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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87화 (187/200)
  • 187화. 복수는 나의 것(2)

    준희는 둘이 서로를 째려보는 것을 보고, 혼자 피식 웃었다. 어쩌면 두 사람이 한 치의 오차도 없이 행동할까? 하는 생각에 웃음부터 나왔다. 둘이 싸우도록 뒤로 물러난 준희는 손에 1회용 카메라를 들고 있었다.

    “너 박……박준수!”

    이 차장은 준수의 이름까지 기억하고 있었다. 그만큼 괘씸한 모양이었다.

    “엇? 내 이름을 어떻게?”

    준수는 아직까지 중학생에 불과하기 때문에 어른인 이 차장이 조금 무서웠다. 그가 자기의 이름을 알고 있는 것이 매우 불안했다.

    “그래! 이 녀석!”

    이 차장이 준수의 머리에 꿀밤을 먹이려 하였다.

    찰칵.

    준희가 이 모습을 카메라에 담았다.

    이 차장은 그 소리에 놀라 준희를 보았는데, 준희는 아직 너무 어리기 때문에 뒤로 물러나서 소리쳤다. 이 차장이 준희의 모습을 보지 못하는 각도로 숨어서.

    “다 찍었어. 아저씨!”

    그러자 준수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이 차장을 밀쳤다.

    준수는 어리지만, 강단이 있었다. 나름대로 용기를 낸 행동이었다.

    “나 때리면 가만 안둘 거야!”

    “맞아! 사진 찍어서 경찰한테 갖다 줄 거야!”

    두 아이가 번갈아서 이 차장에게 소리 질렀다.

    이차장은 이 상황이 너무 황당해서 그저 쳐다만 보고 있었다. 어린 아이 둘에게 이런 식으로 당할 줄은 진정 몰랐을 테지.

    “가자 얼른 집에 가자.”

    “그래.”

    준수가 용기를 내서 준희의 손을 잡고 도망쳤다.

    준희는 이 차장을 흘끔 보고는 준수의 손을 잡았다. 이 차장을 향해 입술을 삐죽 내미는 것도 잊지 않았다.

    둘이 같이 도망가는 것을 어이없게 바라보는 이차장.

    “아! 저 맹랑한 것들.”

    이 차장은 준수의 이름을 잊지 않았다. 언젠가 만나면 혼내주리라고 다짐하면서.

    준수는 이 차장의 얼굴을 잊지 않았다. 언젠가 어른이 되어서 만나면 복수할거라고 다짐하였다.

    준희는 이 차장의 사진을 현상해 놓고 기다렸다. 나중에 만났을 때 그가 사진 속 그 남자임을 알려주기 위해서.

    * * * * *

    이 차장은 작년의 부진을 만회하기 위해서 열심히 공부했고, 결국 사법고시에 합격했다. 1년이란 시간이 지옥처럼 느껴졌지만 이겨냈고 결국 자신의 인생을 다시 찾았다.

    하지만 1년 동안 많은 것이 변해 있었다. 이 차장의 아내가 되어서 이 차장에게 날개를 달아 줄 유옥희는 현재 오재훈에게 빠져 있었다. 오재훈이 그녀에게 적당한 거리를 두고 있음에도, 그녀는 오재훈을 잊지 못하고 근처에 머물렀다. 사실 이성적인 관심 외에는 둘이 아주 잘 통하기 때문에 오재훈도 그녀를 떨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 차장은 유옥희를 만날 수 없었다. 이 차장에게 가장 좋은 배우자인데, 오재훈에게 낚인 것이다.

    이 차장은 연수원에 들어가고, 오재훈이 자신의 선배인 것을 깨닫는데 오래 걸리지 않았다. 오재훈의 얼굴을 보고 자기를 떨어지게 만든 그 자식임을 깨닫는 데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거기다 그의 옆에 있는 유옥희라는 여자가 자꾸 자신의 시선을 끄는 것을 알고, 그녀를 얻을 수 없다는 사실도 깨달았다. 1년이라는 시간동안 뭔가가 바뀌었지만, 그게 자신의 인생을 바꾼 것이라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 그냥 인생이 마음대로 되지 않는구나, 하는 생각만 하고 있었다.

    “어? 이번엔 합격하셨네?”

    오재훈이 이 차장을 알아보고 먼저 말을 걸어왔다. 이 차장은 오재훈에게 말을 시키는 것 자체가 싫어서 그냥 무시하고 있었다. 그러자 오재훈이 쓰게 웃으며 말했다.

    “축하합니다? 그나저나 손에 장을 지질 준비는 되셨나?”

    오재훈은 그날 이 차장이 한 말을 기억하고 있었다. 오재훈이 합격하면 손에 장을 지진다고 했던 말.

    이 차장은 자기가 한 말을 기억하고 인상을 구겼다. 오재훈이 합격한 인터뷰를 보고 들고 있던 소주를 한 번에 비웠던 기억도 났다. 그만큼 오재훈이 너무 싫었다. 그런데 장을 지지라고 하니 화가 날 수밖에 없었다.

    “그날 떨어진 건 나인데, 왜 내가 벌을 받아야 하지?” “후후, 그건 당신이 말한 것입니다. 나는 그걸 강요하는 것이 아니에요. 그냥 그랬다는 것을 상기시켜주고 싶었던 것이죠.”

    “충분히 상기하고 있으니까 내게 말 시키지 말아주시죠.”

    “그러고 싶지만 내가 그쪽 직속 선배라서요. 이거 어쩌죠?”

    오재훈이 약올리듯 말하자 이차장은 분노가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오재훈이라는 인간이 사수로 있는 이상 즐겁게 살 수 없다는 불안감이 몰려왔다. 그 불안감은 사실이었다. 그 이후로 오재훈이 늘 이차장을 갈구었고, 이 차장은 오재훈 때문에 매일 술을 마셨다. 사법 연수원이 얼른 끝나기를 바라면서.

    오재훈은 이 차장이 자신의 아이를 죽였던 그 고통을 갚아주는 재미에 빠졌다. 하지만 그것 때문에 자기도 힘들게 될 것을 알지 못했다. 이 차장이 워낙 미친놈인 것을 간과한 까닭이었다.

    * * * * *

    준희는 초등학교 검정고시를 무난하게 패스하고 중학교 검정고시 준비에 들어갔다. 부모님은 준희가 생각보다 더 잘하자 놀라하며 그녀를 계속 지원해 주었다.

    반면 준수는 매번 시험 성적이 잘 나오지 않아서 골머리를 썩었다. 중학생이라 공부를 잘해야 하는데 준희보다 더 못하니 자존심이 많이 상했다. 이러다가 고등학교도 실업계로 가야하나 하는 고민에 빠져 있었다.

    “야 넌 뭐 그렇게 공부를 잘하냐? 너랑 나랑 같은 부모님 밑에서 나온 거 맞냐? 너 어디서 주워온 거 아니냐?”

    준수는 준희 때문에 열등감까지 느낄 정도였다. 그러자 준희는 준수의 고민이 가소롭게 느껴졌다. 미용을 배워서 미용 재벌까지 되는 준수가 아닌가? 자기에게 열등감을 가진 상태로 자라게 그냥 놔둘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오빠는 공부보다 손재주가 좋잖아. 실업계 고등학교를 가더라도 미용 관련 학과를 가. 그러면 오빠 인생이 아주 잘 풀릴 거야.”

    “미용? 남자가? 남자가 미용한다고?”

    그 당시에는 남자 미용사가 거의 전무했다. 미용사는 공부를 못하는 사람이 한다는 질 낮은 개념도 깔려 있었다. 그래서 그 나이대의 친구들이 미용사를 하고 싶다고 하지 않았다. 20대가 되어서야 결정하곤 했다. 아니면 진짜 돈에 궁한 친구들이 하곤 했다. 어릴 적부터 그걸 꿈으로 삼는 아이들은 별로 없었다. 준수도 군대에 갔다가 마음을 바꾼 케이스였다. 그 전까지는 재수한다고 학원비만 버리곤 했다.

    “전혀 관심이 없어?” “어, 남자 미용사를 본적이 없는데?”

    준희는 준수가 어차피 군대에 가서 미용을 하게 될 것이고, 미용기술로서는 나무랄 데가 없기 때문에 지금부터 미용을 배우게 하지 않아도 될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렇다면 미용을 배우기 전까지 뭔가를 하긴 해야 하는데, 무작정 재수를 하는 것만은 막아야겠다고 생각했다. 그 전까지 좀 더 자신에게 도움이 될 만한 일을 시켜야 한다고 판단했다.

    박준수에게 가장 없는 것은, 바로 싸움의 기술이다. 그는 누군가와 싸우는 것을 싫어하기도 하지만, 막상 싸우면 전부 진다. 그만큼 약골에 가까운 것이다. 그걸 깨달은 준희는 박준수에게 운동을 시키면 되겠다고 판단했다.

    “태권도를 하면 어떨까? 오빠, 그걸로 대학엘 갈 수 있다더라. 체육 특기생으로 대학에 들어간대.”

    “어? 진짜? 공무 안 해도 되는 거야?”

    “어, 공부 안하고 대학에 가는 몇 안 되는 방법이야.”

    “우와 좋다. 당장 태권도 배워야겠다.”

    “그래, 제발 빨리 가.”

    준수는 준희의 조언에 따라 당장 태권도 학원에 등록했다. 사실 준수는 태권도에 재능이 없다. 준희는 준수가 회귀하기 전까지 쓸데없는데 시간을 보내지 않게 하기 위해서 이런 제안을 한 것이다. 준수는 그것도 모르고 열심히 태권도를 배웠다. 가끔씩 상을 타오기도 했지만, 그건 거의 참가상에 불과했다.

    후에 2000년도가 지난 즈음, 박준수는 자기의 몸이 뭔가 달라졌음을 느꼈지만, 그게 딱히 뭐 때문인지는 알 수 없었다. 그저 좀 더 단단해졌다는 것만 알 뿐이었다. 가끔씩 날렵한 행동이 나오기도 했지만, 그것 또한 뭐 때문인지 알지 못했다. 자기가 태권도를 하였다는 사실은 후에 준희가 알려줘서 알게 되었다고 한다.

    준희는 중학교 시험을 무난하게 통과하고 고등학교 시험도 여유 있게 패스하였다. 집안은 물론이고, 주변의 모든 사람들이 준희를 보고 천재라고 난리였다. 부모님은 준희 덕분에 어깨에 뽕을 잔뜩 넣고 다녔다.

    * * * * *

    검사가 된 오재훈은 사건들을 맡아 승승장구하며 자리를 잡아갔다. 다 앞서 알고 있던 사건들이 많아서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었다. 그러던 중 오태양 집단 자살사건에 관한 재수사가 진행되었다.

    “오태양 사건을 재수사하게 되었는데 말이야.”

    그 사건은 워낙 국민적인 관심을 받는 사건이라 여러 검사들이 눈독을 들였다. 그 사건을 맡는 즉시 스타 검사가 될 것이기 때문이었다.

    오재훈도 이 사건에 대해 조사를 했었다. 그리고 조만간 국회의원 한 명이 이 사건에 관한 브리핑을 할 것도 알고 있었다.

    “그거 제가 하겠습니다!”

    “야, 너는 아직 어려가지고 너무 이런 거대한 것부터 하면 안 돼.”

    부장검사가 오재훈을 말렸지만, 오재훈은 이번 사건을 놓칠 수 없었다. 자기가 잘 알고 있는 사건을 놓치는 일은 잡아놓은 물고기를 놓치는 일과 같았다.

    “이 사건은 이단 종교인 구영파와 관련되어 있습니다!”

    오재훈은 조만간 국회의원이 발표할 이야기를 먼저 발설했다. 어차피 조만간 밝혀질 이야기니, 먼저 밝힌다고 달라질 건 없다는 판단이 들었다.

    “그게 정말이야? 넌 그걸 어떻게 알지?” “제가 이번 재수사 결정 나기 전에 그걸 조사하고 있었습니다. 원하신다면 아는 것을 전부 털어놓을 수도 있습니다.”

    “오, 정말이야? 우리야 고맙지.”

    부장검사는 오재훈의 발언에 놀랐다. 아직까지 그 사건은 밝혀진 바가 별로 없기 때문이었다.

    오재훈은 이 사건에 관해 아는 것을 전부 털어놓았다. 먼 미래에 밝혀지는 문제까지 전부.

    부장검사는 오재훈의 발언의 수위가 너무 높아서 놀라고, 오재훈의 정보력에 또 한번 놀랐다. 그때는 인터넷이 거의 없기 때문에 정보력이 곧 능력이었다. 그런 의미에서 오재훈의 모든 정보는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이 일로 오재훈은 언론 인터뷰까지 하며 검사로서 입지를 제대로 새겼다. 야당 국회의원은 자기가 먼저 발표하려던 이 일을 뼛속까지 제대로 파헤쳐서 발표하는 오재훈을 보고 혀를 내둘렀다. 후에 그를 영입하고 싶은 욕심까지 생기도록 말이다.

    그렇게 오재훈은 검사로 승승장구하였다.

    “진짜 물건이 들어왔어.”

    부장검사는 오재훈의 능력을 칭찬하며 좋아하였다. 오재훈 덕분에 검찰 총장까지 칭찬하였다는 후문이다.

    “과찬이십니다.”

    “자네, 원하는 것이 뭔가? 내가 특별히 오 검사가 원하는 것을 들어줄 생각이야. 돈 많이 드는 것 말고.”

    “그럼 한 가지가 있습니다.”

    “오 그래, 뭐지?”

    오재훈은 피식 웃었다. 그의 눈이 반짝 거리는 것이 재미있는 일이 있을 것 같았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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