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07-희망을 위한 찬가 - 변신시대(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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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척이 느껴진 장소에 도착했을 때 두 사람이 만나게 된 것은 전혀 의외의 것이었다. 시커멓고 크다는 것에서는 지겨우리만큼 상대한 사념체와 별반 차이를 가지지 않았지만, 그것이 안개와 같이 무정형질이 아닌 정확한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점에서 일단 이전의 것들과는 현격한 차이가 있었다.
“으음...”
“큼...”
거기다, 저 두려운 외모라니! 유전자 레벨의 공포를 이끌어 내는 듯한 유선의 무시무시한 조합. 가로등과 달빛을 반사하는 표면의 매끄러움이 도리어 끔찍해서, 등줄기로 전율이 흐를 지경이다.
“네가 상대해.”
굳은 표정으로, 쿠로사카가 은결을 향해 말았다. 그녀는 진심으로 저 괴물을 상대하고 싶지 않았다. 그렇지만 그것은 은결 역시 마찬가지였다. 물론 쿠로사카는 원래 도천시 담당이 아니기 때문에 억지로 하라고 말할 수는 없지만 이왕 여기까지 나왔는데 사람이 그래서는 안 되는 법이라고 은결은 생각했다. 이왕 도와주는 것은 책임감을 가지고 도와주어야 하는 법이다.
“에? 가, 같이하자.”
“오늘 낮에 너 때문에 키리야미로 사과 따위를 깎았잖아. 그런데다 ‘저런 것’ 까지 벨 수는 없어.”
쿠로사카는 딱 잘라 거절했다. 은결은 무언가 하고 싶은 말이 말았지만 그녀의 태도가 너무 단호해서 그 이상 무언가 말을 더하지는 못했다. 그는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 같은 태도로 앞으로 나섰다. 쿠로사카는 뒤에서 폭, 하고 안도의 한 숨을 쉬었다. 정말로 상대하기 싫었던 모양이다. 그런 두 사람의 앞으로, 크고, 검지만 그다지 아름답지는 않은 유선형의 정형체가 슬슬 움직이기 시작했다. 앞에 달려 움직이는 채찍 같은 더듬이의 부드러운 움직임이 소름이 돋을 지경이다.
“크음...”
은결은 힘없는 침음성을 내며 왼손으로 콧등을 훔쳤다. 그리고 진을 형성해 발밑에 깔고는 그것을 박찼다. 은결이 몸이 바람보다 빠르게 날았다. 그는 주먹에 힘을 집중해 정형화된 사념체, 사실상 괴물을 향해 내리쳤다. 우습게도, 은결의 공격이 사념체의 등 위에서 미끄러졌다. 은결은 감촉에 전율하며 착지하기 전에 몸을 빙글 돌리며 발을 내리쳤다. 그의 뒤꿈치가 막대한 힘을 담고서 괴물을 등 정중앙을 향했다. 그러나 괴물은 다리를 재빠르게 움직여, 그 거체에는 도무지 걸맞지 않는 부드러움으로 그 공격을 피했다. 믿을 수 없는 민첩함이었다. 은결은 얼마전 배운 쿠로사카의 기술로 발끝의 에너지를 해소하며 착지했다. 그는 당황한 표정으로 사념체를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젠장... 어째서 저런 녀석이... 이건 말이 안 돼. 저 녀석은 기공 호흡을 하니까 이 크기는 정상이 아냐. 키틴질의 갑각도 저런 무지막지한 크기의 복잡한 형태인 주제에 허물벗기가 가능할 리가 없잖아. 더구나 저 크기에 발의 모양이 그대로라니, 역학의 기본 원칙을 무시하고 있어! 그건 갈릴레이가 척력효과로...”
터무니없는 불평이었다. 그렇다면 은결 본인이 인간 수준의 생물체로는 도무지 다룰 수 없는 수준의 고단위 에너지를 자유자재로, 그것도 물리적 접촉을 격하고 사용해 내는 것을 어떻게 설명한단 말인가. 이능이 개입되는 곳에서 일반적인 세계의 법칙은 큰 의미를 가지지 않는다. 그는 아마도 다소간 공황상태에 들어선 것으로 보였다.
‘과연 바퀴벌레...’
뒤에서 그 광경을 바라보던 쿠로사카가 굳은 얼굴로 내심 꺼낸 한 마디가 은결의 공황을 포함해 상황을 정리했다. 두 사람 앞에서 더듬이를 부드럽게 움직이며 정치해 있는 사념체. 저 유선형의 동체에, 기름을 칠한 듯 미끈한 표면! 부드러운 더듬이의 움직임! 믿을 수 없는 그 신속함! 어딜 어떻게 보든 저 녀석은 사람보다 두배는 거대한 ‘바퀴벌레’였다. 거시세계에 있어 모기와 함께 인류의 2대 적이라 할 만한 인류외 생물이 이렇게 거대화 되어 두 사람 앞에 등장한 것이다. 아연할 밖에.
“쿠, 쿠로사카.”
은결이 고개를 돌려 쿠로사카를 바라보며 말했다. 자신을 바라보는 은결의 눈동자가 많이 애처롭다고 느끼긴 했지만, 그 정도로는 역시 생리적 혐오를 이길 수 없었다. 쿠로사카는 냉정하게 고개를 돌렸다.
“......”
“크윽.”
은결은 좌절의 신음을 내뱉으며 다시 돌격했다. 생각해보면, 생긴 게 그렇다고 이렇게까지 기피하는 것은 이상한 일이다. 따지고 보면 혐오란 진화 과정에서 위험한 세균을 피하기 위해 발전해온 감정이다. 그렇다면 냉정하게 생각해, 세균의 위협을 배제할 수 있다면 바퀴에 대한 혐오는 온당하지 않다. 그런 감각에 휘둘리는 것은 이성적이지 않다. 오늘 저녁에 미래를 향해 본인 스스로가 그런 이야기를 하지 않았던가! 라고 은결은 자기 세뇌를 하며, 주먹에 깃든 에너지를 다시금 증폭시켰다.
그리고 은결의 주먹 주변으로 펼쳐진 진법에 다시 진법이 겹쳐지며 밝게 빛났다. 휘황한 빛은 거대 바퀴벌레의 몸을 갈색으로 미끈하게 비추다가, 이내 압도적인 광량으로 희게 물들여 버렸다. 쿠로사카도 맨눈으로는 보기 어렵다고 느낄 지경이었다. 은결이 주먹을 휘둘렀다. 그의 주먹이 대기를 꿰찢으며 바퀴를 향해 날았다.
‘-헛쳤다!’
은결과 쿠로사카의 눈이 동시에 커졌다. 은결은 자기의 손에 대기의 저항 밖에 느껴지지 않은데 당황하고 얼른 동작을 안정시키며 주변을 둘렀다. 은결의 한참 위, 어느 빌딩의 벽에 달라붙어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짧은 시간에 사라진 것 처럼 피해 저 곳에 가 있다. 놀라운 몸놀림이다. 은결의 공격이 직선적이기는 해도 그 직선적인 공격이 단점이 될 수 없을 만큼 빠른 속도를 겸비하고 있다. 그걸 이렇게 간단히 피하다니!
“-쿠로사카.”
은결이 다시 쿠로사카를 불렀다. 그의 목소리는 이제 무거웠다. 쿠로사카도 그 무거운 말의 의미를 안다. 그녀는 답 없이 앞으로 나서며 키리야미를 들었다. 매우 유감스럽게도 이 거대한 바퀴벌레는 간단한 상대가 아니었다. 두 사람 모두 거대한 바퀴벌레를 상대해야 한다는데 거북함을 느끼고 있었지만, 이렇게 되면 그런걸 따질 형편이 아니다. 이 녀석은 평범한 사념체보다도 훨씬 위험할 수 있었다.
그리고 바퀴벌레가 등의 날개를 펼치고 날았다. 소름끼치는 광경이다. 그것은 퍼덕퍼덕 빠르게 날아 두 사람 주변으로 오더니 더듬이를 쭉 뻗어 공격했다. 은결이 역장으로 그것을 막았고, 쿠로사카가 그 틈을 타 키리야미로 배를 가르기 위해 공격했다. 일순간, 그녀는 이 이 녀석의 배를 가르면 그 체액이 자신에게로 모두 쏟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그녀의 전신으로 소름이 돋았다. 짧은 순간, 키리야미의 검끝이 망설였고, 그 틈을 타 바퀴벌레는 도망가며 근처에 안착했다.
“칫!”
은결은 혀를 차며 주먹을 내뻗었다. 그의 주먹을 중심으로 역장이 형성되어 둥그런 조각칼 형태로 바퀴벌레를 공격했다. 바퀴벌레가 몸을 낮췄다. 미끄덩, 하는 감촉이 있더니 은결의 팔과 바퀴벌레의 몸이 중심에서 어긋났다. 생각하기 힘든 일이었지만 역장을 통한 공격이 미끄러졌다. 지난번 사념체가 두 사람의 공격을 자신의 에너지로 전환했던 것 처럼, 바퀴벌레의 등에도 마법적인 처리가 되어 공격을 막아내고 있는 것 같았다. 역시 쉽지 않았다.
그에 은결은 대지를 박차며 돌진했다. 접근전으로 결판을 낼 생각이었다. 은결이 가까워지자 바퀴벌레가 몸을 들어 배를 보였다. 연한 갈색의 배는 번데기의 피부처럼 줄이 쫙쫙 가 있었고, 그 끝으로는 무언가를 내뿜으려는 듯 꿈틀거렸다. 그리고 바퀴벌레는 네게의 다리를 이리저리 움직이며 은의 공격에 대비하기 시작했다. 은결은 그 광경에 심한 메스꺼움을 느꼈다.
‘우...’
늑대인간을 손으로 찢어발겼을 때의 감촉보다도 어딘가 더한 메스꺼움이 느껴졌다. 심한 토기가 느껴졌다. 은결은 저절로 시선을 돌려 그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피했고, 그로 인해 공격 타이밍을 놓쳤다. 그때 바퀴벌레가 은결을 향해 달려들었다.
“은결!”
쿠로사카가 반사적으로 외쳤다. 은결도 반사적으로 오른 손을 들어올리며 역장을 형성했다. 은결을 덮치려던 바퀴는 은결이 형성한 역장과 박치기했다. 콰앙-!! 은결은 막대한 힘으로 뒤로 튕겨나갔다.
“젠장...!”
바닥에 착지한 은결은 고개를 절래절래 저었다. 이런 공격을 막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그러나 이 녀석은 심리적으로 공격하기가 너무 힘들었다. 아무리 바퀴벌레라지만 이 정도까지 싫어하는 것은 아니다. 더구나 목숨을 걸고 싸우는 적이다. 은결이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이미 쿠로사카도 일격을 먹일 기회를 놓치고 있었다. 그녀는 공격이 실패하자 매스꺼운 안색으로 은결의 곁으로 다가와 자세를 잡았다. 바퀴벌레는 그들의 앞에서 꿈지럭꿈지럭 움직이며 불쾌한 아우라를 발했다.
“뭔가 이상해, 제대로 공격을 못하겠어. 시간이 갈수록 더해.”
“나도 그렇게 느끼고 있어. 아무래도-”
은결이 무언가 말하려던 찰라, 바퀴벌레가 몸을 거꾸로 돌렸다. 그리고 항문을 두 사람에게 향했다. 빛이 일었다. 뭔가 위험했다. 방어를 포기하고 두 사람은 반사적으로 피했다. 콰앙-! 폭발 소리가 났고, 먼지가 크게 일었다. 은결은 진을 형성해 대기를 회전시켰다. 강한 바람이 불며 먼지가 모두 걷혔다. 시야가 맑아지며 거의 함몰되다 시피 한 바닥이 드러났다. 깊이는 5미터 정도에, 폭은 2미터 정도인 구덩이가 생겨나 있었다. 뭔가 녹으면서 폭발한 듯한 광경이다.
다시 바퀴벌레는 꽁무니를 꿈지럭 거렸다. 또 한 발 더 분출할 모양이다. 보고 있을 수는 없었다. 은결은 이를 악물고, 역장을 형성해 최고 속도로 돌진했다. 결계가 펼쳐진 와중에서도 퍼억! 하는 소리가 강하게 퍼지며 주변의 대기가 폭발하듯이 튕겨나갔다.
그리고 은결은 대기의 저항에 마치 무수한 철판을 꿰뚫고 나가는 것 같은 충격을 전신으로 느끼면서 손을 휘둘렀다. 다시, 견디기 힘든 메스거움이 그를 향해 밀어닥쳤다. 은결은 이를 악물어 그 감각을 견뎠다. 그의 주먹이 힘을 머금고, 바퀴벌레의 꽁무니를 향했다. 그때 바퀴의 꽁무니 쪽에서도 산액같은 것을 분출했다. 위험을 느끼고 적은 양이나마 발사한 것이다. 역장과 산액이, 힘과 힘이 마주하며 주변의 공간 전체가 흔들렸다.
-크기에엑-!
바퀴가 비명을 질렀다. 산액을 견디고 은결의 공격이 바퀴의 꽁무니를 처참하게 짖이겼다. 바퀴는 생명의 위기를 느끼고 재빨리 도망가기 시작했다. 하지만 은결은 그것을 쫒지 않았다. 그는 당장 뒤로 뛰어 바퀴가 만들어 놓은 구덩이로 갔다. 쿠로사카도 기분이 나빠 저것에 대해서는 어떻게 쫒아갈 생각이 들지 않았다. 그녀는 대신 은결에게로 다가갔다.
은결은 그 안에다가 구토를 하고 있었다. 얼마 남지 않은 바퀴의 체액에 토사물이 연기를 뿜으며 증발했다. 바퀴의 꽁무니를 공격했던 은결의 한쪽 팔은 엉망이었지만, 본인은 그것에 대해서는 신경도 쓰지 않고 구토에만 열중해 있었다. 한참 구토를 하고, 더 게워낼 것이 없고서야 은결은 바닥에 벌러덩 드러누웠다. 그는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쿠로사카... 저 괴물은 정형화되어 있긴 해도 정신공격계야. 공격을 성공시키니까 그대로 메스꺼운 감각이 정신으로 밀려들어오는 게... 도무지 못 견디겠더라.”
“그런 것 같군.”
그렇게 답한 쿠로사카도 곤란한 표정으로 바퀴가 도망간 쪽을 바라봤다. 상처가 깊었던 듯, 체액이 떨어져 선에 가까운 흔적을 남겼지만, 쫒아가고픈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앞으로 어떻게 상대해야 할지 다소 암담했다.
*은결이 진법 사용하는거 보면 사실 마법수준이죠. 그리고 명백한 악신을 숭배하는, 그러면서 광범위한 지지를 확보하면서 ‘누미노제’를 이끌어내고, 세련된 기호 체계를 이룬 종교란 없기 때문에 이 일을 하는 사람 가운데 자기 욕망에 취해 힘을 사용하는 사람은 거의 등장하지 않습니다. 사실 악신 숭배는 시시한 사이비 종교나 할까, 제대로 종교의 틀을 갖추고서 악신이 숭배되는 경우는 없죠.
*출판은 무리겠지만, 성원 감사.^^ 뭐 출판해도 조기종결 될 가능성이 높으니 그걸 생각하면 못 하는 것도 나름의 장점은 있죠. 조기종결 해야 한다고 하면 이 글은 전체 구성에 아주 심각한 타격을 받게 되는지라.
*수험생 여러분은 수능에 좋은 성과 있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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