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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05화 (105/200)
  • 105화. 상호 전쟁(2)

    “야야, 니가 뽑은 아인데 자가 니를 뽑을 거 아이가?”

    한 원장은 조 원장의 속셈을 알고 기겁하며 말했다. 한 원장이 나를 아끼는 마음은 여전하기에, 비겁하게 하고 싶지 않아서였다.

    “모르지? 쟤 속을 누가 알겠어?”

    조 원장은 자신이 이미 승리 한 듯 말했다. 조 원장이 원래 저런 분은 아니었는데, 성공을 하고 돈을 많이 손에 쥐자 조금씩 바뀐 모양이었다. 마음이 조금 아팠지만, 어쩔 수 없이 그녀를 제껴야 한다.

    “준수, 니는 어떻노? 괘안긋나?”

    “네, 저도 좋습니다.”

    격렬하게 반대할 줄 알았던 내가 아무 반대도 없이 수긍하자, 다들 놀라는 눈치였다.

    조 원장은 미소를 지으며 뒤의 여자를 앞으로 불렀다.

    “이리 오세요. 변민주씨.”

    변민주, 항암치료를 잘 견디고 병을 이겨냈구나! 그녀를 한눈에 알아 본 나는, 기쁨에 눈물까지 날 것 같았다.

    몇 년 전 어머니가 입원했을 때, 병원에서 만났던 아이였다. 꼭 미용사가 되고 싶다고 하더니, 결국 내 눈앞에 나타난 그녀가 생글거리며 웃었다. 아팠던 그때랑은 많이 다른 모습이었다.

    나는 그녀에게 조용히 하라며 손가락을 들어 내 입술을 막았다. 그녀는 알아들었다는 듯 다시 싱긋 웃더니 조 원장의 옆에 섰다.

    모두 변민주를 주목하였다.

    “이번에 새로 데리고 온 스텝입니다. 몇 분은 인사하셨을 테고, 이 분은 지금 상황에 대하여 잘 모르시는 분이니까 가장 객관적인 판단을 해주실 거라고 생각해요. 안 그래요 변민주씨?”

    “네, 지금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지만, 제가 하는 것이 아주 중요한가 봐요?”

    변민주의 말에 조 원장이 고개를 끄덕였다. 한 원장도 작은 소리로 침을 삼켰다. 나는 변민주가 나를 선택하여 줄 거라고 확신하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조 원장이 변민주에게 투표용지를 건네며 물었다.

    “좋아요. 그럼 이곳에 적혀있는 두 상호중 본인이 생각하기에 가장 좋은 상호를 결정하시겠어요?”

    “네, 우선 제가 한 가지만 묻겠습니다.”

    “네, 그러세요.”

    “조 스타일은 조 원장님이 컨택하신거지요?”

    “그렇습니다.”

    조 원장은 자신이 컨택한 이름을 묻어보는 것이 기분 좋아서 빙그레 웃었다. 나도 그녀가 신중한 선택을 할 거라는 생각에 기분이 좋았다.

    “더 꾸밈은 박준수 선생님이 컨택 하신 거구요?”

    “네, 그렇습니다.”

    변민주는 심호흡을 하고는 입을 열었다. 약간 떨리는 모양이었다.

    “우선 선택을 하기에 앞서서 제가 그런 선택을 하게 된 사연에 대하여 이야기해도 될까요?”

    “그럼요. 물론입니다.”

    조 원장은 앞으로 닥칠 일을 꿈에도 생각 못하며 웃었다.

    “저는 이미 말씀드렸다시피 암 환자였습니다.”

    변민주의 말에 다들 놀란 표정이었다. 나만 빼고.

    “그건 면접 때 충분히 이해한 부분입니다만.”

    “네, 그런데 제가 암 투병을 앞두고 삭발을 해야 했습니다. 저는 그게 너무 두려워서 암치료도 하기 싫을 정도였죠. 당시 고등학생인 저로서는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렇겠네요.”

    다들 숙연한 표정으로 변민주를 응시했다.

    “하지만, 머리를 미는 것은 안할 수 없는 문제였습니다. 당장 죽게 되니까요. 그래서 머리를 밀러 병원에서 봉사를 하고 있는 미용사를 찾아갔습니다.”

    변민주는 나를 똑바로 쳐다보며 말을 이었다.

    “그 미용사는 제 머리를 밀면서 그걸 다 보관하더라구요. 그걸로 가발을 만들어 줄 테니 꼭 나아서 건강해지라고요.”

    사람들은 저마다 감동하는 표정을 지었고, 한 원장은 언젠가 들어 본 이야기인 것 같아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노랑머리도 이 이야기를 알고 신이 나서 옆의 이은미에게 소근거렸다.

    “그렇게 수술을 받고 눈을 떴을 때, 제 눈앞에 제 머리로 만든 가발이 놓여져 있었습니다. 정말 커다란 선물이었어요. 그래서 저는 결심했습니다. 이 미용사처럼 살자. 이렇게 남에게 희망을 주는 미용사가 되자. 꼭 건강해져야 한다! 라구요.”

    나는 그때일이 고스란히 생각나서 피식 웃었다. 변민주는 말을 하면서 내게 다가왔다.

    “그분이 이 박준수 선생님입니다. 제가 어떤 선택을 해야겠어요?”

    변민주가 조 원장을 쳐다보며 말했다. 조 원장은 얼굴이 벌개져서 화를 참고 있었다.

    한 원장은 눈을 감고서 포기한 듯 한숨을 쉬었다.

    다른 직원들은 모두 나와 변민주를 쳐다보며 감동을 받은 얼굴이었다.

    “저는 이런 분이 미용실의 오너가 되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더 꾸밈에 한 표를 던지겠습니다.”

    변민주의 말이 끝나자, 모두 기립박수를 하였다. 다들 한마음으로 내 편이 되어주는 순간이었다.

    조 원장도 패배를 인정하는 듯, 한숨을 한번 내쉬고 일어나서 박수를 쳐 주었다.

    한 원장이 일어나서 모두에게 소리쳤다.

    “자자, 이제 결과는 나왔으니, 도약할 일만 나았다 아이가? 모두 다시 한 번 박수치며 마무리 하자. 더 꾸밈 파이팅!”

    다들 전보다 더 큰 소리로 환호하며 박수를 쳤다.

    변민주는 나를 쳐다보며 윙크를 하였고, 나는 그녀의 귀여운 윙크에 감사하며 방긋 웃었다.

    * * * * *

    회사명이 [더 꾸밈]으로 바뀌고, 직원들이 다 한자리에 모였다. 그곳에는 조 원장과 한 원장도 합류하였다. 내 옆에는 류사희가 서서 사람들에게 인사하고 있었다.

    “이제 전국에 [더 꾸밈]이라는 이름으로 미용실이 차려지게 될 겁니다. 1호점은 기존의 단골들이 많으니 기존대로 운영하시고요, 2호점도 정 원장님이 워낙 잘 꾸려가고 계시니까 그대로 가겠습니다.”

    “괘안긋나? 명색이 1호점인데.”

    “네, 그곳은 온전히 한 원장님 작품인데요. 저는 상암에 따로 4호점을 오픈하겠습니다.”

    조만간 상암으로 방송국도 옮겨지고, 곧 월드컵도 치러지기 때문에 그쪽에 차리는 것이 여러모로 유리하다.

    “상암? 거가 뭐 있다고?”

    “저랑 류사희씨가 그 곳에 메인이 될 겁니다. 류사희씨는 당분간만 같이 있다가 다른 호점이 마련 되는대로 그 곳의 원장으로 가실거구요.”

    류사희는 이제 혼자 힘으로도 연예인을 주무를 수 있는 능력을 겸비하였다. 쉬는 기간 방송국을 두루 다니면서 연예인의 마음을 사로잡았고, 그녀가 미용실을 차리는 즉시, 합류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연예인이 수두룩하였다.

    게다가 유학파라는 소문이 퍼져서 본 실력보다 더 위로 보는 경향이 있었다. 요새 신흥 강자로 불리는 그레이스보다 한 수 위라는 소문이 암암리에 퍼졌다. 나와 재준의 싸움은 뚜껑을 열기 전부터 내 쪽으로 기울고 있었다.

    “그런데 강남에서 일하던 친구들이 지방으로 가서 하라면 할까요? 나는 장거리 연애는 딱 질색이라.”

    이은미는 노랑머리가 지방으로 가면 절대 안 된다며 신신당부를 했었다. 만약 가게 그냥 둔다면 투자금도 뺄 거라는 으름장을 놓았다. 그건 나도 원하는바가 아니다.

    “기존의 식구들은 거의 서울이나 서울 근교로 발령 낼 생각입니다. 각자 생활하던 패턴이 있으니까요.”

    노랑머리는 몰래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그럼 지방엔 아무나 받아준다는 건가? 그럼 회사 이미지가 나빠질 거예요.”

    이은미는 냉정한 사람이다. 함부로 회사를 휘두르는 것을 두고 보지 않을 사람이다. 그치만 내가 이은미보다 더 회사를 아낀다.

    “그렇죠. 절대 아무에게나 미용실을 맡기지 않을 겁니다.”

    “그럼 누구에게, 어떤 식으로 맡길 건가요?”

    “그래, 내도 신중하게 해줬으면 좋겠다. 우리 집사람 체면도 있고, 내도 체면이 있다 아이가?”

    가만히 듣고만 있던 한 원장이 입을 열었다. 그러자 조 원장이 나섰다.

    “각 샵의 원장급은 나와 우리 한 원장님의 테스트를 거쳐야 할 겁니다. 최소한의 조건이에요. 그 정도는 해줄 수 있으시죠?”

    조 원장은 사실 한 원장님의 실력과 비슷한 실력을 갖춘 사람이다. 그만큼 그분의 눈에 드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그 정도는 나도 예상하던 바다. 그래야 각 미용실의 능력치도 올라갈 테고, 믿고 맡길 수 있으니까.

    “아시다시피 제가 전국에서 염색을 가장 잘하는 분들의 명단을 갖고 있습니다. 그건 인정하시죠?”

    “그래, 그거 믿고 내가 니한테 맡긴 거다.”

    한 원장은 내가 전국적 염색 명인의 명단을 확보하고 있는 것을 알고 있었다. 거기다 그들과 꾸준하게 연락을 해왔고, 그들이 나를 신뢰하고 있다는 것도 알았다. 그래서 처음에 내게 미용실을 맡긴 거다. 비록 조 원장의 개입으로 틀어지긴 했지만 나를 향한 믿음은 늘 변함없었다.

    “되도록이면 그 분들과 함께 하고 싶습니다. 테스트를 하신다면 어쩔 수 없지만, 그분들 실력은 로레#에서도 인정하신 분들이에요. 나름 자부심을 갖고 계신 분들인데 자존심 상하시면 안하실지도 모릅니다만.”

    “그래, 내 함 봤는데 실력들이 좋드라. 지방이라고 만만하게 봐서는 안 된다 아이가?”

    “아니 지방이라서 그런 게 아니고, 그냥 실력이 좋아야 한다니깐?”

    조 원장이 한 원장을 매섭게 노려보았다.

    한 원장은 이미 조 원장에게 꽉 잡혀있었다.

    “그라믄 가서 확인해 보등가?”

    “자존심 상하면 안한다고 하잖아?”

    “몰래 가보면 될 거 아이가? 안 글나? 몰래 가서 머리 함 하는 건 갸들도 모른다 아이가?

    그런가?”

    두 사람을 포함해서 나머지 사람들이 한꺼번에 나를 쳐다보았다.

    휴우.

    만만하게 넘어가지 않을 거란 건 예상했던 바다.

    “들키지 않을 자신 있으십니까?”

    “그러엄 당연하지요.”

    “내가 가서 단디 감시할게.”

    “원장님은 많이 알려지셔서 들킬 가능성이 많아요.”

    “글킨 한데, 야가 임신해서 혼자 못 보낸데이.”

    “그럼 제가 같이 가죠.”

    노랑머리가 나서서 말했다. 그가 같이 가주면 좋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역시 내편이다.

    하지만 둘이서만 가게 한다면 뭔가 트러블이 일어날 것 같았다. 두 사람은 서로 양보를 모르는 성격이기 때문이다. 조금 귀찮더라도 내가 따라가는 게 맞다.

    “그럼 저도 함께 가는 걸로 하죠. 그쪽 원장님께 한번은 찾아간다고 했으니 겸사겸사 가겠습니다.”

    “오호, 그라믄 내는 고맙지이.”

    그렇게 우리 세 명이서 함께 떠나게 되었다.

    * * * * *

    “아우 왜 하필이면 이런 험지까지 갑니까?”

    운전대를 잡고 있는 노랑머리가 짜증을 냈다. 차는 추풍령 고개를 넘어가고 있었다. 이 고개를 넘어가야 김천시에 도착하기 때문에 꼭 지나가야 하는 곳이다.

    “부산이나 인천 같은 곳이야 서울 못지않게 잘하는 사람이 많지만, 이런 곳은 모르는 거 아니야? 이런 데를 확인해야 제대로 테스트를 하는 거지.”

    조 원장의 말은 어느 정도 일리가 있지만, 내가 그런 것까지 알아보지 않은 게 아니다. 현지에 가서 이것저것 말을 다 들어보고 내린 결정이었다. 그때 당시에는 다 확인하지 못했지만, 여유가 있을 때, 여러 군데를 다 확인했던 터였다. 그래서 진짜 잘하는 사람이 아닌 경우에는 직접 다른 미용실로 바꾸곤 한 것이 지금의 명단이다.

    추풍령 고개를 넘어가던 중, 그 곳에서 났던 사건이 생각났다. 이곳은 선정이의 고향이기도 하다. 추풍령 고개에서 죽은 사람이 자신의 친구 동생이라며 울었던 기억이 났다. 그 사고가 이맘때였던가? 가물가물한데.

    “수학여행 다녀왔나 보네.”

    조 원장이 앞에 있는 버스를 가리키며 말했다. 버스 3대가 나란히 붙어서 가고 있었다.

    “저러고 가면 위험한데, 너무 붙어서 가는 거 아닌가? 사고 나면 어쩌려고.”

    노랑머리가 혀를 끌끌 차며 말했다. 나는 창문을 열고 앞의 버스를 살펴보았다. 버스 뒤에 학교의 이름이 붙어 있었다.

    어? 저 학교가 맞는데?

    선정이가 울면서 말했던 학교가 바로 저 학교인데? 그럼 오늘 그 사고가?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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