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미용재벌-152화 (152/200)
  • 152화. 회귀 버스

    “어서와.”

    이 차장은 나를 보고 반겨주었다.

    나는 이 차장이 대체 왜 왔는지 궁금해졌다. 그러다 강상구의 손에 회귀의 반지가 있는 것을 보았다. 반지를 보고 이 차장을 보니 이 차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반지를 회수하러 온 것이다.

    “안녕하세요. 이분이랑 아는 사이라고 들었습니다.” “네, 뭐 그렇죠.”

    나는 이 차장을 차갑게 노려보았다. 이 차장은 여유롭게 웃으며 내게 윙크까지 보여주었다.

    “다행히 너보다 먼저 내가 왔네?”

    이 차장은 피식 웃으면서 강상구에게 손을 내밀었다. 강상구는 아무 의심 없이 반지를 이차장에게 내어주었다.

    “강상구 씨! 그건 오아영 씨한테!”

    “네?”

    “아니에요. 부탁 들어줄 테니까 걱정 말고.”

    “네, 감사합니다. 꼭 부탁드려요.”

    강상구는 이 차장과 헤어지고 내게 다가왔다.

    “안녕하세요. 제 헤어를 맡고 싶으시다고 하셨죠?”

    “네, 조건은 말씀드린 대로 하고요. 가능하시죠?”

    “네, 저분이 꼭 헤어를 맡기라고 하셔서 더 그럴 생각이에요.”

    강상구는 이 차장에게 빙긋 웃어보였다.

    이 차장은 강상구를 보며 엄지를 올려주었다. 둘이 어느새 많이 친해진 듯 했다.

    “근데 저분이 뭘 들어준다고 한건가요?” “그건…… 말씀드리기가 좀 그렇습니다.”

    그러고 보니 강상구는 나도 회귀자인걸 모른다. 그에게 굳이 그걸 말할 필요는 없으니까. 일단 접어두었다.

    “네, 아무튼 우리 헤어숍을 애용해 주시고, 나중에 저희 회사 제품 홍보도 부탁드릴 겸 해서 왔습니다.”

    “네, 그럼요. 저도 그 회사 제품을 쓰고 있는데요.”

    “아,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강상구와 이런저런 이야기를 마치고 나오는데 이 차장이 건물 앞에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 보였다.

    나는 이 차장에게 들을 이야기도 있고 해서 그의 차로 향했다.

    “어서 오게나.”

    “저번에 저한테 화나신 거 아니셨어요?”

    이 차장은 언제 화가 났냐는 듯 나를 보며 웃어주었다. 반지를 회수한 것이 매우 기쁜 듯 했다.

    내가 이 차장의 손에 쥔 반지를 쳐다보자, 그가 반지를 슬쩍 보여주더니 얼른 주머니 속에 넣었다.

    “어차피 오아영은 회귀했어. 미래에 반지를 주지 않아도 그녀는 이미 회귀한 거니, 그때 주지 않아도 변하는 건 없어.”

    “당신은 반지가 있는데도 또 반지를 얻어야만 했습니까?” “어, 세상에 반지를 가진 사람은 우리뿐이어야 하니까.”

    이 차장은 앞으로도 쭉 반지 소유자를 찾아낼 생각인 듯 했다. 그 말은 내게 반지가 있으면 안 된다는 소리로 들렸다.

    나는 이 차장이 내 손을 보게끔 얼굴을 긁었다. 사실 이 차장은 아까 그걸 확인 했었다.

    “대단하십니다. 이대로 대통령까지 정말 하시겠어요.”

    “물론이야. 나중에 내가 자네도 챙겨줄 테니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마. 명심해 오재훈과 자네 동생을 이어준 것은 나였어.” “네네. 알겠습니다.” “그래, 그럼 가봐.”

    이 차장이 할 말을 마치고, 나도 딱히 할 말이 없어서 나가려다가 멈추었다. 그리곤 아까 물어보려던 것이 생각나 다시 이차장을 쳐다보았다.

    “아까 강상구 씨에게 해준다고 약속한 것이 무엇이죠?”

    “아, 그거 회귀시켜준다는 거. 얼마 전에 여자친구에게 실수한 일이 있어서 만회하고 싶다고 하더군.”

    “하하, 그런 일로 회귀를 한다구요? 참나.”

    사실 그런 일 하나로 인생이 달라지기도 한다. 강상구는 이 일로 여자친구와 결혼까지 하게 되었다.

    “뭐 나도 그런 적이 있는데? 나는 언제든지 실수를 되돌릴 수 있잖아.”

    이 차장은 수시로 회귀하여 실수를 만회한다. 그게 사는 재미라고 할 정도로 말이다.

    “그렇죠.”

    “그래서 그 녀석을 회귀시켜주기로 했어.”

    “반지를 주신다고요?”

    “아니, 반지는 주지 않아.”

    “그런데 어떻게 회귀를 하죠?” “내게 방법이 있어.”

    이 차장은 지금 회귀에 태워주는 것을 의미하는 것 같았다. 그걸 나도 알고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은 듯 했다. 이 차장이 나를 만만하게 볼수록 나는 좋다. 그를 몰래몰래 망하게 할 수 있으니까.

    “너무 과하게 회귀하시는 게 아닐까요?”

    “내가 회귀했던 시점의 나이만큼 회귀하는 거라면서? 나는 아직 많이 남았어. 김주원이 간당간당하지.”

    김주원은 반지로 1초 단위로 회귀하고 있었다. 남은 시간이 정말 없기 때문에 아끼고 아끼는 중이다.

    “김주원 회장님이 그 지경이면 파트너를 바꾸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너랑은 안 할 테니 걱정 말아.”

    그 말은 진심이었다. 이 차장은 앞으로도 쭉 나와 손을 잡지 않을 것이다. 그건 나도 마찬가지이다. 이 차장과 손을 잡는 척은 해도, 진짜 잡을 일은 없다.

    “그럼 가보겠습니다. 몸 조심하시구요.”

    진심이다. 이 차장이 남을 태워서 회귀하면 목숨이 계속 사라지는 것인데 그걸 모르고 있으니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손대지 않고 이 차장이 사라질 좋은 기회이다.

    “너나 걱정하고.”

    이 차장은 유쾌한 목소리로 내게 인사하였다. 이 차장은 강상구 일처럼 앞으로도 회귀에 태워주는 것으로 거래를 할 것이다. 그런 방법을 스스로 터득하여 다른 사람을 이용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기분이 좋은 것이다. 반지를 이용하여 다른 사람을 전부 이용한다니, 그거야말로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하지만 그 일로 이 차장은 점점 목숨을 잃어간다. 참으로 아이러니하다.

    당분간은 이 차장이 계속해서 반지로 사람을 태우고 다니는 일을 하게 두어야겠다. 스스로 자멸하는 길을 택한 이 차장이 고통 받지 않고 빨리 죽기를 바랄 뿐이다.

    왠지 시원한 기분이 들었다.

    * * * * *

    “상의 드릴게 있어서요.”

    류사희가 나와 조 원장 등을 미용실로 불렀다. 그녀는 얼마 전 겨울연정이 끝나고 새로운 드라마에 들어가려고 하는 중이었다.

    “여러 개의 드라마가 들어왔는데 뭐가 괜찮을지 몰라서요.”

    나는 그녀가 꺼낸 드라마를 찬찬히 살펴보았다. 거기에서 인어여인과 야인천하를 꺼내 들었다.

    “이거 두 개가 히트할 것 같네요.”

    그러자 조 원장이 놀라하며 말했다.

    “정말 희한한 일이지. 저번에도 그러더니 이번에도 망설임 없이 히트작을 선별하네? 저번에도 족집게같이 맞추었으니 이번에도 그렇겠지?” “그러게요. 저도 놀랐다니까요.”

    나는 조 원장의 말에 조금 당황했지만, 그걸 굳이 설명할 이유는 없었다.

    “그냥 감이 좋습니다. 그럴 수 있는 것 아닌가요?” “맞아요. 감이 좋은 사람 있죠.” “그래요. 그렇다고 칩시다. 이 둘 중 하나만 고른다면 당연히 야인천하를 골라야 하겠지요?”

    인어여인은 일일 연속극이고, 야인천하는 월화드라마다. 미니시리즈와 대하드라마 등이 1등급이라고 치면, 주말 연속극은 2등급이고, 일일 연속극은 3등급이라 해야 한다.

    “야인천하도 좋지만, 저는 인어 여인이 훨씬 낫다고 봅니다. 인어 여인은 현대 시대라서 유행을 주도하는데 훨씬 낫거든요.”

    “네, 미용실 유행을 위해서는 현대극을 하는 게 맞죠.”

    “하지만 일일연속극 주인공의 머리를 따라하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요? 유행은 미니시리즈가 주도하잖아요.”

    미니시리즈에 나오는 스타가 가장 핫한 스타이기 때문에 유행도 주도하게 된다. 1등급이니까 1등급들이 모인다고 해야 하나?

    “그치만 인어 여인도 매우 히트할 겁니다. 전서희가 정말 연기를 잘해요.”

    “전서희 연기 아무리 잘해도 이쁘지 않잖아요. 난 아무리 봐도 안 이쁘던데? 이게 정말 히트한다고 봐요? 대체 어디를 봐서? 그냥 일일 연속극 정도로 끝나겠죠. 일일 연속극은 할머니들만 본다고요!”

    조 원장의 말은 어느 정도 맞는 말이지만, 인어 여인은 젊은 세대에게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거기다 해외까지 팔려서 어마어마한 인기를 끄는 작품이다. 전서희가 국빈대접을 받을 정도로 말이다. 조 원장이 또 모르는 것이 있는데, 전서희가 이때 미모가 역대급으로 성장한다. 얼굴을 마구 뜯어 고친 것도 아닌데 스타일 변화와 약간의 시술(?)로 미모가 살아나는 것이다.

    “그럼 전서희를 정말 예뻐 보이게 해줘야죠. 그것이 미용사의 역할 아닌가요?” “그죠. 누구라도 예뻐지게 하는 것이 미용사의 본분이죠.”

    미용사는 각 인물이 가진 장점을 살리고 단점을 가리는 일에 충실해야 한다. 그 인물들에게 가장 어울리는 헤어스타일을 해주는 것이 본분이다.

    “전서희 씨는 제대로 된 스타일리스트를 만나지 못한 것이에요. 그분을 업그레이드 시켜주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큰 홍보 효과를 누릴 수 있을 겁니다.”

    원래 끝내주게 이쁜 사람은 더 이쁘게 만드는 것이 어려울지 모른다. 덜 예쁜 줄 알았던 사람이 엄청 예뻐지면 그것은 만든 사람의 공이 큰 것이다.

    “네, 제 생각도 그래요. 메이크업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얼굴이 달라지거든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이번 참여에 찬성해요.”

    “난 아직 보류, 전서희를 직접 보고 결정할래요.”

    “그럼 조 원장님이 안하시면 제가 맡아서 해보죠.”

    “시간 괜찮으시겠어요?” “안 괜찮을 것도 없어요. 이런 기회를 놓치는 건 참을 수 없거든요.”

    그렇게 우리 세 사람이 전서희의 소속사로 향했다.

    * * * * *

    전서희의 소속사는 큰 소속사는 아니지만, 전서희를 아낌없이 지원해주는 소속사였다. 헤어팀에서 왔다는 소식을 들은 전서희가 스케줄을 미루고 찾아와 주었다.

    “안녕하세요. 헤어팀에서 오셨다구요?”

    전서희는 생각보다 훨씬 아름다웠다. 화면발이 받지 않는다고 해야 할까? 얼굴에서 광이 나는 것 같았다. 그런 그녀가 지금까지 무명으로 살았다는 것이 믿기지 않았다.

    조 원장도 전서희를 보고 마음이 바뀐 것 같았다. 나는 전서희에게 악수를 청했다.

    “저희 헤어숍과 함께 하시겠습니까?” “네, 저야 감사한 일이죠. 저희 작품이 잘되지 않을 거라는 시선이 많아서 드라마 협찬도 잘 안 들어오거든요. 그것도 해주신다고 들었습니다.”

    인어 여인은 제작을 하기도 전에 잘 안 될 거라는 의견이 다분했다. 우선 주인공인 전서희가 너무 무명인데다 앞서 주인공을 한 번도 하지 않은 탓이 컸다. 전서희에게 주인공을 맡겨도 되겠냐는 의견이 많았다. 그건 사실 시청자 입장에서도 그러했다. 우리 세 사람이 앞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전서희가 이쁘지 않다는 선입견이 있기 때문에 잘 되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많았다. 부정적인 시선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었다.

    “네, 대신 나중에 저희 회사 모델을 해주신다는 조건입니다.”

    그러자 전서희가 매우 기뻐하며 말했다. 드라마가 잘 안 될지도 모르는 마당에 CF까지 부탁하다니, 정말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물론이죠. 감사할 따름 입니다.”

    “저는 류사희에요. 메이크업을 맡고 있습니다.”

    “아! 그 유명하신 류사희 님! 한 번 뵙고 싶었어요. 류사희 님한테 메이크업 받는 게 소원이었거든요.”

    “어머, 그게 무슨 소원까지 할 일인가요. 얼마든지 해드려야지요.”

    “탑스타만 메이크업 해주시니까요.”

    “아, 이제 곧 되실 것 같은데요.”

    화기애애한 이야기가 오가고, 전서희가 나를 붙잡고 물었다.

    “그럼 헤어는 박준수 원장님이 해주시는 건가요?”

    “아, 네네 그래야죠. 아 근데…….”

    그때, 생각이 났다. 내가 이 드라마에 합류하면 안 되는 이유가.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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