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2화. 입양을 하다(1)
이 차장은 고아원에 들어오는 아이들 중 가장 어린아이에게 반지를 주었다. 그러다 반지가 필요하면 가져가고, 또 가져와서 아이들 중 가장 어린아이에게 맡기는 것을 반복하였다. 그 고아원을 후원한다는 약속 아래 행해지는 일이었다. 저들은 그 반지가 소중한 것을 전혀 모를 테지만.
하지만 내가 한 발 늦어버렸다. 변호사가 이미 왔다 간 것이다.
“그 변호사가 이미 다녀갔습니다. 저희가 영아는 따로 돌보고 있거든요. 거기로 가서 아기를 데리고 이창민 씨에게 직접 데리고 간다고 하던데요?” “직접 데리고 가요?”
“네, 이창민 씨가 아기를 직접 봐야한다고 했습니다. 뭐 저희야 그분께 신세를 지고 있으니까 아무 상관이 없지만, 뭔가 목적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게 뭔지는 모르겠네요.”
고아원 원장은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것 같았다. 하긴 이 차장이 그걸 이야기 할 이유가 없으니까. 그러니 아기를 직접 데리고 오라고 하는 것이겠지만.
“저 아기가 원래 있던 곳 주소를 알 수 있을까요?”
“네, 지금은 거기 아기가 없을 테니까 상관없습니다.”
아기가 있는 곳 주소를 알아낸 뒤, 나는 급히 차로 향했다. 지금 속도로 봐서는 이 차장이 조만간 아기를 만날 테고, 그러면 회귀할 것이다. 모든 것이 없던 일로 될 수 있다. 그 전에 회귀를 해서 아기를 먼저 확보해야 했다. 혹시나 싶어서 장군이를 데리고 나오기를 잘했다. 얼른 차로 돌아간 나는 장군이가 끼고 있는 반지를 꺼내 들었다.
우우웅. 익숙한 고통.
이 차장의 집에 경찰들이 들이닥치는 바로 전으로 돌아갔다. 나는 얼른 고아원 원장이 알려 준 아기가 있는 곳으로 향했다.
* * * * *
지방의 작은 펜션, 그곳에 아기와 유모 둘이서 지내고 있었다. 내 차가 펜션에 도착하는데, 갑자기 펜션 곳곳에 불이 꺼지고 있었다.
“어? 이 차장이 뭔가 지시를 했나보네?”
내 차가 멈춰서는 동안, 펜션에서는 아무런 미동도 없었다. 마치 아무도 살지 않는 곳이었던 듯 아주 조용하였다.
“휴, 안에서 걸어 잠그겠다는 건가?”
내가 여기 있다는 것을 아는 이상, 안에 있는 사람이 나오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여기 있어봐야 안에서 문을 열지 않을 거고, 이 차장이 사람을 보내야 문을 연다는 소리다. 나는 일단 차를 빼서 그 곳에서 나갔다. 펜션에서 보이지 않는 곳까지 차를 몰고 나간 뒤 혼자 차를 나섰다. 안에는 장군이가 혼자 있지만, 아마 잘 있을 것이다. 혹시나 싶어서 차에 있던 커피믹스를 들고 나갔다.
“휴, 꽤 머네.”
차로 갈 때는 금방이었는데, 걸어가자니 꽤 시간이 걸렸다. 하지만 보람이 있었다. 안에서 유모가 아이를 안고 나와 있었다. 나는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그러자 아기가 울기 시작했다.
응애.
유모가 나를 보고 달리기 시작했다.
나는 할 수 없이 달려가서 유모를 잡았다.
덥썩.
아악.
유모는 내 손길에 놀라 자지러졌다. 덕분에 아기가 유모의 품에서 떨어지고 말았다. 다행히 내가 아기를 잡았다.
“어이구.”
“옴마야.”
아기를 잡은 나는 얼른 아기의 손에서 반지를 빼고, 다시 유모에게 아기를 건네주었다.
“조심하셔야죠.” “왜 이러세요?”
유모는 아기를 안고 뒤로 물러섰다. 나를 경계하고 있었다. 나는 얼른 커피믹스를 유모에게 건넸다.
“원장님을 뵙고 왔습니다. 아기를 입양하고 싶어서요.”
유모는 내 말에 갑자기 태도를 바꾸고 웃는 얼굴로 바뀌었다.
“아, 우리 아기 보러오셨군요? 우리 아기 정말 이뻐요. 말도 잘 듣고 잠도 잘 자요. 데리고 가시면 후회하지 않으실 거예요. 휴 잘됐구나 아가야.”
유모는 아기를 진심으로 아끼고 있었다. 그런 유모에게 거짓말을 한 것이 너무 신경 쓰였지만, 지금은 일단 반지만 수습하면 될 일이었다.
“네, 정말 아기가 이쁘네요. 일단 봤으니 나중에 다시 연락드릴게요.”
그렇게 아쉬운 얼굴로 돌아서는데 아기가 까르르 웃었다. 나를 보고 웃어주는 것 같았다.
유모는 아기가 내게 웃어주자 너무 기뻐하였다.
“아기가 그쪽을 좋아하네요.”
“그……그렇군요.”
반지 때문에, 그저 반지를 구하려고 온 것인데 아기가 계속 내게 웃어 보인다. 만약 반지가 아기의 손에서 없어진 걸 안다면 이차장이 가만히 있지 않을 건데,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기와 고아원의 미래가 갑자기 암흑으로 가는 것을 두고 보고 있을 수 없었다.
“만약 이창민이 후원을 멈춘다고 하면 제가 후원하겠습니다. 그러니 걱정 마시고요.”
“그쪽이 누군데요?”
유모는 나를 진짜 모르는 것 같았다. 나는 어쩔 수 없이 명함을 꺼내 건넸다.
“이게 제 명함입니다. 연락주세요.”
“네, 알겠어요.”
나는 다시 정중하게 인사하고 돌아섰다. 그때까지 아기는 내게 미소를 보여주었다. 자꾸 생각나게 하는 미소였다.
“휴, 성공이다.”
내 손에 반지가 있다. 손가락에 끼워진 반지와 아기의 손에 있던 반지 두 개가.
반지는 48시간동안 간직하고 있다면 스스로 사라질 것이다. 그때까지 잘 피해있으면 된다. 아 물론 내일 벌어질 오재훈과 준희의 사건은 미리 막아두었다. 오재훈의 스케줄을 아주 빡빡하게 만들어서 그날 거기에 가지 못하게 막았다.
“국희의장님을 만나 뵙기로 했는데요?”
오재훈은 그 분을 꼭 만나고 싶다고 했다. 평소 친해지고 싶은 분이었다고. 나는 얼른 그분 측근을 수소문했고, 그 분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그게 바로 어제의 일이었다. 오재훈은 그 오페라에 의장님이 오려고 하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황당해 했다. 그리고 그걸 전한 측근을 멀리하기 시작했다. 이 차장이 심어놓은 측근이니 그렇게 하는 것이 좋았다.
그렇게 그날의 사건을 피하였다. 이 차장은 그 시각 반지가 사라졌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 * * * *
“반지는 어딨어?”
이차장이 아기의 손가락을 이리저리 꺾으며 말했다.
응애.
아기가 이 차장의 거친 손놀림에 놀라 울기 시작했다.
이 차장은 귀를 막고서 변호사에게 호통했다.
“아기 보모를 데려와! 아기의 손에 있던 반지를 가져오라고!”
“그런 거 없었다는데요?”
“그런 게 왜 없어? 그거 때매 애를 돌본 건데?” “그게 뭔데요? 반지는 사면되잖아요.”
“아으! 빨리 보모 데리고 오라고!!”
이 차장이 보모를 데리고 오라고 소리치는 그 시각, 내가 보모와 고아원 원장을 만나고 있었다.
“저희는 이창민 씨가 후원하고 있어서요. 또 해주신다면 저희야 좋지만 기왕이면 다른 고아원을 돌봐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원장이 정중하게 거절하였다. 보모는 그것보다는 아기의 입양에 대해 더 적극적으로 말했다.
“우리 아기 입양은 결정하셨어요? 이야기 들었는데 김설아 씨인가? 그분 신랑이라면서요? 그런 집에 우리 아기가 간다면 너무 행복할 것 같아요. 제발 우리 아기 좀 데리고 가주세요.”
이런 결정은 내가 함부로 할 것이 아니기 때문에 지금 확답을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그날 이후 아기의 미소가 자꾸 생각난 것은 사실이었다.
“조금만 기다려주세요. 만약 우리가 못 키우더라도 아기와 고아원의 후원은 꼭 지킬 겁니다.”
“네,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할게요.”
보모와 대화를 하던 중, 원장의 휴대폰에 전화가 왔다. 전화를 받는 내내 원장의 표정이 굳어갔다.
“어쩔 수 없는 일이죠. 보모 자매님은 여기 계십니다.”
전화를 끊은 원장이 한숨을 길게 내쉬었다.
휴우.
우리 두 사람이 원장을 쳐다보자 그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
“후원을 끊겠답니다. 아기를 데리고 가라고 하네요. 자매님이 직접 말이에요.”
“네? 정말 후원을 끊겠대요?” “네, 근데 좀 걱정인 것이 아기가 울고 있었어요. 애를 어찌했길래.”
보모는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기를 데리고 오기 위해서였다.
“당장 가야지요. 우리 아기한테 무슨 짓을 한 거지?”
“제가 바래다 드리겠습니다.”
“네, 감사해요.”
그렇게 보모를 태우고 아기를 데리러 갔다.
가면서 원장에게 후원을 할 테니 걱정 말라는 말도 잊지 않았다.
* * * * *
이 차장이 있는 곳에 도착한 나는 시계를 쳐다보았다. 반지를 뺀 지 48시간이 되기 30분 전이었다. 이 차장은 분명 반지를 찾고 있는 것이다. 그에게 반지를 주지 않는다면 보모는 물론이고 아기에게도 일이 생길 것이다. 이 차장의 성격이라면 분명.
“저 지금부터 제 말 잘 들으세요. 이 반지를 아마 찾고 있을 겁니다.”
나는 회귀의 반지를 꺼내 보모에게 보여주었다. 보모는 반지를 알아보고 반색했다.
“아! 이게 없어졌었는데 가지고 가셨군요?”
“네, 죄송합니다. 설명할 시간이 별로 없네요. 아무튼 이 차장에게 반지를 주세요. 대신 손에 주시면 안 되고 탁자에 놓으시고 아기를 받고 나오세요. 이 차장과 먼 곳으로 놓아야 합니다. 최대한 늦게 반지를 가져가게요.”
“휴, 그게 왜 그렇게 하는지 모르겠지만 그렇게 할게요. 제가 봐도 이 차장이라는 사람이 반지를 무척이나 아끼는 것 같더라구요.”
보모는 앞서 이 차장이 반지를 애정 하는 표정들을 봤기 때문에 예사롭지 않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아마 아기를 주는 조건으로 반지를 달라고 할지도 모르고요.” “네? 아기를 볼모로 잡고 있는 거라고요?” “네, 그러고 있는 겁니다. 그놈이.”
“꼭 먼저 아기를 받고서 반지를 주셔야 해요.”
“알겠어요. 후, 그 인간이 좋은 사람이 아니었군요.”
“네, 되도록 멀리해야 하는 인간이에요.”
“고마워요. 반지가 없었다면 우리 아기가 잘못될 수도 있는 상황이었네요.” “네, 되도록 빨리 달려오세요.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네, 알겠어요.”
보모는 반지를 손에 꼭 쥐고서 안으로 향했다.
이 차장은 구치소에 있는 건지 구치소를 구경하는 건지 모를 정도로 자유롭게 그 안에 있었다. 그 옆에는 비서가 아기를 안고 어쩔 줄 모르고 있었다. 아기는 너무 울어서 목이 다 쉰 상태였다.
“그년이 지금 와 있는 거지?”
“네 저기 저 방에 있습니다.”
“사람들 통제하고 있어. 가만 안둘 거야.”
이 차장은 보모를 때려서라도 반지가 있는 곳을 알아낼 작정이었다.
벌컥.
문을 열고 들어서자 보모가 잔뜩 긴장한 얼굴로 앉아있었다. 아기는 보모를 보자마자 울어제꼈다. 쉰 목소리가 너무 서글프게 울렸다.
“어머! 울 애기가 목소리가…… 어흑흑.”
그러자 이 차장이 달려가서 보모의 멱살을 쥐었다. 비서가 아기를 안고 조용히 밖으로 나가 문을 닫았다.
“이년이 반지 어딨어?” “반지 가져왔습니다. 실수로 씻기다가 떨구었는데 아까 찾았어요. 아기 먼저 주시죠? 아기를 대체 어찌하신 거죠?”
보모는 조금도 당황하지 않고 당당하게 맞섰다. 이 차장은 보모를 보며 피식 웃었다.
“머리가 좋은 여자군. 좋아, 반지를 먼저 보여주면 아기를 주지.”
보모는 떨리는 손으로 반지를 꺼내서 보여주었다. 이 차장은 반지를 보며 안심하고 웃었다. 악마의 미소였다.
“좋아, 아기 데리고 와!”
이 차장의 말이 끝나자마자 비서가 아기를 데리고 왔다.
보모는 달려가서 아기를 안았다. 그러면서 보모는 반지를 땅에 떨구었다. 옛다 가져가라 하는 식으로 던지듯이.
“이년이! 당장 반지 주워.”
이 차장과 비서가 반지를 찾아다니는 동안, 보모가 얼른 아기를 안고 뛰었다.
그때였다. 이 차장이 반지를 잡으려고 하는 그 찰나에 반지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회귀해서 미용재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