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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위한 찬가-17화 (17/300)

#   17-희망을 위한 찬가 - 아오이키바(い牙)(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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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은 구름에 가려있다.

인간은 언제나 땅에서 살며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벗어날 수 없는 이차원의 공간에서, 닿을 수 없는 하늘의 청청한 공간은 영원한 거울로 그들에게 작용하였다. 잔인한 거울이었다. 그 청청한 공간은 인간에게 이상을 꿈꾸게 하여 현실의 고통을 일깨웠고, 신을 기원하게 하여 구원을 뻗어오지 않는 신을 생각하게 했다. 그것은 잔인했으나, 하늘은 너무 맑고 높았기에, 사람은 이상도 신도 포기할 수 없었다.

그렇기에,

그것의 날개는 신을 향해 날기 적합하였으며, 그것의 목소리는 신을 찬양하기 적합하였다. 그것의 발톱은 신을 향한 공물을 쥐기 적합하였고, 그것의 눈은 신을 바라보기 적합하였다. 그리하여, 중력에 붙박히지 않은 새는 언제나 신을 향한 먼 여정을 하는 존재였고, 거룩한 날개 짓과 아름다운 목소리로 신과 교통하는 존재였다.

그렇게 새는, 신을 향한 인간의 염원을 담아 날아오르는 하나의 상징이자 사자이다. 때문에, 새가 있는 곳(鳥居)은 신성한 장소가 된다. 그 ‘ㅠ’자 모습을 한 붉은 기둥(鳥居)에서, 새는 신을 향한 날개 짓을 잠시 멈추고 지상의 마음을 담으며 지친 털을 손질한다.

...이 곳은 어둠이 감추지 못하는 무성한 초록의 생명력으로 그윽하다. 이곳의 토리이(鳥居)는 다른 모든 토리이와 같은 염원을 담고, 지친 붉은 색의 왜소함으로 자신의 신성을 증거하며 고요하게 서 있다. 하나 새는 그 위에 앉아 쉬지 않는다. 이미 신이 인간에게서 떠나갔다는 듯이, 혹은 인간이 신에게서 떠나갔다는 듯이.

그 쓸쓸함을 넘어, 신성한 대지의 길을 따라가면, 그곳에는 거대한 바위가 있었다. 천억년의 세월을 묵묵하게 버텨 왔고, 앞으로도 그러할 것이라는 듯, 이질적이고도 묵묵한 바위였다. 토리이에 앉은 새라면 한눈에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은 그 곳에서, 바위는 종이오리를 드리운 금색 새끼줄, 시메나와(しめ縄 )에 동여매여 있었다. 이와사카(磐境)다.

달이 높다. 바람은 고요하다. 적막은 성(聖)을 드높인다. 압도적인 시간의 증거가 그 곳에는 만연해 있었다. 숨결을 들이키면 그 숨 속에 지고의 세월이 깃들여져 있다.

동시에, 피비린내 또한, 만연해 있었다.

지독한 비린내다. 그 비린내는 또한 견디기 힘든 오물의 냄새와 뒤섞여 있었다. 몽롱한 색체로 형상화 되는 것이 가능하지 않을까 싶은 지독한 냄새다. 그곳의 모든 신성함을 산화시켜 버리는 것은 아닌지 걱정될 만큼의 지독한 냄새.

달을 가리던 구름이 유유히 지나갔다. 맑은 만월의 빛이 대지로 향한다. 어둠은 소리 없이 쓸려나가고, 세상의 모습이 약하게 드러난다. 신성한 대지는 추악한 것들로 메워져 있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동물의 내장과 오물, 걸쭉한 피, 조각난 뼈와 아직 눈을 감지 않은 돼지와 소의 머리통. 길게 내빼 물린 혀. 뭉개진 살점. 뒤틀린 사지. 지옥의 한 부분을 떼어 지상으로 끌어다 올린 것 같은 지독한 광경이다.

그리고 그 고경 가운데 사내가 있었다. 큰 키의 건장한 체구의 사내였다. 어둠에 가리워 보이지 않지만 그는 군복과도 흡사한 복장을 하고 있었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만월을 확인했다. 그는 귀의 헤드폰과 연결된 소형 마이크를 한 손으로 쥐고 무어라 이야기했다. 곧 숲 사이에서 두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그들은 커다란 철제 원통을 들고 있었다. 그들은 조심조심 걷더니 바위 근처에 이르러 무릎을 끓고는 원통의 내용물을 부었다. 콸콸 검붉은 액체가 쏟아졌다. 곧 원통의 액체는 동이 났다. 두 사람은 빈 원통을 들고 다시 뒤로 물러났다.

이번에는 사내가 무릎을 꿇었다. 그는 더렵혀진 대지에 양 손을 가져다 대고 무언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가 손바닥을 대고 있는 대지로부터 흰색 빛이 일렁이기 시작했다. 그 빛은 긴 선을 그리며 천천히 움직였다. 자세히 보면 빛은 방금 전 부은 원통의 액체로 채워진 작은 홈을 따라 움직이고 있었다. 외곽을 돌듯이 중앙의 바위를 스쳐 선이 그어졌다. 계속 이어지던 선은 이번에는 방향을 바꿔 다시 선을 그었다. 이번에도 바위를 스치며 이어지는 올곧은 직선이었다. 그렇게 네 번을 바꿔 선이 그어졌고, 빛이 시작되었던 사내의 손으로 돌아왔다. 오망성이다.

하지만 빛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것은 또 긴 곡선을 그리며 움직였다. 곧 커다란 원이 그려졌다. 그 원에서 가지 치듯 빛이 뻗어나가며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운 기호를 이루었고, 다시 커다란 원으로 이어졌다. 거기서 빛의 색이 황금색으로 변했다. 남자는 자리에서 천천히 일어섰다. 그는 웃고 있었다. 얼굴 전체가 그늘에 가리운 가운데 그의 이만이 하얀 선을 그리며 드러났다.

그는 다시 마이크에 대고 무언가 이야기했다. ‘원!’ 그가 호령했다. ‘투, 스리!’ 마지막 스리의 호령이 끝남과 동시에 ‘쿠앙!’하는 격렬한 폭파음이 터져 나왔고 영원히 굳건할 듯 하던 바위가 박살났다. 그리고, 산산조각난 바위 가운데서 파랗게 빛나는 무언가가 솟아올랐다. 사내는 그것을 향해 손을 뻗더니 길게 무언가 중얼거리기 시작했다. 그의 손으로 빛이 모여들었다. 허공으로 떠오른 파란 빛은 그와 동시에 기묘한 유영을 보이기 시작했다. 마치 고통스러워하는 것 같았다. 사내의 주문이 빨라졌다. 파란 빛의 유영도 한층 격렬해졌다. 그것이 갑자기 빛을 발했다.

-우르릉

구름이 울었다. 빛으로 세상이 감춰졌다. 먼 곳에서 보았다면 거꾸로 자란 흰 나무를 보았을 것이다.

-꽈과광!

3만 도. 태양 표면의 5배를 넘기는 엄청난 열기. 대기가 폭발하며 비명을 질렀다. 그 열기가 종국적으로 향한 곳은 방금 박살난 이와사카가 있던 곳이다. 빛이 거두어졌다. 세상이 빛과 어둠의 조화로 드러났다. 그리고 허공에는 아무 것도 없었다. 사내의 얼굴이 불쾌하게 굳었다. 그는 다시 마이크를 잡고 무언가를 이야기했다. 이야기를 끝낸 그는 빠른 발걸음으로 숲 속으로 들어갔다. 신역(神域)은 원래의 고요를 되찾았다. 끔찍한 파괴와 오염을 남기고.

*우유팩은 주로 배낭 주머니나 군복 주머니 각 잡을 때 씁니다. 초코파이 곽은 담요라던가, 크기가 큰 것들에 쓰고.

*현재 만족할만한 반응을 얻고 있지는 못합니다. 제목을 바꿔볼까 싶기도 하군요. 어떻든지 간에 최종적으로는 글의 질이 문제지만 이게 문제의 본질이면 손쓸 방도가 없죠.(;;)

*성원해 주시는 분들께 감사드리며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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