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희망을 위한 찬가-237화 (237/300)

#   238-희망을 위한 찬가 - 시선 아래 승리자는 없다.(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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듬성듬성 흘러내리는 낙엽잎을 맞으며 은결은 벤치에 앉아 글을 읽는다.

-다시 악셀로드의 실험으로 돌아간다. 전술(前述)했듯이, 이 실험에서 승리자는 팃폴텟이었다. 상위 점수 군이 팃폴텟이 아닌 경우에도 그것은 반드시 배신과 협력을 조합해 사용하는 전략을 사용한다. 무조건 o를 내는 비둘기파는 어느 경우에나 승리할 수 없었다. 우리는 이 비둘기파의 패배를 간단히 고찰하도록 한다.

논리적으로 비둘기파는 전체로 보았을 때 가장 높은 점수를 획득할 수 있다. 그들은 모두 협력하고, 그 협력은 다른 어떤 선택보다 전체적으로 많은 점수를 벌어준다. 한데 왜 그들은 패배하는가? 문제는 그들이 적에게 극히 취약하다는 점이다. 비둘기파는 우선적으로 배반하는 매파와 만났을 때 아무런 대처 수단이 없다. 그들은 그저 착취의 대상이 된다. 덕분에 매파는 끝없이 몸집을 불릴 수 있다. 이는 비둘기파의 전략이 매우 불안정하다는 하다는 의미다. 배신과 변화에 대처할 방안이 없는 그들은 사소한 변화로 인해서도 쉽게 무너진다.

이는 직관적으로도 당연한 결과다. 한데 왜 비둘기파의 패배를 우리는 새삼 고찰해야 하는가. 아탁이라는 이름으로 우리가 추구해야 하는 연대가 결국 비둘기파의 그것과 같기 때문이다. 기억하자. 비둘기파는 응징의 수간이 없기에 매우 불안정하다.

아탁이라는 이름으로 추구되는 운동의 궁극적인 목표는 전세계 노동자들의 연대다. 전세계 노동자들이 협력카드를 내어놓아야 한다는 것과 같은 의미다. 이 연대는 자발적이며, 연대에 대한 거절이나 배신에 현실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방안은 없다. 그들이 이 연대에 참여하는 것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논리적인 기대는 이 연대가 그들에게 현실적인 이익으로 돌아갈 것이란 점이 먹혀 들어갔을 때뿐이다. 하지만 이념이 아닌 이익이 그들을 설득할 수 있는 최선의 카드일 경우, 이 연대에 대한 전망은 비둘기파의 미래와 같이 지극히 어둡다.

우선, 최초 연대의 성립이라는 것부터도 크게 어렵다. 현재 세계는 국가 간의 경제력 차이가 너무 크고, 그로 인한 노동자들의 소득 수준이 너무 차이가 난다. 미국과 같은 제 1세계와 가나와 같은 제 3세계 노동자들의 소득은 같은 노동자란 입장에 있다고 해도 절대적 수준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이며, 이 엄청난 차이로 인해 제 3세계 노동자들은 제 1세계 노동자가 되기 위해 끝없이 이주하고자 하며, 이에 대해 제 1세계 노동자들은 드물지 않게 증오로 응답한다.(그 궁극적인 결과는 파시즘이다.)

여기서 더해서 세계화는 그 실체가 어떠하든, 논리적으로 제 1세계와 제3세계 노동자들을 평등하게 만드는 힘을 가진다. 1세계의 인건비가 비쌈으로 싼 지역으로 이동하고, 그로 인해 2, 3세계 노동자들의 벌이는 1세계 노동자들의 상황이 나빠질수록 좋아지게 된다. 제 3세계 노동자가 1세계 노동자의 연대에 대해 응할 이유가 없다. 이러한 논리구조 아래서 세계화는 도리어 그들에게 구원자의 모습으로 조차 비춰질 수 있다.

만에 하나 이 연대에 성공했다고 해도, 그 연대를 유지해 나간다는 것은 연대를 이루는 것 이상으로 어렵다. 이때부터는 정말로 전세계 노동자들이 비둘기파의 전략을 철저히 준수해 주어야 하기 때문이다. 만일 어느 지역의 노동자들이 이 연대를 깨고 자본을 받아들이기로 한다면, 즉, 매파의 전략을 취한다면, 그 자본은 일시적으로 그 지역 노동자들에게 엄청난 이득을 안겨 줄 수가 있다. 이 이득은 곧장 그들의 경쟁력으로 전환될 것이다. 그리고 다른 지역의 노동자들은 이들을 즉각적으로 제재할 방법이 없다. 가능한 방법은 그 지역의 상품에 대한 불매운동이나 관세운동과 같은 것이지만, 이것들의 효과는 즉각적이지 않다. 여기서 더해 노동운동에 대해 필연적으로 적대적일 자본운동의 전략적인 도움으로 배신자들이 그것을 어느 정도 상쇄해 내는 것 역시도 생각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과정에서 다른 연대들이 꿋꿋하게 유지되리라고 상상하기는 어렵다.

옆의 저들은 배신으로 막대한 이득을 보았고, 보고 있으며, 그 배신에 이어 먼저 배신할수록 큰 이익이 약속되어 있는데 더해, 그 배신은 전체의 이름으로 ‘익명’을 통해 이루어진다. 이 경우 연대에 대한 충성을 기대하는 것은, 제재수단이 없다면 수백이상의 주체적 개체가 모인 집단에서는 불가능한 일이다. 최초의 배신이 발생한 이후, 배신은 연속해서 일어나 연대를 도미노처럼 무너뜨릴 것이다.

심지어 그러한 배신은 배신에 대한 대응이라는 점에서 정의로운 행동이라는 ‘명분’마저 가질 수 있다. 즉, 그것은 배신이라기보다 ‘팃폴텟’이다. 때문에 우리는 이 연대에 대해 팃폴텟조차 용납할 수 없다. 그것은 연대의 마찬가지로 연대를 파멸로 이끈다.

이미 우리는 그러한 사례를 알고 있다. 19세기 미국에서는 기업의 권한을 제한했지만 뉴저지가 주정부의 방침을 무시했고. 기업이 뉴저지로 이동하자 뉴욕도 따라서 폐지, 결국 전 주에서 주정부의 방침을 폐기하고, 결국 지금에 이르게 된다. 배신이 어떻게 오염을 부르는가에 대한 선명한 실례다.

프랑스가 토빈세를 도입했다. 벨기에도 토빈세를 도입했다. 유럽 연합이 장래 도입할지도 모르며, 이것은 더 퍼져나갈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들이 토빈세를 도입할 수 있었던 것은 기본적으로 상대적 우위 덕분이다. 그들은 토빈세 정책을 취해도 자본이 급격히 탈출할 정도로 하찮은 시장이 아니다. 도리어 그것을 감수하고서도 자본이 몰려들 정도로 매력적인 시장이다. 그러나 세계화가 지속된다면 그들이 지닌 상대적 우위는 세계화의 논리에 의해 점차 상쇄될 것이고, 결국 그들은 토빈세를 중단해야 할 것이다. 19세기 미국에서 그러했듯이. 그렇지 않다면 그들은 패배할 테니까.

다른 세계는 가능하다. 하지만 다른 세계를 위해 우리에게 남은 시간은 많지 않다. 그리고 그 다른 세계가 이루어진 이후에도 우리가 그 세계를 지켜나갈 수 있을까에 대한 전망은 희미하다.

물론 궁극적으로는 모두가 반세계화에 협력하는 것이 최선의 결과를 낳을 수 있다. 아주 긴 시선으로 보았을 때, 그것이 모두가 가장 행복해 질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자기의 이름으로 자신이 생각해, 자신이 책임져야 하는 자신의 인생에 대해서조차 10년 후 미래를 생각하고 행동하는 사람이 세상에는 드물다. 자신의 이름을 걸지 않고 행동해, 모두가 함께 책임져야하는 사안에 대해 100년을 바라보며 판단해 주길 기대하는 것은 과연 가능할까? 소득 천달러 국가의 노동자가 4만 달러 국가의 노동자의 호소에 공감하고 꿋꿋하게 연대할 수 있을까? 결국 대부분의 사람은 ‘내’가 더 행복하기를 바란다. ‘모두’가 아니다. 그런데도 이 아득한 연대에서 아무런 배신도 발생하지 않고 전세계적인 연대를 성립시켜 지켜나가는 것이 가능할까? 비둘기파는 착취자가 경쟁자로 참여한 게임에서 결코 승리할 수가 없는데도?

여기서 우리가 우리의 연대를 위해, 그 연대를 통해 이루어질 다른 세계를 위해 진정으로 대결해야 하는 것은 국가도 자본도 아닌 우리들 자신일지도 모른다...

은결은 종이에서 시선을 뗀다. 그리고 차분한 손길로 종이를 접는다. 미리 접혀졌던 선을 따라 종이는 무력하게 굽혀진다. 그는 그것을 호주머니에 집어넣는다. 은결은 아무 말 없이 하늘을 바라본다.

“......”

하늘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 아버지의 글에 대한 생각으로 마음은 가득하다. 아버지는 이것으로 본문은 끝이라고 했다. 이제 남은 것은 단촐한 맺음말이다. 그 맺음말은 전체를 간단히 정리하는 글이 될 터였다. 이렇게 끝날 것은 알고 있었다. 논리적으로 다른 결론은 불가능하다. 하지만 아버지가 담담하게 이런 글을 쓰는 걸 보자니 목이 메게 슬프다. 그렇게 위대한 당신 역시 세계 속의 인간일 뿐이다. 은결은 고개를 내린다. 손을 쭉 펼치고, 문장처럼 담담하게 바라본다.

“......”

은결은 손의 가능성에 대해 안다. 그 아름답고 경이로운 가능성을 안다. 그 가능성에 대해 이야기 해 준 것은 다른 누가 아니라 아버지였다. 그래서 그의 기호론의 최종기호는 ‘손’이었고, 그 ‘손’에 대한 믿음으로 인해 다른 모든 이들로부터 배척당했다. 그리고 위대한 당신은 이런 글을 쓴다.

“......”

아름다운 이야기다. 하지만 그 아름다움은 재처럼 하얗게 식었다. 부활할 길 없이, 스러졌다. 은결은 그 아름다움을 갈망하지만 더 이상 그 아름다움을 믿지 않는다. 천국은 언제나 지옥이고, 지옥은 다시 천국이니까. 은결은 이제 손에 대한 다른 해석을 가지고 있다. 슬픈 해석이다.

“...타자의 지배.”

쓸쓸하게 그는 중얼거린다. 지금 은결이 가지고 있는 ‘손’에 대한 다른 해석이다. 끝장난 역사의 다름 이름 같은 해석이다. 붉은 여왕의 이름이다. 사랑하며 헤어지고, 지식을 위해 책을 찢으며, 움직이기 위해 멈추고, 살기 위해 자살하며, 숭배하면서 경멸하고- 거기서 시작된 것들이다. 은결은 자신의 해석을 중얼거린 반동으로 시계가 울렁거리기 시작함을 느낀다. 아득한 심연이 발밑에서 구덩이를 벌리고 있는 것 같다. ‘괜찮아.’ 은결은 이를 악물며 자신을 향해 이야기해 준다. 웃으며 자신을 향해 주는 얼굴들이 떠오른다. 고릴라와, 민성과, 늑대와, 쿠로사카와, 세연과 여우와... 은결은 자신의 두근거림을 들으며 이를 악문다. ‘이야기할 수 있어.’ 마음이 따스해진다.

-일렁임이 진정된다.

“후.”

은결은 한숨을 내쉬며 자리에서 일어선다. 그는 몸의 이곳저곳을 움직이며 자신의 감각을 확인한다. 곧 멀리서 익숙한 여성이 다가오는 것이 보인다. 아름답고 상냥하게 웃을 줄 아는 여성이다. 세연이다. 은결은 그녀를 향해 마주 걸어나간다.

여우는 이리세의 옷을 본다. 아름다운 차림이다. 솔직히, 이런 말 하면 미안하긴 하지만, 그녀의 얼굴에 비해 아깝다고 생각했을 정도다. 하지만 저런 차림은 자신을 위해 준비된 것이다. 기뻐할 일이다. 이리세가 여우의 얼굴을 들여다보며 묻는다.

“마음에 들었나 보지?”

“응. 아주, 훌륭한데.”

“마음에 든다니 기쁜 이야기인걸.”

이리세는 상큼하게 웃으며 발랄한 걸음으로 앞으로 나선다. 그녀의 치맛자락이 바람에 날리며 우아한 곡선을 그렸다가 진정된다. 두 사람은 지금 도천시의 번화가에 나와 있다. 같이 영화나 보기로 약속하고, 표를 사러 가는 길이었다. 표를 사고 난 뒤, 시간을 보아 영화를 본 뒤에 식사를 하던가, 앞에 식사를 하던가를 결정할 것이다.

“......”

여우는 이리세를 본다. 그녀는 자신을 위해 저런 차림을 했다. 기쁘다. 은결을 위해서가 아니다. 아주 기쁘다. 처음에는 별로 매력을 느끼지 못했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다. 여우는 그녀가 무척 매력적이라고 느낀다.

“그런데 다음 주가 시험이라면서 이렇게 놓아도 괜찮은거야?”

“괜찮아. 그리고 그런 거 따질 거라면 애당초 수수께끼 같은 건 내지 말았어야지.”

이리세는 눈을 살짝 크게 뜬다.

“풀었어?”

“문제 내놓고 그런 반응이라니! 무례하게!”

여우는 불편하게 말한다. 자존심의 깊운 곳이 꿈틀, 하고 뜨겁게 움직였다. 그는 그것을 당장 그녀에게 내찔러보이며 ‘어떠냐’고 외치고 싶다. 나는 은결이 아냐. 하지만 은결처럼 할 수 있다. 네가 그렇게 높게 평가하는 그와 같이. 네가 그와 같이 높게 평가하는 은결은 이미 나에게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짐승처럼 웃으면서. 이리세는 표정을 바꾸며 사과한다.

“후후, 미안. 하지만 풀리라곤 생각을 못했어. 특별히 성경에 관심이 있는 것도 아니었을 텐데. 네가 풀지 못하리라 생각한건 아냐. 그냥 안 풀 거라고 생각했지.”

“아니네요. 귀중한 시험공부시간 까먹어 가면서 숙고했네요.”

약간 비꼬아 틀면서 여우는 말한다. 이리세는 흥미롭게 웃는다.

“답이 기대되는걸.”

“지금 말할까?”

여우는 즉각 되묻는다. 하지만 이리세는 고개를 젓는다. 여우의 얼굴이 붉어진다. 그는 그녀의 몸동작이 거의 에로틱하다고 느낀다. 기쁘다. '일찍이 그 사람 앞에...' 여우는 떠오르는 마음의 문장을 제거한다. 그녀의 시선은 나를 향한다. 그저 그것을 생각한다.

“아니. 지금은 기대하면서 두근거리고 있고 싶어. 나중에, 마지막에 들을게.”

“그, 그래.”

여우는 어색하게 답한다. 두 사람은 극장앞 매표소에 도착한다. 긴 줄의 끝머리에 서서, 다시 이야기를 나눈다.

*개인지 신청은 최소한 완결 이후에 받습니다. 어차피 소장이 목적이신 분들일 텐데, 완결까지 봐야 과연 소장할 가치가 있는가를 확인할 수 있겠지요. 어쨌거나 신청자 후보수는 늘려야 하니 홍보부탁!

*피박살의 시간이 왔다. 룰루루~

*저게 저 분량에 압축되면 손실이 어마어마한데! 라고 언제나 저를 울부짓게 만드는 사설도 이제 하나 남았습니다. 정말 엔딩이라는 느낌. 치달리듯 여기까지 진행했군요. 글이 늦다고 하시는 분들도 있습니다만, 글이 주장하고, 논증하고, 연결해야할 사고의 흐름과 복선으로 보자면 ‘너무 빨랐’다고 보는 게 더 옳은 속도였죠. 글쓴이의 감각으로는 단거리 전력질주를 했다는 느낌이랄까. 뭐 2부짜릴 1부에 쑤셔 넣어야 했으니 표피의 서사가 조금 느려 보이는 건 양해해 주세요~ ㅋ.

*피시식. 성원!! 댓글!!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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