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3화. 입양을 하다(2)
“으아악!”
사자후 같은 괴성이 구치소를 울렸다.
보모는 본능적으로 도망쳐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래서 미친 듯이 달려갔다.
“잡아! 저년 잡아!”
이 차장이 보모를 가리키며 소리 질렀다. 비서가 보모를 잡으려고 뛰었다. 보모는 아기를 안고 있다. 상대적으로 게임이 되지 않는다.
“거기 서!”
“살려줘. 아아악!”
보모와 아기의 울음소리가 복도에 울려 퍼졌다.
같은 시각, 나는 화장실에 가려고 하다가 고함 소리를 들었다. 이 차장의 목소리였다.
“이 자식이!”
그 뒤로 아기의 쉰 목소리와 보모의 울음소리가 들렸다. 가만히 있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뛰어갔다.
보모가 아기를 안고서 달려왔다. 둘 다 울고 있었다. 처절하게.
나는 얼른 달려가서 아기를 받아들었다. 그리고 비서를 가리키며 소리쳤다.
“애를 죽이려고 합니다! 저놈이!”
“네?”
내 말에 놀란 구치소 직원들이 비서를 잡았고, 나는 그때다 싶어서 보모의 손을 잡고 뛰었다.
“빨리 가요!”
보모와 함께 미친 듯이 뛰어가는데, 아기가 그 와중에 내 팔을 잡았다. 나는 달리면서 아기를 쳐다보았다. 그전까지 울면서 보채던 아기가, 나를 보고서 방긋 웃었다. 심장이 멎을 것만 같았다. 내 아이를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감정이 느껴졌다.
달리면서 계속 생각했다. 이 아이는 내 아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김설아에게 어찌 말해야 하나?
* * * * *
“어머 너무 이쁘게 생겼어요.”
아이를 본 김설아가 환하게 웃었다. 본인도 아기를 키우고 있으니 엄마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아이는 김설아를 보며 그녀의 손가락을 잡아주었다. 김설아는 아이의 손을 같이 잡으며 한동안 눈을 마주치고 웃었다.
보모는 아기를 보며 웃어주는 김설아에게 연신 감동하고 있었다. 김설아와 내가 아이를 입양해 줄 거라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저런 미소를 지어주는 것에 고마워하는 것이다.
“저희 집에 얼마간 계시면서 아이를 좀 돌봐주시겠어요?”
일단 아기를 입양하는 것을 해결하기 전까지는 보모가 필요하다. 이 아이를 돌봐주기에 이 여자보다 더 좋은 보모는 없다고 느끼기도 했다.
“저야 좋죠. 김설아 씨 아이도 같이 봐드릴 수 있을 거예요.”
보모는 진심으로 아이들을 이뻐하는 좋은 사람이었다.
나는 아이를 잠시 보모에게 맡겨두고 김설아와 함께 나갔다. 오랜만에 데이트를 하자면서.
“휴, 이렇게 나오는 것도 좋네요.”
“미안해요. 너무 힘들죠?”
“아니에요. 아기가 이뻐서 힘든 줄 모르겠는데요.”
김설아는 정말 좋은 엄마였다. 그런 그녀에게 아이를 하나 더 키우자고 하는 것이 너무 미안하게 느껴졌다. 힘든 일인 것을 알기에.
한참 김설아를 위한 시간이 이어지고, 기분이 한껏 좋아진 김설아가 나를 보며 말했다. 그녀는 정말 눈치가 빠르다.
“아기를 혹시 입양하고 싶은 건가요?”
나는 그녀가 너무 똑똑해서 깜짝 놀라버렸다. 그래서 잠깐 동안 말을 하지 못하고 쳐다보기만 하였다.
“나도 느꼈어요. 그 아이가 내 손을 잡았을 때요.”
“정말이에요?”
“네, 우리가 키워야 할 아이라는 것을요. 그 아이가 마치 우리를 선택한 것 같은 느낌이었어요.”
“휴, 고마워요.”
나는 진심으로 고마웠다. 김설아는 정말 천사나 다름없었다.
“안 그래도 버려진 아이들에 대해 관심이 많았거든요. 저렇게 어여쁜 아이를 버리는 사람은 대체 어떤 사람일까요?” “다들 나름대로의 이유가 있겠죠. 우리는 아이가 버려졌다는 것을 느끼지 않게끔 잘 키워주면 됩니다.”
“맞아요. 정말 그래야겠어요.”
천사 김설아는 그렇게 흔쾌히 내 고민을 풀어주었다.
그리고 그 아이는 후에 내게 큰 도움을 주게 된다. 어쩌면 이 차장에게 갔을 행운을 내가 가져가게 된 것이다.
김설아와 내가 공개적으로 입양을 선언하고, 방송 매체에서 우리의 입양 소식을 대대적으로 알렸다. 그건 일부러 그런 것이었다. 이 차장이 우리 아이를 해코지하지 않게 하려고 말이다. 그 덕분에 아이의 친엄마도 자신의 아이가 잘 크고 있는 것을 알게 된다.
* * * * *
이 차장은 아이와 보모를 찾아서 혈안이 되어 있었다. 그러다 우리의 입양 소식을 듣게 되었다.
“뭐야? 저 자식은 대체 왜 저러는 거야?”
이 차장은 박준수가 하는 짓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다. 사실 이 차장은 고아원을 후원한다던지, 아이를 키우게 돈을 준다던지 하는 행동을 한 자신도 이해할 수 없었다. 반지를 맡길 보관자가 필요했을 뿐, 애를 후원하는 것은 필요 없었기 때문이었다. 그나마 있던 정도 본인의 아이들에게 겨우 떼어주었었다.
“덕분에 김설아와 박준수는 세기의 천사부부가 되었습니다. 당분간 그 아이와 보모를 건드릴 수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 오재훈이는 오늘 약속장소에 온다고 하였지?” “아…… 그게 취소하셨습니다.”
“뭐? 그게 무슨 소리야?” “국회의장님과 단둘이 회동하셨다고 합니다. 어저께.”
“뭐? 이게 정말!”
그때, 이 차장은 깨달았다. 박준수에게 또 반지가 갔다는 사실을. 그리고 자신의 반지가 또 사라졌다는 것을.
“박준수! 이 개*은 새*가! 죽여버릴 거야!”
이 차장이 분노하는 소리가 이어졌다. 그리고 3일 만에 풀려날 거라던 이차장은 다음날이 되어서도 그 다음 날이 되어서도 풀려나지 않았고 결국 검찰에 송치되었다.
“이거 놔! 야 박준수 불러와! 당장 불러오라고!”
“소란피우지 마세요.”
“고재준이 불러와! 당장 불러와!”
이 차장은 어쩔 수 없이 고재준을 불렀다. 멍청한 녀석이랑 다시 엮이지 않으려고 했지만, 다른 방도가 없었다.
“반지가 사라졌다고요? 어쩌다가?”
면회를 온 고재준은 이 차장을 불쌍하게 쳐다보았다. 사실 고소하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였다.
고재준은 요즘 반지에 대한 관심을 꺼두었다. 아무리 회귀를 거듭해도 해리의 마음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었다. 그래서 이 차장에게도 찾아가지 않고 있었다.
“반지는 박준수에게 있어. 그 새끼가 자꾸 발악을 하네?” “그렇군요.”
이 차장은 아무 동요도 없는 재준을 보고 황당해 하였다. 고재준이란 인간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이 차장.
“아무렇지도 않아? 이제 박준수가 너보다 더 잘 살 거라니까?” “사실 해리가 박준수 어쩌고 할 때는 화가 났는데, 해리가 아무리 용을 써도 박준수 옆의 김설아를 이길 수 없다는 결론을 냈죠. 아이를 입양하는 천사 같은 마누라를 얻었는데 해리가 눈에 들어오겠습니까? 나는 그 두 사람을 응원하게 되었어요.”
고재준은 진짜 이상해져갔다. 아니 어쩌면 정상의 범주로 돌아가는 것인가?
“미친*, 그래서 나를 도와주지 않겠다는 건가?”
“무슨 이득이 있을라고요? 반지가 내 맘대로 안 되는데 자꾸 사용해봐야 내 정신만 피폐해진다고 느꼈거든요. 알아서 하시지요.”
사실 이 차장이 잡혀 들어간 뒤부터 해리가 재준에게 고분고분해졌다. 재준은 그게 이 차장이 감옥에 간 덕분인 것은 전혀 모르고 있었다. 해리가 말을 잘 들으니 반지가 필요 없는 것이다.
이 차장은 재준이 갑자기 변한 것이 해리 때문인 것을 단번에 눈치 챘다.
“요즘 마누라가 말을 잘 듣는가보지? 넌 니 마누라 일 아니면 반지를 사용 안하잖아?”
재준은 아무 대답도 하지 않고 이 차장을 쳐다보았다. 이곳에 있는데도 다 알고 있는 이 차장이 순간 무섭게 느껴졌다.
“암튼 저는 그만 가보겠습니다. 김주원 회장님이라도 만나보시던가요?”
“됐어! 그 인간은 요즘 뭐하는지도 모르겠어.”
김주원은 몸이 너무 쇠약해져서 곧 죽을지도 모른다는 소문이 파다했다. 그게 반지 때문인 것을 안 김주원이 이 차장과 거리를 둔지는 꽤 되었다.
“그럼 저번에 그 해결사라도 만나게 해드릴까요?”
이 차장은 그 해결사를 싫어하였지만, 지금으로써는 다른 방도가 없었다.
“그래, 불러줘. 돈은 니가 지불하고.”
“쳇, 그러죠. 그럼 가볼게요.”
재준이 가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해결사가 면회를 왔다.
“어, 내가 너한테 시킬 일이 있거든?”
이 차장이 아주 건방지게 말하자, 해결사가 이 차장을 똑바로 바라보았다.
해결사는 원래 고객의 얼굴을 잘 안 보는데, 이 차장이 하도 건방지고, 거기다 어디선가 들어봄직한 목소리라서 더욱 그랬다. 그리고 과거 어느 순간인지는 모르지만, 이 차장을 만났었고 그가 모욕을 주었었다는 생각이 머릿속을 스쳤다. 그게 팩트인지 환상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그저 머릿속에서 이 차장에 대한 경계심이 꽉 차올랐다.
“아, 저는 심부름으로 왔는데 지금 보니 잘못 온 것 같습니다. 다른 사람을 찾아보시지요.” “뭐?” “저는 바빠서 이만.”
해결사는 이 차장을 두고 급히 그곳을 빠져나갔다. 이 차장은 황당한 표정으로 그에게 삿대질을 해댔다.
“이 새*가! 거기 안 서!”
그렇게 이 차장을 도와주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발을 빼기 시작했다. 이 차장은 감옥에서 빠져나갈 도리도 없이 멍청하게 하루하루를 보낼 뿐이었다.
* * * * *
이 차장이 갇히고, 나의 일상은 평온으로 돌아갔다. 지난 몇 년간 겪지 못한 평화였다. 아이를 키우고, 회사를 운영하고, 미용실을 지키면서 평범하고도 꽉 찬 하루하루였다.
아기는 생각보다 더 잘 크고 있었다. 김설아는 당분간 아이를 키우면서 매일 컴퓨터에 접속했다.
“뭘 그렇게 열심히 해요?”
“아, 이거 몰라요? 인더싸이라고 사진 올리고 일기 쓰는 건데 정말 재밌어요.”
김설아는 그 시절 시대를 풍미했던 싸이를 하는 중이었다. 매일 아이들의 사진을 올리고 팬들과 공유하면서 지냈다. 그때 영화와 드라마를 하지 않았음에도 그녀의 인기가 더 올라갔다. 싸이의 덕분이라고 하겠다.
“그거 나중에 두고두고 회자될 수도 있으니까 과장된 글이나 사진은 올리지 말아요.” “알아요. 안 그래도 소속사에서 매일 체크 해줘요.”
김설아는 그렇게 싸이를 매일 하면서 아이를 키우는데 집중했다. 김설아의 싸이에 매일 매시간 접속하는 사람이 있었으니 그녀는 바로 아이 친엄마의 아버지였다. 김설아는 그걸 전혀 모르고 있었지만.
“이 파란지붕 이발사라는 분은 매일 들어와요. 우리 아이들이 너무 이쁘다고 매일매일 댓글 달고 수시로 인사하시네요.”
“나중에 한번 만나면 좋겠어요. 당신 싸이 친구들에게 아이들을 직접 보여주고 인사하는 것도 좋겠네요.”
나는 아무 생각 없이 한 말이었지만, 그 일로 큰 도움을 받게 된다.
“좋은 생각이에요. 소속사에 말해서 한번 추진해봐야겠어요.”
“네, 근데 이 사장님은 요즘 소식이 없네요. 잘 지내시죠?”
“모르겠어요. 회사에 잘 안 오시는 것 같더라구요.”
“아, 그래요? 바쁘신가.”
이 사장은 요즘 연락도 없는데다 전화도 잘 받지 않았다. 무슨 일이 있는 건가? 싶었지만 그걸 돌볼 여유가 없었다. 그게 두고두고 후회할 일이었지만, 그때는 몰랐다.
그렇게 김설아와 같이 있던 중 TV를 틀었는데, 뉴스에서 익숙한 이름이 들려왔다.
뉴스의 기자는 다소 격양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이곳에서 실세로 통했던 이창민 차장이 정치계에 큰 파장을 일으키고 있습니다. 일명 이창민 게이트에 관련된 인사만 수십 명에 달하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이창민 게이트?”
회귀해서 미용재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