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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만화 속으로 나 강림-186화 (186/236)
  • 186화

    학교 습격(3)

    나이프를 뽑아 든 채 나를 바라보고 있는 스카 페이스를 보고 있자니, 내가 이 세계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었을 때의 일이 떠올랐다.

    당시의 나는 히어로 활동을 시작한지 한달 남짓밖에 되지 않았었다.

    당시 이 세계의 주인공이라도 된 것마냥 스카 페이스에게 용감하게 달려들었던 나는, 당시 퀘이사가 구해주지 않았다면 분명 목숨을 잃고 말았을 터였다.

    당시에도 우격다짐으로 어떻게든 스카 페이스에게 일격을 먹이는 데 성공하긴 했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압도적인 실력 차이가 있었다.

    지금은 그때에 비하면 엄청나게 강해졌다고 할 수 있겠지만, 상대는 날카로운 무기를 들고 있는 상태였다.

    언제든지 내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 될 것이다.

    나는 양손을 들어 올려 파이팅 자세를 취했다.

    쉭-!

    내가 손을 들어 올리기 무섭게 순식간에 내 목을 향해 날아오는 칼날.

    나는 그대로 오른손을 들어 올려 날아오는 칼날을 받아냈다.

    칭-!

    나이프가 체인에 부딪히며 날카롭게 소리를 질렀다.

    내가 오른손으로 막아낼 줄 알았다는 듯, 스카 페이스는 그대로 왼손 주먹을 뻗어 내 갈비뼈를 노려왔다.

    예전 같았으면  타격 받는 것을 피할 수 없었겠지만….

    텅!

    지금은 달랐다.

    다크 아머가 충격을 흘려주는 것을 느끼며, 나는 그대로 왼손을 들어 올려 나이프를 잡고 있는 스카 페이스의 오른 손목을 붙잡았다.

    손에 쥔 나이프를 빼앗는다면 승부가 쉬워질 거란 상각에 했던 선택이었다.

    하지만….

    내가 오른 손목을 잡음과 동시에 손에 쥔 나이프를 그대로 놓아버리는 스카 페이스.

    떨어지던 나이프는 반 바퀴 빙글 돌아 밑에 있던 스카 페이스의 왼손에 역수로 쥐어지고 말았다.

    [“마스터! 조심해요!”]

    스카 페이스는 역수로 쥐어진 나이프를 그대로 내 복부를 향해 찔러왔다.

    생각지도 못한 공격이었다.

    나는 이를 악물고 몸을 비틀어 나이프를 피했다.

    sheeeeeek-!

    나이프가 다크 아머를 가르며 소름 끼치는 소리를 만들었지만, 다행히 내 피부를 뚫고 들어오진 못했다.

    내가 나이프를 피하기 위해 뒤로 물러선 탓에 전투는 잠시 소강상태로 접어들었다.

    나는 잠깐 고개를 돌려 학교 쪽을 바라보았다.

    허공에서 거대한 손 두 개가 맞붙은 채 힘겨루기를 하고 있었고, 학교 건물에선 붉은색 불꽃이 번쩍번쩍 간헐적으로 빛을 내고 있었다.

    필히 저쪽에서도 전투가 일어나고 있는 상황이리라.

    “토마호크의 용병들이지. 아나?”

    토마호크.

    유명한 용병 집단이었다.

    원작에서 나온 적 있는 용병 집단이 아닌, 이 세계에서 이름난 용병 집단.

    해외 내전에 관한 뉴스가 나올 때면 매번 등장하는 이름이기도 했다.

    그리고 대부분은 토마호크가 투입된 쪽의 승리로 결판이 나곤 했다.

    정말 저기에 있는 자들이 그 용병 집단 토마호크가 맞다면, 승부가 끌리면 끌릴수록 학교에 있는 아이들이 위험한 상황이었다.

    일찍이 승부를 보는 것이 좋았다.

    “표정을 보니 아는 모양이군. 아이들의 힘으론 막아내기 어려운 존재들이야.”

    “맞는 말이군. 여기서 더 시간을 낭비해선 안 되겠어.”

    내가 던진 말에 스카 페이스가 씩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거 좋군. 나도 마음이 꽤 급했거든.”

    *    *    *

    지나가다 보면 눈도 마주치기 싫을 수준의 근육질 남자.

    박준석에게 있어서 스틸러의 첫인상이 바로 그랬다.

    초능력을 얻기 전은 당연하고, 초능력을 얻은 지금조차도 시비에 걸리고 싶지 않은 사람.

    당순히 덩치로만 봐도 박준석과 스틸러는 몸무게가 3배 차이는 나는 게 아닐까 싶을 정도의 차이가 있었다.

    그런데 그런 사람의 손에 기계 의수까지 달려있다.

    사실상 은퇴해야 할 정도로 몸이 망가진 박준석이 덤벼들기엔, 너무나도 강해 보이는 사람이었다.

    그렇지만….

    준석은 자신의 뒤에서 벌벌 떨고 있는 친구들을 보며 마음을 다잡았다.

    지금 자신이 나서지 않으면 친구들이 다치거나 죽게 될 터였다.

    그럼 자신은 평생 그때 나서지 않은 것을 후회하겠지.

    그런 생각으로 나섰던 상황이었지만….

    “아하하하하! 오랜만에 재밌는 녀석이구나. 이 정도로 두들겨줘도 계속해서 덤벼드는 놈은 오랜만이야.”

    Zam!

    Bam!

    Kam!

    다크 스코프가 만들어줬던 슈트도, 장비도 없다.

    체육 창고 안의 물건들만을 가지고 상대하기에 스틸러는 너무나도 강력한 상대였다.

    당연하게도 준석은 스틸러에게 순식간에 두들겨 맞고 말았다.

    준석은 다시 한번 손에 쥐고 있던 야구공을 스틸러의 어깨 위로 집어 던졌다.

    펑!

    야구공이 던져진 곳으로 순간이동해 다시 한번 스틸러의 머리 위에서 배트를 휘둘러보았지만….

    “아하하하! 야구공을 던진 곳에 순간이동을 할 수 있다는 점은 좋다만, 그렇게 큰 물건을 던지면 어디서 등장할지 눈에 보이잖느냐. 그래선 날 이기지 못해!”

    스틸러는 허공에 나타난 준석을 손쉽게 제압해 벽을 향해 집어 던져버렸다.

    Crash!

    벽에 부딪히자, 관절부에서 찌르르하게 통증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하지만, 포기할 순 없다.

    다행히 몇 번이고 덤벼드는 동안 창고 여기저기에 야구공을 흩어놓았기 때문에, 순간이동에 사용할만한 야구공은 넉넉한 상황이었다.

    박준석은 다시 한번 야구공을 집어 들며 몸을 일으켰다.

    “아하하! 놈! 패기 하나는 마음에 드는구나. 다시 한번 덤벼보거라.”

    “으… 아아… 윽….”

    자신을 향해 하는 도발에 입을 열어 대답하려던 준석은, 목소리가 잘 나오지 않는다는 사실을 깨닫고 입을 다물었다.

    한 가지 다행인 점은, 스틸러가 자신이 어리다는 이유로 무시를 하는 것인지 덤벼드는 자신을 두들겨 패는 수준에서 그칠 뿐, 죽이진 않는다는 점이었다.

    기계 의수에 달려있는 총을 사용한다면, 자신의 목숨을 쉽게 뺏을 수 있을 것임에도 불구하고.

    아니, 어쩌면 좁은 공간에서의 도탄을 신경 쓰고 있는 걸지도 모르겠다.

    …도탄?

    준석은 자신이 손에 쥐고 있는 야구공을 들여다보았다.

    어쩌면 돌파구를 찾은 걸지도 몰랐다.

    준석은 손에 쥐고 있던 야구공을 다시 한번 스틸러의 어깨 위를 향해 힘껏 던졌다.

    *    *    *

    스틸러는 자신에게 몇 번이고 덤벼드는 이 꼬마가 마음에 들었다.

    그 눈에서 친구들을 지키겠다는 독기가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애초부터 아이들을 공격하는 게 탐탁치 않았던 스틸러는, 그냥 이 꼬마와 잠깐 시간을 때우며 놀고 있기로 마음 먹었다.

    임무? 목표물? 어차피 아이들을 상대하는 일이다. 전부 자신의 잘난 동료들이 알아서 완수해줄 터였다.

    ‘육체계열에 순간이동. 전장에서 사용하기에 정말 좋은 능력이다. 얠 데려다가 키우면 분명 좋은 용병이 될 거야.’

    크게 다친 적이 있는지 관절이 불편해 보이긴 했지만, 그것도 치료하며 몇 년 훈련 시키다 보면 나을 수준이었다.

    당장 데리고 가면 분명 반발이 있겠지만, 자신과 비슷하게 잡혀 온 아이들과 몇 년 구르고 나면 결국 자신들의 말을 듣게 될 거다.

    Crash!

    스틸러는 집어 던졌던 꼬마가 다시 한번 야구공을 쥐어들고 몸을 일으키는 것을 보며 헛웃음을 지었다.

    ‘이번에는 기절시킬 생각으로 집어던졌는데 말이지….’

    보면 볼수록 탐이 나는 꼬마야.

    꼬마가 자신을 향해 다시 한번 야구공을 집어 던졌다.

    벌써 몇 번이나 반복된 패턴이었다.

    같은 방법을 몇 번씩 써봐야 당할 리가 없다는 걸 모르는 걸까?

    그렇다면 전투 경험이 부족하기 때문이리라.

    스틸러는 다시 한번, 자신의 어깨 위로 나타날 꼬마를 상대할 준비를 했지만….

    꼬마는 순간이동 하지 않았다. 아니 못한 것이리라.

    육체와 정신이 무너진 상황에선 초능력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는 경우가 있었다.

    “이제 끝났군 꼬마. 포기하는 게 좋을거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던 바로 그 때.

    눈 앞에서 꼬마의 몸이 사라졌다.

    순간이동?

    방금 던진 야구공의 위치로 순간이동 했다면, 자신의 등뒤에서 나타날 터였다.

    스틸러는 바로 등을 돌려 뒤를 바라보았지만.

    등 뒤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그와 동시에-

    털썩.

    자신의 어깨 위에 무게감이 느껴졌다.

    *    *    *

    준석이 던진 야구공은 벽에 맞고 튕겨져 나왔다.

    사실, 이 정도 수준에서 멈췄다면 스틸러도 예상할 수 있었겠지만, 야구공은 거기서 멈추지 않고 다시 한번 허공으로 튕겨져 올랐다.

    천장에 부딪혀서 소리나지 않을 정도로.

    준석이 던진 공의 힘을 완벽하게 조절해 던졌기 때문이었다.

    천장까지 부딪혀 소리가 났다면 스틸러도 피해낼 수 있었겠지만, 소리 없이 튀어 오른 야구공의 위치를 아이라고 방심하던 스틸러는 파악하지 못했고, 결국 준석에게 어깨 위를 내주고 말았다.

    준석은 그대로 손에 쥐고 있던 야구 방망이를 스틸러의 목에 걸고 온 힘을 다해 버텼다.

    아무리 강력한 육체 능력자라도 목을 틀어막는다면 결국 기절하고 말테니까.

    하지만….

    “크르를… 륵… 으윽… 큭!”

    쾅! 쾅!

    그래도 강력한 용병인 스틸러는 쉽게 제압되지 않았다.

    숨을 쉬지 못한 상황에서도 몇 번이고 몸을 던져 준석을 벽이며 바닥으로 내팽개쳤다.

    쾅!

    한번씩 부딪힐때마다 준석은 관절에서 찌릿찌릿 충격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지만, 절대 포기하지 않았다.

    절대 포기 하지 않는 정신.

    히어로 활동을 해보았던 준석은 그게 얼마나 중요한지 알고 있었으니까.

    그리고 결국….

    …쿵!

    준석은 스틸러를 쓰러트리는 데 성공했다.

    *    *    *

    ‘예전보다 훨씬 강해졌다. 괴물같은 성장이야.’

    잠시간의 전투 끝에 스카 페이스는 그렇게 생각했다.

    손에 미스릴 나이프를 쥔 채 싸웠지만, 스카 페이스는 전투에서 전혀 우위를 점하지 못했다.

    심지어 상대는 맨손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신체의 능력도, 전투의 기술도, 완전히 예전과는 차원이 다르게 발전했다.

    ‘은행에서 만났을 때 죽여버렸어야했는데.’

    처음으로 다크 카이저를 만났을 땐 사실상 애송이에 가까웠다.

    나이프를 상대하는 방법은커녕, 전투를 하는 방법 자체를 제대로 알지 못했다.

    당시에 다크 카이저를 완전히 끝장내지 않았던 것은, 뒤이어 나타날 히어로들에게 시간을 뺏기면 경한 그룹에서 손을 쓸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 다크 카이저를 끝내지 않은 탓에, 스카 페이스는 두 번이나 이 히어로에게 자신의 계획을 방해당해야만 했다.

    하지만 이번엔 그래선 안 됐다.

    목표가 코앞에 있었다. 자신이 저질렀던 실수를 만회할 방법이 바로 눈앞에 있었다.

    여기서는 패배해서는 안 됐다.

    스카 페이스는 멀리서 실비아와 전투를 벌이고 있는 차원 능력자를 보았다.

    이전, 박물관 때는 제대로 모습을 볼 수 없었지만, 이번에는 볼 수 있었다.

    아직 어리고 앳된 모습.

    자신의 아이와 비슷한 연배의 아이처럼 보였다.

    순간적으로, 언젠가 자신이 한 이 일을 후회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후회하기엔, 지금은 너무 늦었다.

    스카 페이스는 품 안에 있는 버튼을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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