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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79화 (79/200)

79화. 한원장#로맨스#성공적#(3)

철썩.

이석준은 급기야 현수경의 따귀를 때렸다. 따귀를 맞은 현수경은 울기 시작하고, 스텝들이 뛰어와서 현수경을 데리고 갔다. 이석준은 아직도 화가 풀리지 않은 듯 씩씩거렸다.

“감히 내가 우숩냐?”

나는 눈앞에 벌어진 사태를 보고, 모든 것이 끝났다고 생각하며 절망했다. 이석준의 행동을 예상 못한 탓이었다.

한 원장은 두 사람을 보고 어안이 벙벙한 듯 입을 다물지 못했지만, 조 원장은 이미 예상한 듯 덤덤했다.

“저, 저게 지금 뭔 상황이고?”

“소문이 사실이었네.”

조 원장은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두 사람의 사이가 좋지 않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는 듯 했다. 나도 과거(즉 미래)에 그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긴 했다. 하지만 그들은 2021년에도 잘살고 있었기에, 그런 소문 따위는 믿지 않았었다.

“뭔 소리고? 둘이 소문이 있었나?”

“둘이 사이가 안 좋다고 아줌마들이 떠드는 걸 봤지.”

“하, 티비에선 좋다꼬 껴안고 그카드니 저게 뭐고? 남자새끼가 여자 따귀나 때려쌓고.”

거기다 이석준은 젠틀맨 이미지로 먹고 사는 중인데, 그런 그가 여자의 따귀를, 그것도 사랑한다고 맨날 속삭인다는 아내의 따귀를 때린 것은 진심으로 황당한 일이었다.

“맨날 팬다던데?”

“진짜가?”

나는 최근에 A군 B양 부부에 대한 소문을 듣긴 했었다. 그때 당시 막 생겨나기 시작한 찌라시에서 그 부분에 대한 언급이 있었다. 나는 그걸 들었지만, 그게 이석준 부부인 것은, 정말 알지 못했었다. 연예인의 이중성에 대해서 새삼 깨닫게 되는 순간이었다. 하긴 지금 TV에서 아씨로 칭송받는 그분만 봐도 충분히 알았어야 하는 건데 말이다.

“하, 진짜 미치겠다. 저럴 거면 왜 결혼했대?”

내가 이렇게 생각할 정도면 두 사람의 생각은 안 봐도 충분했다. 오늘 어렵게 진행된 작전이 이렇게 수포로 돌아 갈 것을 생각하니, 눈물이 앞을 가리는 순간이었다. 원하는 대로 절대 되질 않는 것이 인생임을 다시금 깨닫고 있었다. 그것이 한 번 더 사는 인생이라도 그러한 것이다.

그때, CF감독이 한 원장과 조 원장에게 다가왔다. 감독은 이런 일에 이미 익숙한 듯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아마도 두 사람의 행동은 소문이 다 난 상태인 듯 보였다.

“헤어 담당하기로 하신 분이신가요?”

“네, 이분입니더.”

“이쪽으로 오시죠. 저희 컨셉에 대해서 설명을 드릴게요.”

“네.”

감독은 조 원장을 데리고 이야기를 하러 가고, 그 곳에는 한 원장과 나, 이석준만 남았다. 이석준은 아직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씩씩거리고 있었다. 젠틀맨의 이미지는 이미 사라지고 없었다.

한 원장은 그런 이석준을 보며 혀를 찼고, 나는 그런 한 원장을 보며 가슴을 쳤다.

“티비에서 그렇게 사이좋은 척을 해쌌드니 저 꼬라지를 봐라.”

“그니까요, 맥이 빠지네요.”

이석준과 현수경은 그 난리를 치고서 조금 뒤에 아무렇지도 않은 척 촬영에 나섰다. 두 사람은 정말 프로였다. 둘 다 아까 있었던 일은 전부 잊은 듯 서로를 진심으로 사랑하는 연기를 천연덕스럽게 하는 것이다. 그 모습을 보면서 한 원장은 물론 조 원장도 혀를 찼다. 연기자는 정말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닌 것 같았다.

둘은 그렇게 촬영을 하다가 또다시 난투극을 벌였고, 이번에는 촬영을 다 마치지 못할 정도였다. 그렇게 얼렁뚱땅 촬영이 끝나고, 한 원장과 조 원장은 같이 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결혼까지는 하지 않고 살자고 다짐했다. 내가 벌인 일 때문에 두 사람은 그나마 있었던 결혼 확률까지 사라진 셈이 되었다.

나는 그냥 두 사람을 만나게 해 준 걸로 만족하고, 둘이 자연스럽게 만나다가 결혼까지 할 마음이 생기도록 열심히 잘 어울린다고 말하기로 했다. 지금으로서는 딱히 다른 방도가 없어 보였다. 그나마 외롭다고 징징대는 한 원장의 모습을 보지 않는 걸 최고의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지내기로 했다. 어쨌든 한 원장의 로맨스는 성공적인 것이 분명하니까.

* * * * *

나는 한 원장의 일은 잠시 접어두고 일에 집중하고 있었다. 경기도 조금씩 좋아지고, 송애교의 주가도 올라가고 있어서, 가게에 손님이 더욱 늘어난 까닭이었다. 그저 강남 미용사로서의 인생을 하루하루 보내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던 중, 김성순 여사에게서 전화가 왔다. 김여사가 교통사고가 나서 병원에 입원하였다는 것이다. 나는 일을 마치자마자 김여사의 면회를 갔다. 김여사는 병원에 있음에도 풀 메이크업을 하고 있었다. 여전히 괴짜스러운 김여사는 다쳤음에도 품위(?)를 잃지 않고 있었다.

“아이고 이게 무슨 일이세요? 괜찮으세요?”

“걱정하는 척은 고만하고 일루 와서 내 머리나 만져. 며칠 드라이도 못했더니 죽겠어.”

김여사는 나를 보자마자 자신의 머리를 보여주며 투덜대었다. 그나마 매직을 해서 예전의 광년이 머리는 하지 않았지만 지저분하게 보이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나는 가져 온 매직기로 김여사의 머리를 만져주기 시작했다. 이제 그녀의 머리를 만지는 일은 그 어느 것보다 쉬운 일이었다.

“어쩌다 이렇게 되셨어요? 별일 아니죠?”

“내 나이가 있는데 하이힐을 신고 다니느라고 그런 거지 뭐. 아니 노인네라고 단화만 신고 다녀야 하냐고?”

“그래도 그 신발은 너무 과한데요?”

김성순 여사의 병실 한쪽에 놓인 신발의 힐 높이는 10센치를 넘기고 있었다. 그 높은 걸, 노인네가 신고 다니다가 사고가 난 것이다.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그나마 좋은 건 미국에 있던 우리 막내가 나 다쳤다고 문병왔어. 그거 하나는 마음에 들더구만.”

“아 그 잘생긴 아드님이 오셨군요?”

“그래, 알랑드롱 닮은 우리 아들이 왔어.”

마침 그 아들이 병실에 들어왔다. 그는 아무리 봐도 알랑드롱을 닮지 않았다. 눈을 많이 비벼서 잘 안 보이는 상태에서 보면, 약간 알랑드롱을 닮을 듯 했다. 역시 고슴도치도 지 새끼는 이쁘다는 말이 괜히 있는 게 아니었다.

“아들 우리 아들.”

김여사가 알랑드롱 코딱지만큼 닮은 그 아들을 끌어안는 모습을 보던 나는 또다시 무릎을 탁 쳤다. 한 원장이 다치면 아들이 올 텐데? 하는 생각이 든 것이다. 하지만 그건 인간으로서 할 짓이 못 된다. 그런 상상을 한 것도, 사실 잘못된 일이다. 그저, 나는 그만큼 한 원장의 아들이 살아나길 바랄 뿐이었다.

* * * * *

끼이익 쿵.

그 시각 나의 생각을 알기라도 한 듯, 한 원장의 차에 사고가 났다. 한 원장은 크게 다치지 않았지만 다리에 깁스를 해야 할 정도였다.

김성순 여사의 면회를 마치고 병원을 나서려는데, 그 곳에 한 원장이 들어오고 있었다. 나는 한 원장이 사고가 난 것이, 아까 잠시 상상한 것 때문에 그리 된 게 아닐까? 하는 생각에 마음이 쓰였다.

“아 이게 뭔 일입니까, 원장님.”

“괘안타. 별일 아이다.”

나는 죄책감이 들어서 한 원장을 따라 갔다. 다행히 크게 다치진 않은 듯 보였다.

“그래도 조심하셨어야죠. 에휴.”

일단 한 원장이 다쳤다는 사실을 조 원장에게 알리려고 전화기를 드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조 원장이 울면서 병원에 들어오고 있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사고가 나는 순간에도 조 원장이랑 통화를 하고 있었다고 한다. 아마도 조 원장과 통화를 하느라고 사고가 난 걸지도 모르겠다.

“오빠, 오빠 어디 다쳤어요?”

조 원장은 눈물에 화장이 지워져서 시커먼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급히 조 원장을 불렀다. 그대로 갔다가는 한 원장과 이별을 할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원장님 조 원장님.”

“어 준수씨. 우리 오빠 괜찮은 거지?”

“네. 괜찮으니까 화장 좀 고치시고.”

“어머 번졌어?”

나는 재빠르게 조 원장의 눈가를 닦아주었다. 조 원장은 그 와중에도 열심히 화장을 고치고, 원장님이 올라간 곳으로 뛰어갔다. 나는 조 원장 덕에 안심하며 집으로 돌아갔다.

“뭐 어찌되었건 원장님이 다쳤으니, 아들이 오긴 하겠네.”

나는 아들이 올 것을 기대하며, 그간의 노력이 헛되지 않았다고 자축했다. 덕분에 그날은 잠을 푹 잘 수 있었다. 하지만 인간의 예측은 자주 빗나가게 되어 있다.

“야야, 여까지 와 온다고 그카노. 오지 말고 거 있어라. 내 부담스럽데이.”

한 원장이 다쳤다는 소식을 듣고, 아들이 온다고 하자 한 원장은 아들을 극구 말렸다. 후에 들은 이야긴데, 조 원장과 알콩달콩한 시간이 좋아서, 방해될까봐 오지 말라고 한 거였다. 사람의 사랑이 이토록 무섭다. 자식도 제낄 정도로 말이다.

“아오, 도대체 어쩌란 거냐고!!”

나는 일이 뜻대로 되질 않는 것에 한탄하며 머리털까지 빠질 지경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연애는 성공적, 결혼은 실패적인 계획이 그렇게 끝이 났다.

* * * * *

홍부자 선생님의 전시회가 개최되었다. 미용인 최초로 아트홀에서 전시회를 열게 된 것이다. 그 일은 미용인의 격을 상승시키는 중요한 전시회가 되었다. 미용 자체의 예술성을 인정받은 것이다. 한 원장은 물론이고 수많은 미용인들이 전시회를 찾았다. 나는 제일 먼저 전시회에 도착했다.

“축하드려요 선생님.”

홍부자는 나를 보자마자 손을 덥썩 잡았다. 그간 알게 모르게 도움을 준 것에 대한 고마움의 표현이었다.

“고맙다 준수야. 니 도움이 컸어.”

“아유, 아닙니다. 선생님의 실력이 가장 크죠.”

실제로 홍부자 선생님의 전시에 내가 큰 도움이 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내 도움이 없었어도 홍부자 선생님은 충분히 해낼 능력을, 갖고 있는 분이시다.

한 원장은 조 원장과 함께 전시회를 찾아왔다. 한 원장이 깁스를 하여서 조 원장이 부축하며 들어왔다. 두 사람은 이제 꼭 붙어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원장님, 너무 자랑스럽습니데이. 정말 대단하십니더.”

“그니까요, 원장님 제자인 것이 너무 자랑스러웠어요.”

한 원장과 조 원장은 홍부자 선생님을 연신 칭찬하며, 추켜세워 주었다. 홍부자 선생님의 전시회는 그렇게 성황리에 치러지고 있었다.

“와, 정말 대단하십니다. 오늘 바빠서 조금 늦었네요.”

전시회의 끝자락, 강준이 전시회를 찾았다. 한 원장은 강준이 오자 그를 보기 싫어서 자리를 피했다. 한 원장이 조 원장을 데리고 나가려고 했지만, 그걸 본 강준이 조 원장을 붙잡았다. 한 원장은 자신의 여자를 지키기 위해 눈에 불을 키고 강준을 노려보았다.

“아니, 요새 너무 바쁜 거 아닙니까? 얼굴 좀 보고 살자구요.”

강준은 조 원장을 다정하게 부르며 말을 걸었다. 한 원장은 그런 강준이 너무 꼴 보기 싫은 나머지 인상을 잔뜩 찌푸렸다. 조 원장은 한 원장을 보고 귀여운지 피식 웃었다.

나중에 안 일이지만, 강준은 조 원장이 좋아서 그런 것이 아니고, 조 원장에게 자신의 프렌차이즈 분점을 맡기고 싶어서 그런 거였다. 조 원장의 실력이 좋은 것은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녀에게 분점을 맡기면 더 좋을 거라는 판단에서였다. 하지만 한 원장은 그런 속을 알 리가 없었다.

“야야, 조 원장 아니 조이숙이는 내꺼다. 건들지 마래이.”

한 원장의 한마디에 모두의 이목이 집중 되었다. 뜻밖의 전개, 재밌는 일이 생길 것 같았다.

한 원장은 강준에게 보란 듯이 조 원장을 껴안으며 말했다. 일종의 선전포고였다. 조 원장은 놀란 나머지 얼굴을 붉혔다.

“내꺼다. 내꺼.”

“쳇, 결혼이라도 할 겁니까?”

“그래, 할기다 할기라고!”

브라보! 나는 속으로 만세를 불렀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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