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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만화 속으로 나 강림-154화 (154/236)
  • 제154화

    가족(4)

    dudadadada!

    Dudadadadada!

    DUDADADADADADA!

    “그만! 그만!!!”

    DUDADADADADADA!

    “그만하라고!!”

    유규철이 주먹을 쥐고 머리 위에서 흔들어 대고 나서야, 브루트들은 사격을 그만두었다.

    “뭐야? 왜?”

    “왜긴 왜야? 그렇게 총알 계속 낭비했다가 이따가 총알 부족하면 어쩌려고 그래? 적당히 해 적당히. 이 정도면 슬슬 올 거니까.”

    “그럼 그냥 맨손으로 싸우면 되지. 뭐가 걱정이야?”

    자신의 옆에 서서 신나게 총을 쏴 재끼던 배승남이 유규철에게 물었다.

    하… 좀 더 똑똑한 놈으로 데려올걸….

    하긴, 이 정도 장비를 입고서 저렇게 여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실상 몇 되지 않는다.

    그나마 유규철 정도야 되니까 저런 걸 입고도 가뿐하게 움직일 수 있는 것이다.

    지금 그들은 장비이라고 부르기엔, 심히 무식해 보이는 갑옷을 온몸에 두른 채 총을 난사하고 있었다.

    언뜻 보면 무쇠덩어리들이 움직이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을 정도였다.

    상급 신체 슈페리어들이더라도 이런 장비를 입고 돌아다니기엔 쉽지 않겠지.

    그나마 불곰파에서 가장 힘이 센 편인 유규철과 배승남, 그리고 서상철 셋이었기 때문에 이렇게 무식하고 무거운 갑옷을 입고도 전투를 할 수 있는 것이다.

    다만, 그런 갑옷을 입고 도시에 들어올 순 없었던 터라, 눈에 띄지 않게 숨겨 들어오느라 고생깨나 할 수밖에 없었다.

    “총알을 좀 남겨놔야 놈들이랑 실감나게 연기라도 좀 할 거 아냐.”

    “뭐? 어떤 놈들?”

    머저리처럼 묻는 배승남의 질문에, 유규철이 더는 참지 못하고 한마디 쏘아주려던 때였다.

    “경찰이랑 자경단놈들 말씀이시죠?”

    네 명의 브루트들 중, 가장 덩치가 작은 브루트, 탁동현이 입을 열어 물었다.

    아까 전까지 택배 유니폼을 입고 장비를 옮기던 브루트 중 한 명이었다.

    그래도 데려온 놈들 중에 말이 통하는 놈이 하나라도 있어서 다행이다. 안타깝게도 영상 편집을 할 수 있을 정도로 똑똑하진 않았지만….

    “그래. 우리의 진짜 목적은 이런 평범한 사람들이 아니라, 경찰들이니까. 그런 의미에서 네 역할이 이곳에서 가장 크다.”

    동현이 입고 있는 조끼 안에는 폭약이 들어가 있는 상태였다. 손에 쥔 버튼만 누른다면 주변을 초토화시킬 수 있을 정도.

    이제 시선을 끌어놨으니, 경찰이 이곳에 도착하기만을 기다리면 된다.

    유규철은 때를 기다리고 있었다.

    그나저나… 이 놈의 갑옷 진짜 더워 뒤지겠네.

    *    *    *

    지나는 골목의 쓰레기통에 숨어있는 상태였다.

    예전에 식당 알바하면서 위치를 파악해둔 적 있는, 사람이 들어가도 충분할 만큼 큰 쓰레기통이었다.

    이렇게 냄새가 심한 곳에 누군가 들어가서 숨어있을 거라곤 아무도 생각하지 못할 터였다.

    지나는 조용히 눈을 감고 바깥의 소리를 들었다.

    숫자는 넷. 무겁고 커다란 세 명이, 작고 가벼운 한 명을 지키듯 둘러싼 채 걷고 있는 모습이었다.

    아무런 장비도 없는 지금 같은 상황에서 저들 중 한 명을 제압하기 위해선, 가장 작고 장비도 약한 브루트를 제압한 뒤, 총을 빼앗아 사용할 생각이었는데. 놈들이 한 명을 둘러싼 채 움직이고 있는 탓에 그런 상황이 나올 것 같진 않았다.

    ‘애초에 저들이 입고 있는 저 갑옷에 총탄이 박히긴 할까?’

    무식하리만치 무거운 갑옷을 입고 있는 세 명의 브루트들을 어떻게 해야 상대할 수 있을지.

    아무리 고민을 해봐도, 현재 지나의 능력으론 역부족이라는 결론 밖에 나오지 않았다.

    그렇지만 지나가 바깥으로 나온 것이 완전히 헛된 일이 되지만은 않았다.

    바깥에서 도망치지 못한 꼬마 아이를 구해낼 수 있었으니까.

    지나는 자신이 품에 안고 숨은 여자아이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지금의 지나가 할 수 있는 것은, 지금 품 안에 안겨있는 이 꼬마를 지키는 것뿐이었다.

    ‘나… 생각보다 엄청 약했구나….’

    지나는 비슷한 또래의 히어로 지망생들 중에서는 자신이 상위권에 있으리라고 자부하고 있었다.

    대형 엔터테인먼트의 히어로 지망생들이 우수수 도망치는 태양 체육관에서의 훈련을, 지나는 참아내고 버텨낼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것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이 세상에서 누군가를 구해내기 위해서는 훨씬 더 강해져야만 했다.

    그 순간, 지나는 머릿속에서 강림의 모습을 떠올렸다.

    초능력이 없는데도 그 심한 훈련들을 모두 소화해낼 정도로 의지가 깊은 친구.

    어쩐지 지나는, 오늘만큼은 강림이 왜 그렇게 치열하게 훈련했는지를 조금 알 것만 같았다.

    쿵… 쿵….

    커다란 갑옷을 입은 탓인지 무겁게 느껴지는 발걸음 소리가 지나의 귀를 울렸다.

    ‘그냥 지나가라… 지나가라….’

    그들이 자신이 숨어있는 쓰레기통 옆을 지나가는 바로 그때.

    지나는 자신의 발밑이 따뜻해지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안고 있던 아이의 몸이 부르르 떨리는 것이 느껴진다.

    극도의 공포를 참지 못하고 아이가 소변을 누고 만 것이다.

    ‘괜찮아… 괜찮아….’

    아이가 이런 상황에서 공포심을 완전히 참을 수 있는 것도 어려운 일이었을 거다.

    어차피 쓰레기 냄새가 풍기는 쓰레기통 안이었으니 소변 냄새로 들킬 일도 없을 터였다.

    하지만, 세상만사가 꼭 생각대로만 돌아가는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앞을 걸어가던 브루트들 중의 한명이, 허공에 대고 코를 킁킁거리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흠… 큼흠흠… 갑자기 소변 냄새가 나는데?”

    “뭐? 갑자기 어디서?”

    “쓰레기통에서 나는 거 같은데.”

    “쓰레기통이잖아. 냄새 나는 게 당연하지.”

    “그런가?”

    그렇게 브루트의 착각으로 끝날 수도 있던 일이었으나….

    “흑… 흐흐흑…. 흑….”

    극도의 공포에 질려 있는 아이는 그 소리에 공포를 참지 못하고 울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뭐야? 저 안에 뭐가 숨어있는 거 같은데?”

    “뭐? 잘됐네. 인질 삼아 데리고 다니자고.”

    쿵… 쿵… 쿵….

    커다란 발소리가 점점 지나를 향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다.

    지나는 바닥에 떨어져있던 깨진 병조각을 집어 들었다.

    지금 여기서 아이라도 구하기 위해선, 자신이 바깥으로 뛰어나가 미끼 역할이라도 해야만 했다.

    쿵… 쿵… 쿵….

    발걸음 소리가 자신의 코앞까지 가까워진 바로 그때.

    지나는 병조각을 꼭 쥐고 바깥으로 뛰쳐 나갔다.

    쓰레기통 안을 들여다보려는 듯, 브루트의 얼굴이 한껏 가까워진 상태였다.

    지나는 쥐고 있던 병조각을 브루트를 향해 휘둘렀다.

    스윽-

    회심의 일격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지나가 휘두른 병조각은 브루트의 콧잔등만을 살짝 스치고 지나가고 말았다.

    “으윽! 뭐야? 이 쥐새끼 같은 게. 하마터면 눈 찔릴 뻔했잖아!”

    하지만, 그것만으로도 브루트를 분노케 하는 데에는 충분했던 모양이다.

    분노한 브루트가 지나의 목을 쥔 채 들어올린다.

    “야! 아까 말했잖아. 아무나 죽이면 안 된다니까!”

    “누가 죽인대? 아까 인질로 삼는다며. 인질로 삼으려면 좀… 얌전해져야할 거 아냐.”

    브루트의 손아귀에 점점 힘이 들어가는 것이 느껴진다.

    지나는 점점 정신이 흐려지는 것을 느꼈다.

    완전히 정신을 잃을뻔했던, 바로 그 순간.

    “끄윽… 끅… 끄으윽….”

    갑자기 지나를 쥐고 있던 브루트의 손에서 힘이 빠졌다.

    “컥… 케엑… 컥….”

    “지금 여기, 나 강림.”

    바닥에 떨어져 숨을 몰아쉬는 지나의 귀로 익숙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뭐야 이새끼! 너 누구야!”

    “어둠의 황제. 더 다크 카이저다.”

    *    *    *

    지나의 목을 쥐고 있는 브루트의 몸 위로 뛰어내리며, 나는 놈의 목을 확 졸랐다.

    아무리 덩치가 크고, 힘이 쌔고, 심지어는 두꺼운 철판 갑옷을 입고 있다고 해도, 관절 부분인 목을 보호하기란 힘들다.

    대비도 못하고 목이 졸린 녀석은, 제대로 힘도 주지 못하고 목이 졸리고 말았다.

    “끄윽… 끅… 끄으윽….”

    정확히 피가 머리로 향하는 통로를 틀어막아 주면, 채 3초도 되지 않아 기절시킬 수가 있다.

    다행히 덩치가 큰 만큼, 놈의 핏줄도 꽤 도드라지게 보이는 편이었다.

    배운 지 얼마 되지 않아 정확한 위치를 노렸을지 걱정이 되었었지만, 나는 놈을 채 5초도 되지 않아 기절시킬 수 있었다.

    “지금 여기, 나 강림.”

    내게 목을 졸린 한 녀석이 기절하고 나서야 멍하니 상황을 보던 브루트들이 나를 향해 총을 겨눈다.

    “뭐야 이 새끼! 너 누구야!”

    내가 누구냐고?

    아직도 내가 누군지 모르는 사람이 이 도시에 있단 말이야?

    “내가 누구냐고?”

    그럼 알려주마. 내가 누구인지.

    “어둠의 황제. 더 다크 카이저다.”

    예전 같았으면, 이 소개를 들은 놈들이 웃음을 터트릴 차례였겠지만.

    “쳇. 경찰이 오기도 전에 먼저 다크 카이저를 만나고 말았군.”

    “괜찮아! 걱정하지 마! 예상 범위 안이다! 플랜B로 간다!”

    지금은 예전과는 다르게, 내 이름을 들은 놈들이 긴장해오는 것이 느껴졌다.

    이게 바로 명성인가? 유명해지니까 좋은 점도 있네.

    “뭐? 플랜B가 뭔데?”

    “경찰이 올때까지 버티는 거!”

    뭐?

    경찰이 와서 좋을 게 뭐가 있다고 경찰이 올 때까지 버텨?

    놈들의 말에 생긴 의문을 해소하기도 전에 놈들이 들고 있는 총이 불을 뿜는다.

    DUDADADADADADA!

    무식한 덩치에 맞게 무식하리만치 큰 총이었다.

    나는 다크 쉴드를 손에 든 채 놈들의 총탄을 막아내며 지나를 어깨에 들쳐업었다.

    일단은 지나를 안전한곳으로 옮기고, 그 다음에 놈들을 제대로 상대해줄 생각이었는데….

    내게 업힌 지나가 내 귓가에 대고 입을 열었다.

    “쓰… 쓰레기통… 안에… 아이가… 있어요….”

    꽃냄새를 풍기던 평소와 다르게, 쓰레기통 냄새를 풀풀 풍기더라니, 안에서 아이를 지키고 있었구나.

    총탄이 닿지 않을 골목에 지나를 세워준 뒤 나는 입을 열었다.

    “알겠소. 걱정하지 말고 여기서 기다리시오.”

    숨이 부족해 시퍼렇게 변한 입술로 나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는 설지나.

    나는 쉴드의 남은 에너지 창을 열어보았다.

    Dark Shield

    ■■□□□□□□□□□□□

    방금 지나를 구하면서 가지고 있던 쉴드의 에너지를 모두 소모한 상태.

    뭔 총이 저렇게 무식해?

    두꺼운 갑옷을 입고, 커다란 총을 들고 있는 놈들에게 약점은 없어보였지만….

    나는 놈들이 입고 있는 두꺼운 갑옷을 보자마자 어떻게 해야 놈들을 제압할 수 있을지 생각해둔 상태였다.

    벨제뷔트!

    【“그래. 알겠다.”】

    나는 좁은 골목길의 내부에서 오른손을 펼쳤다.

    놈들이 입고 있는 갑옷은, 총탄을 막아주는 데에는 충분히 강할 테지만, 철판이 가득 차 있는 만큼, 뜨거운 온도에는 취약했다.

    안에 안감이랄 것도 없어 보이는데, 흑염으로 달궈주면 아주 그냥 좋아죽을걸?

    나는 손을 펼쳐 골목길을 향해, 흑염룡을 풀어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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