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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 만화 속으로 나 강림-148화 (148/236)
  • 148화

    사이드킥(2)

    사실, 지난 두 달 동안 데빌 보이, 박준석은 세 명의 사이드킥 스승들에게 사이드킥으로서의 여러 가지 수행을 받고 온 상태였다.

    “당신의 능력은, 생각보다 훨씬 더 활용도가 높은 능력이에요. 이제부터 같이 능력의 활용에 대해 고민해보기로 해요.”

    캡틴 클라우드의 사이드킥, 레인 걸에게는 능력의 활용에 대한 부분을.

    “꼬마 친구. 꼬마 친구는 기본적으로 신체 계열 슈페리어란 말이야. 신체 계열 슈페리어는 자기 자신을 강화할 줄 알아야만 해. 무기로 배트를 쓴다고 했나?”

    솔라 버드의 사이드킥, 문 캣에게서는 신체의 활용에 대한 부분을.

    “제가 데빌 보이님의 컨셉을 보고 만들어 본, 데빌 보이님을 위한 슈트와 도구들입니다. 아, 그리고 저는 사이드킥으로서 히어로에게 사랑받을 수 있는 여러 가지 비법에 대해 알려드리지요.”

    마지막으로, 다크 카이저의 사이드킥, 다크 스코프에게서는 장비와 함께, 사이드킥으로서의 처세술과 정보 수집 방법에 대해서 배웠다.

    그 시간들은… 정말 하루하루가 값진, 귀중한 시간들이었다.

    하루하루, 그런 값진 특훈을 받던 데빌 보이의 머릿속엔 한 가지 의문이 생겼다.

    대체 왜 자신에게 이렇게까지 공을 들여 특훈을 해주는 것일까?

    얼굴을 가리고 히어로 활동을 하는, 서로의 본명도 모르는 사람들끼리 주고받는 특훈이라고 생각하기엔, 지나치게 귀중한 기술들을 전수해주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결국 특훈이 끝나던 마지막 날, 데빌 보이는 자신의 세 스승에게 묻고야 말았다.

    “여… 여러분은 어째서 저에게 이렇게 잘해주시는 건가요? 대체 왜 저한테 이렇게 잘해주시나요?”

    데빌 보이의 그런 질문을 받은 세 사이드킥들은, 잠시 곤란한 표정으로 서로 눈을 마주쳤다.

    “데빌 보이를 데려온 사람이 다크 스코프씨니까, 다크 스코프 씨가 말씀하시죠?”

    “배분이라는 게 있지 않습니까? 저는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은 신입이라….”

    “어휴. 답답하게 만드는구만. 그럼 내가 하마.”

    근육질의 팔뚝을 엮어 팔짱을 낀 채, 문 캣이 근엄하게 입을 열었다.

    “사실, 히어로의 옆에 서 있는 사이드킥이라는 존재는 주목받기 힘든 존재들이잖아. 사실 그렇지. 누군가의 조수를 자처한다는 건, 결국 그 사람을 빛나게 도와줘야 한다는 뜻이니까.”

    “맞아요….”

    문 캣의 그런 말에 양옆에 서 있던 레인 걸과 다크 스코프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우리는 결국, 언제나 2인자로서 불리기 마련이지. 심지어는 별것 아닌 존재들인 것처럼 비웃음당하기도 하고… 그래서 최근엔 사이드킥을 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사라지는 추세더군. 안타까운 일이야.”

    “안타까운 일이에요….”

    “으음….”

    문 캣의 그런 말에 양옆에 서 있던 레인 걸과 다크 스코프가 침음성을 내었다.

    “그렇게 주목받기 힘든 사이드킥을 자처하는 후배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었다고 생각해라. 그리고, 혹시 너도 다음번에 사이드킥 후배를 만나게 된다면, 꼭 우리처럼 후배들을 도와줄 수 있었으면 한다.”

    “꼭 그렇게 해주세요. 사이드킥 후배가 생긴다면, 그 후배가 후배를 가르칠 수 있도록.”

    “그렇게 된다면, 우리의 노력이 헛되었다고 할 순 없겠지요.”

    “스… 스승님들…!”

    그 말을 들은 데빌 보이, 박준석은 자신의 스승님들 앞에서 무릎을 꿇고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스승님들이 가르쳐 주신 것처럼, 꼭 멋진 사이드킥이 되어 헬 카이저님을 제대로 보조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그렇게, 준석은 진정한 사이드킥, 데빌 보이로 거듭나게 된 것이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데빌보이! 정신 차리십시오!”>

    데빌 보이는 귓가에서 들리는 다크 스코프의 목소리에 과거 회상에서 깨어났다.

    데빌 보이는 현재, 다크 스코프가 만들어준 섀도우-호출기를 귀에 낀 채 임무에 임하고 있었다.

    특훈이 끝났으니 첫 훈련까지는 지켜봐야 한다는 스승님들의 걱정스러운 염려 때문이었다.

    <“데빌 보이님의 이상행동 때문에 헬 카이저님께서 의문스럽게 생각하고 계십니다! 정신 차리십시오!”>

    “대체… 뭐가 그렇게 감사하다는 거지?”

    자신을 보는 헬 카이저님의 목소리와 표정에는 당황이 묻어나와 있었다.

    “아. 죄송합니다, 보스. 잠시 특훈 때 배웠던 것들에 대해 복기하고 있었습니다.”

    값진 시간이었지만, 정말 힘든 시간들이기도 했다.

    특훈하던 때를 떠올리던 데빌 보이는 흐르려는 눈물을 훔쳤다.

    “…갑자기 울긴 또 왜 울어?”

    “아… 아닙니다, 우는 거. 이건 근육통 때문에 바른, 파스 때문에 나는 눈물입니다.”

    실제로 지난 두 달간, 데빌 보이는 문 캣의 엄청난 특훈을 버티기 위해 물파스를 엄청나게 뿌렸었다. 반에서 가장 친한 친구인, 나강림이 파스 냄새가 나니까 가까이 오지 말라고 소리를 지를 정도로….

    ‘하긴… 여자들이랑 놀기 바쁜 나강림은 히어로의 사이드킥으로서의 이 고뇌와 아픔을 알 리가 없지.’

    히어로인 자신이 일반인인 친구들을 용서하는 것은 당연하니까.

    “…그 ‘데빌 수리검’은 대체 언제 쓸 생각이지?”

    “앗! 기다리게 해서 죄송합니다!”

    기껏 그렇게 열심히 특훈 했는데, 여기서 정신 못 차리고 버벅대선 안 돼…! 지금 스승님들이 보고 계신다고!

    “그럼 제가 먼저 돌입하겠습니다.”

    이번엔 해내야 해… 이건 기회야… 보스에게 깊은 인상을 남길 기회….

    데빌 보이는 자신의 손에 쥐어진 데빌 수리검을 내려다보았다.

    손이 닿은 작은 물건을 던져야만 순간이동을 할 수 있는 데빌 보이의 능력을 고려해 다크 스코프가 만들어 준 장비 중 하나였다.

    ‘감사합니다. 다크 스코프 스승님…!’

    잠시 심호흡을 한 데빌 보이가 수리검을 던졌다. 데빌 수리검이 허공을 가르고 날았다.

    슈와아아아악!

    허공을 가르며, 소리도 없이 날아간 수리검은 옥상으로 올라가는 계단 난간에 정확하게 박혀 들어갔다.

    ‘이렇게 소리도 없이, 노린 곳에 정확하게 맞아 들어가게 하느라 엄청난 특훈을 했었지. 감사합니다. 문 캣 스승님.’

    그리고 난간에 틀어박힌 수리검의 위치로 순간이동.

    순식간에 2층의 한 가운데에서 나타나게 된 데빌 보이는 곧바로 등 뒤에서 단죄의 봉을 꺼내 들었다.

    촤촤착!

    데빌 보이의 손아귀에 쥐어진 작은 봉이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더니 배트의 형태로 변했다.

    데빌 보이는 곧바로 손아귀에 나타난 배트를 휘둘러 자신을 눈치채지도 못한 보초의 무릎 뒤를 후려쳤다.

    “컥!”

    깜짝 놀라 무릎을 꿇는 보초의 목에 배트를 건다.

    이대로 앞으로 단 3초. 문 캣에게서 배운 기술로 3초 안에 데빌 보이는 보초를 기절시킬 자신이 있었지만.

    “앗! 침입자…!”

    옆에 있던 다른 보초는 눈먼 장님이 아닌지라 자신이 나타났다는 걸 알아차리고야 말았다.

    ‘이럴 때를 대비해서 다크 스코프 스승님이 만들어준 기능이 하나 있었지.’

    데빌 보이는 곧바로 배트의 손잡이에 달린 버튼을 조작했다.

    배트에서 흐른 전류가 보초의 몸을 타고 보초를 기절시켰다.

    <“머리 위. 머리 위로 던지세요.”>

    귓가로 들려오는 레인 걸의 목소리에, 데빌 보이는 자신에게 총을 겨누는 보초의 머리 위로 수리검을 던졌다.

    수리검이 자신의 머리 위를 향해 던져지는 것을 보며, 두 번째 보초는 깜짝 놀라 방아쇠를 갈기려고 했지만.

    슈우욱!

    데빌 보이의 몸은 이미, 보초의 머리 위로 순간이동 되어 있는 상태였다.

    “대부분 적은 당신이 머리 위로 나타날 거라곤 생각하지 못할 거예요. 머리 위에서 나타나는 기습이야말로, 당신이 할 수 있는 최고의 기술 중 하나에요!”

    특훈하며 들었던 레인 걸의 조언이 머릿속을 울렸다.

    ‘감사합니다…! 레인걸 스승님!’

    데빌보이는 곧바로 손에 쥐고 있던 배트를 밑으로 휘둘렀고,

    휘두른 배트는 놈이 방아쇠를 당기는 것보다 더 빠르게 놈의 머리에 닿았다.

    <“잘했습니다. 데빌보이. 헬 카이저 님도 1층을 제압하는 데에 성공했으니, 이젠 돌입할 차례입니다.”>

    귓가에 들려오는 말에 데빌 보이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고 옥상에서 밑으로 뛰어내렸다.

    툭!

    꽤 높은 곳에서 뛰어내렸지만, 그동안의 특훈으로 인해 데빌보이는 큰소리도 내지 않고 바닥으로 뛰어내릴 수 있었다.

    “특훈을 했다더니, 확실히 몸놀림이 좋아졌군. 사용하는 도구도 좋아진 것 같고.”

    <“데빌보이! 지금입니다! 히어로께서 칭찬을 해주셨을 때! 이럴 때 조금 오버해서라도 감사의 인사를 드리면 깊은 인상을 드릴 수 있을 겁니다!”>

    귓가에 들려오는 다크 스코프의 목소리를 들으며 데빌 보이는 차렷자세를 취하고 고개를 쳐들었다.

    “감사함다! 뽀스! 전부 보스의 하해와 같은 은혜 덕분입니다요!”

    <“잘했습니다! 바로 그겁니다!”>

    데빌 보이는 귓가에 들려오는 스승님들의 목소리를 들으며 씨익 웃었다.

    오늘의 임무는, 성공적으로 끝날 것만 같았다.

    “그런데… 하나만 물어봐도 되나?”

    “네! 말씀하십쇼! 뽀쓰!”

    “귀에 낀 그거, 대체 누구랑 통화하려고 끼고 있는 거지?”

    헬 카이저가 모든 것을 알아차리기 전까지는.

    *    *    *

    이 아저씨… 대체 요즘 뭐 하고 다니길래 이렇게 조용한가 했더니 이런 걸 하고 있던 거였어?

    나는 데빌 보이의 귀에서 꺼낸 섀도우-호출기를 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내가 다크 카이저로서 활동하는 사이, 데빌 보이를 데리고 엉뚱한 짓을 좀 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헬 카이저 또한 나라는 걸 아니까, 헬 카이저의 사이드킥 노릇을 하는 데빌 보이에게 조금 안쓰러운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 같다.

    그나저나, 초소형으로 새롭게 만들어진 이번 호출기는, 나조차도 알아차리기 힘들 정도로 정교하고 정밀했다.

    아마 제인 없이 헬 카이저로서만 활동했다면 진짜로 눈치채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이번엔 정말 유명한 히어로들이었기에 망정이지, 내가 혹시라도 내 사이드킥이 사실은 빌런의 사주를 받고 있다고 오해해서 공격이라도 했으면, 큰일 날 뻔했지 않나.”

    “죄송합니다. 보스….”

    나한테 잔뜩 혼이나 풀이 죽은 데빌 보이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내게 말했다.

    [“나름 잘해보려고 한 짓인데, 풀이 죽은 거 보니까 좀 불쌍하기도 하네요.”]

    하긴, 애가 무슨 잘못이 있겠어. 이런 애를 꼬드겨서 장난질이나 한 다크 스코프 아저씨가 문제지.

    “일단 나머지 이야기는 이번 임무가 모두 끝난 뒤에 하도록 하지.”

    다크 스코프 아저씨도 함께 말이지.

    “넵…! 감사합니다 뽀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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