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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03화 (103/200)

103화. 암을 이기려면 회귀를 하셔야죠(2)

“사람 말을 끝까지 들어보셔야 하는 거 아닌가요?”

내 말을 들은 아들이 뒤를 돌아봤다. 이런 반응도 익히 있어 왔던 반응인 듯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짧게 하시죠.”

그는 내게 일말의 기대도 없었다. “암을 이기려면 회귀를 하시면 됩니다.”

“회귀? 풉. 장난하시는 거죠?”

“장난 아닙니다.”

아들은 내 진지한 표정을 보고 잠시 흔들렸지만, 다시 마음을 접었다. 차라리 암을 치료해준다는 사기꾼이 낫지, 회귀라니 가당키나 한 말인가? 싶었다.

“장난 아니라니 더 황당하군요.”

그가 내 말을 믿게 하기 위해서는 우선 내가 회귀한 것을 알려야 한다. 그리고 내가 회귀하였다는 증거는 미래를 알고 있다는 것이고, 그걸 이야기해야 한다.

“저도 회귀를 한 사람입니다.”

내 말을 들은 아들이 인상을 구기며 내게 다가왔다. 분명 믿지 못한다는 표정이었다.

“좋은 사람인줄 알았는데, 대체 뭐하는 거죠?”

“그 증거로 앞으로 일어날 일을 말하죠.”

“…. 그래, 말해보시죠.”

“조만간 서태지가 컴백할겁니다.”

그러자 아들이 껄껄대며 웃었다.

“참 재밌네요. 그걸 믿으라고요?” “아니, 지금 당장 믿으라는 게 아닙니다. 조만간 컴백 기사가 뜨게 되면 그때 다시 연락주시죠.”

내 진지한 표정을 본 아들은 잠시 고민을 하였다. 밑져야 본전 아닌가? 하는 생각에 내게 손을 내밀었다.

“그럼 명함을 주시죠.” “네, 믿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직 믿는 건 아닙니다. 앞서도 이야기했지만, 내 어머니를 살려준다고 한 사람은 수없이 많았어요. 그쪽도 그 사람 중 한명이라고 생각할 뿐입니다.”

“네.”

아들은 내 명함을 받아들고서 뒤도 돌아보지 않고 갔다.

“휴, 저 사람이 일단 회귀를 믿게 되면, 누구보다 적극적일거야.”

믿는데 오래 걸리는 사람은, 한번 믿고 난 뒤 배신할 확률도 적다. 그만큼 심사숙고한 뒤에 결정한 일일 테니.

이제 회귀를 할 사람은 정해졌다. 그는 내 제안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다. 서태지가 언젠가는 돌아올 것이겠지만, 그게 최근이 될 거라고는 누구도 생각하지 못했으니까.

그럼 이제부터 재준의 아내 될 사람이, 반지를 건네주게끔 만들어야 한다. 그녀가 지금까지 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반지를 줄 만한 사람을 만나지 못했거나, 반지를 주고 싶지 않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하지만 내 경험상 10년 정도면 반지를 주고 싶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 지금까지 반지를 갖고 있다는 것은 욕심 때문에 갖고 있을 확률이 많다. 그런 사람에게는 죽을지도 모른다는 경고가 필요하다. 그걸 해 줄 사람은 반지를 건네준 그녀, 오아영 뿐이다.

* * * * *

오랜만이네.

오아영은 여전히 자신만만한 표정으로 거만하게 앉아 있었다. 두 번째 회귀를 해서 결국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탑 여배우의 전형적인 모습이었다.

“축하드립니다. 회귀하길 정말 잘하셨습니다.”

“호호, 정말 아슬아슬했다구. 이번에도 못 받으면, 또 회귀하려고 했을 걸?”

오아영의 욕심은 대단했다. 하긴, 오아영도 회귀의 반지를 10년 정도 갖고 있다가 주었다고 했다. 그녀도 김주원 못지않은 욕심을 품고 있는 사람이었다.

“김주원 회장님과 두 분이서 반지를 번갈아 바꾸시면 되겠네요. 하하.”

내 말을 들은 오아영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김주원에 대한 표정이겠거니 했다.

“그 사람의 손에 들어가면 절대 다시 나오지 않을 거야. 아마도 반지를 집안대대로 물려주려고 할 걸?”

“네? 집안이 반지를 독차지한다구요?” “그래, 나도 반지를 빨리 주고 싶지가 않았어. 다른 배우가 반지를 손에 넣는다면 나보다 잘 될 것 같아서 그랬지. 나만 혼자 회귀하고 싶었어. 준수씨가 잘되는 것을 볼 때면 더욱 그랬어. 누구라도 회귀의 반지를 얻는다면 잘 될 거라 믿게 되었어. 다른 직업은 괜찮아. 내 쪽의 분야에서만 아니면 괜찮겠지. 하지만 그렇게 믿었어도 반지를 내놓는 게 힘들었어. 혹시나 배우에게 주게 될까봐 두려웠어.”

오아영은 반지를 꼈던 손가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

“김주원도 아마 그럴 거야. 내가 보기엔 그래.”

나는 과거 김주원이 내게 했던 말을 떠올렸다. 같은 업종에 있는 사람에게 도움을 주지 말라고 했던 것 말이다. 그도 오아영과 같은 마음으로 그런 소리를 했던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저도 같은 업종에 있는 사람에게 반지를 주려고 하지 않았어요.”

생각해보면, 노랑머리나 은서에게 반지를 주었다면 다른 인생을 살게 될 것이다. 그치만 그들에게 반지를 주지 않았다. 은서는 그렇다 치고, 노랑머리에게는 주었어야 했나? 싶었다. 지금은 반지도 없다. 거기다 노랑머리는 현재 행복하다. 회귀의 반지는 더욱 필요 없을 것 같았다.

“그거 아세요? 반지를 손에서 빼서 보관하면 사라지더라구요. 스스로요.”

“어? 그렇구나. 그래, 그럴 수도 있겠어. 그 반지는 스스로 살아있는 것 같았어.”

오아영은 반지가 껴져있던 손을 바라보며 말했다. 그녀도 반지에 대한 미련을 갖고 있는 듯이 눈빛에 그리움이 묻어있었다.

“그래서 말인데, 반지를 주었다던 분이 그레이스정인가요?”

“어머, 어떻게 알았을까? 그대는 반지 헌터이신가?”

오아영이 살짝 비꼬는 듯 이야기했다. 하긴 내가 오아영을 찾아간 것은 모두 반지를 찾기 위해서이니, 그렇게 생각 할만 했다.

“제가 가지려는 것은 아닙니다. 암 환자 어머니를 두신 분에게 반지를 건네기 위함이지요.”

“어머, 정말 준수씨가 가지려는 게 아니야?”

“네, 저는 정말 아닙니다. 더 회귀하고 싶은 마음도 없구요.” “그래, 그럼 여기 찾아온 목적이 그걸 알려고 온 거야?”

오아영은 내가 반지에 대한 미련이 없는 것이 이상하게 느껴지는 것 같았다. 모두가 반지에 대해 집착하고 있지만, 나는 그걸 암 환자에게 넘기고, 거기다 김주원에게 다시 넘기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그녀의 입장에서는 내가 이상할 것이다.

사실 나는 그걸 소유하고 싶지 않다. 그걸 갖게 되면, 회귀를 하게 되고 성공을 하겠지만, 그러면서 지금까지 쌓아 온 사랑의 감정이나, 동료애의 감정을 다시 쌓아야 한다. 회귀 후 성공은 어찌어찌하면 되겠지만, 감정은 자칫 잘못하면 틀어지게 마련이다. 나는 그게 두렵다. 회귀하기 전에 그걸 몰라서 당했기 때문에 그 감정 쌓음이 누구보다 소중하다.

“그레이스에게 반지를 더 갖고 있으면 큰일이 날 거란 걸 알려주라는 말을 하러 왔습니다.”

오아영도 10년을 갖고 있다가 사고가 날 뻔하였다. 그래서 부랴부랴 반지를 넘겼다고 했다. 그런 경고를 해 주는데 가장 적절한 기억을 갖고 있는 것이다.

“그래, 나도 그럴 뻔했지.”

“네, 그 사건은 전 국민이 알고 있는 사건이잖아요. 기억하기 싫으시겠지만, 암 환자 한 명을 살린다고 생각하시고 경고를 해 주십시오.”

“그래, 알았어. 걘 가끔 내게 인사를 하러 오곤 하니. 내가 나오라고 하면 당장 나올 거야.”

오아영은 전화기를 꺼내들고 전화번호를 찾았다.

지금 당장 그 이야기를 한다면, 아무에게나 줄 가능성이 있다. 암 환자 아들이 근방에 나타났고, 감정적인 동요가 시작되었을 때에 그 이야기를 해야 효과가 있을 것이다.

“지금 당장 하시라는 이야기가 아닙니다. 그 암 환자가 그레이스에게 접근했을 타이밍에 하라는 이야기에요.”

그레이스는 내 말에 순간 통화를 눌렀다가 급히 끊었다.

“아, 그렇겠네.”

“그럼 제가 따로 연락을 드릴 테니 그때, 작업을 해 주시겠어요?”

“그래, 알겠어. 대충 언제쯤인지 알 수 있나?”

“아마 서태지 컴백쯤이면 알겠네요.”

“어머, 서태지! 내가 그 컴백기사 날짜도 알잖아. 그때, 회귀 전 내 영화 개봉날짜랑 같아가지고 쫄딱 망했어. 뭐 이번에는 날짜를 변경했으니 괜찮겠지.”

사실 정확한 개시 날짜는 나도 모른다. 하지만, 그 날짜를 알게 되면 암 환자의 아들을 설득하는데 도움이 될 거라는 판단이 들었다.

“그게 정확히 언제죠?”

“뭐? 서태지 기사 난 날?”

“네.”

“8월 11일이지.”

“아, 정확한 날짜죠?”

“그렇대두? 내 영화 개봉 날짜라니까?”

“네, 그럼 그때쯤 그레이스에게 이야기를 해 주시면 되겠네요.”

“그래, 알았어요.”

“감사합니다. 다음에 뵐게요.”

“다음에 또 회귀하려구? 그만 해!”

오아영의 장난스러운 말에 미소로 답하고, 급히 병원으로 향했다.

병원에 있는 암 환자 어머니의 아들에게 서태지 컴백기사가 난 날짜에 대해 자세히 전달하고 돌아왔다. 아들은 내가 계속 진지하게 나오자 장난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였다.

* * * * *

8월을 앞둔 7월의 어느 날, 한 원장이 조용히 나를 불렀다.

“니 미용실 나갈기가?”

“아, 그게….”

“다들, 니 미용실을 차려야 한다꼬 그라드라. 니가 내 때매 미용실을 몬하고 있다는 거가 사실이가?”

“사실… 그렇습니다. 원장님께 너무 받은 게 많아서요.”

내 말을 들은 한 원장이 잠시 숨을 골랐다.

한 원장이 미용실을 그만두면 내가 그걸 받아서 해도 괜찮고, 아니면 다른 미용실을 차려도 괜찮다. 어쨌든 미용실을 차리는 일을 더 미뤄서는 안 된다.

한 원장이 미용실을 접도록 그 고생을 했는데, 이제 물러날 곳이 없다.

“그래, 그라믄 내 미용실을 니가 받아서 했으믄 한다.”

내가 원하는 데로 돌아가고 있다. 한 원장은 늘 내 의도대로 움직여 줬다. 그의 생각에 대해 잘 알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 지금도 그렇게 할 거라고 예상하고 한 일이다.

“정말 그렇게 해도 괜찮으세요?”

“그래, 내 늘 생각해 왔다. 내 후계자를 뽑는다면 그건 니가 될 거라고 말이다.”

한 원장이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것을 알았지만, 직접 그렇게 말해주니 감동이 몰려왔다. 인생 헛산 것이 아니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이세요? 아, 저는 아직 경력이 너무 짧어서 원장님 명성에 누가 될지 모르겠어요.”

“아이다. 내 어떨 때는 니가 내보다 경력이 더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어. 니는 충분히 자격이 있다.”

“감사합니다. 정말 제대로 기업화 시켜볼게요.”

“그래, 그라믄 내가 조만간 아들을 불러서 발표할 기다. 니는 그래 알고 있어라.”

“네, 알겠습니다. 감사합니다.”

한 원장은 그렇게 내 의도대로 이야기를 해 주었다. 하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얼마 전 이야기다.

* * * * *

한 원장이 미용실 직원들을 전부 불러 모았다. 3호점까지 대략 100명이 넘는 미용사가 한자리에 모였다.

“너그들도 알겠지만, 내가 이제 둘째를 얻게 되었다.”

“네, 축하드립니다!”

“언제 낳아요?”

여기저기서 한 원장에게 축하인사를 건넸다. 한 원장은 어깨를 으쓱하고는 다시 말을 이었다.

“그래서, 내가 이제 미용실에 신경을 쓰지 몬 할 것 같다 아이가?”

여기저기서 웅성대는 소리가 들렸다. 안 그래도 한 원장이 은퇴한다는 소문이 파다하게 퍼졌기 때문에 다들 긴장하고 있었다. 혹시나 직장을 잃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이 앞선 까닭이었다.

“그래가, 내 대신해서 느그들을 이끌어 줄 사람을 추대할라꼬 한다. 상호도 바꿀 기다.”

나는 한 원장이 부르면 나가려고 준비하고 있었다.

“내 대신해서 느그들을 이끌어줄 사람은 조 원장…….”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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