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62-희망을 위한 찬가 - 방법은 있다!(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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몬스터, 괴물, 인간 외 존재, 적대자, 암흑의 자식들- 무엇이든 상관없었다. 모든 종류의 정의(定義)와 상관없이 그것은 강대한 적이다. 달과 광기의 친근 관계, 광기와 짐승의 친근 관계, 그 가운데 다시 달과 늑대의 친근 관계에서 도출된 관념의 최종적 현실태. 그것이 늑대인간- 라이칸 슬로프.
‘살아서 이런 괴물을 보게 될 줄이야.’
파랗게 질린 얼굴로 라이칸 슬로프와 거리를 두며 쿠로사카는 중얼거렸다. 놓치지 않겠다는 듯, 이미 거의 완전한 수인화를 이룬 사내는 기괴하고도 날카로운 손톱을 그녀에게 강맹한 기세로 휘둘렀다. 쿠로사카는 키리야미를 들어 그 공격을 막았다.
-카앙!
불꽃이 일며 쿠로사카의 몸이 뒤로 날았다. 그녀의 고운 얼굴이 찡그려졌다. 공격의 힘을 채 다 흘리지 못했다. 방금 전까지 싸우며 몸에 익혀둔 거리 감각을 채 조정하지 못한 덕분에 피하기 위해 도약한 거리가 조금 짧았다. 그의 리치는 사람일 때보다 길었고, 그의 속도도 사람일 때보다 빨랐다. 덕분에 뒤로 밀려나갔던 쿠로사카의 착지가 조금 불안정했다.
수인은 기쁘게 케륵케륵 웃으며 발을 박찼다. 쿠로사카는 전면에 검을 가로로 세우며 공격을 받을 준비를 했다. 동시에, 콰앙! 대포 터지는 소리가 나며 두 사람 주변에 흙먼지가 일어났다. 두 그림자로 서로 반대방향으로 멀찍이 튕겨나갔다. 먼지가 줄어들며 주변의 정광이 드러났다.
폭탄을 맞은 것처럼 움푹 패인 대지- 그리고 끈적끈적한 침을 대지에 뚝뚝 흘리는 수인과 맞은편에서 빛나는 검을 들고 냉정한 얼굴로 대치하는 아름다운 소녀. 바람이 불지 않는 공간에서 교환되는 비현실적인 힘은 이 장소 자체를 현실과 유리시켜 고대의 전설 어딘가에 그려진 이야기의 모습을 떠올리게 한다.
“스- 후-”
냉정한 신색과 날카로운 눈빛을 유지하며 쿠로사카는 심호흡을 했다. 수인화 당시는 조금 당황했지만 싸울 수 없는 상대는 아니었다. 인간일 때보다 훨씬 힘이 강해졌고 속도도 빨라졌지만 키리야미의 힘이라면 그 정도는 충분히 상쇄시킬 수 있었다. 키리야미의 신격은 짐승 따위에게 농락당할 정도로 녹록한 것이 아니다.
문제는 그녀 자신에게 있었다. 과연 이 강대한 신의 힘을 그녀가 얼마나 버텨낼 수 있을 것인가. 이미 가벼운 심호흡 정도로는 그 들끓는 힘의 잔재를 정리할 수 없었다. 그녀는 역시 자신에겐 빠른 결착 외에 다른 것을 노릴 여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그녀는 한 발을 깊게 내밀며 허리를 힘껏 틀었다. 선명한 발검 자세였다.
라이칸 슬로프는 한동안 그녀의 모습을 바라보다가 혀를 길게 빼며 어설픈 자세로, 그러나 한 줄기 빛살처럼 빠른 속도로 그녀를 향해 달렸다. 날카로운 양 손의 손톱이 그녀를 노리고 날았다. 쿠로사카는 호흡을 재며 숨결에 맞춰 검을 뽑았다. 허리가 유려하게 돌았다. 빛나는 신의 검이 긴 궤적을 어두운 허공에 남기며 상대의 공격과 충돌했다.
-꽈앙!
폭발에 가까운 소리가 났다. 그리고 일전 그러했던 것처럼 둘은 서로 반대반향으로 튕겨나갔다. 쿠로사카는 쿨럭, 하고 거친 기침을 토하며 무릎을 대지에 댔다. 방금 공격을 직접 상대하며 속이 조금 상했다. 강대한 힘을 강대한 힘으로 상대했기 때문에 반발력이 적지 않았던 탓이다. 하지만 그만한 성과는 있었다. 맞은 편에서, 라이칸 슬로프는 꺼엉 꺼엉 울며 팔을 부여잡고 있었다. 왼쪽 팔이 완전히 절단됐다. 상처에서부터 검붉은 피가 주륵주륵 흐르고 있었다. 멀찍이 떨어진 늑대인간의 팔은 다 탄 숯처럼 검어지며 점차 재로 변했다.
그 장면을 보고 ‘이겼다!’고 쿠로사카는 생각했다. 그녀는 어렵사리 흔들리는 다리를 억제하고 자세를 잡으며 다음 공격을 이어가려 했다. 그때 라이칸 슬로프가 광포한 눈으로 그녀를 노려봤다. 그 눈길을 받으며 쿠로사카는 전율이 등줄기를 훑어가는 것을 느꼈고, 그 느낌을 억제하기 위래 선제공격을 감행했다.
그녀의 도약과 검의 궤적은 동시적이었다. 노한 얼굴의 라이칸 슬로프는 피하지 않았다. 그는 한 손으로 키리야미를 쥐려고 시도했다. 검날과 수인의 손바닥이 마주쳤다. 팔이 세로로 쭉 길게 베이며 팔꿈치 근처까지 두 조각이 났다. 피부와 근육과 뼈가 종이장처럼 베이는 감촉이 차라리 통쾌했다. 피가 비처럼 주변으로 튀었다. 쿠로사카는 이대로라면 양팔 모두를 봉쇄할 수 있다고 생각하며 검에 힘을 더욱 가했다. 하지만 수인은 입을 쩍 볼리며 그검을 씹어 삼킬 듯이 물었다.
“크윽!”
쿠로사카가 검을 빼려 했지만 융합된 것처럼 꿈쩍도 하지 않았다. 검날이 징징 초진동 하며 수인의 이빨을 분쇄했지만 그래도 수인은 꿈쩍도 하지 않았다. 그것은 증오에 가득 찬 눈길로 쿠로사카를 바라보며 발길질을 했다. 키리야미를 놓을 수 없었던 쿠로사카는 묘기 같은 동작으로 그 공격을 겨우 피했다. 하지만 공격은 거기서 그치지 않았다.
이대로라면 당한다는 위기감이 쿠로사카를 잠식했다. 그러나 검에서 손을 땐다면 그것이야 말로 죽음으로 향하는 선고다. 그녀는 승부하기로 결심하고 도리어 키리야미의 손잡이를 양손으로 거머쥐고 한쪽 발을 아래로 박찼다. 꽝! 소리나 나며 그녀의 종아리께까지 대지를 파고들었다. 그리고 쿠로사카는 이를 악물고 검을 밀었다. 끼릭끼릭 소리가 나며 점차 수인의 머리 쪽으로 검날이 이동했다.
다급해진 라이칸 슬로프의 발이 그녀의 전신을 노리고 날았다. 손톱 못지않게 날카로운 발톱이 그녀의 전신을 난자했고, 무릎과 정강이에 담긴 힘이 뼈를 부러뜨렸다. 앙다문 그녀의 입에서도 고통어린 신음이 새어나왔다. 그러나 그녀는 여전히 손을 놓지 않았다. 신검 키리야미의 힘을 믿고, 그 긍지에 따라, 그녀는 버텼다. 막대한 힘이 그녀의 상세를 보살폈다. 찢어진 피부는, 부서진 뼈는 다시 붙었다. 결국 천천히, 천천히 라이칸 슬로프의 머리를 노리던 그녀의 검은 그것의 이빨을 모두 벗어나 뇌수를 두 동강 냈다. 늑대인간의 눈이 크게 뜨여졌다가, 전신에서 힘이 서서히 빠졌다.
“하악... 하악...”
전신이 만신창이가 된 쿠로사카가 라이칸 슬로프의 몸이 꽂힌 키리야미를 쑤욱 빼내며 후들거리는 걸음걸이로 몇 발자국 뒤로 갔다가 쓰러지듯 누웠다. 엄청난 격전이었다. 조금 쉬고 싶었다.
그때 은결이 외쳤다.
“안 돼! 결계는- 해제되지 않았어!”
전율이 다시 쿠로사카의 등골을 타고 흘렀다. 은결의 말이 옳았다. 경황중이라 신경 쓰지 못했지만, 조금만 주의를 기울이면 알 수 있었다. 이 공간에 펼쳐진 결계의 기운은 여전했다. 그것은, 이 결계를 펼친 자가 살아있다는 뜻과 같다. 생각보다 한 발 빠르게, 지친 몸을 이끌고, 쿠로사카는 번개처럼 일어났다.
-꽈앙!
그리고, 방금 전까지 자신이 있던 자리에 쏟아진 가공할 일격이 쏟아져 깊은 구덩이를 만들었다. 그 광경을 바라본 쿠로사카의 표정이 침착함을 잃고 흔들렸다. 분노에 가득 찬 일그러진 붉은 빛의 덩어리가 그녀를 노려보고 있었다.
“그럴 리가...!”
그것의 이빨은 단단하여 사람의 목 줄기를 씹어 뜯기 충분하고, 그것의 발톱은 날카로워 사람의 뱃가죽을 단번에 자르기 충분하다. 그것은 한 번의 도약으로 모든 화살과 총을 피해내고, 달리는 말을 쫒아가 쓰러뜨릴 수 있을 만큼 빠르다. 늑대인간은 강하다.
“그르르르르-”
하지만 그것들은 모두 부차적인 것이다. 늑대인간을 구성하는 전설의 궁극점에는 언제나 그것의 불사성이 놓여진다. 늑대인간은, 만월 아래서 죽을 수 없다. 그 짐승의 광기는 달이라는 위대한 대모(Great mother)의 은총아래 불멸을 구가하며 알량한 모든 이성을 비웃는다. 틀에 넣어질 수 없는 가혹한 자연을, 야생을 노래한다.
“임모탈리티라니---”
차고 다시 기울고, 기울고 다시 차는 달처럼, 죽음을 생각지 않는 영원한 부활의 영체. 그것을 길들이려는 모든 인간적 시도에 대한 무서운 거절. 그러므로 늑대인간은 의인화된 폭풍이고, 홍수이며, 화산이고, 지진이며, 마침내 야생이다. 그 오롯한 자연의 불사성(immortality) 앞에서, 죽을 운명(mortality)의 인간은 다만 가련하다-
“후우... 후우...”
쿠로사카는 억지로 숨을 몰아쉬며 다시 라이칸 슬로프와 대치했다. 수인의 잘렸던 팔은 이미 형체를 되찾고 부스스하게 털이 나고 있었고, 두 조각으로 쭉 베였던 팔은 이미 깨끗하게 붙어 흉터도 보이지 않았다. 물론 부서졌던 이빨 역시 눈에 보이는 빠른 속도로 하얗게 새로 나고 있었다. 아직 그녀가 라이칸 슬로프에게서 검을 뽑아든지 십초도 지나지 않았다.
“후우... 후우...”
처음부터 이 괴물이 만월 아래서 불멸성을 가지는 존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그것은 상식의 영역에 속한다. 그러나 이 정도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의 검은 신이 깃들어 있다. 그것은 키리야미가 거의 완벽한 파사(破邪)의 검이기도 하다는 말이다. 은에 기대지 않고도 그녀가 승부를 추진할 수 있었던 이유가 그것이다. 그러나 통하지 않았다. 신성이 무의미한 것은 아닐 것이다. 베여 떨어져 나갔던 팔이 재가 되어버렸던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다만, 키리야미에 대한 그녀의 숙련도가 이 강맹한 괴물을 죽이기에는 충분하지 않았을 따름이다. 또한 이 괴물 자체가 보통의 라이칸 슬로프에 비해 월등했다. 운이 나빴다.
“후우... 후우...”
검을 쥔 손이 떨린다. 이미 그녀의 육체는 한계였다. 더 이상 신의 힘을 무리하게 받아들이다간 완전히 망가지는 수가 있었다. 쥐고 있더라도 더 이상 반격할만한 힘도 없었다. 그러나, 싸울 수밖에- 없었고, 그러므로 무의미해도 쥘 수밖에 없었다. 처참한 일이었다.
-퍼억!
순간, 쿠로사카의 동체가 날았다. 그녀가 굳게 쥐던 키리야미가 밤하늘을 빙글빙글 돌며, 싸늘한 달빛을 반사하다가, 푹, 하고 대지에 꽂혔다. 쿠로사카의 동체는 긴 혈흔을 남기며 풀섶 위에 누워 있었다.
“아...”
그녀는 대지에 꽂힌 자신의 검을 향해 안타깝게 손을 내밀었다. 그 가녀린 손을 라이칸 슬로프의 굵은 신발이 밟았다. 으적, 하고 그녀의 네 손가락이 부러지는 소리가 섬연했다. 그리고 달을 향해- 우우우- 하고 길게 울부짖었다. 밤에 눈 뜨는 모든 존재들이 감응했고, 만개산 전체가 술렁였다.
역장의 안에서, 은결은 어두운 마음을 맛보고 있었다. 완전한 패배였다. 더 이상, 상대할 방법이 없었다. 그는 그녀처럼 강하지 못했다. 아버지처럼 현명하지도 못했다. 이 한심한 에너지의 장벽 안에서, 지켜보는 것 이외에, 그에게는 아무런 방법이 없었다. 은결은 텅빈 자신의 손을 바라봤다. 깨끗한 손바닥이었다. 그 깨끗한 손바닥과, 깊은 절망의 대비에서 ‘정말로?’라는 자신을 향한 소곤거림이 일었다.
은결은 주문을 외우며 손바닥을 쳤다. 짝- 소리가 강하게 퍼지며 이 곳 일대의 모든 기의 흐름을 외부로부터 단절시켰다. 매우 수준 높은 이가 주의 깊게 검토하지 않는다면 이곳에서 기의 충돌이 있다는 것을 아무도 읽을 수 없다. 영적으로 연결된 존재가 아니라면 말이다. 처음부터 펼쳐져 있던 결계지만, 만일을 위해 자신도 펼쳐두는 것이 옳았다. 라이칸 슬로프가 은결을 바라보고 기묘한 표정을 했다. 무슨 쓸데없는 짓을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은결은 전신에 기를 융통시키고, 씨익, 미소를 되돌렸다. 방법은 없지 않았다. 방법은 있었다.
그리고 왼손을 들어, 자신의 오른쪽 가슴을 꿰뚫었다.
-퍽!
자신의 손으로 자신의 피부를 찢고, 근육을 가르고, 갈비뼈를 부수고, 폐에 구멍을 냈다. 뜨거운 피와 살에 감싸이는 손의 감촉이 일순 유쾌했다. 멀리까지 퍼져나가는 오른쪽 가슴의 고통은 너무도 커서, 도리어 느껴지지 않았다. 라이칸 슬로프가 그 광경을 보고 크게 당황하는 모습을 보였다. 은결은 멀어지는 의식 가운데 가볍게 웃으며, 중얼거렸다.
-자아, 저열한 카미여, 오, 라...
*은결이 우유부단한 성격이란 소리 들어서 좀 당혹. 은결의 성격은 우유부단과 거리가 먼데 말이죠. 은결이는 성격이 우유부단한게 아니고, 힘이 약한 거죠.(...) 음, 4세대 전차를 맨손으로 때려잡는 놈이 약하단 소리 들어야 하다니... 역시 언젠가 이계로 보내 깽판을!
*새로 산 컴퓨터 오면 연재에 심각한 장애가 아마 생길 듯 하니 미리 좀 성실 연재를 하고 있습니다. 아니, 비축분으로 만들어 두는 게 좋을까요? 어느 쪽이든 조삼모사이겠습니다만. 큼.
*성원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의 마음을 전하며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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