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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해서 미용재벌-17화 (17/200)

17화. 머릿니와 학대 받은 아이

머릿니였다.

당황한 나는 아이가 보이지 않게 애써 고개를 돌리고 다솜이를 쳐다보았다.

“머릿니가 맞는거죠?”

다솜이(윤 선생)는 겁에 질린 얼굴로 작게 말했다. 다솜이도 머릿니가 있는 손님은 처음 본 모양이었다.

“네, 맞는 것 같습니다.”

머릿니는 그 시절 어린애들에게 가끔씩 전염되곤 했다. 2021년 즈음에도 아주 희귀하게 발견되곤 하는데, 엄마가 조금만 관리해주면 금방 없어질 수 있다.

“세상에, 애가 이렇게 되도록 모른 거야?”

“그런가 보네요.”

정말 이해할 수 없는 것은, 자기의 몸둥이는 저렇게 완벽하게 꾸미는 사람이 아이 샴푸 하나 제대로 해주지 않고 있다는 사실이었다. 아이는 머릿니뿐만 아니라, 머리 샴푸 상태도 아주 엉망이었다. 아이를 방치하는 상황이 아니고서야 이해될 수 없는 상황이었다. 돈이 없어서 아이를 방치한다고 볼 수도 없는 것이, 저 여자가 입은 옷은 딱 봐도 비싸 보였다. 대체 왜 아이를 엉망으로 키우고 있는 것일까?

여자는 아이를 맡겨두고 어디론가 사라졌다. 아이에게 해준 것이라고는 ‘얌전히 있어’라는 말 뿐이었다.

“아, 어쩌지? 커트 빗 닿는 것도 께름직한데.”

“제가 가서 참빗이라도 사올까요? 그걸로 빗으면 커트할 수 있을 거에요.”

“응, 그렇게 좀 해줘요.”

“빨리 다녀올게요.”

나는 재빨리 미용실을 나가려 했다. 그러자 다솜이가 다가와서 내게 자신의 가방을 내밀었다.

“이거 가지고 가. 혹시나 손님이 참빗 보면 좀 그렇잖아.”

“아, 네네 알겠습니다.”

다솜이(윤선생)의 가방에는 카세트 플레이어가 있었다. 다솜이가 평소 공테이프에 녹음을 해서 듣고 다닌다는 것을 알기에, 가는 동안 음악이라도 들으려고 꺼내 들었다.

주차장에 아이 엄마가 어느 차 앞에 서있었다. 아이 엄마 앞에는 7살 9살쯤 되어 보이는 아이들이 서서 칭얼대고 있었다. 아이 엄마는 내가 다가가는 것을 눈치채지 못했다. 아이들이 워낙 징징대서 말이다.

“엄마, 나도 놀이동산 갈래.”

“나도 머리 할래. 여기 연예인도 온대.”

“그만 둬. 니들 할머니 집에 하루만 있으라고.”

“싫어, 나도 놀이동산 가고 싶어.”

“니들은 지숙이 없어지면 둘만 데리고 갈 거야. 좀만 참으라니까?”

지숙이가 없어져? 아까 그 아이 이름이 지숙인데 없어진다고? 나는 본능적으로 몸을 숨기고 저들의 하는 말을 자세히 듣기 위해 다가갔다. 어쩌면 혼자 들을 이야기가 아닌 것 같아서 카세트 플레이어의 녹음 버튼을 눌렀다. 다솜이에게는 미안하지만, 왠지 꼭 녹음을 해야 할 것만 같았다. 아이 엄마는 7살 아들의 입에 사탕을 물려주고 9살 딸에게 이야기 하였다.

“지숙이가 어떻게 없어져?”

“놀이동산에 가서 버리고 올 거야. 너희들도 지숙이 없어지는 게 좋잖아!”

“정말 버리고 와도 돼? 아빠한테 안 혼나?”

“그니까 여기 미용실에 온 거잖아. 내가 지숙이 잘 챙기는 걸 먼저 보여주려고.”

“그럼 우리 하루만 자고 간다? 엄마 꼭 데리러 와야 해.”

“알았으니까 조용히 하고 가자.”

아이 엄마는 애들을 차에 태우고 서둘러 빠져나갔다.

정말 미친여자 임에 틀림없었다. 다행스럽게도 이들이 한 대화는 빠짐없이 녹음 되었다.

“저게 사람이야?”

나는 일단 참빗을 먼저 사기 위해 뛰어갔다. 근방 화장품 가게에서 참빗을 구매하고, 혹시나 싶어서 일회용 카메라를 샀다. 아이의 사진과 아이 엄마의 사진을 찍어두어야 나중에 도움이 될 것 같아서였다.

* * * * *

“세상에 진짜에요?”

믿을 수 없는 일이지. 아이를 버리러 놀이동산에 가다니.

“아무래도 새엄마인 것 같죠?”

“새엄마래도 버리진 않지! 그것도 계획적으로 그러잖아요! 당장 신고해야 하는 거 아니에요?”

“글쎄 모의한 것만으로 신고가 되진 않을 거예요.”

그때는 아이 학대에 대한 개념이 부족한 시기라서 남이 개입하는 게 여간 까다로운 게 아니었다.

“그럼 갖다 버릴 때 신고할까?”

“잘못하면 우리가 유괴범으로 몰릴 수도 있잖아요.”

“엄마야. 그럼 어떡해요?”

“우선 애 사진 좀 찍어두고, 아빠 연락처를 알아두어야죠.”

“어휴 애가 저리 이쁜데….”

다솜이는 내 말을 듣고 지숙이를 불쌍하게 바라보았다. 지숙이는 아무것도 모른 채 배시시 웃었다. 저렇게 어린아이를 버리다니, 인간이 할 짓이 아니었다. 믿을 수 없고 슬픈 일이 벌어지려는데, 그걸 대놓고 막을 수가 없는 것이 미칠 것만 같았다.

“휴, 어떻게 해야 하냐.”

나는 지숙이를 안타깝게 바라보며, 아이에게 손을 뻗었다. 그저 머리를 쓰다듬어주기 위해서였는데, 아이가 본능적으로 내 손을 피했다. 자기가 맞을 것 같았던 모양이었다. 아이는 엄마에게 상습적으로 폭행을 당하고 있는 것 같았다. 아이엄마는 쓰레기 같은 여자임에 틀림없었다.

“애를 얼마나 때렸으면!”

“때렸다고? 애를?”

“그런 것 같아요. 혹시 모르니까 이따 화장실에 가거든 아이 몸에 상처가 없는지 사진을 좀 찍어주시겠어요?”

“응, 그럴게요. 근데 왜?”

“혹시 아버지가 찾아오면 보여줘야죠.”

“아, 그래요.”

다솜이는 지숙이를 데리고 가서 몸을 살펴보았다. 예상대로 지숙이의 몸에는 꼬집히거나 할퀸 상처들이 많이 있었다. 어지간히 괴롭혔던 모양이었다.

지숙이 머리는 다른 스텝에게 맡겨두고, 우리 두 사람은 그 애를 구할 방법을 찾기에 바빴다.

“하, 정말 화가 나요.”

“그러니까요. 그렇다고 딱히 방법이 있는 것도 아니고.”

“애 얼굴 사진도 찍어 두셨죠?”

“네. 일단 찍긴 했는데, 아버지가 누군지 알 방법은 있어요?”

“애가 이름을 말하긴 했어요.”

“그거 가지고는 모르는데.”

우리 둘이서 이런저런 고민에 빠져 있는데, 아이 엄마가 소리치는 소리가 들려왔다.

“내가 그거 버리라고 했지? 니 엄마는 나라고!”

아이 엄마는 지숙이가 가지고 있던 가방에서 웬 사진을 꺼내더니 마구 찢어발겼다.

지숙이는 사진을 달라고 애원하며 울었는데, 어찌나 슬프게 우는지 보는 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았다.

아이 엄마는 지숙이가 울자 손을 들어서 지숙의 머리통을 갈겼다. 나는 그걸 놓치지 않고 카메라에 담았다.

찰칵.

“뭐야?”

아이 엄마는 카메라 소리를 듣고 내게 달려왔다. 나는 얼른 카메라를 감추고서 시치미를 뗐다.

“너 사진 찍었어?”

“아닌데요.”

“너 사진 찍었잖아 지금!”

“안 찍었습니다.”

“이게 진짜!”

짝.

아이 엄마가 나의 따귀를 갈겼다.

순식간에 당한 일이라 멍청하게 바라보고만 있었다.

“뭐하시는 거예요?”

다솜이가 놀란 얼굴로 뛰어가서 아이 엄마의 손을 잡았다.

“이거 놔! 저놈이 내 얼굴을 몰래 찍었다니까!”

“이러지 마세요! 이거 영업 방해에요!”

사람들이 몰려들어서 우리를 떼어놓고서야 사태가 진정되었다.

아이 엄마는 기분이 나쁜지 화를 잔뜩 내고서 지숙이를 끌고 나갔다.

“가자, 놀이동산 닫기 전에 가야지.”

“엄마 사진, 사진.”

“이리 오래도!”

아이 엄마는 지숙이를 끌고서 미용실을 나섰다. 이대로 아이가 가버리면 아이는 놀이동산 한복판에 버려질지도 모르는데 이대로 보낼 수는 없었다. 나는 매직펜을 들고서 쫓아갔다.

“잠시만요!”

“뭐야?”

“머리 체크를 아직 안했어요.”

“그까짓 거 안 해도 돼!”

아이 엄마는 더 있으려 하지 않고 나가려고 했다. 나는 이대로 보낼 수 없다는 생각에 아이 엄마의 옷을 붙잡고 애원했다.

“죄송합니다. 제가 초급 디자이너라서 꼭 마무리를 잘 하고 싶어서 그렇습니다. 그래서 사진도 찍었어요. 부탁드립니다.”

“그치? 사진 찍은 거지?”

“제가 머리를 처음 자른 거라서 남겨두려고 그런 거예요. 나중에 보여드릴게요.”

“그래, 그럼 마무리 빨리 해.”

아이 엄마는 내가 눈물까지 흘리며 애원하자 아이를 보내주었다. 다솜이는 가위를 잡아 본 적도 없는 내가 머리를 자른다는 말에 놀랐지만, 순순히 가위를 내어주었다.

나는 지숙이의 머리를 아주 조금 자르면서 몰래 지숙이의 팔에 미용실 전화번호를 적어주었다. 이러면 적어도 맥없이 고아가 되진 않겠지. 사진을 찍어 두었으니, 경찰서에 제출하면 금방 찾을 수 있을 것이다. 아이의 미래를 위해서 내 자존심, 따귀 따위는 아무래도 상관 없었다.

“혹시 길을 잃으면 팔을 보여줘야 해. 알았지?”

“응응.”

“엄마 사진은 내가 꼭 붙여놓을 테니까 걱정하지 말고?”

“응응.”

우리는 새엄마가 보지 않는 사이에 몰래 약속을 하였다. 지숙이는 내가 보이지 않을 때까지 손을 흔들어주었다.

지숙이를 보내고, 힘없이 미용실에 들어서는데 바닥이 깨끗하게 치워져 있는 것을 보았다.

“바닥! 사진 어딨어?”

“그거 치웠는데?”

송은석이 약올리듯 나를 보며 말했다. 내가 사진을 찾을 거란 걸 알고 한 짓이었다. 내가 쓰레기통을 뒤져서라도 그걸 찾아낼 걸 알고 엿 먹으라고 한 거다.

“미리 말해두면 안 치웠지.”

“쳇.”

나는 할 수 없이 쓰레기통을 들고 옥상으로 올라갔다.

쓰레기통 속에 든 사진은 아이의 친엄마 사진이었다. 아이가 정말 소중하게 간직하고 있는 것을 그리도 잔인하게 찢어버리다니, 용서할 수가 없었다. 나는 퍼즐을 맞추듯 차근차근 사진을 맞추었다. 그리고는 스카치테이프로 정성스럽게 이어 붙이자 사진이 제법 잘 붙었다. 그렇게 붙이고 나서 뒤를 보는데, 그곳에 웬 전화번호가 적혀있었다.

“어? 전화번호네.”

나는 얼른 달려가서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아까 아이가 말했던 아이의 아빠와 같은 이름을 한 사람이 전화를 받았다. 정말 다행이다. 그리고 몇 시간이 지나지 않아서 놀이동산에서 전화가 걸려왔다.

* * * * *

“어흑흑, 우리 아이가 이런 취급을 받고 있었다뇨.”

지숙 아빠는 아이를 한참 동안 끌어안고 눈물을 흘렸다. 나는 그 사이에 사진을 인화했고, 녹음기와 함께 사진까지 보여주었다. 명백히 아동학대였다. 당연히 새엄마는 쫓겨날 거라고 했다.

“이 은혜 잊지 않겠습니다.”

“아닙니다. 아이를 잘 키워주시면 그걸로 됩니다.”

지숙이 아빠는 연신 고맙다고 말하며 나중에 꼭 보답을 하겠다고 약속했다. 지금 당장은 아니지만, 멀지 않은 날 어처구니없게 약속이 이루어진다. 좋은 일은 좋은 열매로 돌아오게 되어 있었다.

* * * * *

“오늘도 고생했네, 아들.”

집에 들어서면 어머니가 늘 이런 말을 해주곤 했다. 어머니를 보고, 집밥을 먹는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사하고, 고맙다고 느끼는 중이었다. 그런데 오늘따라 어머니가 나오질 않았다.

“엄마는?”

“엄마 아프데.”

나는 순간 불안해졌다. 어머니가 담낭암에 걸리는 것은 2000년도다. 아직은 시간이 있는데, 어디가 안 좋으신 거지?

“엄마, 어디 아프세요?”

“어, 좀 피곤하네.”

어머니가 핏기 없는 얼굴을 들고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어머니의 얼굴과 눈이 노랗다? 설마?

“엄마! 황달이잖아요!”

“뭐? 황달?”

나는 당장 어머니를 들쳐 업었다.

회귀해서 미용재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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