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해서 미용재벌-151화 (151/200)

151화. 다시 얻은 반지

“어? 여긴 어떻게.”

“오재훈이 왜 죽어요? 대체 이게 무슨 일이에요? 그는 대통령이 되어야 하는 사람이에요.”

그의 말을 듣자 눈물이 뚝뚝 흘러내렸다. 모든 것이 내 탓만 같았다. 이 모든 사태를 만든 것이 바로 나니까.

“다 엉망이 되었어요. 모든 것이 반지 때문이에요.”

“그러니까요. 다 엉망이 되었더군요.”

남자는 한숨을 쉬었다.

그때부터인가? 어디선가 낑낑대는 소리가 들렸다. 아주 작은 소리라서 의식하지 못하고 있었다.

나는 그제야 조금 정신을 차리고 생각해 보았다. 남자는 회귀를 해서 살다가 내게 반지를 건네주었다. 그 말은 지금 시대에는 남자가 나를 만나보지 않은 시기라는 것이다. 그런데 어떻게 저 사람이 나를 알아본 걸까?

“근데 어떻게 저를 알아보신 거죠?”

“나도 또 회귀를 하였습니다.”

“아…… 그렇군요.”

그러자 남자가 기침을 해댔다. 폐 깊숙한 곳에서 나오는 기침이었다. 그러고 보니 남자는 전에 봤을 때보다 훨씬 수척해져 있었다. 지금이 그때보다 젊은 시기임에도 그때보다 더 늙어 보였다.

남자는 기침을 너무 심하게 하다가 결국 각혈을 했다.

콜록콜록.

“그거 피 아닙니까?”

나는 너무 놀라서 남자를 붙잡았다. 남자는 종잇장처럼 마른 몸이었다. 곧 죽는다고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다시 낑낑대는 소리가 들린다. 강아지 소리인가?

“이쪽으로 와서 앉으시죠.”

“그러죠.”

남자는 겨우 진정을 하였다. 나는 남자를 데리고 근처 벤치에 앉았다. 남자는 앉아있는 것도 힘겨워 보였다.

다시 낑낑대는 소리가 들린다. 이상하다.

“회귀하셨는데 몸이 왜 이러신지요?”

“죽어갑니다. 오늘 저녁에 죽을지도 모르겠네요.”

“네?”

남자는 기침을 겨우 멈추고 다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다시 입을 열었다. 너무 작은 소리라서 집중해서 들어야 했다. 그럴수록 강아지 소리는 더 크게 들려왔다.

“사실 회귀를 또 하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대통령이 바뀐 것이 아닙니까? 원래 오재훈이 되어야 하는데 이창민이라는 자가 대통령이 되었습니다.”

예상했던 시나리오다. 이 차장의 욕심상 그렇게 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휴, 그렇게 되었군요.”

“그놈은 이상한 놈이에요. 나라를 자기 멋대로 바꾸고 급기야 법을 다 바꾸면서 독재를 하는 겁니다. 그래서 놈을 살펴보았죠. 놈의 손에 그 반지가 있었어요. 그래서 깨달았죠. 반지로 인생을 바꾼 것을요. 그래서 회귀를 결심했습니다. 모든 것을 바꿔놓아야 할 것 같았어요.”

남자는 다시 한숨을 쉬었다. 이제 강아지 소리는 배경음악처럼 계속해서 들린다. 귀에 뭔 이상이 생긴 것인가 싶을 정도였다.

그러더니 그가 갑자기 품에서 젖병을 꺼내 들더니 웬 강아지를 꺼냈다. 이제 갓 태어난 아주 작은 강아지였다.

“이것 좀 주시겠습니까?”

“아, 네네. 아까부터 강아지 소리가 들렸는데 이 녀석이군요.”

강아지는 정말 작았다. 새끼 손가락만한 강아지에게 젖병을 물리는 일도 여간 힘든 일이 아니었다. 헌데 강아지가 젖병을 손으로 잡고 잘 빠는 것이 아닌가? 여느 새끼 강아지와는 다르게 몸짓도 예사롭지 않았다. 그러더니 갑자기 젖병을 먹다 말고 내 손가락 사이 벌어진 곳으로 쉬야를 하는 것이 아닌가? 이제 갓 태어난 강아지가 쉬를 가린다? 이게 대체 무슨 일인가?

남자는 황당한 표정의 나를 보며 피식 웃었다.

“녀석도 같이 회귀했어요. 20년 산 노견인데, 반지를 끼는 순간 내게 달려들었죠. 덕분에 놈이 내 생명을 앗아갔어요.”

“네?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회귀할 때 누군가 따라 같이 회귀하면 그 사람에게 생명을 나누어주는 것이에요.”

남자는 겨우 말을 마치고 다시 콜록거렸다. 또 피가 나왔다. 이번에는 앞선 피보다 더 진하고 양도 많다.

강아지는 쉬아를 하고나서 다시 젖병으로 다가와서 열심히 젖을 빤다. 너무 당연하게 아주 질서적이다. 새끼 손가락만한 녀석이 정말 희한한 일이었다.

“정말 생명을 빼앗긴 건가 보네요. 이 녀석 뭔가 남다른 놈이에요.”

“네, 아주 똑똑한 녀석이에요. 작지만 주인을 위해 싸울 줄 아는 녀석이고요. 말을 아주 잘 알아들어요. 거기다 간식을 주면 숨어서 나오지 않아요. 나랑 숨바꼭질을 하는 것을 즐기는 것 같기도 하고.”

콜록콜록.

남자는 다시 기침을 해댔다. 이제 남자가 곧 죽는다고 해도 이상하지 않았다. 남자는 품에서 쪽지를 꺼내서 내게 건네주었다.

“이 녀석에 관한 것 몇 가지를 적어두었습니다. 제 대신 좀 맡아주시겠어요?”

남자는 강아지를 돌볼 수 없을 것이다. 이제 그가 죽으면 강아지 혼자 살아남아야 한다. 누구라도 이 상황을 외면할 수 없다.

“아, 네. 그……그러죠.”

그러더니 남자가 반지를 빼서 내게 건넸다.

반지다! 이제 오재훈을 살릴 수 있다!

“이거 드릴 테니, 꼭 오재훈을 살리시고요.”

“아, 감사합니다.”

문제는 반지로 오재훈을 살린다고 해도 후에 이창준이 또 그런 짓을 할 것이다. 아니, 하고도 남을 놈이다.

“근데 이창준이 또 죽이려고 들것 같아요. 그러고도 남을 놈이니까요.”

“네, 그게 문제네요. 놈은 제가 반지를 갖고 있도록 두지 않을 건데.”

“반지를 강아지에게 줄 수 있어요. 저도 반지를 얻고 이 녀석의 발에 끼워두었거든요.”

남자는 강아지의 발목을 가리키며 말했다.

놀란 나는 남자에게 되물었다.

“강아지에게도 반지를 끼울 수 있다고요? 그럼 강아지도 회귀를 합니까?”

“스스로 회귀를 하진 못하겠죠. 반지를 낄 수 있다는 이야기에요.”

강아지가 회귀를 해도 뭐를 할 수 있겠는가. 그저 젊어지는 것을 즐기는 것? 뿐이지.

다만 지금 가장 좋은 소식은 반지를 계속해서 가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럼 이 차장 몰래 반지를 계속해서 이용할 수 있겠네요!”

“네, 그러니 그 놈을 반드시 혼내주세요. 내 대신 부탁합니다.”

“네, 꼭 혼내주고 모든 것을 바로 잡겠습니다.”

“이제 죽을 수 있겠네요.”

그러자 남자가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 그러더니 그대로 쓰러졌다.

“저기요. 저기요! 사람이 죽었어요, 저기요!”

남자가 죽었다. 장례식장에 있는 사람들이 몰려와서 남자를 살리려고 했지만, 이미 죽고 영혼도 떠난 것 같았다. 저들이 남자를 살리려고 애쓰고 있는 게 안쓰러웠다. 남자는 어떤 방식으로도 살아날 수 없다는 것을 알기에.

내 손에 놓인 작은 강아지가 그 사실을 증명하듯 남자를 보며 슬피 울었다. 강아지가 그토록 슬프게 우는 것을 본 적이 없다. 그것도 아주 작은 강아지가 말이다.

그때, 김설아가 내게 다가왔다. 소란스러운 상황 속 내 모습을 보고 다가온 것이다.

“여기 있었네요.”

김설아도 많이 운 듯 눈이 부어 있었다.

나는 우선 김설아에게 강아지를 맡겼다.

“이 강아지 좀 부탁해요. 잠깐이면 됩니다.”

“어머? 이거 갓 태어난 강아지잖아요!”

“네, 낑낑대면 젖을 좀 주시고 집에 좀 갖다 놔주세요.”

“네, 알겠어요.”

김설아에게 강아지를 맡긴 나는 남자가 준 반지를 손에 끼웠다.

* * * * *

웅웅, 익숙한 고통이 몰려왔다.

때는 태풍 루사가 오기 바로 전, 우리가 여행을 떠나기 전이었다.

나는 김설아에게 일이 생겨서 가지 못한다고 말하고 얼른 오재훈을 찾아갔다. 그는 약속 장소로 향하려고 옷을 입고 있었다.

나는 강원지사가 재준의 지인이고, 그 뒤에 이 차장이 있다는 이야기를 그에게 알려주었다. 이번 만남으로 얻어지는 것이 없을 거라는 내 말에 오재훈이 실망하였다. 그렇게 그의 목숨을 구하고 모든 것을 제자리로 돌린 뒤 얼른 집으로 향했다.

집에는 강아지가 혼자 열심히 젖병을 빨고 있었다. 혼자서도 잘 지내는 놈을 보자 기분이 좋았다. 놈을 보살펴 줄 아줌마를 집에 들이고 다시 여행지로 향했다. 김설아가 너무 많이 기다리면 미안하니까 서둘러야 했다.

* * * * *

여행을 마치고 공항에 들어서는데, 이 차장에 나를 마중 나온 것이 아닌가? 다행인 것은 내게 반지가 없다는 사실이었다. 반지는 우리집 강아지의 발목에 잘 끼워놓고 왔다. 완벽한 작전이었다.

“오, 해외 나가시는 길입니까?”

내가 시치미를 떼고 말하자 갑자기 이 차장에 나를 벽으로 몰았다. 잔뜩 화가 난 얼굴이었다.

“너 무슨 짓을 한 거지?”

이 차장은 얼른 내 손을 들어서 확인하였다. 당연히 반지는 없다.

이 차장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나는 이 차장을 밀치면서 말했다.

“왜 이러시죠?”

“네가 오재훈을 살린 거 아냐?” “그게 무슨 말이죠? 오재훈이 죽었어요? 아닌데?”

나는 아무것도 모른다는 얼굴로 이 차장을 쳐다보았다. 이 차장은 내 연기에 깜빡 속은 것 같았다. 끝내주는 연기자와 함께 사는 덕에 연기력도 얻었나보다 하며 피식 웃음이 났다.

“너 정말 아무 짓도 하지 않은 거야?” “무슨 말이죠? 김설아랑 여행 갔다 왔는데요?”

그때, 뒤에서 김설아가 웃으며 다가왔다.

“짐 내가 찾았어요. 누구시죠?”

김설아가 다가오자 이 차장이 몸을 뒤로 빼며 손을 털었다.

“아무튼 내가 너 항상 주시하고 있다는 거 잊지 마. 알았어?” “아니, 대체 나한테 왜 그러시죠? 이유가 뭔데요?”

“닥쳐. 이제 니놈 안 믿어.”

이 차장은 나와 김설아를 째려보고는 돌아갔다. 김설아는 난데없는 이 차장의 행동에 놀라 다가왔다.

“저 사람 왜 그래요? 오재훈 씨랑 라이벌인 사람이죠?”

“네, 그냥 발버둥치는 거예요. 오재훈한테 안되니까 몸부림치는 거죠. 하하, 놈은 이제 끝입니다.”

“휴, 저런 사람 신경 쓰지 말고 얼른 가요. 한식을 먹고 싶다구요.”

“그래요. 맛있는 데로 가요.”

김설아와 나는 웃으며 공항을 나갔다.

멀리서 이 차장이 혼자 씩씩거리는 모습이 보였다. 그 모습에, 그동안 내 속에 쌓여있던 울화가 사르르 녹고 있었다.

* * * * *

2002년 월드컵이 끝났음에도 열기는 식지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월드컵 스타에게 열광했고 그들은 국민적인 영웅이 되어 있었다. 미용실 손님들이 축구 선수들을 보며 즐거워하였다.

“여기는 축구선수 안 와요? 다들 연예인이나 다름없지 않나?”

“저희는 아직 선수들이 안와요.” “아, 아쉽다.”

나는 그들 중 한 명인 강상구를 보았다. 강상구는 원래 초등학교 축구 교사로 살다가, 학교에서 잘리고 학교에 불을 지르려던 인물이었다. 그런 그가 세기의 월드컵 영웅이 되어 있었다. 그는 인기를 얻고서 예능까지 진출하였다. 강상구의 축구교실은 그 예능 중 하나로 그의 인기가 2019년까지 쭉 이어지게 된다.

“강상구 사인을 받으면 소원이 없겠어.”

한 손님이 그런 말을 하자 다른 손님들도 맞장구를 쳤다. 강상구를 만나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를 포섭하면 여러모로 좋을 것이다.

“당장 강상구를 만나러 가야겠네.”

나는 얼마 뒤 강상구를 만나러 갔다. 그런데 그 곳에는 이 차장도 있었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