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미용재벌-200화 (완결) (200/200)
  • 200화. 죄의 값(3)

    “대체 왜 그런 꿈을 꾼 거지?”

    재준은 이해할 수 없는 꿈 때문에 혼란스러웠다. 하지만 두 사람의 불륜 행각은 너무도 분명하게 보여졌다. 꿈이라고 생각하기에 너무 선명하였다.

    “죽이고 싶다.”

    재준은 이 차장을 죽이고 싶어졌다. 꿈이 진짜가 아닐지라도, 그냥 넘어갈 수 없었다. 하지만 직접 이 차장을 죽이거나 할 수는 없었다.

    “조금씩 죽고 싶게 만들어야겠어.”

    재준은 이 차장의 인생을 망가지게 하기로 결심했다. 그래서 이 차장을 스스로 죽고 싶게끔 만들고 싶었다. 그 정도는 해야 분이 풀릴 것 같았다.

    재준은 우선 승산 없는 소송을 이 차장에게 맡기기로 했다. 이 차장을 회사 변호사에서 잘리게 하려면 그렇게 하는 것이 가장 좋았다. 그렇게 이 차장은 승리할 수 없는 사건의 변호를 맡게 되고, 자기의 운도 이대로 끝날 것을 예감했다. 그리고 그 사건을 하게 한 재준에게 한마디 하였다.

    “제가 그만두길 원해서 그런 겁니까?”

    재준은 이 차장이 그렇게 되길 원했지만, 이 차장이 자기가 복수하고 싶어 한다는 것을 알게 하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이 차장에게 조심스럽게 말했다.

    “당신이 그만두길 원하는 것은 아니죠. 당연히요. 하지만 그 사건이 패배할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시킨 것이죠. 그뿐이에요. 이거 정말 미안하게 되었습니다.”

    원래부터 동네 변호사로 살던 이 차장이다. 그를 써준 것도 재준이고 잘리게 하는 것도 재준이다. 재준이 그에게 사과할 필요는 없었다.

    “후, 네네. 그렇군요. 그동안 감사했습니다. 앞으로도 회사가 잘되시길 바라겠습니다.”

    이 차장은 순순히 물러났다.

    하지만 재준은 순순히 물러날 생각이 없었다.

    재준은 이 차장의 변호사 사무실이 문을 닫기를 원했다. 그래서 일단 그의 사무실 건물을 사들였다. 물론 남의 이름으로. 건물주는 곧 이 차장의 사무실을 내놓으라고 했다. 그때는 임대차보호법이 제대로 되질 않았다.

    이 차장은 난데없는 건물주의 횡포에 소송까지 불사하였지만 끝내 포기하고 사무실을 내어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그때까지는 나름 괜찮았다.

    재준은 해리의 명예고 뭐고 눈에 뵈는 것이 없었다. 그래서 결국 해리와 이 차장의 키스 사진을 인터넷에 유포한다.

    그때 당시 인터넷이 급속도로 발전하면서, 확인되지 않은 것들이 퍼지는 것이 많았다. 거짓말도 진짜처럼 포장되던 시절이다. 하긴, 2021년도 만만치 않지만.

    재준이 뿌린 사진은 그 당사자인 해리는 물론이고 이 차장까지 신상이 털리게 된다. 두 사람은 당시 유부남 유부녀 신분인 것이 알려지면서 사회적인 이슈가 된다. 당시에는 간통죄가 있어서 불륜남과 불륜녀는 사회적인 지탄을 받던 시기였다.

    재준은 이 차장의 아내를 찾아갔다.

    “남편을 간통죄로 처벌하시죠.”

    “그럼 당신 아내도 간통죄가 성립되는데요?”

    이 차장의 아내는 이 일에 소극적이었다. 자기의 인생도 걸린 일이고, 막상 먹고 살 걱정도 해야 하니까.

    “제 아내는 간통죄 처벌을 받지 않죠. 이미 죽었으니까요.” “아, 그렇군요.”

    “간통죄로 고발해주시면 제가 건물을 하나 사드리겠습니다.”

    “네? 정말이에요?”

    “네, 정말입니다. 제가 사둔 건물이 있는데 그거 바로 명의이전 해드리겠습니다.”

    이 차장의 아내는 사실 이 차장이 너무 싫었었다. 당시 권태기에 있었기에 더 그러했다. 그녀는 앞뒤 따지지 않고 바로 재준에게 약속을 한다.

    재준은 그 아내의 고소 건을 자기가 아는 사람을 총동원해서 고소한다. 아주 거대한 소송으로 변질되었다. 아내는 고소를 하자마자 건물을 증여 받았다. 이 사실을 안 이 차장은 분노에 차서 재준을 찾아갔다.

    “대체 내게 왜 그러는 겁니까? 내가 당신에게 뭘 잘못했죠?”

    “이 사진 때문이지.”

    재준은 이 차장에게 해리와 찍은 그 사진을 던졌다. 이 차장은 그 사진을 집어 들고 소리쳤다.

    “이건 내가 아니라니까? 이런 억지가 어딨냐고?” “잘 생각해 봐. 정말 니가 아닌지 말이야.”

    “이것 봐요. 나는 이 해리라는 여자를 만난 적도…….”

    이 차장은 그 말을 하다가 사진을 다시 보았다. 정말 만난 적이 없는가? 하는 의문이 몰려왔다. 이 차장은 사진을 다시 들여다보았다.

    재준은 이 차장을 뒤로하고 가버렸다.

    이 차장은 사진을 계속해서 쳐다보았다. 그리고 또다시 알 수 없는 감정이 올라오는 것을 느꼈다.

    “대체 이게 무슨?”

    이 차장은 사진을 살펴보다가 문득 사진 속 반지가 눈에 들어왔다. 화려한 명품 옷과 시계 사이에서 초라하게 빛나고 있는 검은색 반지. 그걸 보자 갑자기 머릿속에 떠오르는 단어.

    “회귀의 반지? 이게 회귀의 반지인가?”

    이 차장은 본능적으로 반지를 알아보았다. 회귀의 반지를 그냥 받아들인 것이다. 그러자 과거의 기억들이 조금씩 떠올랐다.

    “이 반지를 찾아야겠다! 그럼 내 인생도 바뀔 거야!”

    이 차장은 이 모든 일을 뒤집을 수 있는 방법은 회귀의 반지를 얻어야 가능하다는 생각을 하였다. 하지만 반지는 없다. 준수가 전부 없애버렸으니까.

    * * * * *

    준희는 이 차장이 재준에게 당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이 차장을 찾아갔다. 준수가 부탁해서 그런 것도 있었다.

    이 차장은 앞서 만났을 때보다 훨씬 망가져 있었다. 준희는 너무 속상해서 눈물이 날 것 같았다. 그동안 이 차장과 친해진 탓이었다.

    준희는, 재준이 이 차장의 인생을 망가트린 것이 뭔가를 알아서일까? 하는 의문이 들었다.

    “고재준이 대체 왜 그런 걸까요?”

    “모르지 난. 그냥 해리란 여자와 내가 불륜이라고 믿고 있는 것 같아요.”

    “하, 정말 이해가 안 되네.”

    “그나저나 이제 감옥에 가게 생겼네요.”

    “제가 변호사를 붙여드릴게요.”

    준희는 마음 같아서는 자기가 변호를 하고 싶었지만, 남편의 입장도 있고, 아이를 키우고 있는 탓에 여유가 없었다. 그게 다행이었다.

    “감사해요.”

    “뭘요.”

    “근데 회귀의 반지에 대해 알아요?”

    “네?”

    준희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이 차장이 어떻게 그 반지에 대해 알고 있을까?

    “아니, 아니에요. 근데 그게 마치 있는 것 같아서. 그거라면 내 인생도 달라질 테니까.”

    “말이 안 되잖아요. 그런 게 있다는 것이.”

    “그죠? 나도 그렇게 생각은 하는데 자꾸 뇌리에서 떠나질 않아요.”

    “그런 건 없어요. 생각을 마세요.”

    준희는 그렇게 말해줄 수밖에 없었다.

    이 차장은 준희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지만, 미련은 버리지 못했다.

    * * * * *

    “진짜야?”

    “오빠 반지 다 없애게 한 것 맞지?”

    “응, 지금 시대에 반지는 없을 거야.”

    “그렇지? 다행이다.”

    둘이 서로를 쳐다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때, 눈앞에서 나오고 있는 TV에서 이민구가 나오고 있었다. 준수는 보지 못하고 준희만 보았다. 준희의 눈에 이민구의 회귀의 반지가 들어왔다.

    “저 사람 그 반지 비슷한 걸 끼고 있네?”

    그 방송은 이민구가 스타 셰프가 되는 첫 방송이다. 그 방송은 지금 생방송으로 방송되는 중이었다. 준수는 이민구가 아직 등판하지 않아서 그의 반지를 생각지 못했던 것이다.

    “이민구가 있었네!”

    같은 시각, 이 차장도 그 방송을 보고 있었다. 이 차장은 본능적으로 이민구가 낀 반지를 알아보았다.

    “저거다!”

    이 차장과 준수, 준희가 같은 시각 자리를 박차고 일어났다.

    준수는 이 차장을 막으러, 이 차장은 인생을 바꾸려고.

    * * * * *

    이 차장은 미친 듯이 달려갔다. 신호 위반 같은 것은 일도 아니었다. 지금 당장 이민구를 만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저 반지를 누군가도 알고 있고 또 낚아챌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본능적으로.

    같은 시각 준수도 미친 듯이 달려갔다. 하지만 준수는 본인이 몰고 있는 차가 없었다. 다 비서가 몰아주는 차라서 좀 더 속도를 내지 못했다. 손에 익지 않은 탓이었다. 거기다 최근 스스로 운전한 적이 거의 없었다. 그래서 좀 더 속도가 늦었다.

    이민구가 방송을 마치고 방송국을 나오고 있었다. 그 앞에 나타난 것은 바로 이차장이었다.

    “이민구 씨!”

    “네?”

    “당신 그 반지 나 좀 주시죠!”

    “네? 이 반지를 아십니까?”

    “네! 지금 당장 주세요. 나 지금 자*하기 일보직전이거든요!”

    “아, 네네.”

    이민구는 아무 의심 없이 반지를 빼서 이 차장에게 건네려고 하였다.

    그러자 박준수가 그 뒤로 나타났다.

    이민구는 박준수를 알아보고 소리 질렀다.

    “어? 당신은?”

    “반지 주지 마요! 반지 주지 마!”

    준수의 말을 들은 이민구가 반지를 막 감추려고 하자, 이 차장이 격분하며 반지를 낚아챘다.

    “반지 내 거라고!”

    이 차장은 준수의 바로 앞에서 반지를 꼈다.

    “아아악!”

    뒤따라 온 준희가 소리 질렀다.

    “어떻게 해!”

    “이게 무슨 일인가요?”

    이민구는 너무 놀라서 준수를 붙잡고 물었다. 이 차장은 눈앞에서 갑자기 사라져버린 후였다.

    “반지를 주지 말아야 할 사람에게 줬습니다.”

    “네? 그럼 어떻게 해요?”

    “찾아봐야죠. 이 차장이 어떻게 변했는지요.”

    “말도 안 돼! 이게 말이 되냐고!”

    준희도 울부짖었다. 모든 것이 다시 원점으로 가는 것인가? 하는 생각에 준수도 준희도 괴로웠다.

    “우선 그 사람이 사는 곳부터 가보자.”

    “그래.”

    준수와 준희는 이 차장이 살던 집으로 갔다.

    이 차장의 집에는 다른 사람이 살고 있었다. 반지로 인생이 바뀐 것이다!

    “어떻게 하냐고? 인생이 바뀌었잖아.

    “진정하고, 그의 아내를 만나보자. 일단은.”

    준수는 준희와 함께 이 차장의 아내를 만나러 갔다. 하지만 그 아내는 다른 사람과 결혼한 상태였다.

    “이창민요? 그게 누구죠?”

    이 차장의 아내는 이창민에 대해 전혀 몰랐다. 대체 그는 어디로 간 걸까? 혹시나 해서 알아보았지만, 정치계에서 이 차장의 흔적은 없었다.

    “원래 아내가 따로 있었잖아. 그 여자에게 갔겠지.”

    “아, 맞다.”

    두 사람은 이 차장의 원래 아내에게 찾아갔다. 하지만 그녀도 다른 사람의 아내였다.

    “대체 어디서 뭐 하고 있는 거냐고?”

    두 사람은 흔적도 없이 사라진 이차장을 찾으려고 백방으로 노력했지만 아무데도 그는 없었다.

    준희는 이 치장의 부모님이 하시던 국밥집을 생각했다.

    “국밥집에 가자. 거기가면 소식을 알 수 있을 거야.”

    “그래.”

    두 사람은 같이 이 차장의 부모님이 하시는 국밥집으로 향했다.

    이 차장의 부모님은 여전히 늙은 몸을 이끌고 국밥집을 운영하고 있었다. 두 사람은 국밥을 한 그릇 다 비우고 나서 조심스럽게 부모님에게 다가갔다.

    “서울에 아들은 잘 지내요? 저 동창이거든요.”

    준수가 말하자 갑자기 할머니가 눈물을 흘렸고, 할아버지는 준수의 멱살을 잡았다.

    “내 아들 이야기를 왜 해? 진짜 몰라서 묻는 거야?”

    그러자 할머니가 할아버지를 말리고 나섰다.

    “그만둬요. 모를 수도 있지. 우리 아들 죽었어. 88년도에 갑자기 인생을 바꾼다고 하더니, 그냥 죽었어.”

    이 차장은 반지를 너무 많이 사용한 상태였다. 그 상태에서 그렇게 오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으니 그냥 죽은 것이다. 장군이를 건네 준 그 신사처럼 허무하게.

    준수와 준희는 이 차장의 빈소에 꽃 한 송이 놓아주고 돌아왔다.

    “끝났다.”

    “그래, 이 긴 이야기도 다 끝났어.”

    (완결)

    지금까지 긴 이야기를 보아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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