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56-희망을 위한 찬가 - 희망을 위한 찬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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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 시험이 끝났다. 결과에 따라 누군가는 밝게, 누군가는 어둡게 이른 오전에 학교를 나선다. 일찍 집으로 가게 되었다고 기뻐하는 이들은 없다. 어차피 내일도, 그 다음날도 시험이다. 일찍 마쳐봐야 공부할 것들만 산처럼 있을 뿐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동물원 삼총사는 민성과 함께 하고 있었다. 은결과 쿠로사카는 앞선 길목에서 헤어졌다. 그들의 하교길은 다소 조용했다. 걸음이 침묵과 어깨동무하고 기계적으로 반복되던 가운데, 고릴라가 입을 연다.
“...음, 그거, 진짜라고 생각하냐?”
무엇을 향하는지 명확하지 않은 이야기였지만, 듣는 이들은 ‘그거’가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오늘 마지막 시험 시간이 끝나고 네 사람은 은결에게서 어처구니없다고 밖에는 말할 수 없는 사실을 들었다. 여우가 고릴라의 말을 받았다.
“아무래도 진짜겠지.”
“음.”
다른 이들도 고개를 끄덕이며 여우의 말에 동의한다. 그 말에 대해 고릴라도 별말 하지 않는다. 사실은 그도 별로 의심하고 있어서 물어봤던 것은 아니다. 그만큼 놀라운 사실이었기에 경악을 공감으로서 친구들과 재삼 나누어보려 했었을 뿐이다. 은결이 독특하다는 것은 알게 되고 거의 즉각적으로 인식한 점이다. 그러나 이 정도일 줄이야. 그는 정말 다른 세계에 거주하고 있다. 다시 고릴라는 자신의 경악을 구체적으로 다시 제시해 본다.
“정말 굉장하다. 오늘 3과목 300점에, 앞으로도 전부 그 점수를 받을 수 있고, 사실은 예전에도 전부 다 맞출 수 있었지만 일부러 점수를 조정했다- 라니.”
마지막 시험이 끝나고 다시 정답을 맞춰보는 작업을 했다. 그 작업이 끝났을 때, 놀라워하는 친구들 앞에서 은결은 자신의 점수에 대해 고백했다. 몇 년이고 쭉- 시험의 답을 모두 알고 있었지만 일부러 점수를 조작해 중상정도의 위치에만 머물러 왔다는 것이 그 고백의 요지였다. 은결은 그것을 자신들에게만 밝히는 것이라며 비밀로 해 달라고 했다.
“...음, 굉장해.”
민성이 어색한 목소리로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다. 평소의 그 답지 않게 무거운 목소리였다. 모두는 그것이 경악에 마음이 침식된 탓이라 여긴다. 여우는 약간 성급한 목소리로 이야기한다.
“은결 같은 인종을, ‘천재’라고 하는 거겠지?”
고릴라와 민성은 고개를 끄덕여 여우의 이야기에 동의한다. 이를 악물고 노력한다면 시험에서 좋은 점수를 받아 그게 전국에서도 최상위의 성적이 될 수는 있다. 하지만 그런 정도는 수재다. 은결은 그런 차원을 넘어서 있다. 그는 평범한 고2가 이제껏 배워온 것, 그리고 앞으로 배워야 할 것을 모두 아득한 과거에 이해했고, 그 압도적인 지식 위에서 시험 자체를 자유로이 농락했다. 그의 능력은 게임의 룰 자체를 넘어서 있다. '천재' 아마 다른 표현은 어울리지 않으리라. 이어서 민성은 느릿한 목소리로 물음을 던져본다.
“왜, 그런 짓을 한 걸까? 왜 굳이 그렇게 귀찮게, 학교에 다니면서, 시험은 그렇게 제 멋대로 치면서 점수를 조작하는, 그런 일을 한 걸까? 그 녀석 말이 사실이라면, 일반적인 학과공부 따윈 아무 소용도 없는 거잖아.”
“사회생활을 배운다거나, 친구가 필요하다거나, 그런 거 아닐까? 그 녀석 사회성이 부족한 건 우리 모두 아는 거잖아. 그런 점을 고치려고 한 걸 꺼야.”
여우가 빠르게 답했다. 민성도 이내 고개를 끄덕여 그 의견에 동의한다.
“그럴지도, 모르겠군.”
확실히 은결은 인간관계에 대해 지극히 서투르다. 천재라서 그런 걸까? 이유가 무엇이든, 그런 점을 고치기 위해 필요 없지만 학교에 다니고 있다면 그것도 나름 설명이 될지도 모르겠다. 민성은 목 주변을 한 손으로 불안한 듯이 만지며 한숨같은 말을 한다.
“하여간, 음, 이렇게 되면, 그 녀석, 뭐 하나 못하는 게 없는 게 되는데. 정말, 대단하잖아.”
오늘까지 밝혀진 정보를 종합하면 은결은 말주변이 좋고, 운동을 매우 잘 하고, 싸움에 능하고, 요리는 끝내주고, 온화하고 친절한 성격이며, 거기다 압도적으로 똑똑하다. 많이 음울한 성격을 제외한다면 그에게는 아무런 흠결도 없는 셈이다.
“뭐 그 자식 잘난걸 알겠지만, 좀 재수 없지 않냐? 남들은 일점 올리느라 버벅 대면서 고생하기 바쁘고 그러고도 안 올라서 씨발씨발 거리는데 저는 그딴 거 다 졸업하고 점수 같은 건 아주 가지고 논다는 꼴이니. 천재 아닌 놈은 서러워서. 젠장.”
늑대가 살짝 독이 오른 목소리로 짜증을 낸다. 여우가 즉각 반론한다.
“뭐 어때. 능력 있으면 그런 것도 할 수 있는 거지. 세상에 열심히 일하고도 굶어 죽어야 하는 사람은 널려 있지만 그래서 부자들 재산 뺏아서 그 사람들 나눠줘야 하는 건 아니잖아. 당장 우리만 해도 그런 데서 고생하는 아이들 입장에서 보면 공부 따위 사치 누리면서 점수가 오르니 마니하는 고민 같지도 않은 고민하면서 살고 있는 꼴인데. 그쪽에서는 하루하루가 죽느냐 사느냐의 문제지만. 말 같은 소릴 해라.”
“그래도 그건 먼 데 이야기고-”
늑대는 당황하며 반론하려 한다. 그러나 여우는 가벼운 조소를 떠올리며 늑대를 조롱한다.
“그게 무슨 상관이야. 너는 굶주리는 사람이 가까이 있으면 상관해야 하고, 멀리 있으면 무시해도 괜찮다는 거야?”
“-그건, 아니지만.”
할 말이 없었던 늑대는 겨우 물러서지만 여우는 말을 거기서 그치지 않는다.
“아니면 한심한 걸로 은결이 어쩌니 저쩌니 하는 건 그만둬. 보기 안 좋으니까.”
여우의 마지막 비난조 말에 늑대는 욱, 하고 화가 치솟는 것을 느낀다.
“-이게! 은결이 아무 것도 아니니, 한심하니 가장 먼저 말했던 건 너잖아! 이제 와서 다 안다는 양 잘난 척이라니!”
“그건 그때지. 그리고 그때도 은결이 대단하지 않다고 한 게 아냐. 다른 사람들이 은결이 대단하단걸 받아들이지 않을 거란 이야기였어. 하지만 이젠 그런 것조차 아니잖아. 네가 말한건 여기서 나올만한 말이 아냐.”
여우의 이야기는 정연하고 차분하다. 늑대는 더 할 말이 없다. “관두자, 젠장.” 그는 처리되지 못한 감정이 뚝뚝 흘러넘치는 말로 대화를 끊어버리고 만다. 고조된 긴장에 다소 당황하며 상황을 바라보던 고릴라는 속으로 안도한다. 그리고 문득 민성을 본다. 그는 무언가 골똘히 생각하며 그저 길을 걷고 있을 뿐이다. 고릴라는 그의 옆으로 다가간다.
“무슨 생각하고 있냐?”
“아아... 아무것도 아냐.”
“시험, 아니면 쿠로사카?”
고릴라는 포기하지 않고 이죽거리며 캐어내려 한다. 거기에는 살짝 불편해진 분위기를 녹이려는 노력이 함께 느껴진다. 민성은 피식 웃으며 어울리지 않는 건조함으로 답한다.
“음, 둘 다겠지. 더는 말 안 해줄 거니까 물어도 소용없어.”
“쳇, 치사하게 굴긴.”
그리고 다시 대화가 끊어졌다. 걸음은 곧 얼마 있지 않아 갈레길 앞에 도착했고, 그들은 각자의 목적에 따라 헤어졌다. 학원에 가기 위해 버스 정류장 앞에서 친구들과 헤어진 여우는 따분하게 버스를 기다렸다. 바람이 불며 여우의 앞머리를 쓸었다. 여우는 이마를 간질이는 머리칼의 감촉을 느낀다.
‘비밀이라고 했지...’
여우는 은결이 자신들에게 해 주었던 이야기를 기억해 본다. 그는 어딘가 긴장되게 웃는 얼굴로 사실은 이러저러하다고 자신의 성적에 대한 이야기를 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 이야기가 비밀이니 꼭 지켜달라고 당부했다.
비밀이라고 했다. 비밀임에도, 그것들을 우리에게 이야기 했다. 다른 이들과는 나누어선 안 되는 내밀한 진실의 공유였다. 저들과, 우리는 확실히 틀리다는 선언 같은 행위였다. 저들은 저들일 뿐이었고, 아무 것도 아니었다. 중요한 것은 나와 우리들 이라는 비밀을 공유하는 집단이었고, 은결에게는 그 집단만큼의 이들이, 비밀을 공유하는 만큼, 공유하는 이들과 비교해 전혀 다른 가치를 지닌 소중한 이들이었다.
“후-”
여우는 살짝 웃는다. 은결이 자신을 그렇게 생각해 준다는 것이, 그렇게 다른 이들과 차이를 둔다는 것이, 우리와 저들이 다르다는 것이, 기뻤다.
*제가 좀 폴아웃빠. 아니, 블랙아일 빠라 해야 할까요. 그런데 블랙아일 멸망.(...) 아 놔. 베데스다도 좋지만 블랙아일은 게임사를 통틀어 가장 위대한 스토리텔링을 해냈던 회사였기 때문에 블랙아일 해체는 진짜 엄청난 손실입니다. 베데스다는 스토리텔링 능력이 검증된 적이 없죠.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그런 거 검증받아야할 게임은 안 만들 것 같습니다.
*성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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