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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70화 (170/200)

170화. 만족을 모르는 여자(2)

재준을 찾아간 해리는 다짜고짜 재준의 따귀를 때렸다.

철썩.

“왜이래?”

재준은 해리에게 맞았음에도 크게 화내지 않았다. 그저 따귀를 때린 이유만 궁금할 뿐이었다.

“니가 내 인생을 전부 망쳤어. 너만 아니었으면 나는 박준수와 결혼했을 거라고. 김설아처럼 살고 있을 거라고!”

“말도 안 되는 소리 좀 하지 마. 박준수가 너를 얼마나 싫어하는지 몰라?”

재준은 해리가 그렇게 생각하는 것 자체가 너무 황당했고, 또 박준수가 개입된 것에 분개했다.

“그게 다 너 때문이라고! 너만 없었어도! 너만 없었어도!”

해리는 재준의 목을 조르기 시작했다.

결국 모든 원망이 재준에게 향했다. 재준은 너무 고통스러웠다.

“너만 사라지면 다 돼. 죽어! 죽어!”

“해리야. 켁켁. 해리야!”

재준이 해리를 뿌리쳤다. 약간 힘을 줬을 뿐인데 그게 과했다.

해리는 그대로 바닥에 넘어졌고 가구에 머리를 찧었다.

퍽.

“해리야!”

해리는 그대로 쓰러졌다. 그리고 며칠째 일어나지 못했다. 재준은 해리를 그렇게 만든 것 때문에 너무 괴로웠다.

재준은 이때 조금 더 미쳐갔다. 자기가 미친 건지, 해리가 미친 건지 구별하기 힘들겠지만.

일단은 이 사태를 돌려야 했다. 둘 다를 위해서 없던 일로 돌리는 것이 좋아 보였다.

“반지, 반지를 좀 주시죠. 아니면 회귀 버스도 괜찮습니다.”

재준이 다급하게 이 차장을 찾아가서 말했다. 재준은 반쯤 정신이 나가 있었다.

안 그래도 이 차장이 막 회귀를 준비하는 중이었다.

“어, 나도 곧 회귀하려고 하는 중이거든. 같이 가자고.”

“네.”

이 차장은 반지를 끼려다가 말고 재준을 바라보았다. 다크서클이 늘어진 얼굴, 엄청난 고뇌가 느껴졌다.

“양해리 때문이지?”

사실 재준이 가지 않는다면 이 차장이 살릴 생각이었다. 지금 가는 건 그것 때문이기도 했다. 이 차장도 이제 해리 없으면 살 수 없는 상태가 되었다.

“네, 빨리 살려주세요. 제발.”

“그런다고 그 애가 너한테 가진 않을 텐데?”

이 차장은 해리가 재준을 얼마나 증오하는지 알기 때문에 그가 불쌍하게 느껴졌다. 그런 여자를 살리겠다고 매번 나서는 그가 진심으로 딱했다. “그래도 상관없습니다. 그냥 그 애가 죽지만 말았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봐선 내일 당장 죽을지도 모르는 상태거든요.”

재준은 이제 해리에게 사랑을 구하지 않는다. 자기가 사랑하는 걸로 족하다.

“알았어. 가지.”

이 차장이 재준을 태우고 며칠 전으로 갔다. 이 차장은 볼일을 하고, 재준은 해리를 살리려고.

* * * * *

“너만 사라지면 돼. 죽어! 죽어!”

해리가 또다시 재준의 목을 졸라댔다. 재준은 바로 전에 해리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수를 줬었다.

스르륵.

해리가 갑자기 잠이 들었다.

후.

재준은 잠든 해리를 보며 눈물을 흘렸다. 회귀를 여러 번 했음에도 그녀는 변하지 않는다. 어떻게 해야 그녀를 평안하게 해줄 수 있을까? 생각하고 또 생각했지만 어떤 방식으로도 그녀는 만족하지 않았다. 그녀는 원래부터 만족을 모르는 여자였다. 그렇다고 그녀를 놓아줄 수도 없다. 재준은 놓을 수도 없고 보낼 수도 없는 외로운 사랑을 하는 중이다.

파국이다. 둘 사이는 어떻게든 파국으로 치닫게 되어 있었다. 그것은 재준 스스로 만든 일이기도 하고, 해리가 자초한 일이기도 하다.

* * * * *

같은 시각, 이 차장의 측근은 오재훈의 측근을 만나고 있었다. 물론 이 차장이 뒤에서 지시한 것이다.

사실 앞서 재준에게 킬러를 보내라고 하긴 했지만, 그 때문에 자기에게 화가 미칠 것을 염려하여 직접 이번 시나리오를 구상하였다. 이 차장은 재준과의 연결고리를 최대한 적게 남겨두기를 원했다.

“이 공연티켓이 워낙 귀한 것은 알고 계시지요?”

세계적인 성악가의 공연 티켓을 내미는 이 차장의 측근.

오재훈 측 측근은 그걸 보고 의아한 눈빛을 지었다.

“그죠. 이 귀한 것을 왜 저한테 주시는지 모르겠군요?”

“아, 뇌물이죠. 시장님 부부를 이곳으로 모셔달라는 부탁이 있었거든요.”

인텔리들은 그런 공연에서 친분을 쌓아서 자연스럽게 친해지기도 한다. 워낙 고가의 공연이라서 부자들만 보러오니까. “아, 무슨 일이신데요?” “이곳에 국회의장님이 오시는데, 의장님이 자연스럽게 오 시장님을 보고 싶어 하셨습니다.”

“오, 그럼 당연히 모셔야지요.”

이런 만남을 마다할 사람은 없었다. 그곳에서 벌어질 사건은 당연히 모를 테니까.

“네, 그 시각 차질 없이 거기로 모셔오시고. 기왕이면 아까 전해드린 그 길로 거쳐서 오시면 의장님과 자연스럽게 차를 앞뒤로 오시게 될 겁니다.”

앞서 이 차장은 이 길에서 건물이 무너지는 사건이 일어나는 것을 보았다. 그래서 이 길로 오재훈을 이끈 것이다. 자연스럽게 숙적을 제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인 것이다.

“아하. 알겠습니다. 정말 감사한 일이네요.”

“다 뜻이 있어서 그런 것이니, 그때 이야기하자고 전해주시지요.”

“네, 그렇게 말씀드리겠습니다.”

그렇게 오재훈은 아무것도 모르고 그 길, 사건이 나는 그 시각에 가게 된다. 준희와 함께 말이다.

우르르 꽝.

그날, 결국 건물이 무너졌다.

이 차장이 보낸 사람이 오재훈의 차를 앞뒤로 막고 있었는데, 그때 건물이 무너진 것이다. 이 차장이 보낸 사람들은 그때 자기들도 같이 죽게 될 것을 몰랐을 테지. 이 일로 무려 다섯 명이나 목숨을 잃게 되었다. 그리고 준희, 준희까지 같이 죽게 된다.

* * * * *

“너 이 새끼! 니가 꾸민 일이지!!!!”

나는 이 차장의 멱살을 쥐고 흔들었다. 놈이 모든 일을 계획하였다고 확신하고 있었다.

이 차장은 내 말에 눈 하나 깜짝하지 않고 대꾸했다. 놈은 정말 쓰레기다.

“그래서? 니가 뭘 할 수 있을까?”

그렇다. 나는 이 차장의 멱살을 쥐는 일밖에 할 수 있는 일이 없었다. 이 차장이 가져간 반지 외에는 아무 방법이 없었다.

“니 반지는 어따 두고 내걸 가져갔냐고? 얼른 내놔!”

“내게 왔으면 내꺼야. 빼앗겼으면 니께 아니고.”

장군이의 주인이 주고 간 그 반지를 지금 이놈이 가지고 갔다. 그분이 안다면 분명 화를 낼 것이다. 그분에게 약속한 일을 반드시 이루어야 하는데, 어렵게 되었다. 이대로 당하고 있을 수만은 없었다.

내가 수습해야만 했다. 어떻게든 놈에게 반지를 빼앗아서 다 돌려놓아야 하는데, 어떻게 해야 하나, 막막하다. 하지만 솟아날 구멍이란 것이 있을 것이라 믿었다.

“그냥 순순하게 받아들여. 그럼 네놈은 안 건드릴 테니까.”

이 차장은 진심이었다. 오재훈 사건으로 내가 날뛴다면 나 또한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었다.

나는 놈의 멱살을 쥐고서 놈의 손가락을 살폈다. 놈은 반지를 끼고 있지 않았다. 대체 어떻게 된 거지?

이 차장은 내 눈길을 깨닫고는 피식 웃었다. 정말 눈깔을 후벼 파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반지는 내게 없어. 김주원에게도 없어. 재준? 걔한테도 없어. 아마 찾기 힘들 거야.”

이 차장은 그 말을 하고서 깔깔대며 웃었다. 나는 놈을 이대로 죽여버리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하지만 그 뒤에는 건장한 사내가 지켜보고 있다. 지금 멱살을 쥔 것도 보고 있다. 그것 외에는 내가 아무것도 할 수 없을 거라고 말하는 것만 같았다.

“그냥 받아들여. 그게 네 정신건강에 아주 좋아.”

“아으으! *자식!”

어쩔 수 없이 그냥 분한 마음만 갖고 돌아섰다. 하지만 꼭 되갚아 줄 것이다. 놈의 뜻대로 흘러가게 두지 않을 것이다.

이 차장은 웬 아이를 한 명 후원하는 중이었다. 입양은 아니고 그냥 아이를 돌보고 있는 중이다. 그 아이의 손가락에 반지를 끼워두고서 필요할 때마다 빼서 쓰는 중이었다. 참으로 영악한 인간이 따로 없다.

* * * * *

그때, 회귀하기 전에 해리가 죽었을 때만큼, 아니 그보다 더 아프다. 내가 사랑한 사람이 둘이나 죽었다. 차라리 회귀하지 말 것을…… 그렇다면 내 동생은 죽지 않았을 텐데…… 뼈저리도록 아픈 시간이 이어졌다. 차라리 내가 죽었다면 좋았을 텐데……

하루사이에 폐인처럼 변해버린 나를 보며 김설아가 소리 없이 울었다. 아기 때문에 티를 내지 않았지만, 혼자 있을 때면 늘 눈이 부어 있었다. 그녀가 울고, 나도 울고, 우리 부모님도 울고 또 울었지만, 저들은 살아나지 않는다. 반지가 필요하다.

“형님!”

노랑머리가 장례식장에 찾아왔다. 내 안색을 본 노랑머리는 눈물까지 흘려주었다. 노랑머리에게 약한 모습을 보여주기 싫었지만, 그를 보자마자 그에게 안겨 울었다.

“흑흑, 나 어떻게 하냐.”

“이게 말이 됩니까? 그 새*는 악마에요.”

모든 정황을 들은 노랑머리가 말했다. 이 차장은 악마가 맞다. 처음엔 아니었겠지만, 지금은 악마 그 이상이었다.

그때, 노랑머리의 친구인 작곡가 친구도 찾아왔다.

“아, 이게 무슨 일이에요. 괜찮으세요?”

“아, 안녕하세요.”

작곡가 친구는 자신의 반려견을 데리고 있었다. 그의 반려견은 반지를 팔에 끼고 있었다. 회귀의 반지였다.

“저건?”

작곡가 친구는 반려견이 끼고 있는 반지를 보며 쓰게 웃었다.

“반지랑 똑같죠? 근데 크기가 다르잖아요. 저도 처음엔 혹했는데 크기가 달라서 그냥 두었어요.”

사실 나도 전에 저 반지를 본 기억이 났다. 그때 나도 저게 설마 그 반지일까? 했었다. 말이 안 된다고 생각했다. 개가 회귀라니, 정말 희한한 일이 아닌가? 하지만 개는 스스로 회귀하지는 않는다. 그저 반지를 끼고 있을 뿐이었다.

“그럼 그때 저 반려견이 끼고 있던 팔찌도 같은 거네요?”

“네, 저 녀석이 한 3년 끼고 있었어요. 왜요? 저게 설마 그 반지일까요?”

“네! 저건 그 반지가 맞아요!”

남자도 나도, 노랑머리도 한꺼번에 놀랐다. 지금까지 옆에 두고 있었는데 몰랐던 것이다. 그러자 남자가 개를 내밀며 말했다.

“그럼 제가 가겠습니다. 저 다시 한 번 시작하고 싶었거든요.”

“그럼 저를 데리고 가주시겠습니까?”

“그게 가능한가요? 이 친구한테 듣긴 했는데 너무 황당한 일이라서요.”

“네, 가능합니다. 지금 당장 가시죠.”

“네, 가면 이걸 알려준 당신께 반지를 드리도록 하죠.”

남자가 웃으며 반지를 뺐다. 강아지 발에 끼워져 있던 반지가 거짓말처럼 작아졌다. 다들 그걸 보고 깜짝 놀랐다. 나만 빼고 말이다.

“자, 반지 끼웁니다?”

“네!”

결국 또 반지가 내 손에 들어왔다. 이제 절대 이 차장에게 당하지 않을 것이다. 놈을 가만두지 않을 것이다.

우우웅.

우리는 2년 전으로 돌아갔다.

작곡가 친구는 2년 전 실수를 차분하게 주워 담았고, 다시 인생을 수습했다.

나는 2년 전부터 이 차장을 감시하며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증거로 남겼다. 나머지는 전과 같이 행동했다. 증거만 내 서랍에 넘치게 쌓여갔다. 그리고 그날, 오재훈과 내 동생이 죽는 날이 다가왔다.

“이 차장, 가만두지 않겠어.”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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