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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43화 (43/200)

43화. 정성스러운 싸가지

가 기자는 나를 한참동안 노려보다가 한숨을 팍 쉬더니 사진기 속에 있는 필름을 꺼냈다.

내가 얼른 필름을 빼앗으려고 하자 가 기자는 필름을 쭉쭉 뽑아버렸다. 필름을 뽑으면 안에 찍힌 사진은 모두 사라지는데, 그걸 노리고 그러는 것이다.

“야, 이 미친.”

“저 봐, 찍었네, 찍었어.”

“어이구, 증거가 없어졌네? 니가 날 팼다는 증거만 남았네?”

가 기자는 자신의 코피가 묻은 더러운 휴지를 노랑머리에게 들이밀며 약 올렸다. 노랑머리는 분노로 치를 떨었지만 끝내 휘두르지는 않았다. 내가 중간에서 버티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기자님, 예의 쪼매 지켜주시죠? 그르니까 도둑 촬영은 했다 아입니까?”

“증거는 없죠?”

“하, 얼른 가쇼. 내도 화날라카네.”

“그러죠. 나도 여기 더 있기 싫어서요.”

가 기자는 썩은 미소를 정성스럽게 날려주며 미용실을 나섰다. 나는 참고 또 참았다가, 결국 가 기자의 뒤를 쫓아나갔다.

그러자 노랑머리가 나의 손을 붙잡았다.

“내가, 내가 가서 줘 패고 올게요. 네?”

“아니야, 내가 갈게.”

나는 노랑머리를 보며 안심하라는 듯 웃어주었다.

“그냥 딱 한마디만 하고 올게.”

내가 따라 나오는 걸 본 가 기자는 재수 없는 표정을, 또 정성스럽게 지어 보였다. 나는 목에 힘을 잔뜩 주고, 어깨를 딱 펴며 자신감 있는 얼굴로 가 기자를 노려보았다.

“뒤통수가 따갑다고 느낄 때는 굳이 뒤를 돌아보지 말아라. 거긴 반드시 내가 있을 거거든. 조심하라는 말이야.”

가 기자는 나의 기세에 눌렸지만 , 티내지 않으려 껄껄대며 돌아섰다. 그리고는 반드시 나에게 엿을 먹이리라고 다짐하였다.

* * * * *

늦은 밤, 다영을 몰래 차로 불러낸 나는 한참을 망설인 끝에 입을 열었다.

“이제 미용실을 다른 데로 옮기셔야 할 것 같네요.”

“네? 아니 왜요?”

“웬 기자가 우리 사이를 연인으로 의심하고 있어서요.”

“아…….”

“그니까 이제 그만.”

그러자 다영이 갑자기 나를 끌어 안았다.

“난 괜찮아요. 연인 사이로 기사 나도 난 좋다구요.”

찰칵.

차의 뒤에서 누군가가 사진을 찍고 있었다. 가 기자가 어떻게 알았는지 다영을 따라왔고, 우리를 계속 주시하고 있었다. 마침 둘이 다정한 포즈를 취했고, 그 찰나를 놓칠세라 카메라 셔터가 돌아가고 있었다.

“좋았어! 좀만 더, 키스라도 하라구!”

가 기자는 연신 셔터를 눌러댔다. 나와 다영은 생각지도 못하는 곳에 몰래 숨어서, 아주 음흉한 얼굴을 정성스럽게 하고서 말이다.

* * * * *

따르르릉, 따르르릉.

이른 새벽, 요란한 전화음이 울렸다. 잠에서 깨어 전화를 받을 때까지 쉼 없이 전화가 울려댔다. 나는 잠에서 덜 깬 얼굴로, 기어가다시피 가서 전화를 받았다.

“여보세요.”

“얌마, 너 당장 튀어와!”

이사장의 목소리였다. 나는 정신이 번쩍 들면서, 가장 빠른 속도로 사무실에 뛰어갔다.

“가진석이란 새끼가 대체 누구야?!”

“아, 그 자식이 왜요?”

“그 새끼가 니들 스캔들 기사 낸다는 거 내가 겨우 막았어. 그 새끼가 돈 줘도 안꺽는다는데 이거 어쩔 거야?”

가 기자는 결국 그 사진으로 기사를 만들어냈고, 그걸 알게 된 이사장이 겨우 하루 동안만 기사 개시를 막았다. 단 하루 만에 가기자의 구미에 맞는 뭔가를 제시하지 않으면, 나는 물론이고 다영과 이사장까지 곤란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개자식, 결국 날 이렇게 만드네.”

“돈 몇 푼 가지고는 안 될 것 같은데, 그럼 내가 출혈이 너무 커.”

나는 머리를 싸매고 생각에 잠겼다. 지금 이사장은 돈으로는 해결이 안 된다는 이야기를 간접적으로 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좀 더 진취적인 생각을 해야 한다. 그래, 미래에는 이럴 때 어떻게 했을까?

2021년에는 정치적 사건이 터지고, 그걸 연예 기사로 덮는다는 이야기가 많았다. 일반적인 사람들도 연예 기사가 터지고 나면, 으레 정치기사를 덮는 거라며 수근 댈 정도였다. 그렇다면 그런 식으로 접근하면 되는 게 아닌가?

“다른 사건으로 덮으면 되잖아요. 더 큰 사건을 주고 그걸 가져오는 거죠! 지들은 손해 볼 게 없잖아요.”

“그래, 좋은 의견이야. 근데 더 큰 사건은 대체 어디에서 찾냐고?”

“더 큰 사건……, 다영이를 구할 더 큰…….”

나는 다영을 되뇌이다가 다영의 비디오 사건을 떠올렸다. 그래, 어쩌면 그 비디오에 답이 있을지도 모른다! 비디오를 편집하면 다영이만 쏙 뺄 수 있을 테니까 이사장의 도움을 받으면 될 것이다.

“비디오가 있어요. 정치인이 관련된 비디오가!”

“어? 그럼 당장 가져와.”

“네 금방 가져올게요.”

* * * * *

나는 부리나케 달려가서 집에 있던 비디오를 들고 왔다. 다행히 이른 시각이라 차도 막히지 않았고, 비디오도 금방 찾아올 수 있었다.

“여기에 오형식 의원의 동영상이 있어요.”

“근데 이걸 니가 왜 가지고 있어?”

그 비디오를 왜 갖게 되었는지 설명하기가 곤란했지만, 그 비디오 안에 다영도 있다는 것은 미리 말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영이가 찍힌 동영상이거든요.”

“그럼, 여기 다영이가 있다는 말이야?”

“웬 놈이 찍어둔걸 제가 훔쳐 왔습니다.”

“참나, 이 바닥이 이래서 더러워. 암튼 비디오나 좀 보자.”

“네.”

나는 비디오를 틀어놓고 일부러 딴 곳을 보고 있었다. 그렇게 비디오가 돌아가는데 이사장이 갑자기 화를 냈다.

“뭐야? 아무것도 없는데?”

“네? 그럴 리가 없는데.”

나는 비디오를 다시 돌려보았다가, 과거 그 부분을 삭제했다는 것을 기억해 내었다.

“아 내가 보기 싫어서 삭제했었구나.”

“뭐? 이자식이 진짜. 장난 하냐?”

두 사람이 그러고 있는 동안, 비디오는 계속해서 돌아갔고 갑자기 삭제가 안 된 부분이 나오기 시작했다. 하지만 그건 다른 사람이 아닌 다영이 나오는 부분이었다. 아주 짧게 나오지만 분명 다영과 오형식이 나온 영상이었다.

“어어? 저거 나오네. 아윽, 짧고 강력하네. 모자이크하면 되겠다.”

“아 저거 말고 다른 여자가 나오는 부분이 있는데, 그걸 삭제했나보네.”

그걸 본 나의 얼굴이 분노와 수치심으로 일그러졌다. 저걸 모자이크만 하고 보낸다면 다영은 분명 자기의 얼굴임을 알게 될 것이다. 그리고 자기가 좋아하던 사람이 그걸 유포한 사람이라는 것을 알게 된다면 그녀는 더 살아갈 의지를 잃게 될 것이다.

기껏 동영상까지 훔쳐와 놓고, 그렇게 놔둘 수는 없었다. 이렇게 만들 바엔 과거에 그렇게 비디오를 훔쳐 올 필요가 없었으니까. 그녀를 내 인생에 끌어들인 이상 끝까지 그녀를 지켜야 한다는 의지가 나를 붙잡았다.

“저거 그냥 삭제하겠습니다.”

“뭐? 왜? 저거면 다 해결 될 것 같은데?”

“저거 다영이가 본다면 상처받을 겁니다. 거기다 유포자가 저란 걸 알면 더욱요.”

“야,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때가 아니야. 돈이 억단위로 나갈 수도 있다고.”

“그 돈, 제가 댈게요.”

이제 곧 엄정희 앨범이 나오면 매직약 커미션으로 돈이 많이 들어올 것이고, 주식을 팔면 돈을 조금 마련할 수 있을 것이다. 사람 목숨값 치고는 비싸지 않은 돈이다.

“제가 돈 댈 테니까 그 동영상 완전히 삭제하시죠.”

이사장은 내가 그렇게까지 하는 것이 이해되질 않았지만, 지금 찬밥 더운밥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이야?”

“네, 진심으로 하는 말입니다.”

“그래, 알았어. 나도 보테기로 하지. 그 자식이 얼마를 불지는 나도 모르지만, 신인급이니까 그렇게 엄청나게 바라진 않을 거야.”

이사장이 말을 마치는 그때, 비디오에서 다음 장이 나오기 시작했다. 그건 나도 미처 몰랐던 사실이었다. 그 비디오에서는 당대 최고의 탑스타인 ***의 모습이 찍혀있었고 상대 남자는 누구인지 알 수가 없는 사람이었다.

“뭐야 저거? ***잖아?”

“헉, 저건 저도 처음 보는데.”

“야, 저거주면 되겠네. 저건 우리가 돈을 받고 팔아야 할 정도야!”

“사장님 그건 좀, 아닌 것 같습니다.”

“아니 말이 그렇다는 말이지 흠. 넌 너무 피곤한 스타일이야.”

당대 최고의 탑스타가 찍힌 **동영상을, 가 기자가 마다할 리가 없었다. 거기다 동영상을 그 탑스타에게 보여주고 딜을 한다면 엄청난 액수를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사실상 로또나 다름없는 동영상인 것이다.

“어, 저 남자.”

“왜? 아는 사람이야?”

“아, 아뇨 아직은 아는 사람이 아니죠.”

“엥? 그게 무슨 소리야?”

“별말 아닙니다. 하하.”

상대 남자는 지금은 알려지지 않았지만, 조만간 아주 많이 알려질 남자다.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그나저나 그 쓰레기에게 너무 좋은걸 주는 건 아닌가 몰라.”

“복어가 독을 제거하지 않으면 사약이나 다름없는 거 아닙니까.”

“엥? 그건 또 무슨 말이야? 자꾸 이상한 소리 할래?”

“나중에 알게 되실 겁니다.”

“허허, 이 녀석 또 능글맞게시리.”

이사장은 내가 하는 말을 듣고 뭔가 재미있는 일이 펼쳐질 것 이라고 생각했다. 그렇게 말하는 데는 다 이유가 있는 거니까.

나는 다영의 동영상을 아무 동요도 없이 삭제해 버렸다. 조금의 미련도 없는 얼굴이었다.

“다영이를 좋아하는 건가?”

“네? 아뇨 그럴 리가요?”

“그럼 왜 그렇게까지 하는 거지?”

“마지막으로 도와주는 겁니다. 좋아서 그런 건 아니고요. 미안해서 그런 거죠.”

“김설아씨가 오해하겠어.”

나는 김설아라는 말이 나오자마자 흥분해서 소리쳤다.

“절대 말하시면 안돼요! 김설아씨가 알면 저 정말 미쳐버릴 거예요!”

“어이구, 알겠어요.”

이사장은 내 표정으로 보고 피식 웃었다. 안다영에게 마음이 없는 것을 확인해서 기분이 좋았고, 김설아를 향한 내 마음을 확인해서 좋았다.

“그것도 사랑이라는 생각이 드네.”

“네? 뭐가요?”

“자네가 김설아에게 가진 마음 말이야. 그거 사랑이라고.”

그것도 사랑이라……. 그것도 사랑인가? 정말 그런 건가? 나는 그 말을 인정할 수도, 부정할 수도 없었다.

* * * * *

끼이이익, 끼이이익.

나가 주차장에 차를 주차하고 막 출근을 하려는데 웬 외제차가 드리프트를 하며 나의 앞으로 쭉 다가왔다. 놀란 나가 몸을 뒤로 빼자, 외제차는 후진까지 해가며 나의 코앞으로 다가와 멈춰 섰다. 외제차의 창문이 열리고 보니, 가 기자가 얼굴을 내밀었다.

“준수씨, 잘 지냈죠?”

가 기자는 특유의 밥맛없는 표정을 정성스럽게 짓고 있었다. 나는 가래침이 목구멍까지 올라왔지만 참고 삼키며 떨떠름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네. 안녕하세요.”

“덕분에 외제차 뽑았잖아요. 인사를 해야 할 것 같아서 뽑자마자 여기로 왔어요.”

“네. 좋으시겠네요.”

“한번 태워줄까요? 첫 빠따로다가?”

“아뇨. 됐습니다.”

내가 가려고 하자, 가 기자가 차에서 내려서 내 앞을 막아섰다. 내가 보면, 가 기자는 차를 닦는 척을 하며, 또 가면 따라오고, 나의 길을 일부러 막아서고 있었다.

“차가 진짜 좋아. 남의 피고름으로 산 차라 그런지 아주 끝내줘요.”

“네. 그렇네요.”

나는 최대한 부딪치지 않으려 애썼지만, 가 기자는 그런 의지마저 꺾어가며 길을 막았다.

“근데 말이야, 동영상에 앞부분이 지워졌더라고? 거기 뭐가 있는 거야? 당신이랑 다영이가 하는 뭐 그런?”

나는 참다못해서 가기자의 멱살을 쥐었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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