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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75화 (175/200)

175화. 김설아의 카리스마

파란지붕 이발사는 현직 청와대 이발사였다. 딸이 잘못하여 아이를 낳았고, 그 아이를 키울 수 없어서 고아원에 맡긴 것이다. 그런데 그 와중에 이 차장이 후원할 고아원을 알아보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그는 이 차장이 자신의 딸이 낳은 아이를 돌봐주고 혹시나 입양해주길 원해서 그에게 넌지시 그 고아원을 소개했던 것이다.

그 후 김설아와 박준수가 자신의 아이를 입양한 것을 알고 김설아의 싸이에 자주 드나들던 중이었다. 그런데 자신의 손녀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았다. 비록 고아원에 맡기긴 했지만 핏줄을 외면할 수 없었기에 지켜봤던 것인데, 이런 사단이 난 것이다. 당연히 흥분할 수밖에 없었다.

그 시각, 사건을 벌인 당사자가 경찰에 잡혀갔다. 범인이 출소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라서, 그를 추적하는 일이 어렵지 않았다. 경찰은 아파트 CCTV에 찍힌 그의 사진을 보고 금방 그를 알아보았다. 워낙 전과가 많은 놈이라 경찰들에게 잘 알려져 있던 탓이었다. 이발사는 부랴부랴 그곳으로 달려갔다.

그곳엔 김설아와 박준수의 비서가 와서 대기하고 있었다. 이발사는 김설아를 보고 너무 감사한 나머지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자기가 아이를 버린 사람이라는 사실을 말하기 어렵기에 그저 보고만 있을 수밖에 없었다.

“대체 왜 우리 아이한테 그랬는지 좀 말씀을 하세요.”

“나는 그 새끼가…….”

재소자였던 범인은 말을 아꼈다. 배후가 누구인지 밝히면 돈을 받기 어렵기 때문이었다. 이 차장이 반지를 갖다 주면 24시간 안에 돈을 부쳐 준다고 했는데, 지금 말하면 돈이 날아갈 것이다. 그래서 참고 있었다.

“그 새끼가 뭐? 너 누가 사주한거냐?”

경찰의 물음에도 범인은 말을 하지 않았다. 시계가 재깍재깍 가고 있다. 이제 한 시간만 버티면 1억이 들어온다. 범인은 입을 꼭 닫고서 눈을 감았다. 묵비권을 행사하려는 수작이었다.

“묵비권이라도 행사하려고? 당장 말 안 해?”

경찰이 아무리 난리를 쳐도 범인은 입을 열지 않았다. 실눈도 뜨지 않았다. 통장에 돈이 들어오면 자동으로 문자가 오기로 했기 때문에 그걸 기다리는 중이었다. 그의 모습을 본 김설아는 깊게 한숨을 쉬었다. 하필이면 박준수도 없는 이 시각에 이런 일이 터지다니 화가 나서 미칠 것 같았다. 하지만 그녀는 이대로 있을 수 없었다. 분명 남자는 목적이 있을 것인데, 그걸 알아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누가 사주했는지 밝히시면 고소는 하지 않을 생각입니다.”

범인은 김설아의 목소리를 듣고 움찔했지만, 여전히 눈은 뜨지 않았다. 김설아는 숨을 가다듬고 나지막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실대로 이야기하지 않으면 당신의 인생이 고달파질 거예요. 내 목숨을 걸고 약속하죠.”

범인은 이 목소리가 정말 김설아가 맞나 싶어서 눈을 확 뜨고 바라보았다. 분명 김설아가 맞았다. 그 어여쁜 김설아가 협박을 하다니 믿을 수가 없어서였다.

김설아는 범인에게 가까이 다가가 다시 말했다.

“사실대로 이야기하면 고소는 하지 않을 겁니다. 혹시 돈 때문에 그런 거라면 적당한 보상을 해줄 수 있습니다. 약속하죠.”

김설아는 조금도 흐트러지지 않는 표정으로 말했다.

범인은 김설아를 똑바로 쳐다볼 수 없었다. 너무 이뻐서 부담스러운 탓이었다. 하지만 입을 열 생각도 없었다. 그냥 김설아가 궁금해서 쳐다보았을 뿐이었다.

“한 시간 드리죠. 답변 없을 시엔 세상의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당신을 혼내줄 겁니다. 아마 많이 후회하실 거예요.”

범인은 김설아의 말에 다시 한 번 놀라서 쳐다보았다. 저 예쁜 여자가 전과 5범인 자기를 협박하다니, 이게 무슨 일인가? 싶었다.

김설아는 그대로 앉아서는 범인을 노려보았다. 그녀는 조금의 미동도 하지 않고 눈도 깜빡하지 않았다. 정말 화가 난 얼굴이었다.

파란지붕 이발사는 김설아를 보며 혀를 내둘렀다. 자신의 손녀가 이런 여자의 자식이 된 것에 감사할 뿐이었다.

그렇게 한 시간이 지날 즈음이었다. 범인은 시계를 쳐다보았다. 이 차장이 약속한 시간에서 벌써 10분이 지나있었다.

끙.

범인은 김설아를 슬쩍 바라보았다. 김설아는 미동도 하지 않고 범인을 노려보고 있었다.

드르륵.

김설아가 일어났다. 시간이 된 것이다.

“시간 다 되었네요.”

“아니, 저 전화 한통만 하고서 답변 드리겠습니다.”

범인은 다급했다. 이 차장은 돈을 보내주지 않을 것 같고, 그나마 돈을 주려던 김설아의 기회도 날아가게 생겼으니 말이다.

“그러시죠. 10분 드리겠습니다.”

김설아는 차분하게 말했다. 더 양보할 수 없다는 듯 단호하게.

범인은 다급하게 전화기를 들고 전화를 걸었다.

간수에게 전화를 걸었다.

“왜 돈이 안 들어옵니까? 약속했잖아요!”

“그 반지가 아니라는데?”

간수는 그 말만 하고서 전화를 끊어버렸다. 범인은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전화기를 집어던졌다.

“이 새끼가!”

경찰서의 전화기를 썼었는데, 전화기를 던지자 경찰들이 범인의 머리통을 때렸다.

“이 자식이 남의 걸 던져?”

“다 불게요. 다.”

범인이 모든 것을 말한다고 하며 김설아를 쳐다보았다.

김설아는 범인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대신 아까 말한 거 약속하세요?”

“그러죠.”

범인은 이 차장이 시킨 일들을 전부 발설하였다. 김설아는 당장 이 차장을 혼내주기 위해 고소장을 준비하였다.

하지만 이 차장은 검사 출신이다. 검찰에서 이 차장을 따르는 사람이 엄청 많았다. 사건은 은폐되고 축소되었다. 이 차장 게이트에서 자신의 이름을 빼주는 조건이었다. 사실 이번 일을 사주한 것이 이 차장인 것을 아는 경찰도 있었다. 딱 봐도 그게 보이니까.

범인이 최근까지 있었던 감옥에 이 차장도 있었다는 점과, 이 차장이 오재훈과 박준수에게 안 좋은 감정이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얼마든지 유추할 수 있는 일이었다.

김설아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차장을 잡을 길이 열리지 않았다. 김설아는 너무 화가 나서 싸이에 이런 내용의 글을 올렸다.

파란지붕 이발사는 그 내용을 보고 분노했다. 이 차장이 아무리 빽이 좋아도 죗값을 치르지 않는 것은 용서할 수 없는 일이었다.

“대통령 각하, 제가 김설아 씨 팬인데, 요즘 이런 일이 있다고 합니다.”

파란지붕 이발사는 끝내 김설아의 일을 대통령에게 알렸다. 그리고 김설아는 그 무렵 자신의 일을 직접 인터뷰하여 기사로 내보냈다. 결국 뉴스에까지 대서특필되고, 이 차장은 다시 재판대에 서게 되었다. 이 모든 일이 박준수가 없는 사이 김설아가 해낸 일이었다.

* * * * *

“형수님 진짜 대단하십니다. 여장부에요. 영부인 감이야.”

노랑머리가 김설아의 일을 전달하며 혀를 내둘렀다. 그런 여자이기에 영부인감이라고 하는 것이겠지. 노랑머리는 김설아가 원래 영부인감인 것을 모르는 상태에서 한 말이었다. 그 말을 들은 나는 조금 뜨끔했다. 내가 그런 대단한 여자를 가두어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들었다.

김설아의 일은 조사받는 내내 생중계되었다. 그녀를 아내로 둔 나를 부러워할 정도였다. 내가 없어도 그리 잘 버텨주는 것이 정말 고마웠다. 이곳에서 하루빨리 나가려면 반지가 필요했다. 내가 직접 지시를 하지 않았지만, 뇌물을 준 것은 사실이기 때문에 쉽게 빠져나갈 수 없었다.

“너 잘 들어, 우리 집에 가면 장군이라고 강아지가 있거든.”

“아, 그 회귀한 강아지요? 오호 이번에 실물을 보겠군요.”

노랑머리는 회귀한 강아지에 대해 듣고서 매우 궁금해 하던 터였다.

“아무튼 그 강아지의 발에 반지가 끼워져 있으니 그걸 가지고 다시 면회를 해줬으면 좋겠어.”

“오, 역시 반지를 갖고 계셨네요.”

“이 차장이 무슨 짓을 할지 모르니까. 일단 가지고 있는 거지.”

“근데 형님도 이제 목숨값이 다 하지 않았을까요? 첫 회귀 때 목숨값을 가지고 회귀하는 거니까요.”

“계산중인데, 아직까지는 괜찮아.”

“그리고 이 차장이 원래 오재훈의 인생을 빼앗은 거면, 오재훈이 회귀하게 하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그 사람이 자기 인생을 찾게 말이죠.”

“오재훈이 회귀하면!”

나는 말을 더 하지 못하고 입을 닫았다. 오재훈이 회귀하면 김설아가 그의 아내가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면 내 인생도 지금과 아주 많이 달라져있을 것이고, 준희의 인생도 바뀔 것이다. 내가 해낸 모든 것들이 엉망으로 바뀔지도 모른다.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오재훈이 회귀하면?” “더 골치 아프게 될 거야. 그건 안 될 일이야.”

“그런가요? 그래도 오재훈이 가면 이 차장을 확실히 막을 수는 있을 것 같은데.”

노랑머리의 말이 맞을지도 모른다. 그가 회귀하면 모든 것이 원래대로 돌아갈 것이다. 내게 장군이를 맡긴 그 분이 나 말고 오재훈에게 반지를 주었다면 지금보다 훨씬 나아졌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건 내게 너무나 가혹한 일이었다. 이제 김설아 없이는 살 수 없는 내게 너무 고통스러운 일일 것이다.

“너 내가 시킨 것을 좀 빨리 해주지 않을래?”

노랑머리의 말을 듣기 싫었던 탓에 짜증이 섞인 말이 나왔다. 노랑머리는 내 반응이 이상하다고 여겼지만 더 말을 하지 않았다.

“알겠습니다. 내일 다시 들릴게요.”

노랑머리가 가고 나서 한참 동안 머릿속이 복잡했다. 하지만 내 손으로 이미 이 차장을 잡아넣었고, 그의 모든 것을 무너뜨리는 중이다. 오재훈은 내가 대통령으로 만들어 줄 것이다. 그의 원래 인생을 살게끔 내가 만들어줄 것이다. 그러니 그런 선택은 할 필요가 없다는 결론을 내렸다.

* * * * *

다음날, 노랑머리가 집에 들러서 장군이를 통째로 데리고 왔다.

“장군이가 너무 잘생겼네요. 이정도면 내가 키우고 싶네. 하하.”

“안 돼, 회귀한 강아지가 어디 흔한가? 나중에 한글도 가르쳐볼 생각이야. 하하.”

“으악, 그거 참 괜찮은 생각인데요? 회귀한 강아지니 그것도 가능하지 않을까요?” “뭐? 아이구 그게 무슨 소리야?” “하하, 먼저 농담하셔놓고.”

장군이는 나를 보자마자 살랑거리더니 자신의 다리를 내 손에 올려놓았다. 반지를 내미는 것 같았다.

그걸 본 노랑머리는 진심으로 놀라워하였다. 장군이의 매력이 노랑머리를 사로잡았다. 하긴 세상에 이런 강아지가 또 있을까?

“오, 나중에 장군이 데리고 영화를 하나 찍어야겠어요. 연기도 가능할 것 같네요.”

“그거 참 괜찮네. 그건 내가 허락하지.”

우리는 구두로 장군이의 영화 계약까지 하게 되었다.

그리고 반지, 장군이가 건넨 반지를 꼈다.

우우웅.

다시 회귀한다.

나는 국회의장과 만남을 주선한 바로 그 시점으로 돌아가서 돈을 건네려던 직원을 질타하였다. 그렇게 겨우 사태를 수습하고 이 차장까지 잡아넣고 평화로운 일상으로 돌아갔다.

전화가 오기 전까지.

* * * * *

따르르릉.

새벽에 전화가 온다. 반가운 전화는 아닐 것이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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