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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78화 (178/200)

178화. 이사장님의 꿈(3)

“네, 그 사람은 예능도 만들고 드라마도 만들거예요.”

이 사장이 말한 사람은 신은호 피디와 이유정 작가로 예능과 드라마를 평정하는 사람들이다. 이 사람들만 포섭하면 반은 성공한 것이라고 하겠다. 그들이 2021년의 티비엠을 주무를 테니 말이다.

“아, 그건 좀 너무 실험 아닌가?”

이 사장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했다. 그의 고민이 충분히 이해가 되지만 그들을 포기할 수는 없었다.

“진짜 후회하지 않을 겁니다.”

“이 피디는 아직 유명하지 않은 피디 아닌가?”

“그분은 조만간 2박3일이라는 프로그램을 만들 건데 그걸 우리 방송사에서 해야 해요.”

그 사람이 2박3일을 만들기 전에 데리고 와야 우리 방송국이 빛을 볼 수 있다. 그가 아직 스타피디가 되기 전에 잡아와야 한다. 그것이 여러모로 우리에게 득이 될 것이다.

“이 사람은 데리고 올 수 있겠어? 거기서 잘나가고 있는 양반인데.”

그는 이명안 피디로 현재 잘 나가고 있는 피디인데 그를 모셔오는 것이 관건이다.

“아마 올 겁니다. 대신 돈을 좀 많이 주셔야 하지요.”

“내 돈은 얼마든지 니한테 맡길 테니 저번처럼 실컷 불려나 달라고.”

“네, 얼마든지요.”

나는 나중에 티비엠에서 유명한 피디들과 작가가 될 사람들을 우선적으로 섭외대상에 올렸다. 저들은 아직 옮기지 않은 상태이니 아마 괜찮을 것이다.

그렇게 그들을 만나고, 거의 합류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던 터였다.

“저는 조건이 하나 더 있습니다.”

갑자기 한 피디가 내게 조건을 걸었다.

“무엇이죠?”

“유재섭 씨를 캐스팅하고 싶은데 가능하십니까?” “아…….”

유재섭은 당대 최고의 인기스타로 급상승 중이라, 가능할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나는 과거 그와의 짧은 인연이 있었다.

“그분이 합류하시면 저도 합류하겠습니다.”

피디는 다른 방송국과 우리 쪽을 저울질하는 중이었는데, 그쪽에도 아마 같은 조건을 건 모양이었다. 그 당시 유재섭을 섭외하면 꼭 성공한다는 썰이 있었는데, 그것 때문인 듯 했다.

“제가 만나보도록 하겠습니다.”

나는 당장 유재섭을 만나려고 약속을 잡았다.

유재섭은 내 전화를 받고 흔쾌히 응해주었다. 정말 예의바른 사람이다.

* * * * *

“엇? 오랜만입니다.”

유재섭은 그때보다 훨씬 멋있게 변했다. 성형도 안했는데 희한한 일이었다.

“우와 이거 너무 멋있어지셨어요.”

“아이고 회장님께서 할 말씀이 아니신데요?”

우리는 오랜만에 만난 동창처럼 어색한 대화를 이어나갔다. 내가 재미가 없는 거겠지…… 하면서.

유재섭은 아주 바쁜 와중에 나온 것이라 자꾸 시계 쪽을 쳐다보았다. 나는 더 시간을 끌 수 없다는 것을 알고 대뜸 물었다.

“저희가 방송국을 만들려고 하는데 저희 프로그램 중 하나에 합류하실 수 있으실까요?”

“저, 죄송한데 그게 무슨 프로그램인지 물어봐도 될까요?”

“아, 아직 그건 정해지지 않았습니다.”

나는 우리 쪽에 합류하겠다고 의사를 밝힌 피디들과 작가들 명단을 유재섭에게 보여주었다. 그는 명단을 보고 황당한 듯 웃었다.

“세상에 이분들을 다 섭외하셨어요? 대단하십니다.”

그들은 이미 드라마나 예능 쪽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상태여서 유재섭도 익히 알고 있는 듯 했다.

“저희 쪽에서 제안 드리는 작품 중 하나에 꼭 합류하시겠다는 의사를 밝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그래야 이분들이 최종적으로 사인을 하신다고 합니다.”

“아 케이블은 제가 정말 조심스러워서요. 이분들 봐서는 꼭 하고 싶긴 한데.”

그 당시 케이블은 아주 저질스러운 방송이라는 개념이 강했다. 그래서 탑스타급을 섭외하는 것이 매우 힘들었다. 그래서 방송 초반에는 연예기획사와 함께 가야한다. 다행히 이 사장의 기획사는 아주 많은 연예인들이 있었다. 예능인이 없다는 것이 함정이지만.

“제가 유재섭 씨 뜰 줄 알았잖아요. 기억하시죠?”

“아, 그랬죠. 그때 정말 큰 힘을 얻었습니다.”

한 원장님 결혼식 때나 그 전에도 유재섭 씨에게 도움을 준 적이 있었다. 사실 그가 많이 잘나갈 줄 알고 한 행동이었지만, 어쨌거나 그가 어려울 때 도움을 준 것이니……

“그러니 이번엔 저를 믿어주시죠. 괜찮은 방송사가 될 겁니다.” “아, 그럼 자본금 같은 거는 그쪽 회사에서 대시는 건가요? 아무래도 자본금이 많아야 망하지 않을 테니까요.”

유재섭은 방송국이 망할 것을 걱정하는 것 같았다. 사실 그때 케이블은 망하는 일이 다반사였다. 버티는 방송국이 별로 없을 정도로 주목을 받지 못했었다.

“네, 제가 책임지겠습니다.”

나는 이번 일에 전면적으로 나서고 싶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이 깊게 개입하게 되었다. 이 사장님의 꿈을 이루게 하는 것이 이토록 고된 일인지는 미처 몰랐다.

“좋습니다. 그럼 한 프로그램만 합류하죠. 저도 요즘 너무 바빠서 여유가 없거든요.”

“네! 감사합니다.”

그렇게 겨우 유재섭을 섭외하였다. 시작은 어영부영 하였지만, 일이 아주 크게 번질 기세였다. 유재섭이 합류한다는 소식을 들은 피디는 뛸 듯이 기뻐하였다. 당시 유재섭이 진행하던 프로가 많아서 그의 스케줄이 문제였지만, 우리 쪽에서 전면적으로 맞출 의향도 충분히 있었다. 그만큼 그의 합류가 아주 큰 힘이 되었다.

* * * * *

“고맙다 정말.”

이 사장은 내게 고맙다며 내 손을 잡고 주물러댔다. 정말 고마운 모양이었다. 나는 이 사장의 손을 꼭 잡고 말했다.

“처음부터 대박을 칠 순 없을 겁니다. 손해를 볼 각오를 하셔야 합니다.”

“그래, 알지 알아.”

“그거 때문에 속을 엄청 썩으실 거예요. 케이블 쪽이 워낙 험악하잖아요.”

“그래, 예상하고 있어.”

“제가 돈이란 돈은 전부 그쪽에 박을 생각입니다. 저희 쪽에서 자금을 충분히 댈 테니까 걱정 말고 밀어붙이세요.”

“아이고, 그게 정말이냐?” “네, 몇 백억으로 끝날 일이 아닐 겁니다. 계속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될 거예요.”

해리와 방송국을 돌아다니며 티비엠의 역사에 대해 귀가 닳도록 들었었다. 초반 엄청난 고생을 했다는 것도 익히 알고 있었다. 이 사장이 가는 길은 가시밭길이 될 테지만, 그만큼 고생할 가치가 있는 일이기도 했다.

“잘 해볼 생각이야. 네가 노력해준 것을 잊지 않을 거야.”

“네, 정말 성공하셔야 해요.”

“그래, 그건 그렇고 영화감독 중 한명을 데리고 왔으면 좋겠는데 너 아는 유명 감독이 있다면서?”

“아, 그죠.”

이 사장은 노랑머리를 두고 하는 말이었다. 그렇게 노랑머리도 우리 사업에 합류하게 되고, 이 거대한 사업의 첫삽을 같이 뜨게 된다. 향후 노랑머리는 나를 대신해서 이 사장과 함께 총괄 책임자까지 된다. 이 사장의 암이 가져온 나비효과라고 하겠다.

그리고, 잊고 있던 존재가 다시 스멀스멀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 * * * *

“여, 유명한 사람을 이런 누추한 곳에서 만나다니…….”

가 기자와 이 차장이 한곳에서 만났다. 교도소 위문 공연 장소였다. 앞에서는 알지도 못하는 가수가 나와서 시끄럽게 노래를 부르고 있었다. 늙긴 했지만, 여자라서 그나마 재소자들이 박수를 쳐주는 중이었다. 남자였으면 박수는커녕 야유를 보냈을 것이다.

가 기자는 이 차장이 박준수와 인연이 있는 사람임을 알고 그에게 계속해서 접근을 시도했다. 이 차장은 처음엔 그를 만나주지 않았지만, 그도 이미 끈이 떨어진 상태이기 때문에 가 기자를 만나줄 수밖에 없었다.

“용건이 뭐지? 박준수와는 아주 잘 아는 사이라고?”

“네, 저를 감옥 구경을 하게 해준 인물이죠.”

“오, 박준수가 너를 여기로 보냈다고?”

“네, 오재훈이랑 그 마누라랑 김설아까지 합세해서 저를 물 먹였읍죠.”

가 기자는 정성스럽게 웃어댔다. 아주 쓴 웃음이었다.

“아, 그 표정 뭐지? 재수없구만.”

“이게 박혀있는 표정이라 어쩔 수 없습니다.”

가 기자는 환하게 웃는 것을 모르는 사람이었다. 그의 인생이 얼마나 쓴 인생이었는지는 표정을 보면 알 수 있었다. 그래서 그렇게 독하게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이제 곧 출소한다고?”

가 기자는 형량을 마치고 출소를 앞두고 있다. 조금 더 살다 나오게 하지 못한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네, 그래서 제가 이 차장님을 구해주려고 왔습니다.”

“감히 너 따위가 나를 뭘로 구해준다는 거지?”

이 차장은 감옥에 있음에도 자신이 잘난 사람인 줄 착각하고 있었다. 이창민 게이트가 터지면서 밖에서는 그를 죽이려고 혈안이 되어있는데, 자기만 모르는 것이다. “형 집행정지. 그걸 조작할 수가 있다는 거 모르십니까?”

“뭐? 그걸 조작한다고?”

“여기 들어온 늙은 정치 괴수들이나 재벌들이 다 그걸로 빠져나가고 있잖습니까?”

정치인들이나 재벌들은 감옥에서 형을 다 살지 않고 나가는 일이 부지기수다. 빽이 좋아서 형량을 줄이기도 하고, 돈으로 틀어막고 나가기도 하는데 형 집행정지는 그저 아파서 나가는 줄만 알았지 그걸 조작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다.

“휴, 그렇긴 하지. 그걸 조작한다는 게 이해가 잘 안 되서 말이야.”

“아주 대단한 의사가 한 놈 있습니다. 나인제라고 그놈한테 부탁하면 아마 한 달 내로 여길 탈출할 수 있으실 겁니다.”

나인제는 인간이 갖고 있는 약한 부분을 극대화하여 병을 일으키는 재주를 갖고 있다. 병을 키우는 의사라고 해야 하겠다.

“정말이지? 그럼 니 조건이 뭐지?”

“저는 조건이 없습니다. 그냥 박준수 새끼를 죽여주는 것 하나뿐이죠.”

이 차장은 크게 웃었다. 모처럼만에 마음에 드는 일이 생긴 까닭이었다. 가수가 노래하다가 이 차장을 쳐다볼 정도였다.

“알았어. 섭섭하지 않게 놈을 혼내주도록 하지.”

가 기자는 감옥을 나가자마자 나인제와 접속하여 이 차장의 형 집행정지에 관해 논의하였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인제와 이 차장이 만났다. 이 차장은 나인제가 하라는 대로 하였다. 2003년이 지나고 2004년 2월쯤, 이 차장의 병이 발발했다. 그의 형 집행정지는 순차적으로 진행되었고, 3월이 채 되지 않을 무렵 감옥을 나왔다.

* * * * *

나는 한창 방송국 문제로 바쁘게 지냈다. 스케일이 커진 탓에 손도 많이 갔고, 노랑머리가 합류하는 바람에 더 신경 쓸 일이 많아졌다. 노랑머리는 오랜만에 나와 함께 작업을 하는 것 자체가 좋은 모양이었다.

“기분이 좋아요. 우리 그때로 돌아간 것 같기도 하고요.”

“나도 그렇네. 그게 까마득하게 느껴져.”

“우리 회귀하고 또 살고 막 그래서 아마 십년은 지난 느낌일 겁니다. 저는 한 20년이 지났구요.”

“하하, 그렇겠네.”

“근데 이 차장은 요즘 조용하네?”

“놈이 나댈 일이 뭐가 있겠어?”

“몰라요?” “뭐가?” “놈 어제 형 집행정지로 나왔어요. 뉴스에서 떠들고 난리였는데?” “아, 그래? 병에 걸린 건가?” “그러게요. 듣도 보도 못한 병이던데.”

“쌤통이네.”

“그니까요. 쌤통.”

우리가 그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각, 이 차장이 누군가에게 전화를 걸었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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