 목소리에서 불안함이 묻어나오는 것이 느껴졌다.

“…내가 모르는 무슨 일이라도 생긴 건가?”

“응. 밀키언니가 사라졌어.”

뭐? 뭐라고?

*    *    *

“무슨 일이시죠?”

“문을 여는 게 신상에 좋을 거다.”

마치 협박처럼 돌아오는 말.

밀키 웨이는 문 앞에 있는 빌런을 익히 들어 알고 있었다.

자신의 어머니를 죽게 만든 병원을 증오하여 두 번이나 테러를 일으켰던 빌런.

지금은 슈퍼 빌런 교도소에 수감되어 있어야할텐데….

‘탈옥했구나.’

탈옥에는 중독성이 있다.

히어로들끼리 탈옥을 자주 하는 빌런들을 잡아 넣으며 농담조로 하는 말이었다.

기본적으로 탈옥을 획책한 빌런들은 또다시 탈옥을 계획하는 편이니까.

탈옥을 계획했다는 건, 바깥에서 해야 할 일이 있다는 것이다. 그게 아니면 형기가 너무 길어 견딜 수 없다거나.

그렇게 탈옥을 시도한 빌런이 다시 교도소로 돌아오면, 그만큼 더 긴 형기를 살아야만 한다.

그 기간을 도저히 기다릴 수 없는 빌런들은 끊임없이 탈옥을 시도하게 되는 것이다.

자신이 원하는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때까지.

그렇게 끊임없이 탈옥을 시도하는 빌런들을 탈옥 중독자라고 표현하는 것이다.

지금 눈 앞에 있는 블루 래빗처럼.

‘목적이 뭔데 나한테 접근한 거지?’

또다시 병원을 테러하기 위해?

그럴 생각이었다면 여기에 찾아올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그렇다면, 놈이 노리는 것은….

자신을 두 번이나 잡아 넣은, 다크 카이저에게의 복수.

아직 보안 장치를 제대로 마련하지 못했는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밀키웨이는 문을 여는 대신, 체인까지 걸어잠궜다.

철컥.

“아.”

바깥에서 블루 래빗의 짧은 신음이 돌아왔다.

밀키웨이는 곧바로 호출기를 들어 올려 긴급호출 버튼을 눌렀다.

방금 전에 떠난 퀘이사라면 금방 돌아와 줄 수 있을지도 몰랐다.

“문을 여는 게 좋을 텐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바깥에서 계속해서 들려오는 블루 래빗의 협박.

타투 밀키웨이는 예전과는 다르게 건물의 꼭대기, 5층이었다.

하늘을 통해서 날아드는 히어로들을 배려하며, 주변에 피해를 덜 주며 마법 장치들을 활용하기 위해 선택했던 위치였다.

아직은 마법 장치는 설치하지 못했지만, 만약을 대비해 탈출하기 위해 완강기는 마련해둔 상태였다.

“어쩔 수 없군. 강제로 열겠다.”

Bam!

BAm!

BAM!

블루 래빗이 문을 두드리는 소리를 들으며, 황서현은 창문으로 내달리며 근처에 마련해둔 완강기를 들어올렸다.

완강기를 사용하기 위해 지상을 내려다본 바로 그 순간.

황서현은 지상에서 무장한 채 자신의 집을 지켜보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혼자 온 것이 아니었나.

안타깝게도, 밀키웨이 혼자만이 그들을 눈치챈 것이 아니었다.

이곳을 지켜보고 있었던 듯, 무장하고 있던 빌런들이 자신을 향해 총을 겨눈다.

Bang!

자신을 향해 날아온 총탄이, 손에 쥐고 있던 호출기를 맞춘다.

그와 동시에.

BAM!

체인과 문고리가 끊어지며 파란 토끼 가면을 쓴 남자가 가게 안으로 밀고 들어왔다.

절체절명의 순간, 밀키웨이는 마지막 항전을 하기 위해 숨겨두었던 총을 들어올렸다.

BANG! BANG!

총을 쏘길 기다렸다는 듯, 얼음으로 만들어진 방패를 들어올리며 황서현의 총탄을 막아내는 블루래빗.

순식간에 황서현의 눈 앞까지 다가오더니.

duaduadada!

만들어낸 방패로 황서현에게 날아드는 총탄을 막아냈다.

“미안하군. 말재주가 없어서.”

“아?”

말재주? 무슨 말재주?

옆 건물로 통할 수 있게, 얼음으로 된 길을 만들어내는 블루 래빗.

“공격하러 온 게 아니었다. 구하러 온 거다.”

잠시 침을 한 모금 꿀꺽 삼킨 블루 래빗이 말을 이었다.

“이 도시의 모든 빌런들이 너희를 죽이려고 하고 있다. 아스트로 스타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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