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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위한 찬가-94화 (94/300)

#   94-희망을 위한 찬가 - 길가메시와 근친금기(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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쿠로사카는 선조를 타고 세상으로 뛰쳐나간 한 발의 총탄처럼 빨랐다. 그녀는 뛰쳐나가는 순간에 이미 사념체의 앞에 도착해 있었다. 쿠로사카는 그 사념체를 두 조각으로 자르기 위해 검을 휘둘렀다. 키리야미에 머문 짙은 기의 파동이, 그녀의 돌진이 발생시킨 운동에너지를 그대로 받아들이며, 엄청난 속도와 힘으로 사념체를 베었다.

-웅!

한 순간, 대기가 진감하며 떨었다. 쿠로사카와 은결은 모두 표정을 굳혔다. 쿠로사카의 그 강력하던 검이 사념체를 베지 못하고, 검은 덩어리 같은 것 앞에 막힌 채 파직, 파직 전격 같은 것을 일으키고 있었다. 사념체가 실뭉치 같은 안개의 돌기들은 모아 방어막을 형성해 그녀의 공격을 막은 것이다.

하지만 놀라고 있을 틈은 없었다. 쿠로사카는 얼른 검을 빼며 뒤로 물러섰다. 곧장 그녀가 있던 자리로 키리야미를 막았던 것과 같이, 촉수와 비슷한 무수한 안개들이 모여 만들어진 거대한 침이 내리 꽂혔다. 속삭이는 것 처럼 작은 소리가 나며 아스팔트 바닥이 완전히 파괴됐다.

“칫! 또 뉴스에 나겠군!”

은결이 실없는,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중대한 관심사를 표명하며 최초의 쿠로사카 만큼이나 빠른 속도로 사념체를 향해 돌진했다. 그의 주먹에는 이미 기가 응축되어 있었고, 그 전면으로 진이 떠올라 힘의 운용 방식을 결정하고 있었다. 그리고 은결은 주먹을 내질렀다. 진이 운동하며 기를 운행해 그것을 파괴적인 회전력과 신성력으로 전환시켰다. 운동에너지와 기 에너지의 융합은 협주곡의 조화처럼 갈등하고 조화하며 사념체의 육신을 파고들고자 했다.

그러나 쿠로사카의 검을 막았듯, 사념체의 촉수가 모여들며 그 공격 앞에 거대한 검은 장막을 형성해 막았다. 은결의 주먹이 거기 충돌했다. 퍽! 작은 소리가 났다. 은결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주먹의 감촉이 기이했던 때문이다. 은결이 주먹이 내지른 속도라면 허공이라도 철판을 내려친듯 강력한 반발이 느껴져야 한다. 관성과 대기 때문에라도 그것은 필연적인 것이다. 그런데 방금 충돌에서는 그런 것이 이해할 수 없을 정도로 적었다.

‘어디...!’

은결은 몸을 물리지 않고 왼손을 머리 위로 들었다. 그 위로 역장이 발생했다. 쿠앙! 곧장 쿠로사카가 겪었던 것과 같은 공격이 이어졌다. 좁은 공간에 모인 강력한 힘에 역장이 삐걱이는 소리를 냈다. 은결은 재빨리 힘의 구성을 바꿔 역장을 좁히고 공격을 받는 곳으로 에너지를 집중시켰다. 역장이 안정을 찾으며 그 공격을 되튕겨 냈다. 예상한 대로 공격력은 그렇게 강하지 않았다.

잠깐의 틈을 타고 은결은 숨을 들이키며 속으로 발을 들었다. 그의 발바닥 밑으로 진이 떠올랐다. 진에 직접적으로 전달되는 에너지를 엔트로피를 높여 해소시키는 진이다. 말하자면 공격을 위한 안전발판이다. 그 진이 없이 그대로 지금 공격을 했다간 이 일대에 대 참사가 벌어진다. 동시에, 은결의 오른손 주먹으로 막대한 에너지가 몰려들었고, 그것을 정제해 공격 효율을 높이긴 위한 진이 주면에 여럿 떠오르며 동작을 시작했다. 이 일련의 과정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결국 은결은 강하게 바닥을 내딛었고, 에너지를 해소했음에도 모두 처리하지는 못하고 은결의 발바닥 아래로 아스팔트가 약간 함몰됐다. 그리고, 주먹이 날았다. 다시, 사념체가 그 공격을 막았다. 이번에는 처음 은결의 공격과 달리 뻐억! 소리가 나며 뒤로 튕겨졌다. 타격을 입었을 것이다. 그러나 은결의 표정은 밝지 못했다. 지금 공격이라면 4세대 전차도 정말 한 방에 부술 수 있다. 그런데 겨우 이 정도의 성과라니, 표정이 어두울 밖에. 쿠로사카가 은결의 곁으로 와서 속삭였다.

“저 녀석, 뭔가 이상해.”

“그래. 마치, 엄청나게 두꺼운 솜이불을 치는 것 처럼, 손에 전달되는 느낌이 너무 약해.”

은결은 동의했다. 사념체자체가 내뿜는 기운 또한 지독하게 음울한 판에, 전투 방식 또한 불쾌했다. 찌푸린 얼굴로 사념체를 노려보며 은결이 부언했다.

“하지만 방금 공격을 볼 때, 공격이 통하지 않는 건 아냐. 충분히 강력한 공격을 하면 데미지를 입어. 다른 곳에 연락할 필요없이 이길 수 있어..”

그렇기 때문에 두 사람의 얼굴에 불쾌감은 있어도 이제 긴장은 많이 사라졌다. 만에 하나의 경우가 된다고 해도 쿠로사카가 키리야미를 해방하면 그 뿐이기 때문이다. 그때 뒤로 튕겨나갔던 사념체가 자신의 전 촉수를 한 곳에 모았다. 가운데 구멍 뚫린 바늘의 형태, 아니 대포나 총의 형태와 더 흡사했다. 내부를 휘감던 촉수가 회전을 시작했다. 그 회전과 동시에, 내부에서 에너지가 파지직, 율동했다. 은결과 쿠로사카는 얼굴을 굳히고 서로 반대 방향으로 몸을 날렸다. 칠흑의 대포 같은 촉수의 집합이 백열했다.

-꾸-웅.

낮고 무거운 소리가 주변을 휘감았다. 빛이 사라지고 변한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다만 아스팔트 바닥으로 깨끗한 원형의 구멍이 생겨난 것이 보였다. 최신의 기술로 정성들여 조각한 것처럼 깨끗한 면을 가진 구멍이었다. 그 깨끗한 구멍은 빛이 닿지 못하는 깊은 곳 까지 이어져 있었다. 방금 사념체가 대포에서 쏘아낸 에너지가 저지른 일이었다.

근처 건물의 옥상에 올라서서 그 장면을 바라봤던 은결의 얼굴로는 긴장이 돌아와 있었다. 저 공격의 무시무시함을 이해했기 때문이다. 자신이 펼칠 수 있는 방어기술의 대부분이 저 공격 앞에서 무의미했다. 복합 역장이 아니고서는 막을 길이 없었다. 그것은 쿠로사카도 마찬가지인 듯, 그녀의 표정 역시 긴장에 굳어 있었다.

‘하지만, 저만한 공격을 여러 번 할 수는 없는 법!’

은결은 유성처럼 날아 사념체에 어깨치기를 했다. 주먹을 날렸을 때처럼 불쾌한 가벼움이 되돌아 왔지만 상관없었다. 그는 기를 모아 연속으로 사념체를 내리쳤다. 동시에, 쿠로사카도 키리야미를 빼들고 사념체를 베었다. 공격과 공격이 이어지며 사념체를 점차 열세로 몰아갔다. 사념체도 촉수를 모아 두 사람을 공격했지만 두 사람에게 그 정도 공격은 아무 것도 아니었다. 피하는 것도, 막는 것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한 동안 그러한 공세가 이어졌다. 더 이상 버틸 수 없었던지 사념체가 공중으로 높게 날았다.

“어딜!”

은결이 역장을 발생시켜 몸을 허공으로 띄우며 아래를 공격했다. 쿠로사카도 훌쩍 뛰어오르며 사념체를 베었다. 달빛과 가로등의 빛, 빌딩 창문에서 뻗어 나오는 빛이 연결되며 그 상면을 비췄다. 기이하고 음울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사념체의 촉수가 빙빙 돌기 시작했다. 그 속도가 어찌나 빨랐던지, 성게 같던 모양이 지금은 완전한 원처럼 보였다. 이어 표면으로 스파크가 튀기 시작했다.

-투두두두두!

예상치 못했던 곳에서 에너지의 집중이 발생하더니 은결을 향해 기관총에서 쏘아지듯 에너지탄이 이어졌다. 과거 겪었던 카미의 번개처럼 막을 수 없는 수준은 아니었지만 무진장 빨랐다. 은결은 역장을 방생시켜 방어했지만 곧 그의 표정이 고통으로 약하게 찌푸려졌다. 속도에 걸맞게 한발 한발이 무겁고 강력했다.

그 공격은 은결에게만 이어진 것이 아니었다. 쿠로사카에게도 날아갔다. 쿠로사카는 재빠른 동작으로 피했다. 그녀를 놓친 에너지탄은 처음 거대한 에너지탄이 그러했듯 깨끗하게 도심의 건물과 바닥을 파고들어갔다. 쿠로사카는 도심에 피해를 입히지 않기 위해 몸을 높이 날려 사념체의 되도록 직각이 되는 위에서 그 공격을 받았다. 그러다보니 몇 발 맞는 일도 피할 수 없었다.

-투두두두두! 투두두! 투두두두두!

한동안 그러한 공격이 계속 이어졌다. 두 사람은 역장과 민첩한 몸놀림으로 가능한 도심의 피해를 줄이며 그것을 피했다. 워낙 에너지탄의 속도가 빨라 적절한 공격의 기회를 잡기는 어려웠다. 곧 위잉- 소리를 내며 사념체가 회전을 멈추고 처음처럼 불길하게 넘실거렸다.

기회다 싶었던 두 사람은 다시 공격을 시작했다. 검과 주먹이 에너지를 담고 사념체를 짖쳐들었다. 몇 번의 공방이 이어졌다. 다시 사념체는 촉수를 회전시키기 시작했고, 공격이 쏟아졌다. 기막힌 일이었다. 계속 그 짓을 할 수 있었다면 굳이 공격을 그만둔 이유를 알 수 없었다. 전방위에다 장거리 공격이 가능하고 면전에서 대치한 이상, 유도 공격 따위는 무의미하지 않은가.

“그렇군...!”

사념체가 쏘아내는 에너지탄을 역장으로 막아내며, 은결은 그런 의문을 떠올렸고, 이내 사념체의 정체를 알아챘다. 에너지를 지극히 능숙하게 다루는 것 치고는 그 에너지의 전략적인 사용이라는 측면에서 한심하다 했더니, 그건 한심한 게 아니고 당연한 것이었다.

“쿠로사카! 이 녀석 우리의 공격을 에너지로 흡수해서 자기의 공격 에너지로 사용하고 전환시켜 사용하고 있어! 네가 운동 에너지를 열 에너지로 전환시킨 것과 같은 원리야!”

은결은 쿠로사카를 향해 외쳤다. 쿠로사카의 기술보다 사념체가 구사하는 것이 기술적으로 더 고급이라는 사실은 그녀의 심경을 생각해 뺐다. 어차피 자신이 말 안해도 그녀 스스로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런 것 같군.”

탄을 피하면서 쿠로사카도 그 말에 동의했다. 그리고 키리야미를 고쳐 잡으며, 사념체를 노려보곤, 은결을 향해 대답의 뒤를 이었다.

“하지만 피해를 입는다는 것은 전환가능한 용량에 한계가 있다는 말이겠지. 그렇다면 이렇게 지루하게 싸워 좋을 것은 하나도 없지. 이 한 번에 결정하겠어.”

그녀의 목소리는 지독하게 차가웠다. 은결은 그녀가 무엇을 하려는지 이해하고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런 상대라면 길게 싸워 좋을 것은 없다. 한 번에 해결하는 것이 최고다. 쿠로사카는 천천히 걸어나가 사념체의 정면에 섰다. 빗발치는 에너지 탄 아래서, 그녀의 걸음에는 아무런 망설임이 없었다. 그것을 바라보며, 은결은 쿠로사카가 무척 기품이 있다고 느꼈다. 전장의 여신이 있다면 그녀 같은 모습이리라.

에너지탄이 그녀의 정면을 향했다. 그러나 그녀에게 닿지 못하고 파괴되었다. 자신의 역장과는 다른 어떤 역장이 발휘된 것일까? 아니면 쿠로사카가 직접 쳐낸 걸까? 지금 그녀의 동작은 은결로서도 명확히 파악하기 힘들었다. 그만큼 고속이다. 이미 키리야미가 해방되어 있다는 증거다.

쿠로사카의 모습이 사라졌다.

-쿠앙!

안정시킨 대기마저 결국 폭발하며 비명을 질렀다. 동시에, 사념체는 두 조각이 났다. 두 조각으로 잘려진 동체가 멀어지며, 그 뒤로 밤과 달의 모습이 보였다. 그 조각난 동체는 스파크를 튀기며 요동치더니 점차 안개가 스러지듯 스러져 나갔고, 결국 사라졌다.

한 순간의 일이었다.

‘확실히, 나를 봐줬구나...’

은결은 감탄한 시선으로 그 장면을 바라보며 과거 그녀와 있었던 싸움을 생각했다. 용케도 살아남았다 싶었는데, 역시 그녀가 전력을 다하지 않았던 것 같다. 하긴, 그렇지 않았더라도 카미 덕분에 살아남았겠지만. 하여간 사라졌던 쿠로사카의 모습이 근처 빌딩 옥상에서 다시 나타났다.

“굉장했---”

은결은 그녀에게 칭찬의 말을 하려 하다가 굳었다. 쿠로사카가, 무언가 이상했다. 가슴을 잠식하는 불길함은, 한층 강해졌다. 저 불길한 사념체가 사라졌음에도. 아니다. 이미 불안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슬슬 백화도 되고 해서 이 글을 처음부터 대충 훑어 살펴 읽었습니다. 생각했던 것 보다 훨씬 재밌게 읽었습니다. 자기가 썼기 때문에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역시 취향을 많이 반영해서 그런가.(-_-;;;) 그나저나 문장과 연출에서 좀 손보고 싶은 부분들이 보였습니다. 특히 문장을 손보고 싶은 부분들이 많았습니다. 서둘러 쓴 흔적이 보이는 곳이 여기저기 있어서... 연출의 문제는 전부 시간 부족이었고 말이죠. 쩝.

*그리고 100화 기념으로 인기투표를 하겠습니다. 좋아 하는 캐릭은 순위대로 2명. 싫어하는 캐릭은 1명을 선정해 간단한 이유와 함께 제게 쪽지를 보내주세요. 100화가 끝나고, 발표하겠습니다. 쪽지를 보낼 수 없는 분들은 제가 나중에 따로 게시물을 만들테니 그쪽에 리플로 달아 주시면 감사~

*그나저나 피곤에 쩔어 뒈지겠습니다. 이제 또 서브라임 써야... OT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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