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희망을 위한 찬가-153화 (153/300)

#   154-희망을 위한 찬가 - 이 곳에는 타자가 없다.(27)

#

세연네 별장의 한 방에서 미즈하라는 쿠로사카의 몸 상태를 확인하고 있었다. 막 작업을 모두 끝낸 미즈하라는 쿠로사카의 손목에서 손을 뗐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며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됐다. 키리야미의 힘을 너무 많이 사용해 몸이 지친 것으로 보인다만 조금 쉬고 나면 회복될게다. 오히려 내가 생각했던 것 보다 네 상태는 훨씬 더 좋구나. 식신이 전해온 정보에서는 도저히 기대할 수 없는 수준의 상태였다.)”

“(역시 그 식신은 아저씨가 보낸 것이었군요.)”

쿠로사카가 단정적으로 말했다. 그녀가 이곳에 와서 만난 몇번의 식신 무리는 역시 미즈하라가 건강검진 차 보낸 것이었던 모양이다. 건강검진치고는 꽤 과격하지만. 미즈하라는 별 비밀도 아니라는 듯 별 거리낌 없는 태도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이런 일에 휘말릴 줄은 몰랐다만, 네 상태가 지극히 불안정한 것 같아서 걱정되는 마음에 이곳에 들렀다. 이렇게 상태가 좋다는 것은... 의외군. 그때는 무슨 일이라도 있었더냐?)”

도리어 미즈하라가 쿠로사카에게 추궁하듯 물었다. 마지막으로 식신이 전해온 정보와 지금 그녀 사이에는 그만큼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쿠로사카는 회상했다.

그때, 그때라면 기묘한 사념체를 베고, 그 사념체에 의해 마음을 침식당했던 때에서 겨우 회복했을 당시의 일이다. 당시 그녀의 검끝은 떨리고 있었다. 그녀가 겪은 체험에 비하자면 가벼운 증세였다. 그때 쿠로사카는 자신에게 있어 ‘타자’의 문제를 직시하게 되었다. 벗어날 수 없는 질곡으로서의 타자. 쓰라리고 충격적인 인식이었다.

쿠로사카는 저절로 침을 삼켰다. 은결이 아니었다면 지금 자신은 어떻게 되었을까? 확실히 그때를 생각하면, 그녀의 지금 몸 상태는 설명하기 힘든 부분이 있다. 하지만 그 원인은 그녀 역시 알지 못한다. 그때의 경험은 설령 미즈하라라 해도 공유할 수 있는 경험은 아니었다. 쿠로사카는 고개를 저었다.

“(이렇다할 일은 없었습니다. 그리고 물론 그것만을 위해 여기 오신 것은 아니시겠지요.)”

“(물론이다. 그것만을 위해 여기까지 온 것은 아니었지.)”

칼로 베듯이 말하고 미즈하라는 입을 다물었다. 자세한 내막을 쿠로사카에게 밝힐 수는 없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더 물어도 무의미했다. 쿠로사카는 화제를 돌렸다.

“(묻고 싶은 것이 있습니다.)”

미즈하라의 시선이 이채를 띄고 그녀에게로 향했다. 쿠로사카는 입을 열었다. 그녀가 물은 것은 어제 은결과 자신 사이에 있었던 기묘한 경험에 대해서였다. 물론 자세한 내용을 제하고. 그때 은결은 자신이 아무런 이야기도 하짐 않았음에도 모든 것을 알고 있는 것 처럼 이야기 했었다. 그녀의 이야기를 다 들은 미즈하라는 입을 열었다.

“(흐음- 흥미롭군. 내 생각에는 아마 네가 그 아이와 접속해 있던 순간 그 아이가 너를 ‘읽은’게 아닐까 싶구나. 세계와 완전한 동화를 이루어가던 도중이었으니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을 것이다.)”

“(저를... 읽었다고요?)”

무척이나 당혹한 표정이 되어 쿠로사카는 되물었다. 그녀의 얼굴은 엷게 상기되어 있었다. 쿠로사카는 조금 기묘하게 생각하며 말했다.

“(물론 다 읽지는 못했겠지. 접속의 순간은 짧았으니까. 아마 네 의식이 표층에서 가장 강하게 맴돌던 사고의 단편들 몇 가지를 읽었을 게다. 그것도 그 아이 자신이 생각하던 것들과 가장 크게 연관되던 부분으로.)”

“(그는... 아무런 생각도 하지 않았습니다.)”

쿠로사카는 반박하듯 말했다. 그녀의 말은 어쩐지 절실했다. 미즈하라는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그렇지. 하지만 완전히 생각하지 않은 것은 아니지. 정말 그렇다면 그 아이가 네 공격에 반응한 것은 설명할 수 없다. 그러니 분리되는 과정에서 자의식이 회복되며 개념과 의식을 되찾는 과정에서 네 사고의 극히 일부와 접속했겠지. 너는 세계와 접속해 있던 상태가 아니니 그 아이의 생각을 읽을 수 없었을 것이다. 나로서는, 그렇게 생각되는구나.)”

“(그런가요...)”

쿠로사카는 손톱을 깨물었다. 그녀의 모습을 기이하게 바라보며 미즈하라가 물었다.

“(하지만 표층의 사고 일부를 읽힌 정도에 불과한데 너는 무척 초조해 보이는구나. 그때 이세의 기밀이라도 생각하고 있던 것이냐? 하지만 네가 특별히 중요한 이세의 기밀 따위를 알리도, 알아도 그렇게 대단한 것일리도, 그런 상황에 그따위 생각을 할 리도 없을텐데.)”

미즈하라의 말은 논리적이었다. 아무리 키리야미의 후계자라고 해도 아직 신사의 신주가 된 것도 아닌 그녀가 이세의 핵심적인 기밀을 쥐고 있을 리는 없다. 더구나 당시 상황의 다급함을 생각하면 그녀가 사태와 무관하게 생각을 엉뚱하게 하고 있었으리라 생각하기도 힘들다. 그런데도 쿠로사카는 마음이 읽혔다는데 초조하게 반응하고 있었다. 쿠로사카는 간결하게 답했다.

“(마음을 읽힌다는 건, 어쨌거나 불쾌한 법이지요.)”

“(그렇다고 말한다면 그런 것이긴 하다만...)”

여전히 걸리는 부분이 있다는 표정으로 미즈하라는 쿠로사카의 말을 받았다. 쿠로사카의 태도가 불쾌해 하는 것으로는 보이지 않은 탓이다. 쿠로사카는 그의 시선을 피했다.

맞은편 방에서 은결도 쿠로사카와 같은 작업을 하고 있었다. 마침 이쪽도 할아버지의 힘을 빌려 수행이 진행하던 검진을 모두 끝낸 참이었다. 은결은 피로에 지쳐 잠들어 있는 상태였다. 가슴에서 손을 떼어내며 수행은 아들의 얼굴을 내려다봤다. 은결의 질서정연한 숨결이 쌕- 쌕- 하고 작게 들려왔다. 수행의 피로한 얼굴로 복잡한 표정이 피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할아버지가 물었다.

“어떠냐?”

“육체적으로는 아무런 이상도 없습니다. 하지만 정신적으로도 그러할지는 모르겠습니다.”

“역시, 아무런 문제가 없기는 힘든 모양이구나.”

돌아온 아들의 답에 할아버지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수행은 쓰디쓰게 말을 이었다.

“어떠한 관점에서도 전체성에 대한 인식이란 비유할 길이 없는 열락입니다. 은결은... 그 세계를 어떤 방식으로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만... 자각과는 무관하게 돌입했고, 자의와는 무관하게 떨어져 나왔습니다.”

수행이 말했다. 할아버지는 쓴 얼굴로 반론했다.

“은결은 그때의 경험을 아무 것도 기억하지 못한다고 했으니 괜찮지 않으냐?”

“그렇기를 바랍니다. 그러나 만일 그 총체성에 대한 인식을 기억하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도무지 이해할 방법이 없어서 무의식 저편으로 침전시켜둔 것이라면, 향후 은결이는 많이, 힘들어질지도... 모릅니다. 때때로 그 인식과 세계가 겹쳐질 것입니다. 그때의 인식이 무의식 수준에서나마 남아있다면, 그러한 수준으로 바라볼 수 없는 세계의 모습이란 견딜 수 없이 비참합니다.”

“괜찮다. 은결이는 강한 아이니까. 열 살 때 이미 감각차단을 극복해 내지 않았더냐.”

수행의 어깨에 팔을 올리며 할아버지는 말했다. 감각차단을 극복한 자의 자아는 그렇지 못한 자들의 자아와 비교 할 수 없는 강인함을 지니게 된다. 어떠한 난관에서도 ‘자기정체성’를 잃지 않는다. 하지만 할아버지의 손은 작게 떨리고 있었다. 세계에 접속한다는 것은 ‘어떠한 난관’에 속하지 않는다. 그건 그냥 ‘절대’다. 그 희미한 떨림에서 수행은 아버지가 자신을 위로함으로서 자신도 위로받고자 하고 있음을 알았다. 그것은- 자신도 마찬가지였다. 수행은 한숨을 쉬며 쓴웃음과 함께 말을 이었다.

“그게 아니었다면 저는 은결이를 구하지 않았을지도 모릅니다. 그렇지 않더라도 무척이나 망설였겠지요. 그러한 열락을, 인식을 기억한다면, 이 세계로 돌아오게 하는 것은, 사실 가장 가혹한 고문보다 가혹한 것이 될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정상적인 인간이 갑자기 오감을 모두 빼앗기는 것 보다 훨씬 가혹한 경험일테니까요... 은결이가 자각을 통해 그러한 인식으로 돌입했다면 괜찮겠지만, 그렇지는 못하니까 말입니다.”

은결이 자신의 ‘깨달음’을 통해 세계와 접속했다면, 그 접속을 제어할 수 있었어야 한다. 그러나 은결은 자신의 상태를 제어할 수 없었다. 은결이 어제 보여준 모습이 은결 자신의 깨달음과는 무관했었다는 뜻이다.

“그러고 보니... 어떻게 은결이는 그런 상태로 돌입하게 된 것이지? 그것은 주련다고 줄 수 없고, 내친다고 버려지지 않는 것이지 않더냐. 만일 그런 편리한 것이었다면 현자의 돌이 그토록 대단하고 위험한 물건일 리가 없지...”

“그렇습니다만, 아버지도 아시지 않습니까? 은결이는 물질적인 수단으로 거기 접속할 수 있는 힘이 있습니다. 자세한 판단은 은결이가 깨어난 다음 이야기를 모두 들어보고 나서야 가능하겠습니다만, 저는 그 힘과 어제 은결이의 모습이 연관되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아아. 그렇구나.”

아들의 대답에 할아버지는 깨달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 수행이 그토록 ‘위대’하다고 평가받는 것은 그 깨달음을 물화시킬 수 있는 수단을 미완성이나마 성취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정말 ‘기적’이라 불릴만한 성취다. 그것은 깨달음을 줄 수 없지만, 깨달음의 효과는 비슷하게 구현할 수 있다. 그리고 그 기적의 가장 근저에 해당하는 기본 술식은 은결 역시 알고 있다. 완전한 이해라기보다 암기에 가까운 것이지만, 어쨌거나 은결은 그것을 구현할 수 있다.

“실수한 것일까요?”

수행은 처연하게 물었다. 할아버지는 고개를 저었다.

“그것이 아니었다면 모두 죽었을 거라고 쿠로사카라는 아이가 말하지 않았더냐. 네 선택은 잘못되지 않았다. 은결이가 그 힘을 오용할 아이도 아니고.”

“그렇기를, 바랍니다.”

"그리고, 그 이야기는 은결이에게 할 것이냐?"

"아직 정하지 못했습니다."

수행은 쓸쓸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엄숙한 분위기가 방안을 휘감았다. 분위기를 바꾸고자 할아버지는 어흠, 하는 가벼운 기침과 함께 물었다.

“그리고보니, 세연이란 소녀에게 강림시켰던 카미는 어떻게 된 것이냐? 도통 기척이 느겨지지 않던데.”

“아마 구속이 사라지자 그냥 떠난 것이 아닐까요? 이쪽에서 조금 몹쓸 짓을 했으니 다시 얼굴 보고 싶은 생각은 없었을 겁니다. 보복을 생각하기에는 조금 과격한 모습을 보여줬으니, 아무리 카미라도 이쪽에 덤벼들지는 못할 겁니다.”

“하기야. 어제 네가 진을 다루는 모습에는 나도 놀랐으니. 그런데 몸은 괜찮으냐? 진식 운행의 마지막 부분에서 많이 무리를 했을텐데.”

할아버지는 걱정스레 물었다. 과거 위대했고 지금도 위대한 아들이지만, 몰락한 그의 육체는 무척이나 약하다. 이렇게 밖으로 돌아다니고, 어제처럼 과격한 운동을 해서 좋을 몸이 결코 아니다. 그러나 수행은 할아버지의 걱정을 불식시키는 편안한 미소를 보이며 말했다.

“후후, 괜찮습니다.”

“네가 괜찮다니 걱정 없겠지. 무리하진 말거라.”

할아버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들의 미소에는 꾸밈이 없었다. 괜찮다는 말은 사실인 것 같았다. 몸이 점차 회복되어 가고 있다는 것은 기쁜 일이다. 물론 아무리 회복하더라도 과거와 같은 힘을 다시 손에 넣을 수는 없겠지만. 천상의 태양과 같은 그 영광이 회복되는 일은 없겠지만.

잠든 은결의 곁에서 수행은 컴퓨터를 하고 있었다. 간호의 틈틈이 미처 정리하지 못한 일들을 정리하는 것이다. 그가 적고 있는 것은 이번 주 연재해야할 사설이었다. 어제 끝냈어야 하지만 미처 그러지 못했다. 모니터의 하얀 화면에 정연한 디지털의 한글이 매끄럽게 이어지고 있었다.

-1989년 이후 소련에 페레스토레이카의 바람이 불게 되면서 자본주의의 승리는 부동의 것이 된 것으로 보였다. 이후 미국의 신자유주의 정책은 아무런 장해 없이 전세계에 광범위하게 확산된다. 과거 근대화라는 명제가 그러했든, 전 세계의 개발도상국들은 자유주의 경제에 편입되는 것을 생존의 문제로 여기게 되었다. 그들은 그 과정에서 세계은행과 IMF에서 많은 돈을 빌리지 않을 수 없었고, 그들에게 국내 경제정책을 맡기게 된다. 90년대가 되면 많은 탈사회주의 국가들 역시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들 국가에서 필연적으로 이는 부의 편중을 가속화 시킨다. 그것도 극단적으로.

문제는 자본주의의 승리는 명목상이나마 민주주의의 승리와 함께 한다는 것이다. 자유경제체제를 받아들이는 나라는 필수적으로 민주주의를 받아들여야 했다. 대의제 민주주의는 자본주의를 위한 기초적인 발판이다. 서방의 경제논리는 자본주의와 민주주의가 상호강화한다는 믿음을 통해 이루어지고 있다. 이로서 2000년에 이르러 120개국 전세계 63%의 인구가 자유민주주의 체제 하에 살게 되었다. 하지만 극단적인 부의 편중이라는 자본주의적 현상이 민주주의라는 정치 시스템과 결합되어 나타난 것은 많은 국가에 있어 분노한 민족주의라는 모습이다. 그들 국가에서 돈을 버는 것은, 그것도 엄청나게 버는 것은 그 땅에서 살지 않던, 그 땅과 무관하던, 그들과 무관하던 자들이었다. 부유함이 성공의 기준이 되는 사회에서 정치적 다수집단의 좌절은 필연적이었다.

민주주의라는 정치제제에서 이러한 좌절은 곧장 정치적인 힘으로 뒤바뀔 수 있고, 실제로 그렇게 됐다. 1990년 이후 전세계에는 복수심에 불타는 민족주의적 슬로건이 울려 퍼진다. “짐바브웨를 짐바브웨 사람들에게”, “우즈베키스탄 사람들을 위한 우즈베키스탄”, “후투족에게 권력을!”, “세르비아 사람들을 위한 세르비아.” 민족주의적 정책을 거부하는 정치인들은 곧장 배신자가 된다. 이 가운데 ‘백래쉬(backlash)’는 불가피하다. 백래쉬는 세 가지 형태를 띄게 되는데, 첫째는 시장점유 소수집단의 부를 표적으로 하는 것. 둘째는 시장점유 소수집단에 의한 민주주의에 반대하는 것. 셋째는 민족말살과 그외 다른 형태의 다수집단을 지지하는 민족적 폭력이다. 단언해서, 시장점유 소수집단을 지닌 대부분의 국가에서 자유시장과 민주주의라는 조합은 평화와 번영이 아닌 민족적 갈등의 표면화와 재산몰수, 독재, 대량학살을 초래했다. 서구 이외의 국가에서, 세계화의 진정한 모습은 이런 것이었다.

이는 근대국가의 구조상 필연적인 일이다. 근대국가는 기본적으로 네이션-스테이트-자본제라는 구조로 형성되어 있다.(예외적인 국가는 있다.) 이들 근대국가 각 영역은 고유의 논리를 지니고, 그것들이 상호작용하면서 근대국가라는 총제적 정치집단을 유지한다. 여기서 자본제는 기업으로 대표되는 시장의 논리를 의미한다. 그리고 스테이트는 정치제제 전반을 대표하는 것으로, 세금을 거두고, 그것을 분배하는 작업을 통해 부의 불균등을 해소해 정치적 혼란을 조정한다. 자본제로 인한 불평등이 계급의 문제로 귀착되는 것을 막아내는 역할을 맡는 것이다. 하지만 국가의 재분배작업은 완전하지 않다. 이때 ‘네이션’즉 민족이 등장한다. 민족이란 개념을 통해 어느 정도의 불평등을 국가와 민족이란 환상적 이념을 통해 용해시킴으로서 그러한 갈등을 다시 해소하려 한다. 이는 매우 강력한 체계다. 그렇지만, 이러한 균형체계도 어느 한쪽이 지나치게 강하다면 불안정을 피할 수 없다. 위 사례는 근대국가가 ‘네이션’의 측면이 작동할 수 없거나 최악의 방식으로 작동한 국가들의 예다. 이것은 IMF이후 무비판적으로 세계화의 흐름에 동조하고 있는 한국에서 자유민주주의가 처해 있는 위기의 모습을 바라보는데 중요한 교훈을 주고 있다...

글을 다 적은 수행은 의자에서 일어나 아직 깨어나지 못한 은결을 내려다 봤다. 비밀이 깃든 눈이다. 그리고 침중한 얼굴로 주머니를 뒤져 패를 하나 꺼냈다. 은빛의, 패였다. 그는 한동안 그 패를 바라보다가 한숨을 길게 쉬었다. 깊은 고뇌가 스며든 한숨이었다. 수행은 작고 무겁게 중얼거렸다.

“그노시스트...라. 만상을 부정하는 자들이 이곳에서 준동하는가...”

*챕터 끝. 길었지만 사실 클라우스 적을때 50화 가까이 한 것도 있어서 별로 긴 것도 아닙니다. 이번 챕터는 다른 챕터와 달리 2주간의 이야기니 당연히 두 배 분량이 되어야 하고. 하여간 이제 좀 쉽니다.

*그노시스트의 등장도 이미 예고되어 있었죠.

*최근 들어 선작이 늘지 않네효. 5000넘겼으니 일단 목표는 달성했지만, 그래도 더 늘면 기쁘니까 독자 여러분의 홍보를!!

*이렇게 되었으니 러셀 역설과 이중구속에 관련한 인간 이성의 본질적 특징을 가지고 썰을 푸는 챕터를 하나 마련해야 하겠군뇨!(뻥)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