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78-희망을 위한 찬가 - 희망을 위한 찬가(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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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상에서 정오 무렵의 태양빛을 받으며 은결은 손끝을 만지작거리고 있다. 그는 어제 얻어낸 정보를 정리하고 이해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파편화 되어 떨어져있던 앎의 조각들이 이어 붙여질 때마다, 벼락을 닮은 전율과 쾌락이 그를 잠식했다. 지금까지 몰랐던 현상들이 명확한 의미를 가지고 그의 범주틀 안에서 자리 잡았고, 예측할 수 없었던 것들이 그의 범주틀 안에서 드러났다.
‘굉장하다...’
손끝과, 손끝을 다시 마주 친다. 삭- 하는 미약한 마찰 사이로 피직- 하고 역장이 피어났다가 사라진다. 은결은 지금 자신이 앎의 크기만큼 더 강해져 있다는 것을 느낀다. 어제의 자신과 지금의 자신은 거의 다른 존재라고 해도 괜찮을 만큼 그 강함의 정도에서 차이가 날것이라고 여겨진다.
‘기호의 연결 그 자체가 공감주술적 특성을 가질 수 있다는 것도 흥미로운걸. 그런 운용이 가능하다면 논리적으로 힘의 ‘전염’ 자체도 물질적인 접촉을 통해 어렵지 않게 할 수 있어. 하지만 이 경우 너무 압도적으로 그러한 기호구성의 힘이 강하면, 그것을 억제하는 것이 극히 곤란하겠는걸. 접촉 자체가 ‘오염’ 혹은 ‘전염’을 일으킨다면 그 힘을 막기 위한 기호 구성 자체도 거기 ‘오염’될 가능성이 있다는 결론이니까.’
은결은 생각한다. 정보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정보를 더 다양하게 응용하기 위해. 그를 통해 더 강해짐으로서 지금 자신에게 닥쳐 있는 사태들을 돌파하기 위해.
그리고 사실은-
‘...지나치게 나간걸까? 아냐. 이게 불가능하다면 물리세계의 블랙홀도 불가능하겠지. 하지만 실제로 이런 종류의 공감주술적 특성을 가진 힘을 구성해 낸다고 하면 제어할 방법은 현실적으로 있을까? 이런 힘은 그 자체로 일종의 장(場)을 형성하지 싶은데. 장의 확장을 막더라도, 유출현상 자체는 막기 힘들 것 같기도 하고. 접촉에 의해 오염된 사물의 조직구조가 완전히 개편된다던가... 아버지라면 이런 걸 막는 게 가능할까? 힘 자체가 자기조직적 특성을 가지고 자기세계를 확장해 나갈 정도의 기호구성은 현자의 돌을 구현할 때나 가능할 것 같으니 여기서 벌써 생각하는 것은 무의미하지 싶기도 하지만...’
은결은 손톱을 물면서 생각에 집중한다. 기호의 연결에 대한 광대한 정보가 해일처럼 철썩이며 마음 가운데 들낙인다. 조립하고, 폐기하고, 조립하고, 폐기한다. 무수한 사고실험이 반복되고, 현상에 대한 즉각적인 분석이 이어진다. 그러나 열광하고 집중하는 은결의 마음 한 켠에 냉정하게 팔짱을 끼고 선 부분이 그 자신을 바라보며 고백하게 한다.
정보를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 정보를 더 다양하게 응용하기 위해. 그를 통해 더 강해짐으로서 지금 자신에게 닥쳐 있는 사태들을 돌파하기 위해 생각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사실은 생각하고 싶지 않은 것들을 뇌리에서 지워내기 위해, 생각하고 있지 않은가?
“------”
은결은 생각을 중단한다. 긴장되었던 전신에서 힘이 빠지고, 그는 입술을 살짝 물고 고개를 쳐든다. 점심의 하늘은 높고 눈부시다. 그러나 태양을 바로 바라보아도 다치지 않는 강인한 동공으로 하늘의 중앙을 바라보는 은결의 마음은 헤진 스펀지처럼 구멍과 상처로 그득하다. 오늘 아침의 모습을 떠올린다.
오늘 교실에 도착했을 때, 그를 맞이한 것은 도무지 익숙해질 수 없을 것 같은 공허였다. 언제나 친구들끼리 모여 이야기를 나누던 공간은 썰렁하게 사라져 있었다. 먼저 와 있던 고릴라와 여우, 쿠로사카가 가볍게 웃으며 은결을 맞았지만, 그의 웃음과 이야기로 파괴된 유대의 빈자리를 채울 수는 없었다. 두 사람의 과장된 이야기와 반응은 도리어 그 결락의 존재감을 키울 뿐인 것 처럼 여겨졌다.
이야기를 하던 중에 민성이 뒷문으로 들어왔었다. 반사적으로 시선을 돌린 세 사람은 반사적으로 민성과 눈이 마주쳤다. 그는 냉담하게 시선을 돌리고 그들이 있는 곳을 우회해 걸었다. 그리고 가방을 자리에 놓아두고, 다른 몇 명의 클래스메이트와 낄낄대며 대화를 시작했다. 지난주에 그가 벌써 사귀고, 만든 그룹이었다. 늑대도 그 가운데 끼여 있었다.
석연찮은 불편함이 가슴을 찔꺽이며 돌아다님을 느끼면서, 은결은 그렇게 쉽게 사람을 사귀고 친해질 수 있는 민성의 능력이 정말로 대단하다고 여겼다. 새로 만든 그룹의 친구들 가운데서 책상에 앉아 자연스런 잡담을 나누는 민성의 모습에서는 지난 결정에 대한 아무런 후회도 보이지 않았다. 외려 그는 당시에 이야기 한 것처럼, 그럼으로서 더 당시보다 훨씬 더 나아질 수 있었던 것 같았다.
그는, 그랬던 것 같다.
‘쓰리구나.’
후- 하는 긴 한숨을 쉬며 은결은 중얼거린다. 이이서 그는 고개를 든다. ‘그러고 보니-’ 그리고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서 있는 소녀를 본다. 아름답다. 아마 다른 표현은 그녀에게 별로 필요하지 않을 것 같다. 지극히 매혹적인 몸의 선이 그것만으로 모든 이의 시선을 앗아가기 충분할 것 같다. ‘-유리에도, 오늘 좀 이상했지.’ 그러나 은결은 매혹됨 이전에, 친구로서 그녀를 걱정한다.
오늘 아침부터 그녀는 쭉 어딘가 평소와 달리 침울하고 조용했다. 심지어 지금까지도 그녀는 은결에게 ‘찾던 정보를 찾아냈느냐’고 물어보지 않았다. 평상시의 그녀라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었다. 걱정이 됐다. 자신의 문제에 집중하느라 이제야 그녀의 이상을 눈치 채는 자신의 무심함을 반성하면서, 그는 유리에의 곁에 가 선다.
“(유리에.)”
“(아, 응.)”
“(걱정거리라도 있었어? 오늘 아침부터 좀 기운이 없어보이는데.)”
쿠로사카는 가볍게 놀란 표정을 보인다. 이어서 피식 웃으며 무게를 떨친 밝은 목소리로 걱정어린 얼굴을 하고 있는 은결을 향해 이야기한다.
“(아아, 다른 사람도 아니고 네게 그런 말을 듣는 날이 올 줄이야. 나도 큰일이군.)”
“(아- 너무한걸.)”
“(후후. 괜찮아. 그냥, 이것저것 생각할 거리가 좀 있을 뿐이야.)”
“(네가 그렇게 말한다면 괜찮겠지만...)”
말의 내용 자체는 순순히 수긍하는 것 같았지만 태도는 어딘가 미심쩍어 하는 것 같았다. 쿠로사카는 복잡한 심경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녀는 은결에게 ‘레코딩 스퀘어’에 대해서 묻는다.
“(그보다, 일은 어떻게 됐어?)”
“(원했던 것 만큼의 정보를 얻을 수 있었어.)”
은결은 크게 고개를 끄덕이면서 진지하게 답한다. 그녀의 질문이 본래 품던 의도가 어쨌든 이는 중요한 것이었기 때문에 첫 단추가 꿰어진 대화는 무척이나 부드럽고 진지하게 진행되었다. 은결은 그녀에게 자신이 알게 된 정보를 적당히 가감해서 설명했고, 쿠로사카는 때때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물으면서 은결의 이야기를 들었다. 어느 정도 이야기가 정리된 다음 쿠로사카는 확인 겸 말을 건낸다.
“(적당히 이해했어. 그러면... 이제 실행하기만 하면 되는 거야?)”
“(일단은...)”
짙은 망설임이 담긴 답이었다. 잠깐 시간이 흐르고 나서도 은결은 그 망설임을 쿠로사카에게 설명하지 않았다. 푸른 이빨의 돌발적인 행동들과, 세연이 보여준 놀라움과 아름다움. 그런 것들을 유리에에게 잘 설명할 수 있을지 자신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쿠로사카는 어두운 얼굴로 말없이 우물쭈물하는 은결을 향해 가볍게 한 발자국을 내딛으며 이어질 답을 재촉하려 한다. 그러나 행동을 취하기 전에, 그녀는 자신을 습격하는 비웃음을 닮은 자책감을 느낀다. ‘그의 말을 들어서, 어떻게 하겠다는 거지?’ 이미 한 번 그렇게나 실패한 주제에.
오늘 아침에도 보았다. 민성은 흔들림조차 없는 시선으로 은결을 외면했다. 그는 벌써 다른 곳에 자신의 터를 틀어, 여러 친구들과 밝은 웃음을 교환하고 있었다. 그 모습은 은결을 향해 슬프고 잔혹하게 이야기 했던 지키고 싶은 민성 자신의 모습과 같았다. 은결의 욕망을 욕망함으로서 파괴당하고 말았던 자신의 모습이었다. 그리고 불과 얼마 전까지 은결과 쿠로사카, 그리고 다른 친구들에게 보여주며 공유하던 민성 그 자신의 모습이기도 했다.
그것을 보며 자신이 아니었다면, 그는 오늘 아침 다른 친구들과 나누었던 자신의 티 없는 모습을 은결과도 여전히 나눌 수 있었을 것라는 생각을 피할 수가 없었다. 자신이 그의 등을 떠밀었기 때문에- 아무 것도 모르는 주제에 떠밀었기 때문에, 은결은 잃지 않아도 좋을 것을 잃고 시궁창에 처박혔다. 그런데 또 무얼 어쩌겠다고.
‘무서워...’
쿠로사카는 몸을 스치는 잔떨림을 느낀다. 은결에게 거절당하는 것, 그리고 다시 그를 나락에 처박게 되는 것. 모두 무섭다. 그래서 확신을 가지고 ‘저쪽’이 옳다고 은결의 등을 떠밀어 줄 수가 없다. ‘견딜만한’ 것을 ‘보람찬’ 것으로 바꾸어줄 자신이 없다.
“......”
오늘 그녀는 어제 일을 줄곧 생각하고 있었다. 갑작스레 방문한 미즈하라는 그녀에게 ‘돌아가자’고 말했다. 그는 수행을 돕기 위해 한국으로 찾아왔다고 했지만 그만큼 그녀를 일본으로 돌려보내는 것도 중요시 하고 있었다. 쿠로사카는 그에게 ‘돌아가겠다.’고 말하지 않았다. 그러나 ‘돌아가지 않겠다.’고도 말하지 않았다. 그녀는 ‘시간을 달라’고 말했다.
*정확한 정보전달을 위해 로이엔탈님과 인의검사님의 이야기를 수록!
1. 누나한테 본인을 이야기할 때 僕를 사용하는 경우
2. 부하직원이 상사한테 僕를 사용하는 경우
3. 상사가 부하직원에게 僕를 사용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1번의 경우는 아주 일반적인거고 2번의 경우도 일반적, 3번의 경우가 좀 드문 경우인데 그렇다고 아주 적은 것은 아닙니다. 3번의 경우 약간은 겸손한 듯한 표현으로 사용되기도 합니다.
성인간의 관계에서는 어지간해서는 俺는 잘 쓰이지 않는 듯 합니다. 비지니스 관련의 만남이 중심이여서 그랬는지는 몰라도 사실상 학생들이 친구들과 말할 때를 제외하고는 俺...그리고 僕도 잘 쓰이지 않는 듯 하더군요.
*골골골골... 되게 피곤합니다.
*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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