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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위한 찬가-42화 (42/300)

#   42-희망을 위한 찬가 - 두려운 것은 무의미다.(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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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感謝だと!な、なにをふざけだ事を!"

(감사라고! 무, 무슨 말도 되지 않는 소리를!)

쿠로사카는 굴강한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강한 목소리의 이면이 떨리고 있었다. 또한 아무리 목소리의 떨림을 감추고자 해도, 몸 전체가 떨리고 있는 것은, 그래서 키리야미의 날 끝이 어린아이가 그리는 원처럼 불안하고 초조한 흔들림을 보이는 것은 감출 수 없었다. 때문에 그녀의 강한 목소리는 도리어 그녀의 불안을 강조해서 드러내 보이고 있었다.

"この小僧、私が死んだ振りまでしでだのになかなか気を抜かなくで困ってんだ。ちょっと休んでもいいにさ。そのお陰で小僧の体に入り込ませた私の力が小僧の体を全然侵食出来なかっだんだ。いろいろ仕掛けしたのに。ふふ、それをお前が破ってくれだんだ。小僧を死に追い詰めで。だから,感謝する。当たり前だろ?"

(이 꼬맹이, 내가 죽은 척까지 했는데도 쉽사리 방심하지 않아 곤란했지. 조금 쉬어도 좋을 텐데말야. 그 덕택에 꼬맹이의 몸에 집어넣은 내 힘이 꼬맹이의 몸을 전혀 침식하지 못했지. 여러 가지로 준비했는데. 후후, 그걸 네가 부셔 준거야. 꼬맹이를 죽음으로 몰아넣어서. 그러니 감사한다. 당연하잖아?)

은결은, 아니 은결의 몸에 빙의한 푸른 이빨은 어깨를 으쓱이며 말했다. 그리고 천천히 앞으로 걸었다. 걸음걸음마다 막대한 힘에 결계가 비명을 질렀다. 시체를 생각나게 하던 상처는 이미 보이지 않았다. 공간을 뒤틀어 유지하던 모든 술식이 푸른이빨이 내뿜는 힘의 중압을 견디지 못하고 삐꺽였다. 어둠이 뒤틀어지며 기묘한 깊이를 드러냈다. 주변을 장악하던 검음이 맑을 물에 섞인 물감처럼 묽어지며 설명하기 힘든 농담의 차이가 나타났다.

"彼の…中にいっだんじゃ…ない?!"

(그의... 안에 있었던게... 아냐?!)

푸른 이빨의 말을 듣고 새파란 얼굴의 쿠로사카가 얼빠진 목소리로 외치듯이 괴롭게 말했다. 그의 말대로라면, 그는 은결의 내부에서 자신의 힘을 관리하지 않았다는 소리다.

"中? 馬鹿な。なぜ私がそんな危ない事を。"

(안이라고? 바보 같은. 왜 내가 그런 위험한 일을.)

푸른 이빨은 흥, 하고 거만하게 답했다. 영적 본질과 힘을 분리해 관리한다면 최악의 경우라도 힘만 잃고 끝낼 수 있다. 힘은 잃어도 시간을 통해 얼마든지 다시 회복할 수 있다. 그러나 영적 본질은 사람으로 치면 목숨 그 자체다. 회복할 길이 없다. 그로서는 은결의 몸을 빼앗는다는 계획의 성공 가능성이 아무리 높아도 도박을 할 이유가 없었다.

"そんな… 何度も確かめたのに!"

(그런... 몇 번이고 확인했는데!)

푸른 이빨의 말이 맞다는 것을 알면서도 쿠로사카는 외쳤다. 그녀는 오늘에 이르기까지 은결의 몸을 몇 번이고 검색했다. 처음 악수했을 때처럼 강한 기술을 사용할 수 없었지만, 그가 눈치채지 못할 범위 내에서, 그 확인은 계속해서 반복됐다. 그 과정에서, 그녀는 은결에게 웃어보였고, 은결은 그녀에게 웃어보였다.

죽여야 할 대상과 친밀하게 지내야 한다는 것은 비록 충분한 각오가 서 있다고 해도 견디기 힘든 일이다. 그 대상자가 악인이라 해도, 피부 가까이에서 차분하게 행동 하나하나를 살펴보면 결국 인간적인 냄새를 맡게 된다. 그 인간성의 냄새가 그의 죄를 씻어줄 수는 없지만, 죽음이라는- 가능성 자체의 말살에 대해서는 망설이게 만든다.

하물며 은결은 악인이 아니다. 그녀가 요 며칠간 그와 함께 지내면서 느낀 것은, 차분하지만 메말라 가는 가슴을 안고서 초조해하고, 외면과 내면이 분리되어 있지만 그 분리를 담담히 받아들이며, 그것을 조화 가운데 억지로 끌어넣는- 고결하고 외로운 소년의 모습이다. 그것은 그녀 자신의 모습과도 어딘가 닮아 있었다.

그렇지만 그녀는 결국 은결을 죽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너무 ‘위험’하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제와서 전부 오판이었다고 한다. 받아들일 수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쿠로사카의 심경 따위는 푸른 이빨에게 고려 상항이 아니었다. 비릿한 웃음을 쿠로사카에게 던지며 푸른 이빨이 말했다.

"それと、お前、あの忌々しい刀を持っているんだっでことは、あのやろの末裔だよな?これは、感謝の理由が増えだな。くく。だから、その命 私が頂こう。"

(그리고, 너- 저 재수 없는 검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그 새끼의 후예구나? 이건, 감사해야할 이유가 늘었구만. 쿡쿡. 그러니 그 목숨, 내가 받도록하지.)

그녀는 굳은 표정으로 검을 잡았다. 그러나 검 끝의 떨림은 여전히 진정되지 않았다. 그녀의 모습이 가소롭다는 듯, 피식 웃은 푸른 이빨은 느릿한 걸음을 이으며 감상이라도 하려는 듯이 자신의 손을 들어올렸다. 두 손에서 에너지의 파장이 물화되며 선명한 플라즈마의 형태로 구현됐다. 웅혼한 광경이었다. 그는 만족어린 미소를 보이며 중얼거렸다.

“큭큭, 이 꼬맹이의 몸은 정말로 최고군. 마치 원래부터 신을 위해 준비된 것처럼 청결하고, 넓은걸. 기의 운행도 완벽하게 소화하고. 가장 정갈한 무녀도 이 녀석의 몸에 비하면 한참 격이 떨어지겠군. 거의... 물화된 신의 육체수준인데?”

황홀한 감탄을 토하며 그는 여유롭게 두 손의 손가락을 비볐다. 엄지가 검지와 중지와 약지와 새끼와 마주칠 때마다, 전격이 아우성을 치며 주변으로 튀었다. 거대한 뇌전의 분수 같았다. 이미 은결의 육체로는 모든 종류의 인간적인 분위기가 거세되어 있었다. 인간적인 형상만이 남아 있을 뿐이다.

“왜 저 계집이 미친 소릴 하나 했더니, 이 녀석의 체질에서 신성에 가까운 것을 느끼고 제 멋대로 착각했던 거군. 큭큭, 이거 걸작인데. 이 녀석에게 잡혔을 때 그 정갈한 체질에 경악하고, 어울리지 않는 연극 따윌 하긴 했지만, 설마 그래봐야 남잔데, 남자 놈의 몸이 이 정도라고는.”

푸른 이빨은 계속해서 키득댔다. 그의 말대로라면 은결은 푸른 이빨의 본체를 맨 손으로 잡고서도 운 좋게 살아난 게 아니었다. 푸른 이빨이 일부러 살려준 것이다. 그의 몸을 찬탈하기 위해. 그리고, 그 계획은 지금 이렇게 성공했다. 그는 여전히 감탄과 황홀에 물든 얼굴로, 몸 전체를 가득 돌고 있는 막대한 힘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하기야, 이 꼬맹이의 애비는 변변찮은 진법 하나로 별다른 준비 없이 신성을 모방해 내기까지 했으니, 그 진전을 물려받았다면 이 정도 쯤 되어도 놀랄 건 없겠지. 덕분에 별 시덥잖은 쓰레기들한테 어지간히 고생했으니. 하여간 꼬맹이가 생각 외로 용의주도한 덕분에 위태로웠지만, 이 녀석을 죽이지 않고 몸을 빼앗기로 결심했던 건 최고의 선택이었다. 천년은 거뜬하겠군.”

말을 끝낸 푸른 이빨은 미간과 눈 끝을 좁혔다. 한 순간에 광폭하고 자신만만하던 그의 분위기가 차갑고 예리한 분노로 가득 찼다. 그는 온 몸을 타고 흐르는 기의 흐름을 조정해 경이적인 힘의 구성을 이루며, 그 충만감을 자신의 분노와 접합시켰다.

이거라면, 그 빌어먹을 인간도 너끈히 쓸어버릴 수 있을 거다. 푸른 이빨은 자신의 손에 머물고 있는 막대한 힘의 소용돌이를 예리한 눈길로 바라보며 생각했다. 이어 그는 고개를 돌려 새파랗게 질린 얼굴로 이쪽을 바라보고 있는 쿠로사카에게 시선을 던졌다. 쿠로사카가 주춤, 뒤로 물러섰다.

“계집. 늦어.”

푸른 이빨은 씨익 웃고는 손을 뻗었다. 손끝에서 벼락이 쏟아져 쿠로사카를 향했다. 키리야미의 신격이 그 힘을 방어했다. 막대한 전격과 에너지가 키미야미가 펼친 장막 앞에서 흩어졌다. 하지만 무의미했다.

“크하하하하하!”

푸른 이빨은 유쾌하게 웃으며 손을 계속해서 그대로 뻗었다 회수했다. 그럴 때 마다 그의 손끝에서 전격이 뿜어져 나왔다. 어마어마한 힘이었다. 키리야미가 웅웅거리며 막아냈지만 그게 막아낸 게 아니란 것은 명백했다. 그는 ‘쿠로사카’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어마어마한 힘의 광휘에 주변의 모든 어둠이 잠식당하고, 갈 곳을 잃은 채 스러졌다.

"うーうっ!"

(우-웃!)

쿠로사카는 모멸감에 몸을 떨며 기회를 노리고자 했다. 그러나, 아무 소용이 없다는 것을 그녀의 모든 감각이 알려주고 있었다. 상대는 명명백백한 카미였다. 비록 신격을 가진 검을 쥐고, 그 힘을 받아들이고는 있지만, 검에 깃든 신격과 푸른 이빨의 신격에는 큰 차이가 있다. 신앙의 대상이 아닐 뿐, 푸른 이빨은 어지간한 중급 신 이상의 힘을 가진 존재다. 이성적 존재의 관념에서 산출된 게 아니라, 지고의 세월 가운데 자연에서 산출된 만큼 그 근원은 더욱 세계의 본질에 직접 닿아 있다고 말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다 쳐도 지금 푸른 이빨의 힘은 비상식적이다. 그녀도 최악의 경우를 상정하고 키리야미를 들고 왔다. 그 힘이라면 제압까지는 아니라도 몸을 보호하는 것은 무리가 없으리라 생각했다. 그러나 전혀 그렇지 않았다. 아마도 빙의에 성공한 덕분이겠지만, 푸른 이빨의 힘은 상정했던 범위를 그의 웃음처럼 비릿하게 비웃으며 넘어서 있다.

“늦다니까!”

갑자기, 엄청난 충격이 그녀의 하복부를 강타했다. 푸른 이빨이 갑작스레 등장해 그녀의 아랫배를 걷어찬 탓이다. 일전 은결에게 기습적으로 당했을 때의 충격을 아득히 뛰어넘는 힘이었다. 키리야미의 신격이 아니었다면 내장이 모두 산산조각이 났을 것이다. 쿠로사카는 입안 가득히 피를 머금고 뒤로 튕겼다. 견디기 힘든 고통에 숨을 쉬기도 힘들었다.

“끅끅끅- 다음엔 팔을 잘라 버릴까? 아니면 다리? 저 재수 없는 검을 사용하는걸 보니, 틀림없이 처녀일테고, 그럼 능욕을 하고 죽여 버리는 것도 좋겠지.”

푸른 이빨이 빠른 발걸음으로 튕겨나간 쿠로사카에게로 다가갔다. 그는 취한 듯 중얼거리며 쿠로사카를 걷어찼다. 쿠로사카는 피를 왈칵 토하며 헝겊인형처럼 무력하게 널브러져 뒤로 날았다. 푸른 이빨은 씨익 웃으며 걸었고,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다음 순간 그는 쿠로사카의 착지점에 서 있었다. 그는 하나, 둘 하고 리듬을 재더니 셋! 하며 발을 걷어 올렸다. 쿠로사카의 허리가 걸리며 쩍-! 소리가 났다.

축구공처럼 그녀의 몸이 허공을 날았다. 푸른 이빨은 뒷짐을 지고 밤하늘을 올려다봤다. 그는 사라졌다. 나타난 곳은 허공을 날고 있는 쿠로사카의 바로 앞이었다. 뒷짐을 지고 있던 것을 풀고 두 손을 모아 그녀의 배를 내리쳤다. 왈칵-! 그녀는 입에 머금고 있던 피를 토하며 아래로 떨어져 내려갔다. 붉은 피가 달을 뒤로하고 넓게 퍼졌다. 푸른이빨의 얼굴로도 넓게 그녀의 피가 묻었다. 그는 혀를 내밀어 묻은 피를 맛보고는 감미로운 음식을 맛보는 것 같은 표정을 했다.

“으음, 역시 처녀의 피군. 좋은데. 처녀를 공양을 받는 놈들의 심정도 조금은 알 것 같군.”

다음 순간 그의 모습이 사라졌다. 쿠로사카가 벌레처럼 쓰러져 있는 곳에 그의 모습이 나타났다. 그녀는 이미 신음만을 흘릴 뿐 제대로 움직이지 조차 못했다. 키리야미의 힘이 아니었다면 열 번은 더 죽었을 것이다. 푸른 이빨은 쓰러진 그녀의 머리를 한 손으로 쥐고, 느릿하게 들어올렸다. 두개골을 바스러뜨리는 것 같은 악력에 그녀의 입으로부터 약한 신음이 새어나왔다. 흙과 피에 더렵혀진 그녀의 머리칼은 거친 빗자루의 솔처럼 덕지덕지 붙어, 추하게 아래로 늘어졌다.

“카미의 원한은 길고 길지. 한낮 인간 따위가 감히 카미의 심경을 거스르는 게 아냐. 그런데 네놈의 조상은 심경을 건드린 정도가 아니라 감히 나를 봉인했다. 그 원한을 놈의 피를 이은 네게서-”

말을 이어가던 푸른 이빨의 말이 늦어졌다. 그의 표정이 먹은 음식이 잘 소화되지 않아 고생하는 사람의 얼굴처럼 기묘하게 찡그려졌다. 하나 그는 이내 신색을 회복하고 말을 이었다.

“-피를 이은 네게서 청산하고자 함은 당연한 것이겠지. 그렇지 않나?”

"うう…"

(우우...)

“꼴이 볼만하군. 신을 맞이하는 무녀로서, 신을 앞에 두고 좀 더 정갈해야한다고는 생각지 않나? 그랬다면 네 처녀를 받아줬을지도 모르는 일인데 말야. 크큭.”

쿠로사카의 귀로는 이미 아무 말도 들어오지 않았다. 고통과 절망이 뒤범벅이 되어 그녀의 사고를 지배하고 있을 따름이다. 눈물이 핑 돌았다. 고통도, 절망도 아니다. 그것들을 모두 넘어서서, 이 상황 자체의 부조리함이 그 눈물을 이끌어냈다. 세상 일이 어디 사람 마음대로 되는 게 있느냐고 하지만, 이건 너무 심했다.

그녀는 푸른 이빨의 부활을 막기 위해, 은결이 선량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검을 휘두른 것이다. 한데 그 탓으로 푸른 이빨의 부활을 막고 있던 마지막 안전장치가 파괴당하고, 푸른 이빨은 부활하고, 은결은 몸을 빼앗기고, 자신은 죽게 됐다. 이런 어처구니없는 부조리함이 어디 있단 말인가.

쿠로사카가 지금 상황에 절망하고 있는 가운데, 푸른 이빨은 주변을 휘 둘러봤다. 어둠이 일그러지며 복잡한 색상의 분열된 모자이크를 드러냈다. 결계가 붕괴상태에 들어갔다는 징표였다. 푸른 이빨은 혀를 찼다. 오래도록 이 계집과 놀아보고 싶지만, 그럴 시간은 없는 듯 했다. 다른 놈들은 몰라도 은결이라는 이 몸 주인 꼬마 놈의 아비는 범상치 않다. 아직 충분한 시간이 없어서 꼬맹이의 머릿속을 완전히 장악, 검토하진 못했지만, 그 불완전한 정보 속에서도 아비에 대한 꼬맹이의 감정은 어딘지 절망적인 감각을 느끼게 하지만, 거의 숭앙에 가까운 것이다. 그럴만도 했다. 무력해 보이긴 했지만 특별한 공양하나 없이 신성을 구현해낸 미친놈이다. 자신이 아들의 몸을 빼앗은 걸 알면 무슨 짓을 하려 들지 모른다.

“그럼 죽어라.”

쿠로사카의 머리를 쥐지 않은 다른 손을 뒤로 길게 당긴 다음, 푸른 이빨은 음산하게 말했다. 쿠로사카는 힘없는 신음을 입술 사이로 길게 토했다. 아직까지도 끈질기게 쥐고 있는 키리야미는 웅웅대며 막대한 힘을 전하고 있지만, 훨씬 더 막대한 힘 앞에서, 아무런 소용이 없었다.

'ごめん。'

(미안.)

쿠로사카는 속으로 그 한 마디를 한 다음, 조용히 눈을 감았다. 맑은 눈물이 달빛을 받으며 더럽혀진 그녀의 볼 위를 타고 흘렀다.

*오랜만에 추천을 받았습니다. 선학초님과 애니웨이님께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애니웨이님은 두 번째 해 주시는 걸로 기억하는데, 기대를 배신치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흑흑. 진서림님은 오랜만에 보는데, 여전히 너무 띄워주시네요. 제가 찌질인거 제가 제일 잘 아는데,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밀이 인류 역사를 통틀어 사대천재의 한 명이란건 일본의 어떤 심리학자가 선정한 걸로 알고 있는데, 별로 믿음은 안 갑니다. 밀이 천재가 아니라는 게 아니라(천재 맞습니다.) 천재도 여러 방향성이 있고, 거기 대고 등수매기는 게 지나치게 자의적이라 여겨지기 때문이죠. 가령 니체가 수학 싫어했다고 가우스보다 바보라고 하면 그 얼마나 무식한 소립니까.

그리고 인간 지성이 기호를 통해 이룩할 수 있는 난해함은 근대에 이미 정점에 치달았습니다. 칸트의 비판 3부작이나 헤겔 정신현상학의 괴악함을 뛰어넘을 텍스트는 그전에도, 그 이후에도 나온 적이 없습니다. 비교할만한 건 좀 있습니다. 논리철학논고라던가. 이런 텍스트들은 전문화고 단순화고 다 소용없습니다. 그냥 어려울 뿐입니다.마셜님도 이미 지적했습니다만.

참, 이왕 밀 얘기 나온 김에, 밀의 자서전에 나오는 명언 한 마디.

‘누구나 나처럼 교육 받으면 나만큼 될 수 있다.’

대충 이런 말이었습니다. 참고로, 아래는 누구나 가능한(?) 밀의 수준.

아버지 제임스는 아들이 세 살 되던 때부터 벌써 그리스어를 가르치기 시작했다. 밀이 여덟 살이 되었을 때에는 이미 플라톤이나 디오게네스 등의 고전을 두루 섭렵하였고, 이제는 라틴어를 배우기 시작할 단계에 있었다. 여덟 살에서 열두 살까지의 기간 동안 집에 있는 거의 모든 책을 다 읽었으며, 미적분학과 기하학을 완전히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열세 살의 나이에는 정치경제에 관한 책을 전부 독파하여 후일 경제학자가 될 기본 교육을 모두 마친 셈이었다. 리카도와 절친한 사이인 아버지 제임스는 아들과 산보를 하며 열 네 살의 어린 아들에게 리카도의 경제학 강의를 하였다고 한다.

...으핫핫핫. 밀은 농담 센스도 걸출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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