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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위한 찬가-249화 (249/300)

#   250-희망을 위한 찬가 - 시선 아래 승리자는 없다.(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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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내 공격을 어떻게 막았던 것일까? 그것은 술법이었나? 아니면 단순히 맨몸으로 버티었던 것인가? 하지만 어느 쪽이든 어떻게 그런 방식으로 막을 수 있는 것일까? 푸른 이빨은 그 방어의 정체조차 감지하지 못한다.

“크-”

푸른 이빨은 험상궂은 얼굴로 물러선다. 그는 익숙하지 못한 감정의 떠밀림에 당황하다가, 이내 자신을 움직이고 있는 감정이 ‘공포’임을 깨닫는다. 눈앞의 남자는 상대할 수 없는 종류의 강자고, 감히 맞서려 해선 안 된다는 확신이 가슴의 가장 깊은 곳에서 폭발하고 있다. 손대지 마! 고개 숙여라! 푸른 이빨은 겨우 그런 내면의 비명에 굴복하지 않고 남자를 노려본다. 자상하고 중후한 인상의 남자는 빙그레 웃으며 말한다.

“오랜만이군. 너는 이세를 의식하느라 놓쳤지.”

거대한 분노가 가슴의 밑에서 해일처럼 밀려들다가, 곧장 깎아지른 금기의 벽에 막혀 소멸한다. 금기는 그가 자신의 존재 자체를 손아귀에 올려놓고 있다는 확신이다. 그 확신이 감정이 행동을 지배하는 것을 억제한다. 아니, 더 큰 감정이 다른 감정들을 모두 막아서고 있다고 말해야 한다. ‘공포’. 하지만 창피한 것이 아니다. 제 정신이라면 이런 힘을 적으로 두고 공포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네가 딸아이에게 하려고 한 일을 생각하면 이 장소에서 소멸시켜 버려야 하겠지만, 네 덕분에 참으로 많은 것을 얻게 되었으니 그만 놓아두지. 그러나 너와는 더 할 이야기가 없다. 들어가 있도록.”

애완동물을 향하는 것처럼 말하곤 남자는 손가락을 튕긴다. 딱. 하는 짤막한 소리가 허공을 울리고 푸른 이빨은 거대한 힘에 머리를 얻어맞은 것처럼 고개를 뒤로 넘긴다. 다시 고개를 세웠을 때, 그 눈빛에서는 잔혹한 광기를 느끼게 하는 신이 지워져 있었다.

“으...”

그러나 은결의 첫 반응도 푸른 이빨과 별 다를 바는 없었다. 눈앞의 남자가 지닌 엄청난 힘에 대한 끝없는 확신이 다른 반응을 불가능하게 만들도록 한다. ‘이 남자는’ 은결은 침을 꿀꺽 삼키면서 생각한다. ‘내가 아는 한 유일하게 아버지에 비할만한 강자다.’ 아버지를 누군가와 진정으로 비교하는 순간이 오리라고 은결은 한 번도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런 은결의 모습을 바라보면서 남자는 말한다.

“반갑군. 전설의 아들. 나는 영지의 종복을 통괄하는 자일세.”

은결은 대답대신 억눌린 신음을 흘리며 뒤로 물러선다. 그래도 은결의 눈동자는 그를 피하지 않는다. 푸른 이빨이 그러했듯이. 괜찮아. 나에게는 한 가지 수단이 있다. 최악의 다시, 최악을 생각한다면, 내게 아무런 망설일 것도 없어. 은결은 울부짖으며 뒤로 달려가고자 하는 자신의 마음을 그렇게 위로한다. 남자는 웃는다.

“그렇게 보지 않아도 괜찮네. 어차피 자네와 싸우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은 아니니까. 자네와는 싸우고 싶지 않고, 싸워서 무사할 자신도 없군. 나는 그저 딸아이를 데려가려고 왔을 뿐이지.”

“그렇다면, 어서 그렇게 하십시오.”

답을 하면서 은결은 자신의 목소리가 얼마나 갈라졌고 긴장에 절어있는지는 실감한다. 거친 모래가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리는 것 처럼 거북한 목소리다. 남자의 옆에서 리리스가 넝마가 된 옷을 입고 다소곳한 안색으로 선다.

“그렇게 할 생각이네. 그런데, 자네는 대단하군. 만물일여에 대한 감각에 시달리면서 깨끗한 진실을 가장 파괴적인 방식으로 접하고도 우리의 손을 잡는 것을 거절하다니. 어떻게 그것이 가능했을까? 전설에게 받은 교육 덕분인가? 그렇지 않으면 다른 무엇인가?”

“......”

은결은 답하지 않는다. 지금도 여전히 다른 세계에 대한 감각이 엄습해 지금을 부정하라 고함지르고, 찰칵, 하고 맞물리는 소리는 마음을 갉아먹는 송곳처럼 거슬린다. 자기에 대한 자기의 시선은 경멸로 물들고, 미래에 대한 아무런 전망도 차마 세워지지 않는다. 저들이 다른 세계를 주겠다면, 그런 것이 가능하다면, 기꺼이 그들의 손을 잡고 싶다는 욕구는 백열하는 화염처럼 뜨겁다. 은결은 고개를 돌린다.

“......”

멀리 떨어지지 않은 곳에 정신을 잃은 소녀를 안고 굳고 맑게 이쪽을 바라보는 소녀의 모습이 보인다. ‘아무도 네게 신을 바라지 않아!’ 그녀는 그렇게 말했다. 응. 고마워. 그렇다면 나는 엉망진창이지만 ‘책을 읽을 수’있을 것 같다. 아무 것도 없지만, 그래도 읽을 수 있을 것 같다. 남자는 서늘하게 쿠로사카를 바라본 다음, 약간 섭섭하게 말한다.

“생각지도 않던 곳에 구멍이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군.”

남자의 시선이 다시 은결을 향한다. 은결은 흠칫, 하고 몸을 굳힌다. 그의 시선에 적의는 없다. 그러나 그는 적이고, 그의 강함은 압도적이다. 쓸 수 있는 카드라고는 동반자살 뿐이니 적의의 유무와 관계없이 긴장하지 않을 수는 없다. 은결에게서 보이는 긴장을 읽고 남자는 귀여운 듯 피식 웃는다. 그는 자상한 선생님처럼 말한다.

“한 가지 충고를 하지.”

그는 손가락을 튕긴다. 동시에 은결의 옆에 인영이 하나 발생한다. 그것은 이리세와 같은 모습을 하고 있다. 이리세?! 은결은 놀라지만, 이리세는 여전히 남자의 옆에 다소곳하게 서 있다.

“좀 더 상상하게.”

이어 남자는 손을 떨친다. 그러자 이리세와 같이 생긴 인영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은결은 그 움직임에 대응했고, 곧 전투가 시작됐다. 손과 손의 충돌, 발과 발의 충돌. 갑작스런 등장에 놀랐지만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속도도, 파워도, 그렇게 강한 것은 아니다. 이것으로 일격! 은결은 그 인영의 복부로 주먹을 날린다.

-후웅!

복부에 은결의 주먹이 꽂히려는 순간, 인영의 복부로 구멍이 발생하더니 그가 놀랄 사이도 없이 전체가 해체되더니 은결의 팔을 타고 오르며 재조립되기 시작한다. 이어, 그것은 순식간에 은결의 전신을 구속한다. 은결은 거기서 벗어나려 시도하지만 꿈쩍도 하지 않는다.

‘크윽! 대체!’

은결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 현상에 당혹을 느꼈지만 그것은 시작에 불과하다. 남자가 손가락을 연속적으로 튕겼고, 그때마다 이리세와 같은 모습의 인영들이 출현한다. 이어 그것들은 달리고, 걸으며, 멀어지며, 가까워졌다가, 뛰어오르기 시작한다. 아름다운 군무다.

“이건 좀 더 자유로우라는 이야기이기도 하지. 자네는 아무래도 상상하지 못 하는 것 같더군. 그게 아니면, 상상하지 않는 건가?”

은결은 그의 말을 이해할 수 없다. 그러나 그가 이루어내고 있는 현상은 어렴풋하게 이해할 수 있었다. 그것은 은결이 한 번도 상상해 본 적이 없는, 가능하다고 여겨 본적조차 없는, 그런 것이다. 이성이 ‘있을 수 없어!’라고 비명을 지르며 전력으로 거부하는 직감.

‘설마.’ 마찬가지로 어떤 예감이 멀지 않은 곳에서 상황을 바라보며 언제든 참여할 순간을 기다리던 쿠로사카의 뇌리를 스친다. 확실히 그렇다면 이 장면은 설명할 수 있겠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것이 어떻게 가능하다는 것일까? ‘자유롭기’ 때문에? 무엇이 저것을 가능하게 했던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것은 그의 강함이 아득하다는 사실이다. 그녀는 키리야미를 쥔 자신의 손바닥에 흥건한 식은땀을 의식한다.

마침내 은결은 당혹스런 목소리를 흘린다.

“역장으로... 구성했군요.”

그것은 쿠로사카가 예감했던 저것들의 정체이기도 했다. 남자는 웃는다. 그리고 인영들의 군무가 멈춘다. 그것들은 또 다시 해체되어 하나가 되었고, 무수한 도형의 형상을 갖추었다가 스러지기도 했으며, 어둠 가운데서 다시 나타나며 수십의 군상으로 바뀌었다.

은결은 말할 수 없는 경악을 느낀다. 공간에 물질적인 에너지의 집결을 이루어낼 수 있다는 것이 역장의 기본적인 시작이고, 거기서 발전하면 그 역장의 모양과 경도, 탄성 등을 조정할 수 있게 된다. 역장의 형태, 경도, 탄성 등을 자유로이 조작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히 역장을 통해 어떠한 물질적인 상도 실제로 구현해 낼 수 있다는 말이기는 하다. 피부같이 부드러운 역장으로 몸체를 형성하고, 머리카락과 같은 역장을 만들어 그 피부 위에 입힐 수도 있다. 손톱이나 이, 심지어 혈액이나 침도 그렇게 역장으로 구성해 낼 수 있을 것이다. 틀림없이, 역장은 세상의 모든 것으로 변화될 수 있다. 역장이 자유로 시작해 자유로 끝난다는 것은 그런 기술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건 이론에 불과하다. 이것은 대체? 에너지로 완전한 인간의 상을 수십이나 만들어 자유로이 조종한다니?

“자네는 이것을 역장이라 부르는 모양이지만, 사실은 그것부터 오류지. 이 기술은 그저 ‘자유’일세. ‘역장’이라는 알량한 이름으로 에너지의 형태를 고정시킨 순간, 자네는 자네의 한계를 이미 지정해 버렸던 거야. 그래서 도는 도라고 하는 순간 도가 아니게 되며, 이름은 이름 짓는 순간, 이름이 아니게 되는 법이지.”

“......”

지속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여 인영의 군상을 자유로이 움직이는 남자의 앞에서 은결은 아무 말도 할 수 없다. 그는 은결의 당혹을 즐기는 듯이 여유로운 모습을 보이며 손을 휘두른다. 그러자 화려하게 움직이던 모든 인영들이 일시에 소멸한다.

“이것은 심지어 이렇게도 될 수 있지.”

그러자 남자의 몸이 빛나며 발밑으로 어떤 공간이 퍼져나가기 시작한다. 은결은 그 공간이 자신을 휘감아 넘어갈 때, 강대한 전율을 느낀다. 이제 무엇을 보아도 더 놀랄 것이 없다고 생각했던 은결은 지금 그가 보여주는 현상의 모습에 다시 한 번 경악한다. 이것이 도무지 상대할 길 없이 강력한 힘이기 때문이 아니다. 지금 그가 보여주고 있는 것은 마지막 싸움 당시, 아버지가 보여주었던 힘이기 때문이다. 우주 전체를 지배하는 듯, 강대했던 힘. 하지만 그가 어떻게 이 힘을 사용하는 것일까? 더구나 역장의 용법을 보여주면서? 설마 이 힘조차, 사실은 역장에 관계되어 있다는 말인가? 경악한 은결의 모습을 바라보며 이해한다는 듯, 남자는 이어서 말한다.

“진정으로 상상한다는 것은 쓰라리지.”

남자의 말을 듣고, 으- 하고 은결의 마음이 억눌린다. 그의 이야기는 마음을 찌르는 칼 처럼 고통스럽다. 여우의 마음을 상상할 수 없었던 자신. 왜냐하면, 그것은 무섭고 아팠기 때문이다. 일부러 피했던 것은 아닌데. 그래도 상상할 수 없었다.

“하지만 나는 자네가 인간적인 것에 속박되어 마지막 한 걸음을 내딛는 것을 거부하지 않길 바라네. 영지는 그 걸음의 너머에 있는 것이지. 그럼 다음에 보지.”

측은한 권유처럼 남자는 말했다. 그는 말의 마지막이 끝나자마자, 이리세와 함께 사라졌다. 적을 잃은 텅 빈 공간에서, 은결과 쿠로사카는 그가 사라진 공간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굳어 있었다.

*예상보다 길어지긴 했지만 40화는 안 넘기고 끝났군요. 오차범위 10%에서 낙착!

*강대한 힘이나 능력의 무력함을 통해 세상의 근본문제를 드러내는 작품은 멀리 갈 필요도 없이 길가메시 서사시가 대표적입니다. 소포클레스의 비극 오이디푸스도 같은 성격을 가지고 있고, 이 작품에서는 ‘변신’과 연결하기 위해 등장시켰지만 괴테 ‘파우스트’도 그런 스타일의 텍스트입니다. 장르문학에서는 먼치킨을 굉장히 순진하게 사용하는 편이지만 제가 접한 한에서 비적유성탄 정도가 그런 면에서 특기할만한 텍스트였습니다.

*저번 화에 빼먹었는데, 올해 최고의 애니메이션은 카부토 보그입니다.(...) 영상물로는 트랜스포머고 뭐고 이게 최고였던 것 같습니다. 정말 환상적이었지요. 김화백이 넷을 휩쓸 당시의 즐거움을 재차 맛보게 해준 멋진 작품입니다. 컬트적이라고 할까. ‘깨는 개그’가 좋으면 필견.

*이걸로 올해도 끝이군요. 내년에 뵙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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