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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위한 찬가-226화 (226/300)

#   227-희망을 위한 찬가 - 시선 아래 승리자는 없다.(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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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은 개념상 전지전능한 존재다. 전지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안다는 말이다. 전능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다는 말이다. 전지전능하다는 것은 무엇인가? 완전하다는 말이다.

완전과 완벽은 개념상 정지를 전제한다. 그것들은 변화하지 않는다.

운동을 위해 필요한 것은 무엇인가? 결여다. 변화한다는 것은, 움직인다는 것은 ‘없음’이라는 진공의 틈새로 존재가 움직임으로서 성립한다.

비어 있는 공간에서만 운동이 가능하고, 결여된 욕망이 사유를 성립시킨다. 진실로 완전한 존재에게는, 그 어떤 행위도 완전을 깨뜨리는 결과가 될 수밖에 없다.

완전한 안락 가운데서 우리는 움직이기 바라는가?

충족시키고 싶은 욕망이, 해결되어야 할 불안이 없이 우리는 사유할 수 있는가?

불완전을 완전으로 충족시키기 위한 욕구가운데 인간의 모든 행위는 존재한다.

왜 걷는가? 더 완전하다고 생각되는 상태로 자신을 옮기기 위해서다.

왜 생각하는가? 지금을 반성하고 미래를 생각해 만에 하나를 대비해 좀 더 안전하고 행복한 내일을 얻기 위해서다.

때문에 운동은 불완전의 증거다. 과거 이교의 철학자가 이야기 했던 일자(一者)가 바로 하나님의 속성이다. 그렇기에 우리는 의심한다.

세상의 존재를.

요약한다. 완전하신 하나님은 세상을 창조할 아무런 이유가 없다. 위대한 그 분은 완전하며, 완전한 그 분은 움직이지 않는다. 어떤 움직임도 그의 완전성을 깨뜨린다. 충족된 그분이 운동하거나 사유할 이유가 없다.

우리의 의문은 여기서 시작된다...

낡은 문서를 그는 바라보고 있다. 곧장이라도 먼지가 되어 스러져 버리고 말 것 같은 안타까운 문서다. 라틴어로 쓰인 문장들이 희미하게 빛이 바래져 있다. 두 번의 천 년을 겪은 양피지. 그는 생각한다. 아타나시우스에 반발해 아리우스파에서 이 글이 공표되고 한 번의 대격돌이 있었고, 두 번의 밀레니엄이 지났다. 그는 생각한다. 완전을 갈망하는 가련한 욕망들. 그래서 결국 갈망되고 있는 것이 자기자신이라는 것도 잊어버린 채 지배당하고 있는 가련한 욕망들.

탕, 하고 민성은 문을 닫는다. 그의 얼굴이 어둡다. 음료수를 꺼내러 부엌에 갔더니 결국 부엌에서는 진한 악취가 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부모님 두 분은 여전히 냉전중이다. 아들 된 입장으로, 저러한 충돌에 아무런 힘도 못쓰고 바라보고만 있자니 그것도 못할 짓이다. 민성은 후- 하고 강하고 짧게 숨을 내뱉은 다음 얼굴을 찌푸리며 다시 연필을 잡는다. 그것도 문제지만 일단 시험도 만만치 않게 중요하니까 일단은 공부나 하자는 생각이다. 용돈도 걸려 있고, 그리고 뭐 일단 대학에는 갈 생각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연필을 잡은 지 10분이 되지 못해 민성은 몸을 편다.

“아, 공부도 안 되네.”

잡념이 미풍처럼 솔솔 머릿속에 불어서 집중을 할 수가 없었다. 걱정과 우려와 기대가 이렇게 저렇게 엉켜서 엉망이었다. 잡생각을 하며 공부를 하니 연습장에 영단어를 열심히 반복해서 적어봐야 별 소용이 없다.

“읽던 책이나 볼까.”

중얼거리며 연습장을 덮고 책상 윗 모퉁이 쪽에 놓아뒀던 ‘마음’을 중앙으로 당겨 펼친다. 접어둔 페이지는 막 주인공이 선생님에게 편지를 받고 읽기 시작하는 부분이었다. 민성은 그 글을 읽기 시작한다. 어렵지 않은 문장이 쉬엄쉬엄 읽혔다. 곧 방은 사락사락 하는 책의 페이지를 넘기는 소리만이 조용히 울렸다.

은결은 역장을 밟는다. 그의 몸은 가볍게 공중으로 뜬다. 은결은 다시 역장을 형성시켜 그것을 밟는다. 집결된 에너지가 폭발하듯 발끝을 통해 터져나간다. 그는 탄환처럼 난다. 순식간에 사념체와의 거리가 좁혀진다. 사념체는 도망치길 포기하고 몸을 모아 은결의 공격을 방어하고자 한다. 그러나 무의미하다. 은결의 손에 맺힌 흰 빛의 주변으로 순식간에 무수한 기호가 떠오르며 회전한다. 은결은 주먹을 내지른다. 사념체의 표면과 은결의 주먹이 충돌하며 강렬한 빛이 난다. 다음 순간, 사념체는 먼지처럼 스러진다.

‘좋아...’

주먹을 쥐었다 펴면서 은결은 만족한다. 깨끗한 공격이었다. 무엇보다 그를 만족시킨 것은 사념체를 공격하면서 마음을 침식당하는 것이 거의 억제되었다는 점이다. 푸른 이빨의 힘을 흡수하고 나서도 공격을 할 때면 진중하게 울리는 북소리처럼 마음을 향해 퍼져나가는 고통의 물결 같은 것이 있었는데, 지금은 그렇지 않다. 아스라한 소리처럼 그것은 금새 사라질 뿐이다.

‘이대로만 가 주면 좋겠는데...’

전투뿐만이 아니다. 요즘은 구토도, 세계의 일그러짐도, 어디에도 없는 곳을 향한 열망도 거의 엄습하지 않는다. 마지막으로 그런 충동이 있었지 채 이주가 지나지 않았기에 벌써 무어라 말하기는 힘들지만, 그래도-

지금처럼 간다면, 웃으면서, 세계를 대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멀지 않은 곳에서 은결을 바라보며 쿠로사카는 감탄한다. 아름답다. 고, 그녀는 은결의 동작을 보면서 느꼈다. 역장을 형성시켜 밟고 추적하는 궤적, 그리고 그 끝에 이어진 공격. 그 군더더기 없는 연계가 저러한 방식으로 싸울 때 취할 수 있는 최대한의 수준에 이르렀다고 느끼게 했다. 그의 발전은 빠르고 분명하지만, 오늘은 그 가운데서도 특히 눈에 띈다. 처음 만났을 때는 거칠고 약했는데, 지금의 그는 숙련된 예술가처럼 움직인다.

쿠로사카는 다시 방금 은결의 공격을 생각한다. 생각 가운데서 그 공격이 자신을 향한다고 가정한다. 막을 수 있을까? 이내 그녀는 고개를 젓는다. 자존심 상하지만 키리야미를 해방하지 않는다면 그 공격을 방어하긴 힘들지도 모른다, 고 여겨졌다. 한국에 온 이후로 쭉 컨디션이 좋았고, 자기자신 역시 많은 발전을 했지만 말이다. 옥상에서 늘상 보여주는 움직임보다 한결 위다.

역시 전력을 다하지 않고 나를 상대하는 모양이다. 쿠로사카는 그렇게 생각한다. 다시 씁쓰름하게 느껴진다. 그러나 과거만큼은 아니었다. 설령 그렇다고 해도, 그것이 은결에게 있어서 자신이 대등하지 못한 상대라는 뜻은 아니라는 걸 이제 안다. 은결은 위라거나 아래라는 방식으로 다른 사람을 바라보지 않는다. 그래서 그는 자신을 연출한다. 모든 것을 할 수 있으면서, 다른 누구보다 높은 곳에 있으면서, 그렇지 않은 것처럼, 하찮은 것처럼 자신을 내보인다. 그것이 그의 선의이고, 그것이-

‘-네 약점이 되지 않으면 좋을 텐데.’

마음의 울림에 쿠로사카는 눈을 잠시 감았다가 뜬다. 은결이 역장을 풀고 내려왔다. 쿠로사카가 그를 맞이한다.

“(오늘은 정말 좋았어. 다른 때보다 더.)”

“(그, 그래?)”

은결은 당황했다. 푸른 이빨의 힘을 흡수한 것을 그녀는 아직 모른다. 평소에도 많이 억제해서 그녀를 상대하는데, 오늘은 모르는 사이 평소보다 힘을 더 발휘했었던 것 같다. 푸른 이빨과 그녀를 충돌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아직 그 힘의 존재를 숨길 필요가 있다. 화들짝 놀라는 것 처럼 답하는 은결에게 쿠로사카는 의아한듯 물어온다.

“(왜 당황해?)”

“(유리에 네가 그렇게 말해주니 기뻐서.)”

은결은 서둘러 답한다. 진화하기 위한 거짓말이지만 사실이긴 했다. 당황의 이유가 아니었을 뿐이다. 반면에 쿠로사카는 벼락에라도 맞은 것 처럼 심장을 덜컹, 내려앉았다 뛰는 것을 느낀다. 이름으로 불리는 것도 여전히 창피한데, 거기다가 무슨 낮뜨거운 말을 덧붙인단 말인가. 이 왕따는 정말 제어가 안 된다. 때때로 전혀 생각지도 않았던 폭탄을 이렇게 담담하게 터뜨린다. 쿠로사카는 평정을 가장하며 말한다.

“(장, 난 치지마.)”

“(음, 장난 아닌데. 정말이야.)”

은결은 굳게 말한다. 진심이긴 하다. 그녀가 아니었으면 사람과 사귄다는 것을 여전히 하지 못했거나 피했을 테니까. 결국 쿠로사카는 이을 말을 잃어버린다. 은결은 그녀에게 싱긋 웃어 보이고는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본다. 희미한 도심의 빛에 무든 밤이다. 유난히 밝은 별들 몇이 보일뿐, 달 이외에는 무의미한 공허같다.

그것들을 보며 은결은 그런 면에서는, 아마 유리에 만큼은 아니지만 세연도, 푸른 이빨도 자신에게 도움을 주었던 것인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한다. 자신이 품고 있는 모순을,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보고 싶지 않았던 그것들을, 세연과 푸른 이빨은 분명하게 드러내 보여줬다. 지독히 쓰라리게. 그래서 푸른 이빨에게는 고마워할 수 없지만, 적어도 세연은 고마운 아가씨다. 가능하면 그녀를 상처 입히고 싶지 않았다.

‘그러니 일이 정리될 때 까지는... 좋은 남자친구 노릇을 성실히 해야겠지.’

문득 이리세가 떠오른다. 그녀와 좀 더 일찍 만났더라면 어땠을까? 그랬다면, 어쩌면 그녀에게 반해버렸을지도 모른다. 지금은 덜하지만, 사실 자신은 무척이나 고독했으니까. 그녀 만큼 자신과 ‘같은 자리’에 있다는 감각을 주는 사람은 달리 없었으니까...

*성원성원성원...

*별로 할 말은 없고, 그저 재밌게 읽히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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