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만화 속으로 나 강림-149화 (149/236)

149화

사이드킥(3)

“어이. 너희 뭐야? 여기 왜 왔어?”

서창수는 소리가 들려오는 곳을 향해 고개를 들어올렸다.

고개를 들어 올린 곳에는 약물이 담긴 커다란 통을 어깨에 메고 있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팬텀.

어깨에 메고 있는 약물로 육체 능력을 강화시킨 망령당 소속의 전투요원들이다.

보라색이나 녹색 약물이 든 통을 메고 있는 것으로 보아 중-하급 팬텀들이 분명했지만, 서창수에게는 하급 팬텀들마저도 공포의 대상이었다.

서창수는 괜히 그들의 심기를 거스리지 않기 위해 그들을 향해 고개를 푹 숙였다.

“3라인에서 원자재 옮기라는 말을 듣고 왔습니다.”

팬텀 중 하나가 그런 서창수에게 가까이 와 서창수의 목걸이를 확인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인다.

“그래. 조심 조심히 옮겨. 그거 옮기다 떨어트리면 네 인생은 거기서 끝이야.”

“넵! 알겠습니다! 김씨. 박씨. 어서 가자고.”

놈들이 하는 질문에 서창수는 일부러 과장되게 대답한 후, 함께 온 동료들과 조심스럽게 짐을 짊어졌다.

‘와… X팔… 진짜 X나 무겁네.’

씨익- 쌔액-

서창수의 귓가로 자신이 쉬는 숨소리가 여과 없이 들려왔다. 얼굴에 쓰고 있는 방독면 때문이었다.

짐도 무거웠지만, 얼굴에 쓴 방독면 때문에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다는 게 훨씬 힘들었다.

하지만 만약, 지금 짊어진 짐을 떨어트리기라도 한다면, 방금 놈들이 말한 대로 창수의 인생은 여기서 끝이 날 터였다.

아니, 창수의 인생만 끝인 것이 아니라, 약물 중독에 걸린 창수 가족의 인생도 종을 친 거나 다름없다.

무거운 짐을 짊어진 창수는 이를 악물었다.

그놈의 마약, 시작도 하는 게 아니었는데….

이곳은, 천산시의 나박동에 위치한 키메라 공장이었다.

망령당은 자신들의 약물에 중독되어 빚을 진 사람들을 데려다가 마약 공장에서 강제로 약을 만들게 시키곤 했다.

그리고 창수는 그런 마약 중독자 중 한 명이었다.

일반적으로 한번 이렇게 망령당의 공장까지 떨어진 사람들이 공장을 빠져나가기란 쉽지 않았다.

공장에서 일하면서도 계속해서 공장 내부에서 약한 종류의 마약을 판매하고 있는 탓이었다.

이미 마약 중독자로 이곳에 떨어진 사람들은 그 유혹을 벗어나지 못하고 계속해서 약을 하게 되는 것이다.

약물에 중독된 몸이 쓰러지기 직전까지, 계속해서.

“크… 컥… 억….”

우당탕!

자신의 옆에서 함께 짐을 나르던 박씨가 짐을 떨어트리고 바닥을 뒹군다.

“아 X발 뭐야? 내가 떨어트리면 네 인생 쫑난다고 했어 안했어?”

퍼억-!

쏜살같이 달려온 팬텀 중 한 명이 박씨의 배를 걷어찼지만, 박씨는 미동도 하지 않았다.

“어? 뭐야? 야 이 새끼 맛탱이 갔는데?”

“그러네. 어이. 너. 그거 내려놓고 쓰러진 요놈부터 치워라.”

“예.”

자신의 옆에서 짐을 나르던 김씨가 박씨를 업었다.

창수는 정신을 잃은 박씨의 모습에서 자신의 미래를 보았다.

별다른 일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창수도 곧 그렇게 될 운명이었다.

하지만 오늘은 별 다른 일이 일어나는 날이었던 모양이다.

깜빡… 깜빡….

공장 내부 통로의 조명이 갑자기 불안하게 깜빡이기 시작한 것이다.

“뭐야? 갑자기 왜 이래?”

“정전인가? 가면 알아서 발전기 확인 하겠지.”

다시 한번, 깜빡.

불이 꺼졌다 켜졌을 때, 복도 저편에 지금까지 못 보던 사람 둘이 서 있었다.

아니, 사람이 아니었다.

악마.

검붉은 피부의, 두 눈에서 서로 다른 색의 안광을 내뿜고 악마와, 붉은색의 가면을 쓴 악마가 그들을 바라보고 서 있었다.

“히에에엑!”

창수는 깜짝 놀라 몸을 숙였다.

“너희 뭐야? 누구냐?”

“여기 어떻게 들어왔어? 어?”

긴장한 듯한 팬텀들의 목소리가 들려오고, 다시 한번 불이 깜빡인다.

다시 나타난 악마들은 팬텀들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와 있었다.

“으아아악!”

“죽여! 죽여버려!”

그리고 시작된 전투.

압도적인 유린.

초능력자들의 전투라곤 한 번도 본 적 없는 문외한인 창수의 눈에도 그것은 압도적인 유린처럼 보였다.

“우리가 누구냐고?”

빛이 깜빡일 때마다 악마들에 의해 순식간에 두세 명의 팬텀들이 쓰러져나갔다.

“악마. 너희에게 벌을 주러 지옥에서 강림한 악마다.”

*    *    *

데빌 보이, 박준석과 함께한 키메라 공장의 전투는 생각보다 훨씬 수월하게 끝이 났다.

이번 공장에선, 망령당의 전투요원들이 생각보다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다크 스코프 아저씨가 잘 가르치긴 했네.

육체 계열 슈페리어였긴 했지만, 살면서 한 번도 제대로 운동을 해본 적이 없는 탓에 막 각성한 힘에 끌려다니는 수준에 가까웠던 준석의 몸놀림도 많이 정리되어 있었고, 사용하는 장비들도 강화된 탓에 크게 상처 입지 않고도 주변을 정리할 수 있었다.

특히 순간이동을 활용한 보조와 지원은 가히 환상적이라고 할 수 있었다.

내가 빠르게 정리하지 못하는 상황이나,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나는 것을 빠르게 수습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아마 나 혼자서 이 공장을 정리하려고 마음 먹었다면, 훨씬 더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야만 했을 거다.

그럼, 이제 본격적으로 내가 할 일을 해볼까?

나는 내 눈앞에 있는 남자의 멱살을 쥐고 들어 올렸다.

“어어? 어이구. 손속이 거치시네.”

추재식.

“헤헤헤… 너희가 나한테 어떤 짓을 하든… 난 절대 입을 열지 않을 거다.”

정애정과 마찬가지로 나박동의 공장을 관리하는 구역장이었다.

제대로 된 기반이 없음에도 공석이 나온 탓에 구역장이 되었던 정애정과는 다르게, 5년이 넘게 나박동의 구역장으로서 활동하고 있는, 망령당의 간부진 중 하나였다.

기본적으로 망령당의 조직원들은 자신들의 조직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그도 그럴 것이, 망령당의 조직원 대부분이 약물 중독자인 상황이니까.

그래서 그런지 망령당은 신문(訊問)을 해서 얻어낼 수 있는 정보가 거의 없다.

약물이 없으면 거의 살아갈 수 없는 수준의 몸이 된 상태이기 때문에, 정보를 아는 것이 있어도 말하지 않고 입을 다무는 것이다.

그래야만 자신들이 약을 받을 수 있으니까.

이 세계에 와서 가장 먼저 나와 대적했던 집단이 망령당이었음에도 내가 지금까지 망령당을 완전히 끝낼 수 없었던 것도 이러한 이유였다.

내가 할 수 있는 수준 안에선 아무리 겁을 줘도 제대로 된 정보를 내뱉지 않는다.

내가 히어로라는 탈을 쓰고 있는 이상, 놈들을 크게 해할 순 없다는 걸 놈들도 아는 것이다.

그건, 내가 지금 멱살을 잡고 끌어올린 추재식도 마찬가지였다.

내 옆에 있던 데빌 보이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너 진짜 이러다가 뒤지는 수가 있어. 우리가 정말 너한테 아무런 짓도 안 할 것 같아?”

“어차피 경찰이 오면 너희도 도망가야 하는 신세 아닌가? 그 안에 나한테 뭘 해봐야 얼마나 할 수 있다고… 내가 그런 너희에게 아는 걸 왜 말해 주냐?”

코피를 줄줄 흘리면서도 실실 웃으며 우리를 바라보고 있는 놈의 얼굴은 얄밉기 그지 없었다.

저거 말하는 것도 그렇고 생긴 것도 그렇고, 한 대 콱 쳐버리고 싶네.

퍼억-!

그런 내 마음을 읽은 것처럼 데빌 보이의 주먹이 놈의 얼굴을 후려친다.

“악! 내 코!”

안 그래도 낮았던 놈의 코가 다시 한번 푹 꺼지며 피를 뿜어낸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했다. 내 몫까지 한 번 더 쳐라.”

“네. 보스.”

퍼억-!

또다시 같은 장소에 틀어박히는 데빌 보이의 주먹.

“아아아악! 이 개---새X들아!!! 내가 이런다고 입을 열 것 같으냐? 날 죽일 각오 정도는 하고 있어야 내 입을 열 수 있을 거다!”

[“마스터. 저놈 너무 기고만장한데 흑염의 맛 좀 한번 보여주시죠? 흑염 쓴다고 크게 다치는 건 아니잖아요.”]

아니야. 우리가 얻어내야할 정보가 하급 조직원이나 알고 있을 법한 정보라면 그게 가능했을지도 몰라.

하지만 요놈은 그래도 나름대로 한 구역의 간부란 말이지. 간부 정도 되면 흑염으로 주는 고통 정도는 충분히 참을 거야.

한 30분 정도 차분하게 고문할 시간이 있으면 모를까, 앞으로 10분 정도만 더 있으면 경찰이 여기까지 들이닥칠테니까.

[“으윽… 그럼 이번에도 이렇게 아무런 수확 없이 끝이 나야 하는 건가요? 아쉽네요….”]

아니, 헬 카이저 상태에서 시험해보고 싶은 방법이 하나 있었거든. 될지 안 될지 모르겠지만, 한번 해볼 가치는 있어.

[“네? 그 방법이 뭔데요?”]

지금 보여줄게.

나는 오른쪽 눈의 붉은 기운을 놈의 머릿속으로 집어 넣었다.

*    *    *

내 오른쪽 눈에는 지금까지 총 세 가지의 능력이 잠들어있다.

첫 번째로, 내가 알아차리지 못한 위협적인 미래를 알려주는 능력.

두 번째는, 붉은 기운이 보는 것을 내가 대신해서 볼 수 있게 되는 능력.

그리고 세 번째는, 다른 사람의 정신 세계에 들어가는 능력이다.

나는 이 세 가지의 능력 중 마지막 능력인, 다른 사람의 정신 세계에 들어가는 능력을 신문의 용도로 사용하려고 하고 있었다.

이 정신 세계에선 바깥과는 시간의 흐름이 다르다.

바깥의 시간이 10분 정도라면, 이 정신 세계에서 흐르는 시간은 최소한 하루 정도는 될 수 있을 거다.

그럼 그 시간 동안 놈의 정신을 휘저으며 놈과 대화할 시간을 벌 수도 있다.

그런데 왜 지금까지 그런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느냐고 묻는다면, 이 능력에는 큰 단점이 하나 있었기 때문이다.

왜인지 모르겠지만 다크 카이저의 슈트를 입고는, 정신 세계로 들어올 수 없었으니까.

아마 AI인 제인은 이곳까지 들어올 정신이 없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혼자 생각하고 있긴 했다.

하지만 지옥의 군주이자 악마의 왕인 벨제뷔트는 달랐다.

제인은 오지 못하는 정신세계에도 벨제뷔트는 함께 들어올 수 있는 것이다.

그러면, 헬 카이저의 슈트도 입은 채 들어올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에 한번 실험해보려고 했던 건데….

나는 정신 세계에 들어와서의 내 모습을 살펴보았다.

검붉은색의 슈트, 얼굴에 쓴 가면, 오른손의 체인….

내 예상이 맞았다.

분명 정신 세계에 들어왔지만, 내 몸에 입혀져 있는 헬 카이저의 슈트는 그대로였다.

“뭐야? 여긴 어디냐? 너, 나를 어디로 데려온거야?”

갑작스럽게 정신 세계에 온 탓인지 놀란 표정으로 나를 향해 삿대질하기 시작하는 추재식을 보며 나는 씩 웃었다.

넌 오늘 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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