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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만화 속으로 나 강림-172화 (172/236)

172화

실종(3)

강수아를 찾아보겠다고 마음먹은 유진과 소연은 가장 먼저 수아의 위치를 파악할 방법에 대해서 생각해보았다.

“수아 폰은?”

“아까 전화 걸어보니까 그것도 선생님이 받더라.”

“하긴… 폰으로 금방 찾을 수 있는 수준이었으면 경찰에서 먼저 찾았겠지.”

“그럼 어떻게 해야 단서라도 찾을 수 있을까?”

“집이라도 가볼까?”

“거기라고 경찰이 안 찾아봤을까?”

“으음….”

두 사람은 수아 할머니의 병실에 앉아 머리를 맞대고 골똘히 생각에 잠겼다.

얼굴을 찌푸린 채 생각에 잠겨있던 유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

“…한소연. 혹시 너 강수아 학교 끝나고 뭐하고 사는지 들어본 적 있냐?”

유진의 말을 들은 소연이 큰 눈을 꿈뻑대며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생각나는 것은 없었다.

“…아니. 없네. 할머니랑 살아서 일찍 돌아가야 한다는 말만 들었어.”

“나는 사는 동네가 위험해서 그냥 일찍 들어간다고 들었던 거 같은데….”

“집에서 공부해야 한다고 했던 거 같기도 하고….”

이게 친구가 맞나?

두 사람이 동시에 떠올린 생각이었다.

지금껏 어른스러운 친구에게 어리광만 부렸던 탓인지, 수아가 학교에 끝나고 뭘 하는지에 대해선, 생각해보면 제대로 들은 바가 없었다.

취미에 관한 이야기를 해도, 같이 놀지 않을 때에는 뭘 하는지를 물어보아도, 수아는 항상 모르는 척 말을 돌릴 뿐이었다.

지금까지는 그런 모습들이 살가운 말을 잘 못 하는 강수아 특유의 부끄러움 때문이라고 생각했지만, 그때 아무런 이야기도 듣지 못했던 것들이 소연과 유진은 오늘만큼은 슬프고 아프게 느껴졌다.

“당당하게 말했지만… 우리가 도움을 줄 수 있는 방법은 없는 거구나… 소연, 뭐 하는 거야?”

“응? 어? 아니야.”

다크 카이저로서 강림이가 만들어준 메신저 앱을 켜고 들여다보고 있던 소연이 깜짝 놀라 앱을 끄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수아가 없어졌다는 걸 안 순간, 소연은 강림이에게 그 사실을 먼저 전해주었다.

<강림 : 이미 알고 있음.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나 : 그래도 내가 좀 도와줄 일 없어?>

그런 자신의 말을 듣고 강림이가 자신에게 한 말은 딱 이 한 줄 뿐이었다.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그렇게만 말하면 내가 걱정할 수 밖에 없잖아….’

소연은 얼마 전 다크 카이저로서 활동하던 강림이 크게 다쳤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히어로로 활동하며 아무 관계도 없는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목숨까지 내던지는 친구였다.

그런 강림의 모습을 보며, 소연은 큰 충격을 받았었다.

팔과 다리가 모두 골절되어 병원에 입원해야 할 정도로 고통받으면서도, 강림은 범죄와 싸우기 위해 뛰어들었다.

그런 강림이 친구가 위험에 처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면, 또다시 자신을 깎아가며 친구를 구하기 위해 뛰어들 터였다.

그럼 자신은?

자신도 분명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러나 자신은 그런 힘을 좋은 방향으로 써야겠다는 생각을, 진지하게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자기 자신을 위해서만 사용했을 뿐.

소연은 다시 한번 강림이가 만들어준 앱을 켜보았다.

한참을 기다려보아도, 답장은 돌아오지 않았다.

소연은 한숨을 푹 내쉬었다.

묘한 감정을 느끼며 한숨을 푹 쉬는 두 사람의 모습을, 병실 안에 있던 한 사람이 계속해서 지켜보고 있었다.

손녀에게 도움이 필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 수아의 할머니 정례였다.

‘저 아이들이라면… 믿을 수 있다….’

부모를 일찍 여의고 감정표현을 힘들어하던 손녀가, 드물게도 히어로 퀘이사가 아닌 고등학생 강수아 본인의 모습으로 감정을 표출하던 아이들이었다.

분노.

화를 내는 것뿐이었지만, 아들 내외가 죽고 홀로 손녀를 키우던 정례에게 있어선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두 아이를 가만히 바라보던 정례가 가까스로 떼어지지 않는 입을 열어 목소리를 내었다.

“조… 종이… 종이….”

“어? 할머니? 조… 종이?”

“아니 유진아! 펜도 가져와야지!”

화들짝 놀라 펜과 종이를 가져온 아이들의 앞에, 정례는 잘 움직여지지 않는 손을 움직여 천천히 글자를 적었다.

<타… 투… 다… 프… 네….>

“타투 다프네?”

“선생님! 선생님한테 전화해!”

안 된다. 수아의 담임선생님은 좋은 사람이지만, 경찰에게 수아의 정체가 알려져서는 안 된다.

정례는 다시 한번 입을 열었다.

“안… 돼… 경찰은… 안… 돼….”

그게 마지막이었다.

강수아의 할머니, 정례는 다시 잠에 빠져들었다.

*    *    *

타투 다프네라는 다섯 글자를 받아든 소연과 유진은 다시 한번 고민에 빠졌다.

“…담임 선생님한테 말씀 드리는 건 안 되겠지?”

“담임선생님은 무조건 경찰한테 말해야 한다고 하실걸.”

크게 충격을 받아 쓰러지셨다는 수아의 할머니가 소연과 유진에게 남긴 말.

경찰은 안돼.

수상하기 그지없는 말이었다.

조금이라도 더 힌트가 될 말을 해주셨으면 좋았겠지만, 수아의 할머니는 다시 잠에 빠져들고 말았다.

수아의 할머니가 다시 한번 깨어나실 때까지 기다릴 순 없었다.

“혹시 뭐라도 나와? 난 아무것도 안 나오는데. 내가 아는 검색엔진에 다 검색해봐도 안 나와.”

한참을 여기저기 검색하던 도유진이 폰을 내리고 소연이를 보며 물었다.

“나도 마찬가지야.”

소연은 한숨을 내쉬며 들고 있던 손을 내려놓았다.

아니, 손을 내려놓으려던 소연은 다시 폰을 들어 올렸다.

이대로 포기할 수 없었다.

수아를 위해서도, 강림이를 위해서도 자신도 무언가를 하고 있어야만 했다.

“그럼 다른 방법으로 찾아봐야지. 타투 다프네라고 했지?”

소연은 인터넷을 뒤져 타투와 관련된 커뮤니티를 찾아 들어갔다.

포털사이트의 작은 카페였다.

“이런 건 검색엔진에 돌리는 것보다 관련 커뮤니티를 찾아보는 게 더 빨라.”

다프네라는 검색어를 넣고 게시물을 전부 뒤져본다.

있다.

분명 실력 있는 타투이스트에게 문신시술을 받아봤다는 게시물이 조금 올라와 있었다.

소연은 그 게시물 중 하나의 댓글에서 가게의 정확한 위치를 지정하는 댓글을 찾을 수 있었다.

“…찾았다.”

*    *    *

“아무도 안 계세요?”

“어떻게 하지? 좀 기다려볼까?”

“여기 아니면 갈 데도 없어. 일단 기다려보자.”

쟤네 대체 왜 여기까지 와 있는 거야? 분명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으라고 말했는데?

나는 조금 화가 나는 것을 느꼈다.

위험한 일은 하지 않는 게 나를 도와주는 일이란 말이야.

얼마 전에 준석이도 크게 다친 적이 있는 상황이었다.

다행히 밀키웨이의 치료를 받은 끝에 건강을 되찾는 데에는 성공했지만, 앞으로 히어로 활동은 힘들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말을 들으며,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조용히 앉아만 있던 데빌보이, 박준석의 축 처진 어깨도 떠올랐다.

나는 이제 더 이상 친구들을 아프게 하고 싶지 않았다.

쟤넬 어떻게 해야하지?

“어머. 손님이 왔나 보네요. 잠깐 저기 가만히 숨어있어요.”

밀키웨이가 손으로 가리킨 방은, 밀키웨이, 황서현이 가끔 옷을 갈아입기 위해 들어가곤 하던 방이었다.

“손님들이 보면 좀 놀랄 테니까. 저도 먹고는 살아야죠.”

그러면서 나를 억지로 방 안으로 밀어 넣기 시작한다.

나는 일단 분노를 삭히며 밀키웨이가 말하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    *    *

“…진짜 아무도 없나?”

“그래도 긴장 풀지 마. 어디서 무슨 일이 생길지 몰라.”

유진의 말에 소연은 고개를 크게 끄덕였다.

자신 혼자서 온 것도 아니고, 유진도 함께 온 상황이다.

유진을 지키기 위해선 자신이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연! 걱정하지 마라! 데다이트도 긴장 풀지 않는다! 소연! 유진! 꼭 지킨다!”」

소연은 자신의 능력이 데다이트라는 점에 감사함을 느꼈다.

자신이 눈치채지 못하는 상황도 데다이트는 놓치지 않았기 때문이다.

수아가 없는 이상, 자신이 유진을 지켜야만 했다.

“그나저나 여기… 생각했던 거랑은 좀 다르네.”

유진은 한번도 타투를 받아본 적이 없었지만, 들으며 상상하던 분위기랑은 많이 달랐다.

타투를 새겨주는 곳이라면 아티스트의 매력을 느낄 수 있게 꾸며져 있어야 함이 타당할 터인데, 이 가게는 그런 느낌이 없었다.

오히려 병원처럼 삭막하게 느껴지는 정도의 분위기였다.

“그러게… 뭔가 좀 으스스한 것 같기도 하고….”

유진은 가게의 여기저기를 살피며 생각에 잠겼다.

수아의 할머니는 왜 여기로 가보라고 했을까?

이곳에 강수아가 잡혀 있을 것 같아서?

‘아니. 그건 아닐 거야.’

소연에게 데다이트라는 특별한 친구가 있긴 하지만, 수아의 할머니는 그 사실을 알 리가 없다.

위험한 곳이었다면 소연과 유진을 경찰도 없이 이곳으로 보낼 리가 없었다.

그렇다면, 여기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사람이 있다는 이야기가 아닐까?

소연과 유진이 멍하니 가게에 앉아 주변을 둘러보고 있던 바로 그때.

<“소연! 등 뒤!”>

“어서오세요. 어떻게 오셨어요?”

“으앗!”

“엑?”

듣기 좋은 톤의 여자 목소리가 등 뒤에서 들려와 유진과 소연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어머! 놀라게 해서 미안해요.”

등 뒤를 돌아보자마자 소연과 유진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이 사람이 이 가게의 타투이스트구나.

온몸에 남겨져 있는 화려한 타투와는 다르게, 순한 인상의 여자였다.

무언가 사람의 시선을 빨아들이는 듯한 묘한 매력이 있었다.

“타투를 받으러 오기엔 조금 어린 나이인 거 같은데….”

뒤이어 나오는 말에 소연과 유진은 자신들이 멍하니 정신을 놓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까 생각은 모두 끝났다.

도유진은 머릿속에 담겨져있던 말을 꺼내들었다.

“제 친구 수아가 위험에 쳐했어요. 도와주세요.”

벌컥.

그 말을 함과 동시에 문이 벌컥 열리며 누군가 방 안으로 들어왔다.

“너희의 마음, 모두 알아들었다. 나머지는 우리가 할 테니 너희는 집으로 돌아가도록.”

뒤에서 나온 사람은, 히어로 다크 카이저였다.

*    *    *

‘아니. 강림이가 왜 여깄지?’

소연은 갑자기 튀어나온 다크 카이저를 보며 소스라치게 놀랐다. 그리고 그다음엔 조금 화가 났다.

‘많이 걱정했는데….’

‘내가 알아서 할 테니 아무것도 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

그렇게 말해놓곤 어디까지 조사가 되었는지 답을 돌려주지 않았다.

그러던 도중 겨우 수아의 할머니에게 힌트를 얻어 다프네에 도착했던 것이었는데, 다크 카이저는 보란 듯이 미리 도착해서 무언가를 하고 있었다.

그리곤 또다시 자신에게 이렇게 말하고 있었다.

수아를 구하는 것은 내가 알아서 하겠다. 너희는 아무것도 하지 말고 돌아가서 나만 믿어라.

‘아니, 이번엔 싫어.’

지난번에 크게 다친 강림이를 보며 소연은 양심의 가책을 느꼈었다.

힘을 가지고도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신이 초라하게 느껴졌었다.

그래서 이번엔 그렇게 할 수 없었다.

나도 다크 카이저 못지 않은 힘을 가지고 있다.

나도 수아를, 강림이를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었다.

이번에는 강림이만 위험에 쳐하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아니요. 그럴 수 없어요. 강수아는 내 친구니까요. 제가 꼭 구해주고 싶어요.”

소연의 머릿속에서, 알 수 없는 빛이 번쩍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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