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3-희망을 위한 찬가 - 방법은 있다!(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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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 힘, 아아, 다시 막대한 힘. 취할 듯이 매혹적이고, 끝이 보이지 않게 넓고, 바닥에 닿을 수 없는 깊은 힘. 아아, 아득한 힘. 주체를 분쇄할 것 같은 힘. 그 자체가 주체가 되어버릴 것 같은 힘. 그러나 이것은 나와 다르고, 내가 아니고, 그러므로 나를 없앨 수 없다. 나를 묶고 감싸 저 힘 속에 숨자. 나를 죽이고 깎아, 마침내 저것과 같게 하자. 휘도는 힘. 힘.
...그는 매우 당황했다. 간단하게 역장에 처박아 두고, 꽤 세어 보이던 계집과 즐긴 다음 들고 가려 했던 시시껄렁한 꼬맹이가, 유쾌한 격전을 끝내고 나니 갑자기 자해를 했다. 심장을 피해 오른쪽 가슴을 꿰뚫었기에 자해라 했을 뿐이다. 그 상처를 크기를 생각하면 사실상 자살이었다.
그는 이해할 수 없었다. 하지만 세상은 언제나 개인의 이해를 초월하는 곳에 있기 마련이었고, 그는 자신의 이해를 넘어서는 그 광경 앞에서 당황했다. 마스터에게 어떤 문책을 당할지, 달빛의 가호 아래서도 그는 두려움에 전신의 털이 치솟을 지경이었다. 마스터는 저 꼬맹이를 반드시 ‘살려서’ 데려오라고 했으니까.
“쉿!”
거친 욕설을 지껄이며 그는 은결에게로 다가갔다. 승자의 권리를, 그 방금 전까지 싸우던 인형 같은 계집을 조각조각 낸다는 승자의 권리를 더 향유하고 싶었지만, 그럴 상황이 아니었다. 역장 바닥으로 선홍색 흥건한 피가 큰 원을 그리며 모여들고 있었다. 느릿하고 확실한 광경이었다. 짐승의 직감으로 그는 거기서 짙은 죽음을 느꼈다. 꼬맹이는 이상하게 편안한 표정으로 죽음을 맞이했다. 삶에 아무런 미련이 없는, 죽음을 두려워 해 본적이 없는 자의 얼굴이었다.
별 수 없었다. 시체라도 회수해 가는 수밖에는. 그가 추측하기로 위에서는 이 꼬맹이를 전설에 대한 카드로 사용할 모양이었으니, 살아있을 때에 비할 수는 없겠지만 시체라도 간단한 협상정도는 가능할지도 몰랐다.
그는 수인화를 풀며 가지고 있던 패를 꺼내 들었다. 은색의 패는 모서리 끝으로 달빛을 반사하며 희미하게 빛났다. 그리고 역장에 그 패를 가져다 대려는 순간, 사내는 깜짝 놀라며 뒤로 물러섰다. 개처럼 낮은 자세를 취한 그는 사나운 얼굴로 역장을 노려봤다.
크르르르릉-
사나운 목울음 소리가 계속 울렸다. 역장 안에서, 갑자기 막대한 힘이 느껴졌다. 그리고 역장 안에서 죽었어야 할 꼬맹이가 벌떡 일어서섰다. 가슴의 상처는 이미 아물어 있었다. 그는 사내와 눈을 똑바로 마주했다. 지극히 여유로운, 천박한, 고귀한, 위엄에 찬, 지배자의 눈길이었다. 그 눈빛을 한결 드높이는 것은 살짝 꼬아 올라간 꼬맹이의 입술 끝이었다. 세상의 모든 것을 깔아보는 것 처럼, 자신만만한 표정이었다.
그리고 그 꼬맹이는 자신을 가두고 있는 역장을 손바닥을 대고 살펴보더니 주먹으로 역장을 쳤다. 콰앙! 하는 큰 소리와 더불어 역장이 웅웅 진동했다. 막대한 힘이었다. 그러나 꼬맹이가 아무리 강해졌든 저 역장을 파괴할 수 있을 리는 없었다. 힘으로 파괴할 수 있을 만큼 간단한 역장이 아니라는 것은 때때로 갇혀보곤 하는 자신이 더 잘--
-콰앙!!!
세상을 두 번 정도 들었다가 내려놓는 소리가 났다. 지진이 난 것 처럼 주변 일대가 흔들렸다. 그리고 꼬맹이가 천천히 그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장이 박살났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그 역장을, 그 광대한 공간을 가두고 있던 역장을, 에너지 손실률이 높다고는 해도 그걸 그 좁은 공간으로 밀착시켰는데, 그걸 순수한 물리력으로 파괴했다.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왠 시시껄렁한 장난인가 했더니, 너냐?”
꼬맹이가, 은결이 물었다. 방금 전까지와는 다른 사람인 것처럼 어조가 틀렸다. 사내는 풀었던 수인화를 다시 전개했다. 그의 전신으로 털이 부스스하게 났고, 사지는 굴강한 근육으로 충만해졌다. 이성의 수준이 낮아졌고, 순결한 야수의 본능이 부풀어 올랐다. 이 달밤의 가호아래 성립한 위대한 임모탈리티의 힘 앞에, 패배는 존재할 수 없었다. 은결은 그 광경을 보고 입 꼬리를 한결 높게 치켜 올렸다.
“큭, 수인? 사람도, 짐승도 아닌 되다만 쓰레기로군. 보아하니 네놈이 이 꼬맹이의 가슴에 바람구멍을 뚫어 죽이려고 한 모양인데... 일분만 늦었으면 이 좋은 몸을 놓칠 뻔 했지. 이 찢어죽일 개새끼야!”
그리고 은결, 아니 푸른 이빨은 손을 흔들었다. 빛이 번쩍였다. 대기가 열에 폭발했다. 백열하는 플라즈마가 겔겔거리며 날았다. 수인은 성급하게 피했지만 대지에서 작렬한 번개의 속도를 감히 피할 수는 없었다. 진한 탄내가 주변으로 퍼졌다. 달이 새카맣게 타오른 수인의 모습을 비췄다. 푸른 이빨은 천천히 그의 몸이 있는 곳으로 갔다. 두 발자국 정도의 거리가 떨어졌을 때, 수인은 두 눈을 부릅뜨며 푸른 이빨의 발목을 거머쥐었고, 상체를 움직여 종아리를 물어뜯었다. 푸른 이빨이, 피식, 웃었다.
“지랄을 한다.”
푸른 이빨의 몸이 백열했다.
“깨갱! 깨갱! 깽깽-!”
구슬픈 비명이 터지며 다시 매캐한 탄내가 진하게 퍼졌다. 게거품을 머금고, 수인은 온 몸을 비틀려 땅바닥을 뒹굴었다. 신경체계가 방금 전격에 당해버렸던지, 사지가 제멋대로 움직였다. 푸른 이빨은 다시 느긋한 자세로 수인에게 다가가며 땅바닥을 깨갱 거리며 뒹구는 모양새를 구경했다. 그는 수인을 발끝으로 툭툭 차며 중얼거렸다.
“그나저나, 달밤에는 이런 새끼들이 안 죽는다더니, 진짜인 모양인데? 노릇노릇하게 잘 구워졌을 텐데 살아있는걸 보면... 재밌군.”
수인은 그르렁 거리며 꿈틀댔다. 달빛의 가호아래, 그는 죽지 않는다. 푸른 이빨은 고개를 돌렸다. 쓰러진 쿠로사카의 모습이 보였다. 재수 없는 검이 그녀에게서 멀리 떨어져 있지 않은 곳에 쓸쓸하게 꽂혀 있다. 그는 다시 꿈틀대는 수인을 바라봤다. 그리고 고민하는 표정을 했다. 두 장난감을 두고 어느 것부터 가지고 놀 것인가 고민하는 어린아이의 표정이다. 그는 입술 양 끝을 나래로 내리 깔며 잠시 고민하다가 턱을 쓸며 눈을 떴다. 순진한 악동의 표정이다. 마음을 결정한 듯 푸른 이빨은 수인의 위에 올라탔다.
“내가 예전부터 쭉 궁금했던 게 있단 말야-”
푸른 이빨은 수인의 왼쪽 팔을 잡았다. 그리고 강하게 거머쥐었다. 그의 손가락이 질긴 수인의 가죽을 뚫고 근육층에 닿았다. 그는 그대로 거머쥔 살점을 뜯어냈다. 피가 확, 튀어 오르며 수인의 왼쪽 팔에 벌건 살점과 뼈를 들어냈다. 수인은 이를 악물고 고통을 견뎠다.
“-불사니, 불사니 해대는 새끼들이, 정말 얼마나 불산지-”
그는 다시 피에 물든 손을 벌겋게 노출된 수인의 속살에 가져가 거세게 거머쥐고는 쥐어뜯었다. 살점이 질기게 이어지며 툭, 끊어졌다. 그 끝머리에서 튀어 오른 핏방울이 은결의 얼굴에 찍혔다. 그는 키득대며 말했다.
“-그게 진짜 궁금했단 말야.”
다음에, 그는 드러난 뼈를 맨손으로 잡고 뽑아냈다. 채 뽑히지 못한 뼈가 걸리며 으직, 소리가 났다. 깔끔하게 뽑히지 않은 수인의 팔뼈를 마음에 들지 않는 듯이 바라보다가, 그는 어깨 깊숙이 손을 집어넣고, 그대로 뽑았다. 수인의 어깨 가죽이 점차 늘어나며, 고무질이 뜯어지듯 틱틱 균열이 생겼다. 살점과 뼛덩이가 뭉텅뭉텅 떨어져 나왔다. 수인이 핏발선 눈으로 입을 쩍 벌렸다. 한계를 넘어선 고통에 비명도 흘릴 수 없었다.
“오오-!!”
늑대의 팔을 뽑아낸 푸른 이빨은 흥겨운 기색으로 상처를 살피다 감탄했다. 새 살이 돋아나는 것이 눈에 보였다.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수인의 왼쪽 가슴에 손을 꼽았다. 으적, 소리가 나며 갈비뼈가 부러졌다. 그는 물건을 찾듯이 수인의 가슴 속을 헤집다가 만족스런 미소를 쥐며 손을 뽑았다. 피가 뚝뚝 떨어지는 손에는 검붉은 혈괴가 쥐여져 있었다. 심장이었다. 굵은 혈관이 심장을 감싸다가 푸른 이빨의 손길을 따라 늘어졌다가, 찌익, 소리를 내고 떨어져 나갔다. 그 혈관으로 피가 콸콸 흘렀다. 푸른 이빨은 시선을 돌렸다. 고통에 신음하는 수인의 모습이 보인다.
“굉장하군. 심장을 뽑았는데 살아있다니, 불사를 칭할만 한데.”
푸른 이빨은 즐거이 웃었다. 라이칸 슬로프는 핏발선 눈을 데룩데룩 굴리며 푸른 이빨을 바라봤다. 그리고 “죽... 여- 주세요-” 하고 꺼지는 듯한 목소리로 간청했다. 푸른 이빨은 낄낄 웃으며 그 청을 무시하고 해체 작업에 열중했다. 사지를 뜯어내고, 척추를 분리하고, 내장을 뽑고, 라이칸 슬로프는 산채로 그렇게 조금씩 해체되어 나갔다. 달이 점차 기울었다.
시간이 흘렀다. 마침내 라이칸 슬로프는 무수한 육편으로 화했다. 그것은 단지 머리만이 남아 입을 뻐끔거리고 있었다. 폐가 없는 탓에 이제는 말도 할 수 없었다. 푸른 이빨은 그 머리를 들고 기분 좋게 웃었다.
“아, 이거 걸작이군, 박제해 두면 볼만하겠어. 어디 머리를 잘근잘근 씹어먹어 버려도 부활하는지 알아 볼--”
푸른 이빨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볼에 붉은 피를 흘리는 긴 상처가 있었다. 푸른 이빨은 순식간에 손을 뒤로 돌리며 전격을 쏘았다. 3만도에 달하는 열에 대기가 폭발했고, 섬연함 플라즈마의 줄기가 허공 먼 곳까지 날았다. 허공에 수 놓였던 플라즈마의 흔적이 사라지고 푸른 이빨은 손을 들어 볼을 훔쳤다. 볼로 핏자국이 길게 남았다. 상처는 다음 순간 사라졌다.
“이 새끼 동료들인가... 천박한 하등 요괴ㄸ- 크윽!!”
갑자기 푸른 이빨이 허리를 숙였다. 그는 이를 빠득빠득 갈며 외쳤다.
“이, 이, 같잖은 꼬맹이가!!! 또, 또 이 나를, 가지고 놀려고--!!!”
푸른 이빨은 무릎을 끓고 엎드렸다. 달빛이 피에 젖은 푸른 이빨의 등을 비췄다. 그는 양 손으로 자신의 머리칼을 쥐어 잡고 끊임없이 신음에 가까운 웅얼거림을 흘렸다. 그리고 달밤을 스치는 한 줄기 바람 같은, 혹은 검은 안개같은 흔적이 그 곁을 스치고 지나갔다. 푸른 이빨이 핏발선 눈으로 “이 새끼!”하고 거세게 외치며 손을 뻗었다. 뻗은 손의 엄지와 검지 사이가 부식되며 타올랐다.
“이 가소로운 하등생물이 나랑 놀자는- 크악!”
푸른 이빨이 비명을 지르며 일어섰다. 그 틈을 타 꾸물거리던 검은 안개는 라이칸 슬로프를 머리를 채어 멀리까지 날아갔다. 그 광경을 뻔히 눈에 담으며 푸른 이빨은 이를 갈았다. 그러나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그는 이 몸을 주체하는 것도 할 수 없었다. 육체의 지배권을 걸고, 원래 주인, 은결이 맹공해 들어오고 있었다.
“아직도, 아직도 내게 융합되지 않았다----니!”
푸른 이빨은 분함을 풀려는 듯 발을 박찼다. 군데군데 재가 되어가는 육편이 널린 채 피로 더렵혀진 대지가 쩍 갈라지며 웅웅 진동했다. 푸른 이빨은 다시 대지 위를 뒹굴었다. 그는 한 손을 들어 눈 근처에 대고 얼굴을 찢어버릴 듯이 할켰다. 피부가 손톱을 따라 쭉 딸려나왔다. 얼굴이 피에 물들었다. 그 깊은 혈흔은 금세 아물었다.
“나, 나는 가, 감각 차단실을 포, 폼으로 클리어 한 게 아냐!”
목소리가 바뀌었다. 이제는 은결이었다. 그는 아득한 세월의 갈증을 토로하듯, 아찔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눈앞에 어질어질했다. 자신을 유지시키는 것 이외에 아무 것도 할 수 없었다. 커다란 모험이었다. 성공했으되, 아직 끝나지 않은 모험이었다. 자아가 소멸된 척 하며 기습의 기회를 노린 것 까지는 좋았지만 두 자아의 힘에는 현격한 힘의 차이가 있었다. 이것을 이겨내지 못한다면 이제 은결은 푸른 이빨이 될 수밖에 없다.
비명을 지르며, 고함치며, 욕설을 지껄이며, 유혹하며- 이 육체의 지배권을 확립하고, 은결의 자아를 삼키기 위해 강맹하고 다양한 신의 정신이 우글거리며 고독한 은결의 자아에게 달려들었다. 무수한 기억과 무수한 관념과 아득한 힘이, 은결을 이루는 가소로운 기억의 구축의 잘근잘근 씹어 먹으려 하고 있었다. 감각차단실을 통해 확립시킨 은결의 강인한 자아도, 지난번 체험 했듯, 신의 정신과 직접 대결을 한다면 승산은 없다. 은결은 이를 악물었다. 빠직, 소리가 나며 의치가 모래처럼 무너졌다. 버티고, 한 조각을 모으고, 버티고, 한 조각을 모으고, 한 순간의 기회를 은결은 노렸다. 결국, 대양의 폭풍우 위에 외로이 떠 있던 낡은 배 같던 은결에게 기회가 도래했다.
“너, 넌 또 실패한 거야!!”
부서진 의치가 말에 섞여 침처럼 튀었다. 은결은 손을 내뻗었다. 그 손끝으로 질서와 힘을 하나로 합해, 현자의 돌의 기본 술식을 전개했다. 막대한 에너지의 흐름이 휘황한 예술을, 극치의 질서를 구성하기 위한 토대를 닦았다.
“저열한 카미여, 내가 이겼... 어!”
은결은 찡그린 미소를 중얼거렸고, 술식을 완성해 나갔다. 푸른 이빨은 비명을 내지르며 한결 더 강력하게 은결을 공격했지만 이제 어쩔 수 없었다. 힘의 해방은 질서를 향해 돌진하고, 그 궁극점에는 한줄기의 신의 의지를 향한 이 모든 가련한 인간의 욕구가, 의미를 갈구하는 가련한 인간의 인간다운 나약함이 머물러 있었다. 은결의 발밑에는 라이칸 슬로프가 사용하던 패가 여전히 달빛을 반사하며 고요하게 머물러 있엇다.
-길고, 잔인하고, 고통스럽고, 위험하고, 그래서 루나틱한 만월의 밤이다.
*niney님이 추천해 주셨습니다. 캄사~ 열심히 쓰겠습니닷!
*클라우스 학원 이야기는 저도 좋아합니다. 구성이라는 면에서 여러 가지로 실험도 많이 해 봤고, 그래서 애착을 가지고 있죠. 읽고 마음에 드신 분은 홍보를 통해 독자를 늘립시다~ 이왕 완전공개도 했는데 말이죠. 나중에 여성 독자 분을 노리고 짤막하게 데일♥알렉을 써볼까 하는 생각도 해 보고 있습니다.(...) 의외로 저거 바라던 사람이 많았죠. 심지어 남자 중에서도!
*분명히 쿠로사카의 대사는 일어로 처리하는 게 훨씬 더 현장감이 있지만, 그렇게 하면 뒷 후환이 무서워지기 때문에 힘듭니다. 제가 중국어와 프랑스어와 독일어에 능숙해지면 그때 생각해 보겠습니다. 근데 그때까지 글 쓰고 있을지... 아니, 그 전에 언제 능숙해 질지? -_-;; 그러니 작가 놈이 무식하구나, 하고 그냥 양해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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