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 만화 속으로 나 강림-31화 (31/236)

제31화

아스트로 스타즈(ASTRO Stars)

원작의 스타라이트에겐 자신을 항상 믿어주는 굳건한 자신만의 히어로 팀이 있었다.

통칭, 아스트로 스타즈(ASTRO Stars)라고 불리는 그 히어로 팀은, 매번 들어왔다 나가는 멤버의 차이가 있지만 딱 다섯 명.

스타라이트(STARLIGHT)

퀘이사(QUASAR)

래피드 스타(RAPID STAR)

밀키웨이(MILKY WAY)

슈팅 노바(SHOOTING NOVA)

…로 이루어진 이 다섯 명만큼은 절대 나가지 않은 채 항상 팀업을 이뤄, 아스트로 스타즈의 주축이 된다.

퀘이사야 뭐, 이리저리 부딪힐 일이 많아서 안면 튼 사이인데다, 이미 히어로로서의 확고한 자아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나를 도울 가치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면, 언제든 나를 도와줄 테고,

밀키웨이, 그러니까 다프네의 타투이스트 황서현은 퀘이사가 원한다면 나와 언제든지 협력해 줄 인물이어서 걱정은 되지 않는다.

다만 나머지 인원, 래피드 스타와 슈팅 노바의 영입에 대해서는 꽤 오랫동안 고민을 하던 중이었다.

전 주인공인 최강훈이 있었어야 할 자리에, 최강훈이 가졌어야 할 슈트를 입고 활동하고 있는 나. 다크 카이저가 스타라이트에게서 빼앗아 오는 것을 주저하게 되는 것이 하나 있다면, 스타라이트가 만든 이 팀, 아스트로 스타즈였다.

내가 이 팀에 있는 인원들을 빠르게 모으지 않았던 이유는 세 가지가 있다.

첫째로,

이전에 말했다시피 주인공이던 스타라이트가 자기 손으로 자신의 팀을 모두 죽여 버리는 사건, ‘시빌 워-킬 더 히어로’라는 에피소드가 혹시 내 손으로 이루어지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 가장 컸고.

둘째로,

아주 사소한 이유지만, 한때 원작을 사랑했던 팬으로서의 거부감 때문이었다.

내가 이 팀을 빼앗아오기 주저하는 아주 작은 이유. 내가 너무도 사랑하던 원작 팀에 내가 끼어 있는 것을 그리기가 너무 어색해서였다.

아스트로 스타즈는 무조건 5명. 스타라이트/퀘이사/밀키웨이/래피드 스타/슈팅 노바로 이루어져야만 할 것 같은, 그 히어로 팬으로서의 강박감.

여기에 다른 멤버가 들어온다고? 그것도 스타라이트가 없는 자리에? 어릴 때야 이 팀에 히어로인 내가 들어간다면 어떨까 상상해 봤겠지만, 이런 식으로 이 팀을 만나게 될 줄은 생각조차 하지 못했으니까.

내가 이 세계를 아직 만화 속 세계라고 여기고 있었을 땐, 사실 이런 이유로 히어로들을 찾아다니지 않았던 것도 있었다.

그리고 셋째는….

그들이 겪는 불행이 그들이 히어로 활동을 시작하게 되는 이유이기 때문이다.

*    *    *

그들이 히어로 활동을 하게 만들기 위해선 그들이 불행해져야만 한다.

각 개인이 겪는 불행이 히어로 활동을 하게 되는 계기이기 때문에, 그들을 절망시킬 사건들을 방치해야 한다는 사실.

바로 그게 문제였다.

만약 나의 이런 욕심으로 그들이 망가지는 걸 그저 방치한다면, 난 히어로서의 자격이 있는 걸까?

아니.

만약 그렇게 히어로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고 하더라도, 내 안에서 시작된 의구심과 자괴감은 점차 내 마음을 좀먹을 게 뻔하다.

만약 내가 방치했기 때문에 자신들의 행복을 빼앗긴 히어로들이 그렇게 히어로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나간다고 하더라도, 그것은 세상을 향한 적의로 이어나가는, 조금은 불완전한 히어로 생활이지 않을까?

그런 적의로 이어나가는 히어로 활동이 완전히 잘못된 것이라고 말하고 있는 것은 아니다. 분명 그런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정의도 나 같은 가짜 히어로랑은 다른, 더 제대로 된 동기에서 비롯된 제대로 된 정의일 가능성이 크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멀쩡한 사람들이 자신의 행복을 담보로 삼은 채 히어로 활동을 이어나가게 하고 싶진 않았다.

이 세상에서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이 스스로의 삶을 살아가는 주인공이라는 사실을 깨달았으니까.

갑자기 왜 그런 생각을 하고 있냐고?

내가 쫓고 있는 이 두 명의 빌런이 히어로 래피드 스타가 히어로 활동을 하게 만드는 원인이기 때문이지.

화려한 보석이 달린 옷을 입은 빌런이 달리던 차창 밖으로 총을 내밀어 내게 겨눈다.

평소 같았으면 망토를 이용해 다크 쉴드를 만들어 총알을 막아냈을 테지만, 나는 지금 망토를 이용한 활공을 하는 중이다.

활공 도중 망토로 총알을 막아내는 일은 불가능하지.

DU DA DA DA!

놈이 들고 있는 자동소총의 총알을 피하고자 급하게 활공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향을 비틀어 건물의 옥상으로 떨어진다.

그사이에 멀리 달아나기 시작하는 빌런들의 차.

“하아….”

골드 재킷과 다이아몬드 진저.

각각 이능계와 신체계 능력자로, 골드 재킷은 자신이 타고 있는 차량을 강화하면서 잘 보이지 않게 반투명하게 만들 수 있는 능력을 가졌고, 다이아몬드 진저는 그냥 벽을 투시해 들여다볼 수 있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것이 전부인, 삼류 빌런들이다.

그런데 능력이랑 관계없이 왜 이름을 저렇게 지었냐고?

쟤네는 그냥 보석을 엄청나게 좋아하기 때문이다.

사는 이유가 최대한 많은 보석을 가지기 위해서, 장식장에 갇혀 있는 보석들을 모두 꺼내어 품속에 넣고 사랑해 주기 위해서라고 하니, 이쯤이면 말 다 했다.

큰길에 있는 보석상이 털렸다는 소리를 듣고 혹시나 하는 마음에 급하게 출동해 확인해 보니, 그놈들이 맞다.

진작 알고 미리 막아낼 수 있었다면 고민할 필요도 없었겠지만, 5년이나 전에 보던 만화에 나온 사건의 정확한 시기를 예측해 낼 만큼 내 머리가 똑똑하진 못하다.

은퇴했던 히어로인 래피드 스타는 이 사건의 끝, 잘 보이지 않는 자동차로 인해 일어난 교통사고로 인해 임신한 아내를 잃고, 그 불행을 딛고 일어나 다시 히어로 활동에 뛰어들게 된다.

지금의 내 속력으론 초능력으로 빨라진 자동차를 따라가기엔 무리가 따른다.

그렇다면 놈들이 움직일 수 있는 길을 한정시켜 놓아야만 한다.

나는 느려진 속도를 다시 붙이기 위해 재차 옥상에서 도움닫기를 해 활공하며, 천산시의 도시 도로 지도를 띄웠다.

지금까지 놈들을 활공으로 따라잡을 수 있었던 것도, 도로의 지도를 보고 미리 경로를 예상해 앞질러 날아갈 수 있었던 탓이 컸다.

“제인. 여기서 최대한 사람이 없는 길을 따라 도망칠 수 있게 유도하려면, 어디 어디를 막아야 할지 계산해 줘.”

[“네, 알겠습니다. 마스터.”]

순식간에 도로에 빨간 선을 그어 경로를 만들어주는 제인.

“제인. 일단 놈들이 갈 수 있는 길 경로 파악해서 경찰에 협력 요청하고, 내가 말한 대로 도로 통제해달라고 전해줘.”

[“알겠습니다, 마스터. 경찰에 협력 요청 부탁할게요.”]

나도 활공이 아니라, 퀘이사처럼 완전한 비행 능력이 있는 히어로였다면 훨씬 더 수월했을 텐데.

이러면 일단 놈들을 내가 계획한 루트대로 집어넣기 위해선, 놈들을 내가 원하는 곳으로 가도록 유도해야만 한다.

DU DA DA DA!

다시 한번 밤거리를 울리는 자동소총 소리.

“그만 따라와! 멋대가리 없는 깜장 슈트나 입은 변태 히어로 자식아!”

“네가 입은 슈트의 디자인에는 낭만이 없어. 그런 멋없는 슈트로는 절대 우릴 따라잡을 수 없을걸?”

HAHAHAHA!

놈들의 웃음소리가 도로를 가득 메운다.

끼이익 끼익!

쾅!

놈들의 차를 피해 달아나다 사고가 나는 자동차들이 하나둘 늘어나기 시작한다.

제발, 경찰들이 빠르게 움직여줘야 할 텐데.

그때, 놈들의 차가 생각지도 않던 골목길로 빠져들어 가기 시작했다.

[“마스터. 놈들이 계획에서 벗어난 루트로 들어갈 가능성이 75퍼센트 이상입니다.”]

이렇게 돼버릴 줄 알긴 했지만….

나는 오른손의 체인을 풀어 벨제뷔트를 깨웠다.

지옥의 군주 벨제뷔트시여. 저에게 잠시 지옥의 힘을 빌려주실 수 있겠습니까?

【“7:3?”】

아이고. 아량 넓은 우리 지옥의 군주님께서 7:3을 불러주셨네요. 너무 감사드립니다.

【“아이. 기분이다. 6:4!”】

와! 지옥의 군주님 만세!

나는 바로 활공하던 상황에서 오른손을 내밀어 지옥의 화염을 내뿜었다.

BOOOOOSH!

놈들의 차를 몇 번 맞추려고 해봤지만, 초능력에 의해 강화된 차량은 내 생각보다 수월하게 불을 피해 버렸다.

“그런 느릿느릿한 화염은 집에서 팬케이크나 구울 때 사용하라고!”

어쩔 수 없지.

나는 놈들이 내가 유도한 루트로 들어가게 하기 위해, 골목길의 길들을 막는 용도로 불을 질러버렸다.

누가 봐도 수상스러운 색깔로 불타고 있는 흑염을 차로 뚫고 지나가진 않을 거라고 예상했기 때문인데, 멍청한 보석 도둑놈들은 역시나 예상대로 다시 내가 생각했던 루트를 따라 움직이기 시작했다.

길마다 불을 질렀는데 왜 길을 하나씩 터놓는가에 대한 고민은 해봐야 하는 거 아니냐? 이 멍청이들아.

[“마스터. 경찰들이 지원을 와준 현재 도로 상황입니다.”]

내 눈앞에 경찰이 바리케이드를 통해 막아놓은 도로의 흔적이 보인다.

경찰 인력이 부족하긴 부족한가. 완전히 내가 원하는 대로 통제해주진 못했지만, 다행스럽게도 경찰의 도로 통제로 놈들이 갈 만한 루트를 한정시켜 놓는 데 성공했다.

이렇게 된다면, 도로를 타고 움직여야 하는 놈들에겐 오히려 제약이 생긴 셈이다.

나는 건물의 위로 날아 놈들보다 일찍 놈들이 도달해야 할 길에 서 있을 수 있다.

나는 놈들을 앞질러 가기 위해 다시 활공했다.

*    *    *

“어때? 어떤 거 같아?”

다크 카이저의 추격에 초조하게 뒤를 살피던 다이아몬드 진저에게, 운전대를 잡은 골드 재킷이 신경질적으로 캐물었다.

“쟈기야! 성공이야! 성공했어! 그 시커먼 머저리를 따돌리는 데 성공한 거 같아!”

“뭐? 없다고? 확실해?”

“진짜야! 뒤에 아무도 없다니까? 확실해! ”

“그럼 그렇지! 그런 검정색 변태 쫄쫄이가 내 속력을 따라올 수 있을 리가 없지!”

“그럼! 우리 쟈기, 너무 멋져! 근데 그쪽으로 가면 경찰 바리케이드가 펼쳐져 있거든? 그 길 말고 다른 길로 가는 게 좋을 거 같아.”

후우욱.

그들의 차 위로 검은 그림자가 스쳐 지나갔지만, 그들은 서로 기쁨을 나누느라 알아차리지 못했다.

“우리 쟈기 말이면 들어야지! 그럼 차 돌린다!”

“쟈기, 이리 와봐. 성공한 기념 뽀뽀!”

커브를 돌다 말고 스킨십에 정신이 팔린 그들의 차 너머엔, 임산부 한 명이 탄 차가 아직 자리를 피하지 못한 채 도로 위에 남아 있다. 도로 위의 갑작스러운 소동으로 차가 연석에 올라타는 바람에 타이어가 펑크나 오도 가도 못한 것이다.

“자기야! 앞에 차! 차!”

“어어? 비켜! 비켜! 안 비켜? 안 비키면 밀어버려!”

빌런들이 탄 차가 가차 없이 그 차를 밀어버리고 지나가려고 하던 바로 그때, 차의 앞을 막는 검은 그림자!

끼이이이이익!

“지금 여기. 나 강림.”

*    *    *

역시 이 세상엔 꼭 일어나야 할 사건은 일어나기 마련인가 보다. 이 사건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고 경찰의 도움까지 요청했던 건데. 결국, 이렇게 되다니.

도로 위에는 내가 그렇게 막고자 했던 임산부의 차량이 아직 빠져나가지 못하고 남아 있었다.

놈들의 차량이 보였다면 아마 차에서 탈출했을지도 모르지만, 놈들의 차는 골드 재킷의 초능력으로 인해 흐릿하게 보이는 상황인지라, 패닉이 와버린 상황에서 차량이 자신을 향해 오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지 못한 모양이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늦지 않고 도착했으니, 아직 막아낼 수 있다.

이 찰나의 시간, 조금 고민이 들었다.

만약 이 상황을 아주 잠깐만 외면한다면, 래피드 스타를 다시 히어로 활동을 하도록 만들 수 있다.

그럼 앞으로 일어날 사건들을 막아내는 데 큰 도움이 될지도 모른다.

아주 잠깐, 그런 생각이 문득 스쳐 지나갔지만.

차 안에 있을 임산부를 생각하자 그런 생각이 모두 사라졌다.

임산부다. 그냥 사람도 아니고. 임산부. 여기서 내가 막아내지 않는다면, 나는 또다시 두 명의 사람을 내 손으로 죽이는 셈이다.

앞에서 다가오는 차량의 속력이 생각보다 빠르다.

제인. 파워 모드 최대 출력으로. 파워 모드에 지금 경험치 때려 박을 수 있는 거 다 때려 박아줘.

치이익… 철컥….

순식간에 부풀어 오르는 슈트의 근육.

나는 그대로 임산부의 차량 앞으로 떨어져 내렸다.

그런 내 앞으로 돌진해 오는 주얼리 커플의 차량!

“지금 여기. 나 강림.”

끼이이이이익!

“이 미친놈!!”

나를 보자마자 기겁하고 뒤늦게 핸들을 꺽지만 이미 늦었다.

시속 120km로 달려오는 차와 맨몸으로 부딪히는 건 결코, 결코 정상적인 행동은 아니겠지만.

할 수밖에.

“끄아아아아아악!”

충분히 준비하고 제대로 된 자세로 받아냈음에도 불구하고 근육이 터질 것 같은 고통에 참을 수 없는 신음이 터져 나왔다.

끼이이이이이이익!

“끄아아아아아아아아!”

멈춰, 이 새끼야, 멈춰!

끼이익….

BOOM!

차량의 엔진이 터져 버리는 소리가 들리고, 곧이어 멈추는 차량!

“차 안에 있는 빌런들! 무기 버리고 투항해! 너희는 포위됐다.”

그제야 기다렸다는 듯 차량을 포위하는 경찰 특수부대.

다행스럽게도, 나는 이번 사건을 막아내는 데 성공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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