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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66화 (166/200)
  • 166화. 박준수에게 반지가 있다고?(2)

    띵동.

    주말, 나른하게 잠에 빠져있을 무렵 초인종 소리가 들렸다. 나는 초인종을 누른 사람이 누구인지 신경 쓰고 싶지 않아서 그냥 이불을 뒤집어썼다.

    다시 잠에 빠져들 무렵, 노크소리가 들려왔다. 아내였다.

    “준수 씨, 손님 왔어요.”

    손님? 쉬는 날 이 시각에 올 사람이 없는데 누굴까?

    “잠시만 기다리라고 해주겠어요? 근데 누구죠?”

    “네, 이창민이라고 하던데요?”

    “네?”

    큰일이다. 이 차장이 장군이를 본다면 모든 것이 어긋날 텐데, 나는 최대한 빨리 옷을 걸치고 뛰다시피 해서 방을 나갔다.

    * * * * *

    이 차장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이곳저곳을 살폈다. 김설아가 박준수를 불러온다고 간 사이에 그 공간 내의 모든 서랍을 다 열어볼 정도였다.

    “반지가 이런데 있을 리가 없지. 김설아 손에는 없던데, 놈의 손에는 있을까?”

    이 차장은 김설아가 아직 오지 않는 것을 확인하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어디선가 강아지 소리가 들려왔다.

    멍멍.

    이차장은 이 집에 강아지가 있는 것을 몰랐기에 그저 무슨 소리인가 싶어서 그쪽으로 향했다.

    멍멍.

    장군이의 소리는 조금 더 크게 들려왔다.

    “개를 키우나보군.”

    이 차장은 강아지 소리인 것을 확인하고는 다시 발길을 돌렸다.

    다다다다.

    누군가 급히 뛰어나오는 소리가 들렸다.

    “놈이 오는군.”

    이 차장은 정말 반갑게 맞아줄 요량으로 소리가 나는 쪽을 쳐다보았다.

    “뭔지 몰라도 급한 모양이지?”

    이 차장의 입꼬리가 올라갔다. 재밌는 것을 구경하는 듯 즐거워 보이기까지 하였다.

    방금, 이 차장의 눈에 박준수가 보였는데, 그는 다른 곳을 향해 갔다.

    “어? 저 녀석 어딜 가는 거지?”

    이 차장은 박준수가 달려간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 *

    “빨리, 간식! 간식!”

    나는 최대한 빨리 달려서 장군이의 집으로 갔다. 장군이는 나를 보자마자 아주 기쁜 듯 꼬리를 살랑거렸다. 나는 재빨리 간식을 낚아채서 달려갔다.

    장군이는 내가 간식을 집는 것을 보자마자 더 신이 나서 나를 쫓아왔다.

    “이봐, 손님이 왔는데 뭐하는 거지?”

    이 차장이 근처에 와서 나를 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이 차장이 장군이를 본다면 모든 것이 끝난다. 나는 이 차장의 목소리가 들리는 곳 반대쪽으로 달렸다. 장군이는 제법 잘 따라왔다.

    “자, 다 먹어.”

    나는 드레스룸을 향해 간식을 담은 통을 던졌다.

    휘익.

    간식통이 날아가서 드레스룸에 전부 흩뿌려졌다. 김설아가 보면 난리가 나겠지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었다.

    멍멍.

    장군이가 드레스룸으로 후다닥 들어갔다. 나는 드레스룸에서 휘황찬란해서 안 입던 외투 하나를 집어 들고 얼른 문을 닫았다.

    휴우.

    장군이는 쥐죽은듯이 드레스룸에서 나오지 않았다. 아미도 두 시간은 그 곳에 꼼짝 않고 있을 것이다. 살이 엄청나게 찔지도 모르지만 말이다.

    그때, 이 차장이 내 어깨를 잡았다.

    덥썩.

    헉.

    나는 순간 움찔했지만, 그에게 내 내면을 들키지 않으려 억지웃음을 지었다.

    “안녕하십니까?” “손님을 이리 박대하시나?” “옷 좀 입으려고요.”

    나는 어울리지도 않는 뻘건색 외투를 입고서 그를 맞았다. 우스꽝스럽긴 했지만, 장군이를 들키는 것보다는 나았다.

    이 차장은 내 모습을 보고 피식 웃었다. 그리고는 내 이마에 맺힌 땀을 직접 닦아주었다. 그러면서 손가락도 쳐다보는 이 차장.

    당연히 반지는 내 손에 없다.

    “집에서 땀을 다 흘리는구만, 뭐가 그렇게 급했는데?”

    “아닙니다. 뭐가요?”

    긴장한 티를 내려하지 않았지만, 이 차장은 이미 나를 파악한 듯 했다.

    “그럼 가서 이야기하지.”

    이 차장이 다행히 다른 쪽으로 가자고 하였고, 나는 그제야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이 차장은 내가 안도의 한숨을 쉬는 것을 보고는 피식 웃었다. 그에게 내 마음을 들킨 것이다.

    이 차장은 내가 코너를 도는 것을 보고는 바로 틀어서 드레스룸으로 향했다. 소리하나 내지 않은 몸짓이었다.

    나는 이 차장이 가고 나서 그걸 깨닫고 따라갔지만, 이미 이 차장이 드레스룸을 연 뒤였다.

    “어디 가세요?”

    내 물음에도 이 차장은 아무 말이 없었다. 이 차장은 드레스룸을 열고서 안을 둘러보고 있었다. 에이 씨, 어쩌지?

    “거기 뭐가 있나요?”

    나는 얼른 이 차장의 옆에 서며 같이 드레스룸을 쳐다보았다. 다행히 장군이는 사라지고 없었다. 간식을 주면 들고서 구석으로 가서 나오지 않는다는 장군이의 특성 때문이었다.

    “더러운 과자 같은 것만 널렸구만. 청소를 좀 해야겠어.”

    “네, 이따 제가 하겠습니다. 아까 옷을 입다가 뭐를 좀 많이 흘렸습니다.”

    휴, 다행히 이 차장이 아무것도 보지 못했구나.

    이 차장은 여기에 뭐가 있다고 생각하고 한참을 들여다보았지만, 과자 부스러기뿐 아무것도 없는 것 같았다.

    나는 일단 이 차장을 드레스룸에서 멀리 데리고 가야겠다고 생각하고 앞장섰다.

    “이리 오시죠. 왜 오셨는지는 들어봐야죠.”

    “흠, 그러지.”

    이 차장을 거실로 데리고 나가자, 김설아가 직접 차를 놓고 있었다.

    “보이차 좀 드세요.”

    “오, 내가 보이차 좋아하는지 어찌 아셨을까?” “후후, 좋아하실 것 같았습니다.”

    김설아는 이 차장을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그렇다고 적개심을 가지지도 않았다. 그저 적당한 선에서 잘 해주고 있었다.

    “옷이 그게 뭐예요?”

    김설아가 뒤늦게 나를 보고 외쳤다. 빨간색도 아닌 뻘건색 우중중한 외투를 걸치고 있으니 보기 싫을 수밖에. 거기다 지금 실내이니 더욱 그랬다.

    “후, 잠시 그냥 둬요. 그나저나 용건이 뭡니까?” “음, 차를 좀 천천히 마시고 싶은데.”

    이 차장은 보이차를 오늘 밤까지 쭉 마실 요량인 듯 했다.

    “저 조금 있다가 나가야 해서요. 급한 용건이 아니신가 봐요?”

    “응, 미스테리한 일이 있어서 말이지.”

    이 차장은 의미심장한 얼굴로 내 표정을 살폈다.

    김설아는 우리를 두고서 다른 곳으로 향했다. 나는 김설아가 시야에서 벗어난 것을 확인하고 말을 이었다.

    “세상사가 다 미스테리하지요. 사실 우리가 이러고 있는 것 자체가 미스테리 아닙니까? 당신은 변호사로 끝났을 운명이고, 나는 미용사로 끝났을 운명이었잖아요.”

    “후후, 그렇지. 우리 두 사람 자체가 미스테리지.”

    “뭐 시덥잖은 이야기 할 거면 그냥 가시지요. 우리 사이가 그리 좋지는 않잖습니까?” “난 좋은 줄 알았는데 넌 아닌가보지?”

    이 차장은 다시금 내 표정을 살폈다.

    나는 그의 말에 여유로운 표정으로 응수했다.

    “좋은 사이는 아니지만 그리 나쁜 사이도 아니죠.”

    “그래? 허허, 그런가?”

    이 차장은 잠시 동안 말없이 보이차를 마셨다. 그를 쳐다보는 것 자체가 그리 달가운 일이 아니었다. 그리고 외투 때문에 슬슬 더워지기 시작했다. 나는 벌떡 일어나며 말했다.

    “저 볼일이 있어서 나가야 할 것 같습니다. 차 마시고 나오시던지요.” “허허, 이거 참 너 정말 많이 변했어. 네게 무슨 힘이라도 생긴 건가? 뭘 믿고 그리 까불지?”

    이 차장의 말에 기분이 나빴지만, 일일이 대꾸하고 싶지 않았다. 그는 계속 내 속내를 뜯어보려고 하기 때문이다.

    “죄송합니다. 바빠서 이만.” “이봐.”

    그때, 김설아의 비명소리가 들려왔다.

    아악.

    우리는 깜짝 놀라서 같이 뛰어갔다. 그녀는 드레스룸 앞에서 괴성을 질렀다.

    “이게 뭐예요? 누가 이랬어?”

    “아… 그게, 미안해요.”

    이 차장도 뒤따라와서 우리의 대화에 끼어들었다.

    “이 사람이 그랬어요. 대체 왜 그런 건지 모르겠지만?”

    그때, 드레스룸 구석에 있던 장군이의 발이 스윽 보였다. 내가 얼른 이 차장의 앞을 가로막아서 그는 보지 못했지만, 김설아는 그걸 보았다.

    “어머나! 장군아!?”

    후… 빨리 이 차장, 이 자식을 데리고 나가야겠다는 생각만 들었다. 나는 얼른 이 차장을 데리고 나갔다.

    “가시죠. 제가 술 한잔 사겠습니다.”

    “뭐어? 바쁘다면서?”

    “그냥 가시죠. 나 나갔다 올 테니 먼저 식사해요.”

    “이거 그냥 이러고 나가요? 휴, 갔다 와요. 가세요, 이창민 씨.”

    “네, 차 잘 마셨어요. 설아 씨.”

    나는 이 차장을 데리고 손살 같이 집을 나섰다. 설아가 장군이를 잡으려고 하는 것을 보지 못하게 하려고.

    “장군이가 누구지?”

    이 차장은 집을 나서면서 장군이에 대해 물었다. 나는 조금 당황했지만, 곧 대답을 해야 했다. 이 차장에게 의심의 여지를 주지 않으려면 장군이에 대해 설명해야 한다.

    우리가 막 집을 나서는데, 앞서 걸어가던 남녀가 보였다. 여자는 임신 막달인 듯 배가 많이 불러 있었다. 그걸 보고 깨달았다. 김설아의 뱃속 아이가 장군이라고 하면 되겠어.

    “우리 애기 태명입니다. 장군이.”

    “오, 아들인가?”

    딸이다. 우리 이쁜 딸에게는 미안하지만 아들을 바라는 척을 해야 했다.

    “아들이라고 생각하고 지었죠.”

    “어, 그렇구만? 아들은 하나 있어야지.”

    “네, 술집은 이 근방으로 가도 되겠죠?”

    “그래, 너와 함께라면 어디든 가겠어.”

    “네? 이상한 소릴 하시네.”

    이 차장은 오늘부터 매일 나를 감시할 요량이었다. 언젠가는 반지가 한 번 쯤은 나타날 거라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앞서 정신 병원에 내 이름을 알아간 사람이 있다는 말이 들려왔는데, 아마 그걸 알아낸 사람이 이 차장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의 소원을 들어줘야겠지. 내게 반지가 없다는 것을 확인 시켜줘야지.

    “그럼 우리 오늘 날이 새도록 먹어볼까요?” “오? 그래도 되겠어? 나야 아주 좋지.”

    이 차장은 내 제안에 입이 찢어져라 웃어댔다. 흡사 조커 같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괴상한 표정이었다.

    * * * * *

    이 차장과의 술자리는 생각보다 거북스럽지 않았다. 그는 술 접대에 관해서는 누구보다 대단했다. 사실 그는 회귀를 거듭하면서 세상 술자리를 많이 했다. 그래서 그런지 유쾌하게 술을 마실 수 있었다.

    “생각해보니 너랑 술을 마신 적이 없더라고? 간단하게 반주 말고 진탕 마신 적이 없었어.” “그렇네요. 둘 다 너무 바빠서 그랬죠.”

    “그럼 말이야. 우리 2차로 아가씨 있는 곳에 가는 건 어때? 자네가 아무리 절세미인이랑 산다고 해도 텐프로 애들의 매력을 무시 못 하거든.”

    나는 이 차장의 말에 황당함을 감출 수 없었다. 마누라에 잘난 애인까지 거느린 양반이 텐프로까지 가신다니, 어이가 없었다.

    “아니, 해리 하나로는 만족을 못하시나 봐요?”

    내 말에 이 차장이 화들짝 놀라며 말했다. 내가 다 알고 있다는 걸 전혀 눈치 채지 못한 얼굴이었다.

    “어? 너 무슨 소리야?” “다 알고 있습니다. 해리랑 만나는 거요.”

    “이 새끼, 조용히 해. 고재준에게 말하면 가만 안 둬.”

    이 차장은 반 협박 식으로 말했다. 고재준에게 말할 생각이 전혀 없던 나는, 그 말을 듣자 말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럴 생각이 없었는데, 왠지 말하고 싶어지네요. 하하.” “이거 봐. 자꾸 그러면 곤란해. 나랑 적이 되는 것이 얼마나 손해인지는 익히 알고 있지 않냐고?” “알고 있죠. 농담입니다.” “그래? 그렇지? 아무튼 2차는 좀 다른 데로 가자고.”

    “네. 그러시죠.”

    우리가 그렇게 가면을 쓰고 떠드는 그 시각, 고재준이 오재훈과 준희에게 찾아갔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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