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2화. 꼴통 형사를 만나다(2)
“여기! 이리 오슈.”
양 기자와 내가 앉아있는데, 강철수와 여형사가 들어왔다. 철수는 나를 보자마자 자신이 때린 놈인 걸 깨닫고 뒤로 돌아서 바로 나가버렸다.
“뭐야, 저거 어찌 알았지? 도망치자.”
“어어? 선배 어디가요?”
“어딜 가냐고요? 양 기자 기다리잖아요!”
“아니 아니, 배가 고파서.”
“빨리 일루 와요.”
여형사는 강철수에게 헤드락을 걸고서 겨우 끌고 왔다.
나는 그가 대체 왜 그러는지 몰라, 그를 이상한 놈으로 여길 뿐이었다. 여형사는 가까이 오고 나서야, 내가 얼마 전에 강철수에게 눈탱이를 맞았던 그놈인 것을 알고는 입을 다물었다. 강철수는 여형사의 눈을 바라보며 가자고 눈짓했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
“뭐야? 왜 이류? 소개팅 아닌데? 쑥스러움?”
“헙헙, 뭔 일입니까? 바쁩니다 저.”
강철수가 바쁜 척을 하자, 여형사가 울리지도 않는 무전기를 들고 무전을 하는 척 하였다.
칙, 치지직.
“저 출동 지금 합니까?”
“어어, 그래 출동.”
두 사람이 나가려고 하자 양 기자가 둘을 잡아 앉혔다.
나는 두 사람이 이러는 것이 한편의 코미디 영화를 보는 것 같아서 신기할 따름이었다.
“왜들 이러는 거유? 나쁜 쓰레기 같은 놈을 같이 잡자니까?”
“쓰레기? 언놈이야! 그런 놈은 1톤 트럭으로 밀어버려야지!”
“언제든지 쏠 각오가 되어 있습니다.”
“그래, 쏴 죽여도 아깝지 않을 놈들이유. 비리 경찰이거든.”
그러자 두 사람이 놀라서 입을 벌렸다. 강철수는 침까지 흘릴 것 같았다.
“그니까 지금 경찰을 잡자는 거죠? 비리경찰?”
여형사는 황급히 총을 거두며 말했다.
“이게 방탄조끼는 못 뚫을 건데 말이죠.”
“어떤 놈들인데?”
“제 눈탱이를 때린 놈이랑 아는 사이 같던데요?”
강철수는 너무 놀라서 켁켁대고, 여형사는 헛기침을 해댔다.
헙헙. 켁켁.
“아, 나 배고파서 그런데 밥 좀 먹고.”
강철수가 또 도망치려고 하자 여형사가 붙잡았다. 내가 자신들의 정체를 전혀 모르고 있는 것을 눈치 채고, 정말 그러한지 물어보기 위해서였다.
부우우웅.
양 기자의 전화기가 울렸다.
“아 전화 좀.”
“그 눈탱이를 때린 새#는 경찰이고?”
여형사가 말하자 강철수는 당황하며 땀을 흘리기 시작했다. 양 기자는 마침 전화가 와서 받으러 나간 상태였다.
“경찰이니까 조폭들 때려잡았겠죠?”
나는 단순하게 말했다. 그게 정답이니까.
“누군지는 모른다는 거고?”
“네, 절 데리고 가려던 형사들이 그를 아는 것 같았거든요. 그놈들이 바로 비리경찰이고요.”
그러자 강철수가 갑자기 주먹으로 탁자를 내리쳤다.
탁. 쨍그랑.
바닥에 그릇이 떨어졌지만. 다행히 깨지진 않았다.
“그 새#들 그럴 줄 알았어.”
“그게 누군지 아시는 거에요?”
나는 강철수가 그들에 대해 아는 것 같아서 물었다. 그냥 단순하게.
그러자 강철수는 또다시 오줌이 마려운 듯 일어났다 앉았다를 반복했다.
“배고파 죽겠다고 했잖아! #발 밥 좀 먹자고.”
“아니, 짐작이 가는 놈이 있어서 그래요.”
여형사가 대충 둘러댔다. 그제야 다시 자리에 앉는 강철수.
“그, 그래. 그런 놈들은 냄새가 나거든, 구린내가 나.”
“그 놈들이 이번에 잡혀간 마# 조직 뒤를 봐주던 놈들이라서, 절 끌고 그 놈들에게 던져주려던 거거든요.”
“아으, 개 잡것들이 양아치 개##들.”
강철수는 그들을 당장 잡아서 요절을 내 줄 것처럼 주먹을 쥐고 흔들었다. 그걸 본 나는 왠지 속이 풀리는 것만 같았다.
“그 조직이랑 같이 넣지는 못할 것 같아요. 수사대 사람들 말로는 어떤 연관성도 없다고 하고요.”
“미꾸라지 같은 새#들.”
뚜벅뚜벅.
양 기자가 통화를 마치고 걸어와 앉았다.
“그쪽이랑은 같이 못 엮어. 수사 종결이유.”
“네, 아마 종결 나서 넘어갔을 거에요.”
“그래도 잡아서 족쳐야지. 몇 대 때리면 불게 되어 있어.”
“쌍팔년도도 아니고 그게 뭔 개소립니까?”
“난 쌍팔년도에도 경찰이었어!”
“어이구, 네네 그렇죠.”
나의 멍한 표정을 보던 강철수가 물었다.
“넌 뭡니까? 형사도 아니고, 기자도 아니고 뭔데?”
“저요? 미용사?”
“엥?”
“제보자유. 먀# 사건 제보자. 그래서 그놈들한테 넘기려던 거잖유.”
“어머, 멋지네. 쏠로야?”
“아 그만 닥치고, 조사 마치고 그 놈들 잡아넣을 증거 잡아서 내일 다시 만납시다.”
“오케이.”
네 사람은 그렇게 말을 마치고 헤어졌다. 나는 강 형사에게 왠지 믿음이 갔다.
내가 일어서려는데, 양 기자가 나를 붙잡았다.
“넌 나랑 어디 또 가야지.”
“왜? 또?”
나는 또 애기동자 분장을 해야 한다는 생각에 온몸이 뻣뻣해졌다.
* * * **
“어서오세요. 풉.”
회장님 댁 집사는, 여전히 나를 보고 웃었다.
나는 집사를 이해하기 위해서 옆에 있는 전신거울을 봤다.
‘그래, 웃을 수밖에.’
나는 집사의 안내로 서재에 올라갔다.
똑똑. 벌컥.
집사가 문을 두드리자 문이 열리고 회장님이 나를 맞이하였다.
“어서오세요. 들어오세요.”
회장님이 나를 데리고 서재로 들어가는데, 그 곳에는 또 다른 사람이 있었다. 진짜 보살! 진짜 무당이 서서 나를 보고 있는 것이다. 나는 그녀를 보자 오금이 저렸다. 하마터면 말을 할뻔 하였지만 꾹꾹 참아내었다.
“이 분이 하도 보살님을 보고 싶다고 해서.”
나는 최대한 태연한 척 무당을 보았지만, 무당은 있는 힘껏 눈에 힘을 주고서 나를 보고 있었다.
무당은 나를 보자마자 말했다.
“신이 없잖아?”
나는 무당의 말에 온몸에 전기가 오는 것처럼 저려왔지만, 애써 참고 그녀를 바라보았다. 무당의 눈빛에서 강렬한 스파크가 튀는 것 같았다.
나는 침착하게 앉아서 메모지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회장님을 원망하듯 흘끔거리며 글을 썼다.
[무례하군요.]
나의 메모지를 받아 든 회장은 미안한지 고개를 숙이며 말했다.
“저번에 모든 상황을 다 맞추신걸 보고, 제가 놀라서 이야기 했더니 당장 보자고 난리를 쳐서요. 죄송합니다.”
“신이 없는데 어떻게 미래를 맞추는 거지?”
무당의 말을 들은 나는, 그녀가 나의 전부를 알아낼 수 없다는 확신이 들었다. 사실, 신을 받은 사람보다 미래를 더 잘 아는 내가 아닌가?
나는 회장에게 더 많은 정보를 주어서 저 무당의 기를 꺾어놓아야겠다고 생각했다.
[남북 정상 회담이 이루어집니다.]
누구나 아는 사실이지만, 지금은 예상하지 못할 일, 그것을 적었다. 나의 메모지가 너무 궁금한 무당은 큰 소리로 외쳤다.
“난 아니야. 당신의 메모지는 틀렸어.”
회장님은 나의 메모를 들고서 무당을 바라보았다. 분명 상반된 의견을 내놓은 두 사람. 회장님은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그럼, 총 두 개의 메시지를 더 주신다면 다수결로 판단하겠습니다. 아 오해는 마시고 두 분 중 누가 더 잘한다 그런 게 아니고, 나는 애기 보살님께 이제 다 맡기기로 하였지만, 혹시나 해서 그럽니다. 전적으로 믿기 위해서.”
회장님은 쓸데없는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결국 더 잘하는 사람을 믿겠다는 이야기였다. 나는 또 다른 예언을 해야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조만간 벌어질 일 중 쇼킹한 일은? 잠깐 동안 생각에 잠긴 나는 젝키스의 앨범이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사실을 기억해 내었다. 이제 곧 있으면 젝키스가 해체하는 것이다. 이사장에게 일단 알려야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메모를 적었다.
[젝키스 해체]
무당은, 내가 무엇을 썼는지도 모르고, 앞으로 일어날 일에 대해 정확하게 아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렇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불구경만 할 수는 없는 일이었다.
나의 메모를 받아 본 회장은 그게 무슨 말인지를 몰라서 되물었다.
“젝키스가 뭡니까? 뭔 키스?”
“응, 젝키스 가수야. 그거 다음 앨범도 대박 나겠지.”
무당은 얼떨결에 말했다. 어찌되었건 나의 메모에 반기를 든 셈이다.
똑똑.
집사가 음료수를 들고 들어왔다. 집사는 이 방의 분위기를 대충 살피고는 얼른 나가려고 했다. 그때, 무당이 말했다.
“너 말을 할 줄 아는데?”
무당은 나를 노려보며 단호하게 말했다. 나는 당황하였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 무당을 쳐다보았다. 그러자 이번엔 집사가 나섰다.
“저번에 나한테 대답하셨는데요? 말 할 줄 알던데요?”
그러자 무당이 신이 나서 말하였다. 회장님도 당황하며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뜻밖의 복병에 놀라 당황하였다.
“거봐. 말을 할 줄 알면서 왜 말을 하지 않는 거지?”
“정말입니까?”
회장님은 차가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말을 할 줄 알면서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이해되질 않는 얼굴이었다.
나는 당황하였지만 애써 침착하게, 말을 하지 않게 된 시점부터 생각하였다. 그때, 말을 못하는 귀신을 받았기에 말을 하지 않는 것이 애기보살의 설정이었다. 그렇다면 귀신이 사라졌을 때에는 말을 할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거였다.
[애기님이 말을 못하기 때문에 그 분이 몸에 들어왔을 때만 말을 못합니다. 이 집에 처음 왔을 때는 애기님이 아직 안와서 그런 겁니다.]
나의 메모를 받아 본 회장님은 그걸 이해하는 듯 보였다. 하지만 무당은 그걸 전혀 이해하지 못했다. 내가 신을 받았다는 것조차 믿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거짓말, 전부 거짓이야!”
나는 무당의 기를 꺾어야 이 곳에서 무사히 살아남을 수 있을 거라고 판단했다. 지금 이맘때 벌어질 또 다른 충격적인 사건이 무엇이 있을까? 하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러다가 집사의 빨간 머리를 쳐다보았다. 빨간 머리…… 누가 빨간 머리를 했었지 그것도 강렬한 빨간…… 아 서태지?
나는 서태지의 빨간 머리가 생각났다. 그건 좀 지나서 벌어질 일이긴 하지만 지금 그게 중요한 것이 아니다. 조만간 은퇴를 했던 서태지가 컴백하는 것이 분명하다. 그게 어느 때인지는 모르지만 분명 컴백한다. 나는 씨익 웃고는 메모를 적었다.
[서태지 컴백]
나의 메모지를 본 회장님은 놀란 얼굴로 나를 보았다. 회장님도 서태지가 은퇴했다는 것을 아는 모양이었다. 무당은 답답한 나머지 회장님이 든 메모지를 빼앗아 들고서 깔깔거리며 웃었다.
“이건 정말 아니지. 이건 절대 아니야. 그는 컴백하지 않아!”
나는 무당의 말을 들으며 피식 웃었다.
‘내가 이겼어.’
지금은 모르지. 올해가 다 가기 전에 내가 적은 메모가 다 이루어질 것이다. 나가 이겼다. 무당은 그걸 아직 모를 테지만.
* * * * *
다음날, 나와 양 기자, 강철수와 여형사가 모였다. 이제 한배를 타기로 했으니 술 한 잔을 하기 위해서 술집을 찾았다.
쨍. 쨍.
술을 나눠 마신 네 사람.
강철수는 술잔을 비우고 나서 거칠게 말했다.
“그 #같은 새#들은 전부 믹서기로 갈아버려야해. 보니까 해먹은 것이 한두 개가 아니야. #호로 잡놈들.”
“술 더 먹지 말아야겠슈. 초반부터 욕이 너무 쎄.”
“그 놈들 해먹은거는 확실한데, 통장이 없어. 해먹은 돈을 받고 넣어 둔 통장이 없어서 애먹었다고요.”
“그래서? 뭐 얻어낸 게 없슈?”
“아니 그 인간이 은행을 이용한 장소를 알아내긴 했는데, 그게 지 통장으로 거래한 게 아니고 남의 거더라고.”
“요즘 같은 시대에 그게 가능한겨? 실명제 시대에 말이유.”
“카드로 하면 가능하죠. 암튼 그 거래 내역을 전부 알지는 못하는데, 보낸 기록 하나를 잡아냈어요. 그게 이름이.”
그 이름을 들은 나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회귀해서 미용재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