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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77화 (177/200)
  • 177화. 이사장님의 꿈(2)

    “당장 경찰 불러서 나 과장 잡아!”

    이 사장은 아픈 와중에도 길길이 날뛰며 말했다. 화가 나서 얼굴이 빨개져 있었다.

    “안 그래도 지금 경찰이 대기 중이에요.”

    비서는 이 사장이 일어나지 못하게 막으며 말했다.

    “뭐? 왜? 여긴 왜?”

    “공금횡령으로 박 회장님을 고소했어요.”

    비서가 나를 턱짓으로 가리키며 말했다. 나는 비서의 말에 황당하여 문을 쳐다보았다. 그의 말대로 문밖이 꽤나 소란스러웠다.

    “뭐?”

    “나 과장이 준 각서 때문에 회사 직원들이 전부 화가 났어요. 그래서 다 같이 고소를…….”

    “참나.”

    나 과장이 출국하며 내민 각서는 회사 내 사람들을 화나게 만들었다. 이 사장님이 아직 건재한데, 내가 공금을 가지고 오라고 했으니 화가 날만도 했다. 하지만 내 속내를 모르기에 그런 것이다.

    “따지고 보면 내가 30억이나 수익을 내준 건데요?”

    “30억? 30억이나 불려줬다고? 주식으로 한 거니?”

    “네.”

    비서는 침착하게 서 있었다.

    이 사장은 30억이라는 말을 듣고 난 뒤부터 나를 더 사랑스럽게 바라보는 중이었다.

    “그거랑 이거는 별개이고요.”

    “그럼 20억을 내가 채워주면 되는 거 아닙니까?”

    그러자 비서가 입을 다물었다. 그러면 모든 것이 끝나는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 까닭이었다. 이사장은 너무 좋아서 입을 다물지 못했다.

    “아이고, 야 무슨 그렇게까지.”

    “근데 서류상으로 서명을 하셔서 어쩔 수가 없습니다. 조사가 들어가게 되면 증거를 우선적으로 수집하니까요.”

    나 과장이 내민 서류에 사인한 것이 발목을 잡게 되었다. 나 과장은 내가 현금을 가져오라고 한 시점부터 돈을 빼돌릴 생각을 한 모양이었다. 그러니 모든 책임을 내게 돌리고 도망친 것이겠지.

    “알겠습니다. 그럼 조사를 받도록 하죠.”

    “네, 그럼 형사님들 들어오라고 하겠습니다.”

    “야. 직접 간다고 해! 뭘 잡으러 오고 난리야?”

    비서가 막 문을 열라고 하는데 내가 그를 불렀다.

    “저 문 열기 전에 질문이 있습니다.”

    “네, 말씀하시죠.”

    “나 과장이 도망친 곳이 미국 어디인가요?”

    “뉴욕 맨허튼?”

    뉴욕 맨허튼이라면 내 친구들이 잔뜩 깔린 그곳이 아닌가? 나 과장은 이제 독 안에 든 쥐였다.

    “그럼 제가 조사를 받기 전에 통화를 한 번 하게 해주실 수 있을까요?”

    “네네, 물론이죠.”

    “밤새도록 해도 된다. 죄 없는 사람 잡아가는데, 좀 기다리게 해도 된다.”

    “그럼 잠시만 시간을 주십시오.”

    나는 곧바로 조셉에게 전화를 걸었다. 조셉은 늦은 시각 임에도 내 전화를 받아주었다. 나는 현재 상황에 대하여 자세히 설명하였다. 조셉은 내 말을 차근차근 다 듣고는 거침없이 말했다.

    “걱정 마 형님. 죽이는 것만 빼고 다 해줄게 말만 하라고. 왓 두유 원트?”

    “놈을 잡아서 한국에 보내. 우리 쪽에서 사람을 보낼 테니까.”

    “오케이. 걱정 말고. 한국인들은 뉴욕에 오면 가는 코스가 있으니까. 거기 위주로 돌다보면 놈을 찾을 수 있을 거야. 사진이랑 특징만 적어줘.”

    “듣기로는 가족들까지 다 데리고 갔다고 하더라고. 아마 그곳에 이민을 계획했던 모양이야.”

    “아, 그렇다면 더 잡기 쉬울 거야. 한국인들은 여기 와서 사는 곳이 정해져 있거든.”

    “응, 고맙다 정말.”

    “뭘? 이렇게 목숨을 구해준 은혜를 갚을 수 있는 것에 감사할거야. 우리 회사 사람들.”

    조셉은 회사 사람들 모두가 나서서 해결해주겠다고 장담했다. 조셉의 회사는 그때보다 규모가 더 커진 상태였다. 직원도 두 배가 넘기 때문에 아주 수월하게 일이 해결될 듯 했다.

    옆에서 통화 내용을 듣고 있던 비서가 황당한 표정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인터폴 수배보다 빠른 거 아니에요?”

    “거긴 좀 복잡하니까. 다이렉트로 하죠. 그래야 빨리 일이 해결되죠.”

    “역시 우리 준수는 짱이야.”

    “네, 이메일 주소 알려주시면 저희가 사진이랑 특징을 적어서 보내도록 하겠습니다.”

    “네, 곧 나 과장 잡히면 다시 만나죠.”

    나는 비서가 부담되지 않도록 엷게 웃어주고는 문을 나섰다. 문밖에는 경찰들이 나를 잡으려고 대기하고 있었다. 나는 순순히 저들에게 끌려갔지만, 왠지 기분이 묘하고 나빴다. 끌려가면서 생각했다. 이 차장도 이런 기분이었을까?

    * * * * *

    같은 시각 이 차장은 감옥 내에 돌고 있는 소문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었다. 이 차장이 얼마 전에 다른 교도소로 이감되었는데, 그곳에 있던 죄수 하나가 이 차장을 만나고 싶어 한다는 이야기였다. 놈은 교도소 내에서도 악질로 통하는 놈이라고 했다.

    “웬 놈이 나를 만나고 싶어 한다고?”

    이 차장은 감옥에서도 주도권을 잡고 있었다. 특히 방 안에서는 이차장을 대적할 사람이 없었다.

    “네, 꼭 만나고 싶다고 합니다. 그 사람 말에 의하면 박준수라는 사람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다고 그랬습니다.”

    “오, 그럼 무조건 만나야지. 당장 날 잡아.”

    “네, 빠른 시일 내로 만나게 해달라고 부탁하겠습니다.”

    이 차장은 대체 누가 자기를 만나고 싶어 하는지 매우 궁금해졌다. 최근 이 차장은 자길 만나러 오는 사람이 거의 없었기 때문에 오랜만에 맞이하는 손님이었다.

    * * * * *

    조셉은 우선 회사 사람들을 전부 소집했다. 회사 사람들 중 50퍼센트는 박준수에게 빚을 진 사람들이고, 나머지 30퍼센트는 그 지인들이다. 박준수에 대해 생판 모르는 사람들인 20퍼센트도 그의 전설에 대해서는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우리의 은인인 미스터 박이 지금 곤란한 상황이라고 합니다.”

    “당장 구해야지!”

    “돈은 얼마든지 낼 수 있어!”

    “나는 경찰이랑도 친하다구!”

    사람들이 전부 박준수를 구하겠다고 소리쳤다. 정말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었다.

    “우선 프린트를 나눠줄테니 그 속에 있는 인물을 봐. 아주 고약한 인물이니 기억에 꼭 넣어두라고.”

    “으 이 녀석은 아주 못쓰게 생겼어.”

    “눈빛이 사기꾼 눈빛이야.”

    조셉은 사람들에게 프린트 물을 나눠주고서 다시 소리쳤다. 이번에는 그의 가족들에 관한 정보가 담긴 프린트를 가져왔다.

    “이건 놈의 아내와 아이들이야. 아이가 왔으면 아마 전학도 오게 될 거야. 미국에서 살러 온 모양이거든.”

    “인터폴은 뭐 하는 거야? 이런 놈 안 잡아가고.”

    “인터폴도 절차라는 게 있거든. 박준수가 감옥에 가고 조사를 받고나서 그게 국제적으로 개입해야 할 정도의 문제여야 하지.”

    “인터폴이 뭔 소용이야. 우리가 잡자고! 은혜를 갚아야지.” “그래! 미국인은 은혜를 저버리지 않는 민족이야!”

    “미국인은 정의롭지!”

    그곳에 있는 직원들 수백 명과 그들의 가족들과 지인들 사이에 이 프린트가 널리 퍼졌다. 특히 한국인들은 널리 한곳에 집중적으로 살아서 더 찾기 쉬울 것이었다.

    그렇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나 과장의 위치가 알려졌다. 사람들 수십 명이 우르르 나 과장에게 몰려갔다. 나 과장을 잡은 사람들이 그를 밧줄로 묶고 그 주위를 쭉 둘러쌌다. 마녀사냥의 한 장면 같은 광경이 펼쳐졌다.

    나 과장은 겁을 먹고 벌벌 떨고 있었다.

    “얼른 놈을 혼줄 내주자!”

    “남의 돈을 해먹은 사람은 혼내줘야지!”

    사람들이 흥분해서 소리치자 조셉이 말리고 나섰다.

    나 과장은 너무 무서워서 침까지 흘리고 있었다.

    “워워, 우리는 슈퍼맨이 아니야. 그리고 슈퍼맨도 진짜 악당이면서 미국인만 혼내주잖아. 그놈은 한국 놈이니까 한국 사람들에게 혼나야지. 한국에도 슈퍼맨 같은 사람이 있지 않을까?” “그게 미스터 박이야!”

    “맞아! 미스터 박은 슈퍼맨과 같아!”

    “그럼 미스터 박에게 넘기자고. 우리는 이놈을 잡아 넘기는 것 만 하는 거야.”

    나 과장은 이 사람들에게 맞지 않는다는 사실에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러자 한 사람이 흥분하며 말했다.

    “머리통 한 대 정도는 괜찮지 않아?” “나는 허리를 때리고 싶어. 자기 같은 자식을 더 낳으면 안 되지.”

    “그럼 나는 다리통을 작살낼게.”

    “그러지 말고 이곳에서 끝내자. 비행기 값이 아깝잖아.”

    사람들이 이렇게 말하며 나 과장에게 다가갔다. 결국 나 과장은 오줌을 지리고 말았다. 이 많은 사람들에게 한 대씩만 맞아도 살아남기 어려울 것 같았기 때문이다.

    “워워, 제발 참아줘.”

    “아니야, 당장 죽여야겠어!”

    “놈을 가만두지 않겠어!”

    “죽여! 죽여!”

    사람들은 어느새 손에 방망이 같은 것들을 들고 있었다. 저들은 약속이나 한 듯 나 과장에게 달려들었다. 나 과장은 사람들이 자기를 잡으러 달려오는 것을 보고 기절하고 말았다.

    그러자 사람들이 한꺼번에 깔깔대며 웃었다.

    “저렇게 겁 많은 놈이 무슨.”

    “말로 사람을 죽이는 것이 바로 이런 것이야.”

    “은근히 재미있는 놀이였어.”

    사실 이 사람들은 나 과장을 죽이거나 혼내줄 생각이 없었다. 그냥 겁만 주자고 한 것인데, 나 과장이 의외로 미국말을 잘 알아들어서 생긴 해프닝이었다. 그렇게 나 과장이 기절하고 박준수의 회사에서 직접 나 과장을 데리러 나왔다.

    나 과장은 자기를 데리러 온 사람에게 살려달라고 아우성쳤다. 다시는 미국에 오지 않겠다면서 울고불고 난리였다고 한다.

    * * * * *

    나 과장이 잡혀오고 나는 바로 풀려났다. 잠깐이었지만 유치장 신세를 지는 것은 매우 좋지 않은 기억이었다.

    이 사장이 직접 나를 데리러 나왔다.

    이 사장이 두부를 내밀었다.

    “고생했다.”

    “뭘요. 몸은 괜찮으신 거죠?”

    “그래, 너나 걱정해.”

    이 사장이 내민 두부를 조금 베어 물자 이사장이 피식 웃으며 말했다.

    “나 과장이 전부 불었다더라. 자기를 미국에 보내지 않는 게 조건이었어.”

    “네? 그게 대체 무슨 소리에요?”

    나 과장은 한국에 오자마자 모든 일을 순순히 불었다고 한다. 가족들을 데리고 와 달라는 부탁도 잊지 않았다.

    “모르겠어. 자기 아내와 자식들도 데리고 와 달라고 울고불고 난리였다더라.”

    “대체 그런 놈을 왜 신뢰하셨어요?”

    나는 그게 진심으로 궁금했었다. “너랑 비슷했어. 왜 처음에 허풍떨 듯이 내게 딜을 했었잖아.”

    “아이구 그건 허풍이 아니…….”

    “나중에 아니었지만 그 당시엔 허풍처럼 느껴졌지.”

    이 사장은 나 과장이 나처럼 뭔가를 해낼 사람처럼 느꼈던 모양이었다. 사실 그때 내 모습은 허풍쟁이 같긴 했다. 그건 인정하는 바다.

    “휴, 제가 너무 바빠서 신경을 못써드린 사이에 많은 일이 있으셨어요.”

    “그니까, 니가 이제 나를 도와야 해. 니네 회사는 알아서 잘 돌아가잖아.”

    “알아서 돌아가는 게 어딨어요? 나름 여러 고민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그래, 그건 그렇고 우리 방송국은 어찌 할 거야? 자본금까지 마련했으니 스타트를 해야 하지 않겠어?”

    케이블이라고 해도 예능과 드라마를 이끌어줄 사람들이 필요하다. 우리는 스타를 데리고 있지만 스타만으로 뭔가를 할 수는 없다. 스타들을 데리고 예능과 드라마를 만드는 것이 우선이다. “그래야죠. 우선 스타트를 이끌어줄 사람들을 모아야죠.”

    “그런 사람들이 누구인지 알고?”

    “제가 앞으로 대성할만한 사람들의 명단을 추려왔습니다. 이 사람들만 데리고 가도 절반은 성공이에요.”

    “그래? 누구누구지?”

    이 사장은 내게 내민 명단을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사람이 드라마를 만든다고?”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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