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3화. 미용대회에 가다(3)
홍부자 선생님의 지도로 미용 대회를 준비하게 된 나는, 기쁜 마음으로 공부에 임했다.
미용 대회에서는 여러 가지 종류의 대결이 펼쳐지는데, 그중 꽃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업스타일이다. 업스타일은 미용사 입문 과정 중에서 가장 상위에 있는 과정으로, 스텝에서 시작해서 그것까지 마스터 하는 데는, 3년 이상이 걸린다.
그게 가장 평균적인 수치일 것이다. 그러므로 업스타일 대회는 미용을 오랜 기간 한 사람이 주로 신청하는 분야이고, 그 때문에 업스타일에서 1등을 하는 것 자체가 가장 어려운 일이라고 하겠다.
홍부자는 나에게 부족한 창의성을 채워주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 미용대회에서 가장 중점적으로 보는 것이 균형과 독창성이다. 나는 저번에 홍부자 선생님의 지도로 업스타일의 모든 걸 마스터 했지만, 독창성은 천부적인 재능의 범주에 속하는 부분이라, 홍부자의 힘이 절실했다.
“그럼 니가 할 수 있는 작품을 해봐. 거기에서 한층 업그레이드 해주면 뭔가 되지 않을까?”
“네, 알겠습니다.”
나는 조 원장이 대상을 받게 될 작품을 떠올리며 최대한 그대로 시술하기 시작했다. 조 원장이 하게 되는 작품에서 한 단계만 업그레이드된다면, 그 작품이 당연히 대상이 될 테니 말이다. 20년이 지난 기억을 더듬어서 작품을 완성 하였다. 홍부자는 나의 작품을 꼼꼼하게 살폈다.
“이정도면 수상권은 무난하겠어.”
당연한 일이다. 대상을 받은 작품을 모티브로 했으니 수상은 무난할 것이다. 하지만 나는 1등, 즉 대상을 타야만 한다.
“여기서 어떤 걸 더해야 할까요? 좀 더 독창적이어야 할듯 해서요.”
“테마가 있어야지. 이 머리를 보면 떠오르는 그런 이미지 말이야.”
“예를 들어서 어떤?”
“꽃모양으로 만드는 거지 장미 같은?”
“장미는 누가 하지 않았어요?”
“응, 그 누가가 나지.”
홍부자는 이미 많은 꽃 모양을 구현해 내었다. 장미 같은 것은 어렵지 않게 해낼 수 있는 일이다. 나는 그보다 더 어려운 걸 해내야 한다. 유치하지 않으면서도 완벽한 테마, 누구도 해보지 않은 스타일!
“무궁화? 무궁화는 어때요?”
“오, 그거 괜찮네. 근데 색이 문제야. 나도 색 때문에 포기했거든.”
“아 분홍색 말이죠? 그거만 해결하면 될까요?”
“그게 가능해? 진짜?”
“해봐야죠 뭐.”
분홍색을 만들어낼 수 있긴 하지만, 그걸 만들어낼 염색약이 나오지 않은 상태다. 거기다 어찌어찌해서 분홍색을 구현해 낸다고 해도 머리에 붙어있을지가 의문이었다. 그때에는 헤어 트리트먼트 수준이 낮은 편이라서, 탈색약을 버텨낼 도리가 없었다. 탈색을 여러 번 하면 머리가 녹는다. 그때 모발에 영양을 제대로 해주지 않으면 녹아서 없어질 것이다.
“불가능해. 빨간색이 아니고 분홍색이야. 전체 베이스가 하얀색이 되어야 한다고.”
결론은 분홍색을 모발에 구현하는 것이, 불가능한 일이라는 것이다. 그치만, 나의 사전에 포기란 없었다. 회귀하고 나서 부딪힌 일들은 어떻게든 해내면서 버틴 게 벌써 3년째, 단 한 번도 이루지 못한 일이 없었다.
“가발을 붙여보죠, 분홍색을 만든 가발을 모발 끝에 붙이는 거죠.”
“뭐? 그게 가능해?”
그때 당시에는 가발을 붙이는 기술이 부족한 시기였다. 내가 최초로 시도하는 셈이다.
“실리콘으로 하면 됩니다.”
나의 말을 들은 홍부자는 놀라고 또 흥분했다. 이런 생각을 하는 사람이 그동안 없었기 때문이다. 물론 회귀자라서 생각한 것이지만, 홍부자가 그걸 알리도 없고, 알려줄 필요도 없다.
“근데 분홍색 가발이 없잖아. 가짜 가발을 붙이면 티 나서 탈락할거야.”
“흰머리에 하면 되잖아요. 흰머리는 모든 색이 가능하죠!”
“오! 그래 할매들 머리 갖다가 하면 되겠네! 좋았어!”
홍부자는 신이 나서 박수를 쳤다. 이제 나가서 실리콘과 흰머리만 구하면 된다.
* * * * *
드디어 미용 대회가 시작되고, 전국에서 모인 미용사들이 한자리에서 만났다. 그중에는 나와 조 원장, 한 원장과 은서도 있었다. 저마다 대회 참여를 위해서, 많은 노력을 한 듯 결의에 찬 모습이었다. 곳곳에 다른 나라에서 온 참가자도 눈에 띄었다.
대회가 시작되고, 나와 조 원장도 업스타일을 시작했다. 조 원장은 내가 예상한 대로 그 스타일을 시술하기 시작하였다. 나는 홍부자 선생님의 손을 그대로 옮겨놓은 것처럼, 그분이 하는 그대로 손을 놀렸다. 엄청난 연습으로 만든 손놀림이었다. 조 원장을 이기기 위해서는 그 이상의 것을 보여줘야 한다는 압박이 만들어낸 성과였다.
나의 스타일은 심사위원도 놀랄 정도였다. 정확성과, 테크닉, 완성도에 예술성까지 갖춘 완벽한 그림이 나오고 있었다. 심지어 조 원장까지 놀라서 힐끔거릴 정도였다.
한참 업스타일 구현에 힘을 쏟고 있는데, 노랑머리가 눈에 들어왔다. 그렇게 오지 말라고 했는데, 굳이 플래카드까지 사서 온 것이다. 그의 모습을 본 은서는, 눈이 뒤집혀서 삿대질을 해댔다.
“저, 저 새끼가 지금 박준수를 응원 하는 거야? 미친 거야?!”
은서가 흥분해서 소리치자, 문신 조폭이 은서에게 달려왔다.
“왜왜? 뭔 일인데?”
“내가 말한 그 옛날 남자친구가 저기 있잖아! 내 원수인 박준수의 편이 되었어!”
문신조폭은 노랑머리를 무표정하게 쳐다보았다. 은서에게 들어왔던 인상보다 훨씬 선해 보이는 노랑머리가, 같잖게 느껴졌기 때문이었다.
“손 좀 봐줄까?”
문신 조폭은 은서를 보며 그렇게 이야기 하였다. 은서는 당연한 걸 물어보냐는 듯 문신 조폭을 째려보았다. 문신 조폭은 옆에 있던 다른 조폭에게 그를 데리고 가리고 턱짓을 하였다.
“가서 조져버려!”
“데리고 가서, 미용 못하게 손가락 하나 자르고 오던지 해라.”
“네, 형님.”
덩치는 문신 조폭의 턱짓을 보고, 노랑머리에게 뛰어갔다.
노랑머리는 그들이 자신에게 오는 줄도 모르고, 열심히 응원을 하고 있었다. 덩치가 다가가 노랑머리에게 헤드락을 걸고서, 그를 끌고 갔다. 노랑머리가 들고 있던 플래카드가 바닥에 떨어져서 사람들 발에 밟히고 있었다.
나는 머리를 하다가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대충 마무리하고, 대회장을 빠져나갔다. 한 원장이 놀란 얼굴로 그를 잡았다.
“어디가노? 마무리 다 한 거가?”
“네, 다 한 거에요. 금방 올게요.”
“야야, 한 시간이면 심사 끝난데이! 그 안에 와야 한다!”
“네, 걱정 마세요.”
나는 걱정하는 한 원장을 두고서 냅다 뛰어갔다. 규정을 어기고 대회장을 빠져나갔지만, 망설임은 없었다.
* * * * *
“이거 놔! 미친것들아! 왜 이래!”
노랑머리는 덩치 두 명에게 질질 끌려가고 있었다. 큰 덩치의 남자가 두 명이나 붙어서, 노랑머리도 어쩔 수 없이 당하고만 있었다.
“조용히 따라가자. 엄지 하나만 자르면 순순히 보내줄게.”
“네? 아니, 그게 무슨! 날 놔둬! 그만하라고 잡놈들아!”
노랑머리가 놈들의 차에 억지로 태워지려는 찰나, 내가 뛰어와서 노랑머리를 잡아끌었다.
“니들 이거 납치야! 경찰에 신고하면 다 감옥 가야 한다고!”
내가 그렇게 말하지 덩치 하나가 나의 멱살을 들어 올렸다. 덩치에 의해 멱살이 눌린 나는 숨을 쉴 수가 없어서 켁켁 거렸다.
“켁켁. 이거 놔! 켁켁.”
“한주먹 거리도 안 되는 새끼가.”
그때 대회장에서 은서와 문신 조폭이 나오고 있었다. 덩치는 나의 멱살을 놓고는 둘을 향해 90도로 인사를 하였다.
“곧 끌고 가겠습니다. 형님.”
지금이다! 나는 은서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러자 근처에 있던 다른 조폭이 달려가서 나를 잡았다. 은서의 앞에서 꼼짝 못하고 잡히게 되었다.
“그러지 마. 쟤는 잘못이 없다고!”
“너는 잘못이 있잖아?”
“그래, 내가 미안하니까 쟤는 놔줘. 제발.”
“니가 스타일을 그만두면 용서해 줄게.”
나는 스타일 헤어를 그만 둘 수가 없다. 남은 계획이 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지금은 한 원장이 나를 놔주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그만두기가 어려운 상황이었다.
“그렇게는 할 수 없어.”
“그럼 그냥 쟤 손가락 하나로 끝내자.”
은서가 노랑머리를 데려가라고 손짓을 하였다. 나는 덩치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난 뒤, 은서에게 달려갔다. 갑작스러운 상황이라 대처하지 못하는 덩치들. 눈 깜짝할 사이에 은서의 코앞에 선 나를 보고, 은서도 놀란 눈치였다.
“뭐야! 꺼져!”
은서가 조금 겁먹은 얼굴로 몸을 빼는데, 그 앞에 무릎을 꿇었다. 다들 놀라서 쳐다보고, 노랑머리는 화가 나서 고함을 쳤다.
“하지 마! 하지 말라고!”
“한번 만 봐줘. 내 소중한 사람이야. 절대 다치게 하고 싶지 않아.”
“박 쌤 하지 말라고요!”
은서는 내가 그렇게 하는걸 보고 약간 동요하였지만, 다시 표독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래봤자 소용…….”
은서가 말을 하는데, 문신 조폭이 은서의 말을 자르며 말했다. 문신 조폭은 나의 행동에 약간 감동을 받은 모양이었다.
“남자새끼네, 이 새끼.”
“뭐? 뭐라는 거야? 이 새끼가 남자지 뭐!”
“넌 좀만 조용히 하자. 일어나! 니 부하는 안 건드릴 테니, 갈길 가라.”
문신 조폭의 말에 은서가 길길이 날뛰며 소리 질렀다. 나는 어리둥절해 하며 일어났고, 노랑머리는 눈물을 흘릴 것 같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왜 이래 자기! 내 철천지원수라니까?”
“저런 놈을 원수로 삼지 마라. 우리 상대는 안 그래도 차고 넘쳤으니까.”
“날 감옥 보낸 놈이라니까?”
“넌 감옥에 가야 했었고, 그래서 날 만난 거니까 난 그걸로 족하다.”
문신 조폭은 그렇게 말하고선 차 쪽으로 가버렸다. 노랑머리를 잡고 있었던 덩치들이 노랑머리를 놓아주었다. 노랑머리는 나에게 달려가서 그를 잡고 그의 무릎을 털어주었다.
“박 쌤!”
그들이 그러는 모습을 보며 혀를 차는 은서, 나중에 꼭 원수를 갚겠다고 다짐하고는, 문신 조폭을 따라 차에 올랐다.
“아, 대회!”
“맞다!!”
나는 다시 대회장으로 서둘러 들어갔고, 노랑머리도 따라 들어갔다.
* * * * *
“영애의 대상은! 스타일 헤어의 박준수!”
나의 작품이 대상에 호명되고, 다들 기뻐하며 서로를 얼싸 앉았다. 한 원장은 나의 품에 안긴 채 조 원장을 빤히 쳐다보았다. 조 원장은 내가 완성한 작품을 관찰하고 또 관찰하고 있었다. 나의 승리를 인정하는 듯 고개를 끄덕이면서 말이다.
조 원장은 한 원장이 자기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깨닫고 그를 쳐다보았다.
“뭐? 밥 차려줘?”
“그래! 함 해도!”
“그래 까짓 거. 가자 한씨.”
조 원장이 한 원장을 끌고서 나가자, 다들 쫓아나갔다. 한 원장은 따라 나가려다가 말고 조 원장을 쳐다보았다. 그때, 이은서가 몰래 숨어서 그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이은서 있다 아이가?”
나는 한 원장이 이은서의 과거를 이야기 하려는 것을 듣고서, 쫓아가서 그의 입을 막았다.
“와? 이야기 하지 말라고?”
“네, 오늘 신세를 좀 져서요.”
“에이, 그래 마 내도 남의 뒷다마 까는 거 내키지는 않는다.”
조 원장이 가다가 돌아보자, 내가 한 원장을 대신해서 조 원장에게 말했다.
“이은서 자르는 거는 그냥 농담인거 아시죠?”
“그래? 나야 좋지. 걔가 일을 좀 잘 하거든.”
조 원장이 어깨를 으쓱하고는 걸어가자 그 뒤를 따라가는 일행들. 은서는 숨어서 그걸 보고 있었다. 나의 배려에 고맙기는커녕 기분이 상한 얼굴을 하고서 말이다.
회귀해서 미용재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