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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위한 찬가-275화 (275/300)

#   276-희망을 위한 찬가 - 희망을 위한 찬가(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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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리를통해성립되는무모순의체계는체계그자체의무모순을증명할수없다.모든크레타인은거짓말쟁이라고크레타인이말하는것을우리가무한순환에빠지지않고이해할수있는방법은러셀에제시한것과같이말하는크레타인과지적된크레타인을분리하는것이다.그러나이분리는임의적인것으로논리자체가이미품고있는해결책인것은아니다.때문에확실성의최종적인근거는임의성이다.언어가규칙의집합으로이루어지는게임으로서게임의참여자뿐만이아닌게임틀자체의경쟁으로구성되는것처럼,시스템은그것을구성하는임의적인규칙으로이루어지는총체다.임의성을포기할경우모든기표와기의의연결관계는붕괴하며최선의경우라도시스템은이중구속에빠진다.이상은다음과같이증명된다...

거대한 정보의 흐름은 그렇게 시작했다. 장대한 증명과정이 시작됐다. 은결은 물을 빨아들이는 해면처럼 그들 정보를 받아들였다. 그것들의 많은 부분은 그 자신이 이미 알고 있는 것이기도 했기에, 이해에는 큰 무리가 없었다.

...때문에나는내기호이론을이문제에집중해서만들어야한다...

지극히 복잡한 과정을 통해 주장을 증명하고 난 다음에 이어진 것은 수행의 기호이론 그 자체였다. 증명된 기반을 대지로 삼아 쌓아올려지는 아름다운 기호의 체계에 은결은 먹먹함을 느꼈다. 자신도 알고 있는 것이지만, 그 체계가 주춧돌을 놓는데서 부터 완성에 이르는 과정을 지켜보는 것은 그것 자체를 아는 것과는 다른 감흥을 느끼게 된다.

...이는다음과같은방식으로사용될수있을것이다...

완성된 체계를 두고 그것이 어떤 방식으로 사용될 수 있을까에 대한 구체적인 실례를 들고 있는 부분이었다. 은결의 정신은 한결 긴장한다. 여기서부터가 은결이 원하던 부분이었다. 정보, 그리고 정보가- 물이 흐르는 것 처럼 느긋한 흐름을 쌓아간다. 그것들의 태반은 은결이 알고 있던 것들이었지만-

“아...”

은결은 신음을 흘리며 중앙의 원에서 불에 덴 것처럼 손을 떼어낸다. 이어서 비틀, 뒤로 물러선다. 정보의 흐름이 단절되고, 그는 주저앉는다. 주저 않고, 재접속을 기다리는 정보의 흐름을 멍하니 본다. 그의 머릿속에는 지금 그노시스트의 수장이 그에게 했던 이야기가 떠돌고 있다. ‘이 기술은 그저 자유일세.’ 라고, 그는 말했다. 그는 역장이라는 ‘이름은’ ‘역장’이라는 기술에 대한 제약일 뿐이라고 했다.

“--으!”

은결은 신음을 흘리며 침을 꿀꺽 삼킨다. 이런 아름다움이! 이런 가능성이! 이런 힘이-! 그의 말은 사실이다. ‘역장’이라는 이름은 자신이 아버지의 기호이론을 통해 힘을 사역하는 방법에 대한 모욕, 에 가깝다. 논리의 흐름이 맞춰진다. 고로- “상상하도록 하게.” 은결은 경악에 떨리는 자신의 양 손을 눈앞에 가져다 놓는다. 30개의 뼈와 그것을 둘러싸는 근육과, 피부와, 주름으로 이루어진, 작은 기적.

‘다시, 확인 해 보자.’

은결은 비틀거리며 일어나 손을 원형의 진위에 다시 올려놓는다. 끊어졌던 부분부터 정보가 급속하게 이어진다. 은결은 그 흐름을 자의로 뒤로 물려 처음부터 살핀다. 그리고 감당하지 못해 파랗게 질린 얼굴로 손을 급히 떼어낸다. “허억!” 숨이 부족한 것 같은 신음이 저절로 새어나온다. 확실했다. 은결은 중얼거린다.

“현자의 돌, 그 자체였구나...”

그랬다. 이제까지 ‘역장’이라 알고, 기의 자유로운 운용으로 지극히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우수한 기술 정도로만 알고 있던 역장은, 이 기록에 담겨져 있는 정보대로라면 ‘현자의 돌’과 직접 연결되어 있는, 기술이었다. 은결이 ‘역장’이라 알고 사용했던 이 힘의 모습은, 그것이 가질 수 있는 무한한 형태의 한 측면에 불과했다. 그것을 이 힘이 가지는 가능성의 ‘전부’로 이해하고 사용해 왔다니! 그노시스트의 수장이 자신을 향해 ‘상상하지 않는 것 같군.’이라고 말했던 것은 온당했다고, 은결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후우.”

그는 마음의 공허와 함께 심호흡을 하고 다시 진에 손을 올린다. 정보가 흘러 들어온다. 은결은 거대한 세계의 경관을 처음 맞이하는 이 처럼 감격한다. 그것은 지극한 쾌락이지만 왜소해지는 고통이었고, 말할 수 없지만, 말을 멈출 수 없게 되는 충동이기도 했다. ‘상상력’ 핵심은 그곳에 있었다. 자신이 가지는 거대한 힘은 사용자의 이미지를 현실로 바꿀 수 있을 정도의 것이었고, 그 힘 자체의 가능성이 무한에 닿아 있기에, 그것을 해방하거나 제약하는 것은 사용자 자신의 ‘상상력??달려 있을뿐이었다. 그노시스트들이 이 힘을 사용하는 방식이 떠올랐다. 그들은 제약없이 그것을 운용했고, 심지어는 많은 사물을 만들어 내어 그것들을 개별적으로 움직이는 병기로 만들기조차 했다.

물론 그것의 가능성과 힘이 그토록 거대하다는 것은 이론적인 것일 뿐이었다. 글을 쓰고 읽을 수 있다면 누구나 역사에 남을 걸작을 글로 적어낼 가능성을 지니지만 그것을 해내는 이들이 한줌을 다시 걸러내 남긴 소수에 불과하듯, 이 이론이 가지는 거대한 가능성도 은결이 알고 있는 ‘현자의 돌’의 기본술식과 같은 수준으로 운용해 내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아니, 설사 수행 본인이라 해도 이 기호이론 자체를 가지고 그런 수준에까지 운용해 보이는 것은 불가능할 것이다.

그러나 그 보다 조금 더 못한 영역, 질서 그 자체의 지지대까지는 가 닿지 못하더라도- 질서 자체와 동화되는 수준에 까지 가 닿는 것은 어쩌면 가능할 것이라 여겨졌다. 그것은 현상적으로 그 힘을 사용하는 이를 신적인 존재로 바꾼다. 그날 아버지가, 일주일 전 그노시스트의 수장이 보여주었던 그 힘처럼. 그것들 역시, 역장과 같은 곳에서 파생된 힘이었다.

은결은 두통을 느끼면서 진에서 손을 떼어냈다. 뇌를 감싸고 돌던 정보의 흐름이 거기서 중단됐다.

“후우, 후우, 후우...”

충격적이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건데 당연한 논리적 귀결이었다. 은결의 역장은 수행의 기호이론에게서 나왔고, 수행이 만들어낸 현자의 돌의 기본술식- 현자의 돌 그 자체 또한 그의 기호이론에서 파생된 결과물이었다. 그러니 이것들이 모두 연결되어 종합되는 형태를 띄고 있는 것은 당연했다. 현자의 돌 술식이 ‘기본’이라는 것은 이 기호이론을 물질적인 형태로 고정시킬 때에 작업을 간소화하기 위해 만들어낸 기초적인 술식이라는 뜻에서의 ‘기본’이라는 것을 은결은 이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모든 것은, 하나로, 연결되어, 있었다. 아버지의 작업은 그런 거대하고 압도적인 것이었다. 사물의 총체가 아니라 단면일지라도 이를 통해 설명할 수 없는 것은 현상 가운데 없었다. 이는 일종의, 그리고 인류가 이제까지 만들어낸 중에 가장 완벽한 ‘만물의 이론(Theory of everything)’이었다.

하지만-

은결은 침을 꼴깍 삼켰다. 그는 아버지에게 이제껏 배운 것들을 되새겨 봤다. 그리고 지금 알게 된 것들을 비교해 봤다. 은결은 자문한다. ‘왜 나는, 이런 당연한 것을 이제까지 모르고 있었던 걸까? 왜 역장의 진실한 정체가 현자의 돌 그 자체라는 것을 모르고 있었던 것일까?’ 답은 자명하다. ‘수행이 숨겨왔다.’ 그렇다면 왜? 생각할 수 있는 것은 여럿 있었다. 가장 유력한 것은 현자의 돌의 기본 술식을 사용했을 때 보여주었던 것 처럼 그것이 인간이 쥐기엔 너무 큰 힘이라 우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레코딩 스퀘어의 봉인과, 과거 ‘과도한 힘’이라는 수행의 우려는 논리적으로 일관되게 연결되어 있었다. 이것이 답이라고 여기더라도 아마 충분하리라 여겨졌다. 급박한 마음이 다음을 추구한다. 은결은 다음 정보로 넘어간다.

“하아.”

시간은 충분하지 않았다. 아마 이 정도를 얻은 것만으로도 은결은 자신이 원하던 모든 것을 얻었다고 생각한다. 지금 얻은 정보를 응용하는 것으로 푸른 이빨을 없애고, 그노시스트와 싸울 수 있는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 푸른 이빨을 없앤다- 그것은 곧장 세연의 기억을 지운다- 는 사실로 이어졌다. 그런 놀라운 가능성을 내 손으로 지워야 한다고? 성급하게 달리던 마음이 주춤, 물러선다. 은결은 짙은 망설임 같은 것을 느꼈다.

은결은 고개를 저었다. ‘해야한다.’ 그는 마음을 다잡았다. 이어 생각한다. 이대로는 지식을 소화해 자기화 하기에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 같았다. 그럴 시간은 없었다. 좀 더 구체화된 용례와 세분화된 범주가 필요했다. 그리고, 어쩌면 그 무엇보다 은결 본인이 이 엄청난 지식의 보고를 좀 더 접해보고 싶다는 강력한 욕망을 느끼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은결은 다시 정보에 몸을 맡긴다.

-정보.

...삼천이백열두번이상시뮬레이션한결과1%이내의오차로계획은성공했다.하지만기본적으로오류가능성은등비증가함을고려할때1%의오차는내계획에서지나치게크다.최소한.01%이하로줄여야한다...

용례와 범주에 대한 막대한 정보가 흐른다. 그 가운데 노이즈 같은 것들이 점차 섞여 들어갔다. 수행이 과거 진행했던 연구나 실험에 대한 기록 같은 것들이었다. 일관되지 않게 분산되어 있었고, 어떤 것들은 은결조차 정체를 알지 못하는 것들이었다. 파편처럼 흘러나오는 그들 정보는 명확한 상을 가지고 전달되어 있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과 뒤가 잘려 있거나, 완성되지 않은 문장에서 시작되는 것들도 많았다. 저장 과정에서 손실된 것도 있었겠지만 대부분이 일종의 짤막한 메모 같은 것들이기 때문이다. 그것들의 양 역시 방대했다.

이것들을 보건데 과거 아버지가 수행한 연구는 방대하고 치밀했던 것 같았다. 은결은 그것이 어떤 것일지 무척 궁금하게 여겼지만 이들 정보를 취합해 이해할 수 있는 것은 수행 본인뿐이리라 싶었다. 하지만 때때로 일기나 일지 같은 것들도 섞여 있었다. 그런 파편들도 여과없이 은결의 뇌를 때렸고, 비교적 명확하게 의미를 이해할 수 있었다.

...말아야할때울고말았다.나는그들을그토록비판했지만역시그비판은증오에서비롯되었던것들이아니었다.그들이실패할것은처음부터알고있었다.어쩔수없는일이었다.그렇게알고있었지만실패가현실로다가왔을때나는울었다.나자신의죽음처럼.여기서다시시작해야하며,다시시작하고있다.반드시이루어낼것이다...

정보는 접하면서 은결은 희열과 함께 자신의 마음을 잡아당기는 초조 같은 것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 초조감의 명확한 형태는 세연과, 푸른 이빨의 모습이었다. 푸른 이빨을 없애고, 세연의 기억을 지운다. 그 가능성을, 지운다. 좋아하니까, 모르게 되었는데? 그래서 사랑이 신의 속성이 아니라 사랑이 신을 만들고, 완벽한 독자가 텍스트를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텍스트에 대한 사랑이 완벽한 독자를 만드는 것인데? 그런 엘랑비탈을 지운다고?

“---”

은결은 손을 진에서 떼어낸다. 그는 레코딩 스퀘어 안에 잠들어 있는 막대한 정보에 더 몸을 맡기지 않는다. 기만인 것은 알고 있지만, 약간일지라도 좀 더 시간을 얻고 싶었기 때문이다...

*띄어쓰기 없는 문장은 읽으라고 적은 것들이 아니니 안 읽으셔도 괜찮습니다. 물론 뻘 소리 적어 놓은 건 아니니 굳이 도전하시겠다면 읽어보시는 것도 말리진 않습니다만...

*저는 문장에 쉼표를 많이 쓰는 편인데 그건 쓰면서 속으로 읽어보면서 간단하게 문장의 리듬감을 체크하기 때문입니다. 그러니 긴 문장에 쉼표가 없으면 없는 이유가 있는 거라 생각해 주세요.

*성원을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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