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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위한 찬가-243화 (243/300)

#   244-희망을 위한 찬가 - 시선 아래 승리자는 없다.(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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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걸음. 그리고 강대한 힘이 쿠로사카의 목덜미를 스치고 지난다. 그리고 한 걸음. 그녀가 움직인 공간을 파고드는 힘. 이번에 쿠로사카는 움직이지 않는다. 이것은 이미 움직여 피할 수 없다. 그녀는 검을 들어 힘의 궤적과 일치시키며 술법을 시전 한다. 방어를 위한 결계가 검에 덧씌워지며, 검면에 도달하는 충격과 맞물린다. 그러나 충격은 완전히 상쇄되지 않는다. 쿠웅! 여력에 쿠로사카의 몸이 뒤로 물린다.

“(크윽!)”

쿠로사카는 신음을 흘리며 그 힘을 타고 몸을 뒤로 뺀다. 여자와 거리를 두기 위해서다. 소녀는 그녀를 보며 이미 안다는 듯한 여유로운 얼굴을 보인다. 여전히 그녀의 얼굴은 잘 인지되지 않는다. 묘사 불가능한 종류의 형상. 인지되는 것은 지극한 아름다움. 정확히는, 지극히 아름답다난 ‘느낌’. 형상은 알 수 없다. 그렇게 뒤로 물러서면서, 쿠로사카는 힐끗, 시선을 한 쪽으로 준다. 은결을 향해서다. 그는 여전히 사념체와 싸우고 있다. 엉망진창으로. 심호흡.

오른 손에, 축기 한다. 왼 발에, 축기한다.

“당신의 검은 대단하지만 내 목표는 그 검이 아니예요. 또한 필요 없이 사람을 괴롭히는 것도 좋아하지 않죠. 물러간다면, 길을 열어드리죠.”

소녀는 쿠로사카에게 제안한다. 보내주겠으니, 떠나라고? 들을 가치가 없는 제안이다. 쿠로사카는 냉소적으로 입꼬리를 말아올린다. 말라붙은 핏줄기가 피부 위에서 갈라지는 것이 느껴진다.

“(저 바보와 함께라면 고려해 보지.)”

“그렇다면, 어쩔 수 없군요.”

단촐한 대답이 돌아온다. 쿠로사카는 호흡을 깊게 하며 동작을 가다듬는다. 앞으로 한 발자국을 내딛고, 달린다. 순간적으로 그녀의 모습이 사라진다. 엄청난 속도! 소녀의 앞으로 충격음이 처진다. 역장이 충격으로 인한 에너지의 이지러짐으로 투명함을 잃고 돌을 얻어맞은 수면처럼 깊은 파문을 드러냈다가 진정된다. 하지만 그 뿐이다. 그 역장의 너머에, 소녀는 아무 렇지 않은 안색으로 서 있다. 그러나 이렇게 될 것은 쿠로사카 역시 알고 있었다. 자- 와라. 오른 손에 축기 하고, 왼 발에 축기하며, 그녀는 소녀를 향해 마음 속으로 말한다.

“후-”

쿠로사카의 기대에 응하듯, 소녀는 깊은 숨을 흘리며 손을 든다. 보이지 않는 힘의 덩어리가 순식간에 형성된다. 소녀가 손을 내린다. 그것들이 쿠로사카를 노리고 난다. 쿠로사카는 아름답게 웃는다. 그녀는 이 순간을 노리고 있었다. 왼 발의 축기를 풀고, 결계로 자신을 덧씌운다. 이어, 키리야미를 최대까지 해방한다. 쿠로사카는 섬전처럼 움직인다. 날아온 역장이 몇 개인가 그녀의 몸을 강타했지만, 그녀는 거대한 고통 가운데서도 흔들림 없이 달린다. 처음으로, 소녀의 표정에서 여유가 사라진다.

“노림수는-!”

그녀는 외치면서 발을 구른다. 일대 전체를 장악하는 역장이 펼쳐져 공간을 보자기처럼 감싸든다. 흥. 그러나 늦다. 쿠로사카는 오연하게 웃는다. 그녀가 향하는 곳에는 사념체가, 은결과 싸우고 있는 사념체가 있다. 중요한 것은 내 승리가 아냐. 저 바보를 구하는 거고, 너희 계획을 물거품으로 돌리는 것이지! 그녀는 속으로 외친다. 그리고 오른 손의 축기를 푼다. 해방된 힘이 끓어오르며 넘실거린다. 키리야미가 전하고, 키리야미에 전달되는 양 힘이 호응하며 엄청난 시너지를 일으킨다.

-간다!

그녀는 목표에 도착한다. 일격에 잡아야 한다. 그녀는 검을 휘두른다. 뒤늦은 공격이 그녀를 잡아먹으려 든다. 쿠로사카는 개의치 않는다. 사념체를 보호하는 역장이 순간적으로 나타나 그 힘에 저항하지만 무의미했다. 역장체로 베이며 키리야미가 사념체를 가른다. 좋아! 쿠로사카는 만족한다. 다음 순간, 거대한 힘의 파도가 그녀를 휩쓸어 버린다. 쿠앙! 뒤따라온 역장에 얻어맞고, 그녀는 낙엽 잎처럼 허공을 난다. 각오했던 바지만, 역시 무시할 수 없는 타격이다. 날면서 그녀는 기침을 한다. 쿨럭. 속에서 시커먼 피가 올라온다. 유쾌하지 않은 피맛에 입안에 가득 젖는다.

“---!”

하지만 정말로 유쾌하지 않은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사념체는 키리야미의 신기에 직격 당했음에도 불구하고 복구되고 있었다.

세연의 얼굴이 사납다. 단아하고 청순한 평소의 인상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표정이다. 그녀는 주변에 소리가 들릴 정도로 과격하게 이를 갈면서 창밖을 바라본다. 창밖은, 여전한 가을의 주말 시내를 보여주고 있다. 세연이 이것을 보면서 했던 생각을, 그는 되씹어 본다. 그리하여 어떤 결론이었지?

“------”

견디기 힘든 울분이 화산이 되어 폭발한다.

이 개새끼!

푸른 이빨은 살기를 가득 담아 외친다.

“야, 차 세워!”

공포에 떨며 기사 아저씨는 차를 세운다.

-이리세와 데이트를 하게 되었다. 기쁘다. 나는 앞서 있음을 느낀다.(누구에대해?) 학교에서 이야기를 했을 때, 은결은 축하해 주었다. 사심 없이, 깨끗하게. 그의 시선에서 고통 같은 것을 느낀다.

-이리세에게서 수수께끼를 받았다. 성경에 대한 것이다.

-이리세에게 받은 수수께끼를 은결에게 물었다. 그는 웃으며 말했다. 나는 그의 조언을 더 듣지 않는다.(듣고싶지않다) 나는 넘을 수 있어.

-친구들과 은결에 대해 이야기 했다. 나는 그를 대단하지 않다고 말했다. 다른 녀석들은 내 의견에 동의하지 않는다. 너희는 모르는 것 뿐이야. 그 녀석은 대단하지 않아.(대단해)

-수수께끼에 대해 조롱을 들었다. 은결만이 인정하고, 이해한다. 그는 나를 인정한다. 용서 할 수 없는 기분이다. 그의 인정이 기뻤다는 것이. 그리고 그 녀석의 순결함이.

-넘어설 거야! 하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언제나 ‘그래. 넘어설 수 있어.’ 어쩌라는 거야. 비겁해! 너는 심지어 같은 링 위에도 올라와 주지 않는다!(나는어떤방식으로도정당화될수없다)

마음에, 마음이 겹치고, 생각에, 생각이 겹치고, 쌓여 이루는 것은 혼곤하고 고통스런 세상이다. 은결은 떨리는 지친 손으로, 지끈 거리는 아픈 머리로, 찰칵거림에 방해받는 귓가로, 여우의 마음 한 조각 한 조각을 어떻게든 쥐어, 어떻게든 끼워 맞춰, 어떻게든 깨끗한 전체상을 만든다. 그 전체상을 하나 쥐고, 하나 씻고, 하나 쌓아올릴 때마다, 욱신거리는 상처가 마음에 새겨지는 것을 느끼지만, 그래도, 그것을 피하지는 않는다.

-‘눈이 밝아져’를 이해한다. 가슴이 아프다.(이길수없다)

-그는 너무 깨끗하게 나를 바라본다. 그 시선에서 나는 느낀다. 그는 나를 보면서, 나에게 인정받고 싶다고, 나를 넘어서고 싶다고, 결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녀석에게 너무 하찮아서? 그렇지 않다. 그는 정말로 그렇게 본다. 내가 정말 그를 넘어서도, 그는 나를 그렇게 보아주지 않을 것이다. 그의 시선은 끔찍하다!(시작된순간패배했다)

-아니야. 내가 옳다. 은결은 짐승이다.(기만이라는것을안다)

-기브 앤 테이크. 하지만 그는 주지만 받지 않는다.

‘눈이 밝아져’ 은결은 참혹함을 느낀다. 여우는 생각하고, 판단하고, 결심하지만, 그 판단과 생각과 결심은 자신의 것이지만 자신의 것이 아니기도 해서, 생각은 언제나 기만과 함께 했고, 이 기만은 거기에서 눈을 돌리든 다른 이름을 붙이든 그 자신의 결심의 이면에서 이죽거리며 그 결심을 조롱하거나 부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리고, 그 기만의 중심에는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언제나-

‘-내, 가 있다.’

쑤시는 것 같은 고통, 지금 이 세상을 부정하고, 다른 곳을 향하라는 듯한 고통. 감각을 거절하고, 현상에 집중하게 만드는 고통. 여우의 기만에서 발견되는 ‘자신’의 모습에서, 은결은 자신을 향한 자신의 조소를 발견한다. ‘병신 새끼. 너는 아무 것도 할 수 없어. 가장 용서할 수 없는 것은, 너는 사실 이런 결과를 알고 있었다는 거지. 눈 돌리고 있었을 뿐이야.’ 자신을 향하는 자신의 질책. 그래서 거절할 수 없는 질책. 눈 돌리고 있었다. 눈, 돌리고 있었다. 바라보고 싶지 않았기에, 바라보지 않았고, 알고 싶지 않았기에, 모르는 척 했다.

참, 좋았으니까. 정말로, 좋았으니까.

‘-그래-’

그러니까, 언제였더라- 그러니까, 그걸 누구에게 이야기 했더라- 그런 과거의 이야기를, 그런 누군가에게 이야기 하고, 찾아온 감정의 이름은 싫지만 인정하지 않을 수 없는 ‘외로움’이지 않았던가. 영원히 쓸쓸한 불모를 말하는 길가메시를 들척여, 그것을 바라보고, 자신의 것으로 만들어도, 결국에는 지워지지 않아, 마음 한 쪽에 고착해, 흑흑쓱쓱 거리며, 사실은 눈물과 콧물을 흘리며, 채워지길 바라면서, 애써 걷어치우지 않았던가. 그래서 우는 아이가 어머니의 손길에 눈물과 콧물을 닦고, 이제는 그녀의 치맛자락을 잡고 헤실거리며 웃었듯이, 그것을 잡지 않았던가.

다시 파편을 부여잡는다.

-신이 세계를 창조했듯, 네가 불쌍하고 추악한 나를 창조했다.

은결은 가슴을 부여잡는다. 저릿하다. 판정하지 않음조차 판정함을 만든다. 크레타 인은 모두 거짓말쟁이라고, 크레타 인이 말했기에, 끝없이 의미는 뒤로도, 앞으로도 가서, 그곳에 둥지를 틀 수가 있기에, 그래서 그것이, 그것이, 결국 깨어질 수 밖에 없는 것이라, 해도, 굳이, 굳이, 이렇게, 이렇게 깨질 필요가 굳이 있어야 하는 것인가. 정말로 내가 바랬던 것은, 이런 대접을 받아야 하는 대죄였던가. 세상이 정녕코 그런 것이라면, 세상이 정녕코 그렇게 잔인한 것이라면, 길바닥의 벌레와 닮은 나는, 그저 꿈틀거리기라도 해야, 하는 것인가.

은결은 혼돈에 갇힌 채 비칠거리며 싸운다.

*한동안 연재가 늦을 테니 전투는 별로 안 길 겁니다.

*때때로 이 글은 딱 제 무렵에 쓰일만한 글이란 생각을 합니다. 이보다 젊을 때는 무식해서 쓸 수 없었을 테고, 지금보다 나이를 먹으면 학(學)에 대해 더 조심스러워져서 이런 대담한 확장과 연결을 시도하지 못했으리라 여겨집니다. ‘낫 놓고 기역자도 모른다’에서 ‘무식하면 용감하다’까지 진화했달까. 예술창작 일반에 있어 ‘무식한 추진력’을 무척 중요한 것이긴 합니다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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