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3-희망을 위한 찬가 - 아오이키바(い牙)(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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빛과 열이 휩쓸고 지난 간 다음, 만개산 정산은 잠깐이지만 싸늘하게 말라붙었다. 대기는 채 흩어지지 못한 전하의 흐름이 마주하며 일어나는, 나른한 고양이의 울음소리 같은 소음에 가득 찼다. 그 위로 다시 비가 내려 메마른 대지를 적셨다.
“크으으...”
“우욱...”
“흐윽-”
악문 이 사이로 흘러내리는 모래 같은 비명이 여기저기서 들려왔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사람은 누구 한 명 자신의 실력에 자긍심을 가지지 못할 사람이 없었지만 방금 전 일격은 역시 웃으며 받아넘길 수 있는 종류의 공격이 아니었다. 십수명 가운데 은결 할아버지와 도원 선사, 김진경 정도가 그나마 무사했다. 위안거리라면 아무리 ‘카미’라도 본거지가 아닌 한, 이만한 공격을 연속해서 행할 수는 없을 거란 점과 아무도 전투불능 상태에 돌입하진 않았다는 점 정도였다.
은결은 상태가 가장 안 좋았다. 중앙의 전격을 그대로 받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의 눈빛은 당황도 고통도 없는 묵묵함으로 굳건했다. 그 눈동자는 지금 은결의 위치가 실수나 우연이 아니라 그 자신의 선택이었음은 선명하게 알려줬다. 그의 뒤로는 수행이 여전히 구도자와 같은 얼굴로 세연의 몸속에 정지한 카미의 기를 읽고 있었다.
-인간, 따위-가.
카미는 끅끅대며 공중에서 춤을 췄다. 빛으로 만든 밧줄의 환상적인 유영 같았다. 유쾌해 보였다. 은결은 이를 물었다. 팔과 다리가 좀체로 잘 움직이지 않았다. 무릎과 팔꿈치가 움찔거리며 떨었다. 방금 전의 전격에 신경이 간섭당한 것이다. 워낙 엄청난 전격이었으니 다른 사람들도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아무리 잘 막았다 해도 은결과 같은 상황을 피할 수는 없었을 것이다.
-인간- 따위가-
웃음이 분노로 변했다. 밧줄 같은 몸을 쫘악 펼치며, 카미는 만개산 정상을 막처럼 덮었다. 그리고 그 아래 위치한 인간들을 향해 신의 권능을 내리쳤다. 수백줄기 벼락이 대지를 향해 내리 꽂혔다. 방금 전의 거대한 전격에 비할 바는 아니지만 범위는 더 넓었고, 은결과 같이 전신을 방어하는 방법을 사용할 수 없는 사람에게는 대처하기 한결 곤란했다. 은결의 가슴이 뛰었다. 방금 전의 공격이 대포라면 이것은 크레이모아다. 공격 범위가 넓어 단지 자신의 몸으로 버틴다고 아버지를 방어할 수 없었다. 물론 수행도 나름대로의 대비는 했다. 그러나 이제 평범한 사람과 다를 바가 없는 그의 몸으로는 비축한 진의 효력이 끝나는 순간이 죽음의 때다.
은결은 심호흡을 하고 두 손을 위로 올렸다. 웅- 하는 공기의 진동이 퍼지며 자주색의 거대한 진이 나타났다. 복잡한 기하학적 문양과 한글을 비롯한 언어가 연결되어 이해하기 어려운 의미를 구성하고 있었다.
‘안 돼. 작다.’
은결은 고개를 흔들고 손으로 기를 집중했다. 마법진의 외곽선이 한층 빛나면서 다른 기호를 이어나가며 진의 범위를 확장했다. 은결 아버지의 진을 넘어서는 범위까지 확장됐다. 보호진인 것 같았다. 그 아래서 카미의 공격은 아무 소용이 없었다. 방어하느라 바빴던 사람들은 그 아래서 한숨을 돌릴 수 있었다. 몇 몇 사람이 놀란 눈길로 은결을 바라봤다. 저 나이의 소년이 이런 엄청난 기를 속에 품고 있다고는 아무도 생각하지 못한 탓이다.
‘크으-!’
하지만 오래 버틸 수 없을 것임은 명백했다. 벌써 은결의 얼굴은 너무 많은 피를 흘린 중상자처럼 핼쓱했다. 사람들은 저마다 각자의 최고 기술을 구사해 카미를 공격했다. 표면적이 넓어진 덕분에 기술적인 오묘함은 필요하지 않았다. 순수한 에너지의 공격이 카미를 향해 일직선으로 날아가 꽂혔다. 한발, 두 발은 그대로 버티던 카미도 계속되던 공격에 이기지 못하고 몸을 뒤틀며 자신의 범위를 늘였다 줄였다 하기 시작했다.
“합!”
다시 진경의 부적 수십 장이 하늘을 날았다. 절반은 기의 덩어리가 되어 카미를 가격했고, 절반은 카미를 구속하기 위해 연결된 형태를 이루려 했다. 하지만 그때 카미는 넓게 자신을 펼쳐 번개를 뿌리던 것을 중단하고 하나의 점처럼 작아지더니 빠른 속도로 운동했다. 부적은 목표를 잃고 허공 여기저기를 무의미하게 날았다. 그리고 은결의 진 아래에 있던 한 도사를 향해 돌진했다.
-파지지직!
강력한 전격이 도사를 휘감았다. 그는 크아아- 하는 비명을 질렀지만 백열하는 플라즈마에 아우성치는 대기의 비명이 그의 비명을 삼켰다. 곧 그는 새카만 재와 같이 되어 바닥으로 쓰러졌다. 전격의 잔재에 쓰러진 그의 전신이 꿈틀꿈틀 뛰었다. 은결 할아버지의 표정이 확 변했다. 그는 쓰러진 도사를 향해 달렸다.
“여보게!”
은결 할아버지는 그의 상세를 살폈다. 그세 다가온 도원 선사도 함께 그를 살폈다. 두 사람의 긴장된 표정으로 일순 안도의 기색이 흘렀다. 죽지는 않을 것이다. 하지만 죽지 않았을 뿐이다. 안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카미는 표면적을 적게해 영활한 움직임으로 이 곳에 모인 이들을 농락했다. 인간의 범주를 한참 뛰어넘은 이들이지만 갑작스런 공격의 변화에 미처 대응하지 못하고 여기저기서 비명이 퍼졌다. 공격은커녕 방어하기도 급급했다.
“제기랄, 짜증나게! 도원 선사님!”
진경이 외쳤다. 도원이 자리에서 일어나며 목탁을 치며 마하반야바라밀다 게송(偈頌)을 불렀다. 존재를 무화하는 공의 논리가 기를 타고 퍼졌다. 허공을 오다니며 복잡한 움직임을 보이던 카미의 동작이 동시에 둔해졌다. 내부적으로 존재를 고착하고자 하는 거대한 망집과 무화하려는 지극한 앎이 충돌한 탓이다. 도원의 말처럼 불교 쪽의 술법들이 효과가 좋았다.
진경은 다시 한 움큼의 부적을 품에서 꺼내더니 허공으로 쫙 뿌렸다. 부적마다 빛을 발하면서 주먹보다 작아진 카미를 향해 날았다. 도원 선사의 게송에 동작이 방해받고 있음에 부적은 어렵지 않게 카미를 포위했다.
“됐다!”
그는 환호성을 올리고는 진중한 자세를 잡았다. 한 손은 세로로 세워 얼굴 근처에 대고 다른 한 손은 대지를 향해 편안하게 뻗었다. 그리고 입으로 무언가 중얼중얼 외우기 시작했다. 도원의 게송과 닮은 듯도 했지만 그것을 훨씬 더 빠르게 외우고 있는 것 같았다. 대지를 향해 뻗은 그의 팔로 푸르스름한 기가 모여들며 길쭉하게 뻗어가기 시작했다. 손끝에서 뻗어나간 검 같은 형상이었다.
“하핫!”
진경은 크게 도약했다. 다른 많은 술법들 가운데서도, 비오는 하늘 아래 그의 모습은 한층 돋보였다. 그리고 기가 맺혀 있는 팔을 휘둘러 자신이 날린 부적이 포위하고 있는 카미를 향해 날렸다. 그 순간, 부적 전부가 타올랐다. 위기를 느낀 카미가 다시 몸을 거대화 하며 엄청난 에너지를 분출하기 시작한 것이다. 늦었다! 그 생각 밖에 할 수 없었다. 하지만 그는 망설임 없이 공격을 계속했다. 늦엇다면, 최소한 때리기라도 해야 덜 손해다. 거대한 빛의 줄기가 카미를 꿰뚫었다. 그때 진경의 다른 손은 품에 들어가 있었다. 이어질 전격에 대비해 부적을 펼쳐 피해를 최소화할 생각이었다. 그에 앞서, 쿠앙! 하는 거대한 소리와 꽈앙! 하는 폭발음을 닮은 소리가 동시에 났다.
-너-!
신의 목소리. 그리고 후웅- 하고 정갈한 에너지의 흐름이 섬전같이 그의 전신을 훑었다. 바늘에 찌릴는 것 같은 따가움이 발부터 머리까지, 전신으로 퍼졌다. 대지가 비명을 지르며 거꾸로 올라갔다. 떨어져 내리던 빗방울들이 방향을 잃고 잠시간 윗쪽으로 춤추었다. 진경이 정신을 차리고 보니 은결이 보호진을 전개한 채 날아올라 카미의 공격을 모두 걷어낸 것이 보였다. 아래쪽으로는 만개산 정상 한 구석이 박살나 있었다. 방금전의 동시적인 폭음과 폭풍은 은결의 몸이 음속을 넘기면서 발생한 것이었고, 바늘에 찔린 듯한 따가움은 그의 동체에 빗방울이 충돌해 주변으로 튄 때문이었다. 마법진은 카미를 밀며 그칠 줄 모르고 도약했다.
-어어어어어어....
신이 남긴 관념의 언어가 볼품없이 절단당한 채 길게 울렸다. 사람들은 멍한 표정으로 은결이 올라간 하늘을 바라봤다. 까마득한 저 높이의 한 곳에서 모든 어둠을 무의미하게 하는 백색 성광이 번쩍거렸다. 지금까지 성역 안에서 싸웠기에 이 정도다. 카미를 먼 곳으로 이끌어 낸 것은 좋지만 성역 외부에서의 전투를 은결이 버텨낼 수 있을지, 모두는 걱정스럽게 생각했다. 은결의 실력이 나이를 초월하는 초절한 것임은 충분히 이해했지만 그런 것과는 다른 문제다. 특히 진경은 이로 인해 은결에게 빚이 하나 생긴 거라 마찬가지라 한결 하늘을 바라보는 시선이 초조했다.
“은결은 걱정하지 말게. 그보다 방금 전의 변칙적인 공격에 적지 않은 사람들이 당했네. 내려오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필요할 테니 아직 괜찮은 사람은 그 동안 상세가 좋지 않은 이의 기를 순환시거나, 그도 여의치 않으면 위험하지 않게 피난시켜두게.”
은결 할아버지가 말했다. 그보다 걱정해 보아야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들 중 누구도 은결이 도달한 높이까지 자력으로 도달할 수 없다. 기의 운용이 완전히 틀리다. 모두 고개를 끄덕이고 바쁘게 움직였다. 그때 은결 아버지가 눈을 떴다. 할아버지가 다급한 표정으로 그를 바라보며 물었다.
“할 수 있겠느냐?”
진경이 초조한 표정으로 수행을 바라봤다. 전투의 긴장과 흥분이 모두 수행의 대답을 듣기 위해 모여들어 버린 것 같았다. 그는 수행을 깊게 신뢰하지만 그와 무관하게 수행의 대답 여하에 따라 세연을 죽여야 할 수도 있다.
“할 수 있습니다.”
수행이 웃으며 말했다. 할아버지도 마주 웃었다. 진경은 가슴 깊이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수행은 주변을 빠르게 훑고는 물었다.
“은결이 보이지 않는군요.”
“위다.”
할아버지의 대답에 수행은 고개를 들었다. 하늘을 물들이는 백색 빛은 강대한 존재의 감정에 어울리는 우르릉 소리를 연속적으로 토하고 있었다.
“서둘러야 하겠군요.”
수행의 눈동자가 드물게 흔들렸다. 그는 들고 온 매직을 꺼내 세연의 몸 위에 다시 진을 그리기 시작했다. 신의 코드를 역산해 하나하나 해제하는 진이었다. 진이 다 그려진 다음 누구의 기든 기를 순환시키기만 하면, 세연은 여전히 평범하진 않겠지만 신의 그릇에서는 해방된다.
“그럼 나는 손자 녀석 데리러 가봐야겠군.”
그리고 은결 할아버지가 발을 굴렸다. 진이 그의 밑에서 펼쳐지더니 역장의 발판이 생겨났다. 은결과 같았다. 다른 것이라면 은결은 그를 통해 만개산 한 구석을 완전히 박살냈지만 은결 할아버지는 그렇지 않았다는 점이다. 그의 몸이 대기를 꿰뚫고 은결이 있는 곳으로 날았다. 남은 사람들은 저마다 호흡을 정리해 바닥난 기를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며 마지막 순간을 대비했다.
*스펙터클 액션활극 ‘희망을 위한 찬가!’
*조견오온개공이 맞습니다. 게송은 게송(偈頌)이 맞습니다. 체크 감사~
*이 글이 어렵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제 감정이 상하는 일은 없습니다. 클라우스 학원 이야기를 읽어보신 분은 아시겠지만 이 글은 글에 대한 제 개인적 욕심보다 독자에게 가능한 맞추어, 충분한 호응을 이끌어 낼 수 있도록 함을 목적으로 하고 있습니다. 트랜드 숙지를 목표로 하는 거지요. 그런 의미에서 여전히 실험적인 글입니다. 때문에 글에 대한 악의 없는 감상은 어떤 종류의 것이든 감사히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충분한 호응이 없다면 무가치한 글이 되어버리게 됩니다만.(...)
*풍객님이 추천해 주셨습니다. 감사의 마음을 전합니다. 분발하겠습니다.
*내일은 5월 18일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내일 잠시간만이라도 그 의미를 숙고할 수 있었으면 합니다. 당일이 되어 이야기 하는 게 좋겠지만, 아무래도 힘들겠다 싶은지라 하루 일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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