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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88화 (188/200)

188화. 미제사건을 해결하다(1)

“화순 연쇄 살인사건을 맡고 싶습니다.”

화순 연쇄 살인사건은 현재 진행형인 사건으로 9차는 조만간 일어날 일이고, 8차는 현재 형사에서 수사 중이다. 조만간 검사가 배정받을 것인데, 거기에 들어가면 특진은 따놓은 것이라는 소문이 돌아서 여러 명이 눈독 들이고 있었다.

“뭐? 그거 검사 여럿 잘려나간 사건이야. 너도 알잖아?” “저는 이번 8차 사건을 맡고 싶습니다.”

8차 사건은 모방범죄를 한 사건으로 결론이 지어졌으며, 범인은 이미 자백을 받았다고 했다.

“오, 그렇지 그건 범인이 이미 자백한 사건이야. 우리는 숟가락만 얹으면 바로 특진이지. 이 녀석 냄새 하나는 기가 막히게 맡네.”

하지만 오재훈이 아는 8차 사건은 임춘재가 스스로 범인임을 자백한 사건이다. 원래는 2019년에 놈이 자백하는데, 앞서 박준수가 강철수 형사에게 그를 알려주어서 일찍 범인이 잡혔고, 그때 8차 사건 맡은 검사들이 우수수 잘려나간 사건이라 아주 유명했다. 지금 오재훈은 그 사건을 애초부터 바로 잡으려고 하는 것이다.

“아무튼 그거 저 보내주시고, 갔다 오면 제 밑으로 올 애들을 직접 뽑겠습니다.”

오재훈은 사건 이후 서울로 돌아와서 바로 밑 기수 애들을 뽑을 생각인데, 그 중 한 명은 당연히 이 차장이 될 것이다.

“그래, 그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지. 화순 8차 사건을 너한테 주는 것이 문제지만, 내가 어떻게든 해볼 테니 걱정 마.”

지금 많은 검사들이 그 사건을 맡겠다고 하는 중이라서 허락이 쉽게 떨어지진 않겠지만, 앞서 오재훈의 공이 크기 때문에 무난하게 사건을 맡게 될 것이다.

“감사합니다.” “너 나중에 출세하겠다.” “하하, 그러려구요.”

부장 검사는 오재훈의 야망이 크다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오늘 그걸 더 느꼈다.

“뭐? 아이고 너 좀 제정신 아니라는 소리 좀 듣지? 이런 돌아이를 봤나.”

“네, 하하 칭찬으로 받겠습니다.”

그렇게 오재훈은 화순 연쇄 살인사건의 8차 사건을 맡으러 떠났다.

* * * * *

준희는 오재훈이 언론 기자회견에 얼굴을 비추며 승승장구하는 모습을 보고 뿌듯했다. 오재훈이 원래부터 잘난 놈이긴 하지만, 회귀를 하고 난 뒤에는 더 잘난 놈이 되는 것 같아서 내심 불안했지만, 준희도 나름 새로운 커리어를 쌓는 중이었다.

“나도 질 순 없지.”

준희는 오재훈이 선전하는 것을 보고 자기도 분발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아버지를 찾아갔다. 아버지를 찾아가던 길에 지하철을 탄 준희.

“지하철이 반도 안 만들어졌네.”

그 당시는 지하철 호선도 몇 개 없던 시절이었다. 준희는 매번 지하철을 타고 다녔기 때문에 서울에 깔린 지하철역에 관해서 누구보다 잘 알았다. 앞으로 생길 호선이나 그 호선이 깔릴 지역까지 전부 다.

“지하철이 생기는 곳을 전부 다 아니까. 따로 주식을 하지 않아도 되겠어.”

준희는 지하철 지도를 수첩에 빼곡하게 적었다. 그리고 그 뒷장에는 앞으로 생겨날 지하철을 빼곡하게 적었다.

아버지는 그때까지는 제법 잘나가는 회사를 운영하고 있었다. 금전적으로 어려운 것은 IMF 이후이니 지금은 은수저 정도는 된다고 봐야 하겠다.

“우리 딸, 뭐 하고 싶은 거 있어? 대학은 안 갈 거야?”

“대학은 지금 가봤자 왕따를 당할 게 뻔한데 뭐.”

“왕따? 그게 뭐지?”

그때는 왕따라는 단어가 나오지 않았을 때이다. 준희는 아차 싶었지만 크게 문제될 일은 아니었다.

“아니, 그냥 나이대가 너무 맞지 않아서 나를 싫어할 거라고요.”

“그래, 내 생각에도 좀 그래. 니 친구들은 이제 초등학생이니까.”

“아버지, 나 대학 보내줄 돈으로 땅 좀 사주세요.”

“땅? 땅 말이니? 정말 땅을 살 거야?” “네, 저 땅 사주세요. 저 어디에 살지도 이미 정해두었어요.”

“휴, 너 정말 괜찮은 거니? 갑자기 땅은 무슨.”

“아버지 잊었어요? 저 시험 붙으면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잖아요.”

“그랬지, 맞다. 그래서 그 소원이 땅을 사주는 거야? 알았어. 근데 너무 비싼 땅은 곤란해.” “걱정 마세요. 지금 몇 만원이면 살 수 있는 땅이니까.”

준희는 앞으로 몇 년 뒤 지하철이 생기지만, 현재는 단돈 몇 만원이면 살 수 있는 곳의 땅을 살 계획이었다. 그것도 지하철이 생기는 바로 그 지점으로만 대량으로.

“그런 땅을 사서 뭐하려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땅을.”

“아버지, 그냥 사주세요. 그 땅 뛰면 외국으로 유학 갈 거예요.”

준희는 프랑스로 유학을 갈 계획이었다. 법대에 갈 건 아니고, 요리를 배울 생각이었다. 오재훈이 훗날 정치계 사람들을 접대할 때, 도움이 될 거라는 계산을 하였다. 거기다 준희는 현재 미국, 독일어를 하는데 거기다 프랑스어까지 넣고 싶었다. 4개 국어를 하고, 기회가 되면 중국어까지 마스터하려면 현지에서 배우는 것이 가장 빠를 것이라는 판단이 들었다.

“뭐? 유학? 유학이라면 지금 당장 보내줄 수 있어. 굳이 그 몇 만원짜리 땅이 오르길 바라지 않아도 된단다.”

준희는 가기 전에 한국에서 프랑스어와 중국어를 마스터하는 것이 목표였다. 프랑스에서 요리를 배우고 현지 언어를 다 배우고 나서 중국에까지 가려면 한두 푼으로 될 일이 아니었다. 17살이 되기 전까지 그렇게 지낼 생각이었다.

“그 전에 현지 언어를 마스터하고 가려고 그래요. 그니까 2년 정도는 걸리겠죠.”

“그래, 알았어. 몇 백이면 되겠네.”

“감사합니다. 되도록 많이 좀 사주세요.”

“그래, 알겠다.”

준희는 지하철 5호선이 개발되는 곳을 위주로 땅을 사들였다. 지금 가장 싼 지역으로만. 후에 그 땅은 엄청난 수익을 안겨주게 된다. 그렇게 자신의 앞길을 창창하게 열어가는 준희.

* * * * *

오재훈이 화순 연쇄살인사건 8차사건의 담당 검사가 되었다. 그는 자리가 확정되자마자 형사서로 향했다.

그 당시 형사와 검사는 사이가 좋지 않았다. 부리는 자와 부림을 당하는 자처럼 서로가 서로를 부담스러워하는 사이랄까.

형사 서에 오재훈이 들어서자, 형사들이 인사를 하였지만 썩 좋아하는 눈치가 아니었다. 형사가 현 사건을 거의 다 맞추어 놓은 상태라서 텃세를 부린다는 느낌이었다.

형사들의 브리핑을 한참 듣던 오재훈이 툭 하고 질문을 던졌다.

“소아마비 환자가 남의 담을 넘어서 갔다는 것이 납득이 되십니까?”

“네? 본인 스스로 그렇게 했다잖아요?” “네, 그건 그렇지만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질 않아서요. 본인에게 직접 시연을 해보라고 했다면서요? 제대로 하긴 합니까?”

원래 사건이 벌어지면, 용의자가 사건을 직접 시연하는데, 이번에는 제대로 하지 못했다는 의문이 있었다. 담을 넘어가는 것 자체를 하지 않은 것이다.

“그건 범인이 워낙 욕구가 강하니까 그때 막 숨겨져 있던 힘이 솟구쳐서 초인적인 힘을 발휘한거 아닙니까?”

앞에서 브리핑을 하던 형사가 그렇게 말하자 나머지 형사들이 피식 웃었다. 이들은 수사를 한 것이 아니라 그저 끼워 맞추기를 하는 중이었다.

“하하하하하하하. 무슨 심형래도 아니고 갑자기 초능력이 생겨요? 지금 장난하는 겁니까?”

“저기요 검사님. 이거 다 맞추어진 사건이에요. 그냥 발표만 하면 되는 건데 뭘 그리 따지십니까?” “저는 이 사건을 제대로 다시 수사하길 원합니다. 여러분들은 무죄 추정의 원칙도 모르십니까?”

그러자 형사들이 엄청나게 웃어댔다. 다들 새파랗게 어린 오재훈의 말에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었다.

“유죄추정의 원칙도 있거든요. 워낙 여러모로 다각도로 봐야하는 게 형사이거든요. 세상 모든 사람들이 우리 눈에는 다 범인으로 보이거든요.”

“아, 다 필요 없고요. 범죄 시연부터 다시 제대로 하겠습니다. 그것도 공개적으로요. 생방송도 할 예정입니다.”

“이것보세요! 지금 우리 밤잠도 못자고 수사 중인 거 몰라요? 어린놈이 따박따박.”

“반장님 그만두세요.”

“만약 범인이 따로 있다면 어쩌실 겁니까? 제가 범인을 잡아내면 어쩔 거냐구요?”

오재훈은 범인이 누구인지 알고 있다. 다만 범인의 DNA가 없을 뿐이다. 그때까지 그런 방식의 수사가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그런 접근이 힘들었다. 과학수사라고 해봐야 혈액형으로 잡아내는 것이 전부였던 시절이었다.

사실 9차 사건이 벌어져야 범인의 제대로 된 혈흔이 나온다. 누군가가 죽는 것을 바라는 것이 안타깝지만, 그 후에 벌어지는 일을 막을 수 있기에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그럼 검사 나리께서 잡아내시던가요. 아주 대단한 분이 오셨어.”

다들 오재훈의 말에 콧방귀도 안 뀌었다. 어리고 잘생기기만 한 오재훈에게 위화감을 느끼는 형사는 단 한 명도 없었다.

“일단 범죄 시연부터 다시 하겠습니다. 언론에서 이미 온다고 약속을 했으니 형사님들의 협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러자 형사들이 전부 야유를 보냈다. 사실 지금까지 잠을 못자고 수사한 것은 사실이니, 저들이 그럴 만도 했다. 하지만 범인이 아닌 사람을 감옥으로 보내는 일만큼 수치스러운 일은 없다. 오재훈은 저들이 나중에 겪을 수치심을 없애주려는 것일 뿐이다. 그 의도를 적대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은 저들이다.

* * * * *

범죄 시연하는 날, 형사들은 하기 싫은 일을 하러 온 것이 너무 분해서 계속해서 투덜댔다. 용의자 윤 씨는 불편한 몸을 이끌고 시연을 하러 나왔다. 그는 한눈에도 너무 불편해 보였고, 그런 범죄를 할 인물로는 보이지 않았다. 거기다 몸을 가렸음에도 맞은 흔적이 역력했고, 형사들의 몸짓 하나하나에 움찔하는 것이 정말 안쓰러웠다.

오재훈은 윤 씨를 보며 정말 가슴이 아팠다. 윤 씨의 억울함을 빨리 풀어줘야겠다고 생각했다.

형사들은 윤 씨를 양쪽에서 붙잡고 압박하였다.

“너 혼신의 힘을 다해서 담을 넘어야 한다. 담을 못 넘으면 니 어머니에게 피해가 갈지도 몰라. 죽을힘을 다해서 임해라.”

“네, 제발 엄니는 살려주세요.”

윤 씨가 울먹거리며 말했다. 그때였다. 윤 씨의 어머니가 달려 나와 형사들의 바지를 붙잡으며 울었다.

“울 아들 그런 애가 아니구먼. 울 아들이 을메나 착한디.”

“방해하지 마시고 가세요.”

“엄니, 지송해유. 엄니 지송해유.”

“그만 떠들고 빨리 제대로 시연이나 해.”

“울 엄니는 건들지 마세유. 제발.”

오재훈은 이 꼴이 너무 화가 나서 주먹을 꽉 쥐었다. 무고한 사람이 이런 꼴을 당하고 있다는 것이 분했다.

거기다 주민들이 몰려와서 윤 씨에게 손가락질을 하고 소리를 지르며 욕설을 해댔다. 윤 씨는 이미 살인자였다.

윤 씨는 정말 혼신의 힘을 다해서 담을 넘었다. 하지만 불편한 다리를 하고 담을 넘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웠다. 옆에서 지켜보던 형사가 슬쩍 윤 씨를 넘겨주려고 하였다. 오재훈은 그걸 보고 뛰어가서 그를 막았다.

“못 넘어 가잖아요!”

“왜 못 넘어? 저번에 넘었잖아 너!”

“저 넘을 수 있구먼유. 잠깐만유.”

오재훈은 갑자기 생방송으로 진행되고 있는 기자의 마이크를 빼앗았다. 딱 봤을 때는 즉흥적인 행동으로 보였지만, 계산된 행동이었다.

“저것 보시면 범인이라고 여겨지는 윤 씨가 담조차 못 넘습니다. 저런 사람이 범인일 수가 있을까요? 범인은 따로 있습니다. 지금 이 방송을 지켜보고 있는 바로 당신 중 한 명입니다.”

같은 시각, 임춘재가 이 방송을 보며 씨익 웃었다.

“그래, 곧 내가 보여줄게.”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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