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화. 전설의 탑스타(3)
“그래, 어찌 되었노? 정말 우리 샵에 아 들을 맡긴다 카드나?”
한 원장은 나를 보자마자 나간 일에 대하여 물었다. 사실은 이사장이 한 말을 전부 들어보고 싶었지만, 제일 중요한 것만 물어본 셈이다.
“네, 앞으로 그 회사에서 키우는 연예인들은 전부 맡긴다고 했습니다.”
물론, 내가 김설아를 잘 데리고 갔을 때 가능한 일이긴 하지만 말이다.
한 원장은 내심 기뻤지만, 티를 내지 않고 웃으며 말했다. 사실 이곳에 오는 연예인도 여느 기획사 못지않게 많아서 그렇게 큰 기쁨은 아니겠지만, [베스트 미장]에 밀리지 않는다는 것이 기쁜 것이다.
“잘 했다. 다, 니 덕이다.”
그때, 미용실로 젝키스 멤버들이 들어왔다. 이사장이 인사를 하라고 시킨 모양이었다.
멤버들 6명이 전부 우르르 들어오자, 다들 깜짝 놀라서 쳐다보았다.
6명이 하나같이 잘생기고 멋진 탓에 미용실에 환한 불이 켜진 것만 같았다.
“안녕하세요! 저희 인사차 들렀습니다.”
6명의 잘생긴 애들이 모두 한 목소리로 인사를 하자, 한 원장도 정 선생도 굉장히 기분 좋은 모양이었다. 나도 이 대단한 스타들을 처음 본 것이기 때문에 신기할 따름이었다.
아무튼, 이사장 덕분에 미용실 내 입지가 상당히 높아졌다. 정말 다행스럽게도.
* * * * *
나는 S대 캠퍼스에 무작정 찾아갔다. 김설아를 찾기 위해서.
지나가는 사람을 붙잡고, 이 대학교에서 가장 예쁜 여학생이 누구인지 물어보면 알아낼 거라고 생각했다. 마침 학교에서 나오고 있는 남학생을 붙잡았다.
“저기 이 학교에서 가장 예쁜 여학생이 있다는데 누군지 아시나요?”
“그건 왜 물으시죠?”
남학생은 마치 자기가 그 여학생을 안다는 듯 말했다.
제대로 붙잡았다는 생각에 미소부터 나왔다.
“제가 연예기획사 대표님 심부름으로 왔거든요. 연예인 데뷔를 시켜드릴까 하여 찾아왔습니다.”
나는 최대한 정중하게 말했다. 이 남학생이 잘 보아주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남학생은 나를 아래위로 훑어보았다. 믿지 못하겠다는 표정이었다.
나는 품에서 이사장의 명함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이게 저희 대표님 이시구요. 저는 정식 매니저는 아니고 중간 역할만 하고 있습니다.”
남학생은 여전히 의심스러운 표정을 거두지 않고서 명함을 훑어보았다. 그러더니 품에서 전화기를 꺼내어 그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역시, S대 학생이라 그런지 빈틈이 없었다.
“아, 저 서울 D엔터테인먼트요.”
남자는 명함 속 번호로 전화를 걸지 않고 114로 전화를 걸었다. 아마 대표 번호가 114에서 안내하는 번호와 같은지 물어보는 것 같았다. 114에서는 명함 속 번호를 안내해 주었고, 남자는 그 번호로 다시 전화를 걸었다.
“네, D엔터테인먼트죠? 실례지만 대표님 성함이 어떻게 되시나요?”
남자는 전화로 이것저것을 물어보고 나서 전부 진실임을 확인하였다. 자기가 S대 여신의 남자친구라도 된 듯 말이다. 명함과 전부 일치하는 것을 확인한 남자가 나를 쳐다보았다. 아주 깐깐한 얼굴이었다.
“제가 직접 안내해드리죠.”
“네, 감사합니다.”
나는 남자의 깐깐함에 혀를 내두르며, 남자를 따라갔다. 남자는 앞서 가다가 말고, 저 앞에서 걸어오는 긴 머리 여학생을 보고 손을 흔들었다. 여학생은 남자를 보고 같이 손을 흔들며 웃어 주었다. 두 사람이 많이 친한 듯 보였다.
나는 그 여자가 바로 김설아라고 생각하고 유심히 바라보았다.
“어? 저게 김설아라고?”
남자에게 손을 흔들며 다가오는 그녀는 김설아라고 하기엔 키가 너무 컸다. 나는 그녀가 정말 김설아가 맞는지 확인하기 위해 다가갔다. 그러자 남자가 나를 붙잡았다.
“저 애가 우리학교에서 가장 예쁜 애에요!”
남학생은 그녀를 사랑스러운 눈길로 바라보았다. 내가 봐도 예쁜 여학생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김설아가 아니었다. 그냥 예쁜 여학생일 뿐이었다.
“저분이라고요?”
“네! 쟤보다 더 예쁜 애는 없어요.”
누가 봐도 상당한 미인임에는 틀림없었다. 하지만 그녀는 김설아가 아니다.
“저분은 아닌데.”
그러자 남학생이 나를 붙잡고 화를 냈다.
“무슨 말입니까? 쟤보다 더 예쁜 애는 없다니까요?”
“아닌데, 정말 더 예쁜 사람이 없어요? 김설아 모르세요?”
“누구?”
“김설아요.”
그러자 예쁜 여학생이 다가왔다. 여학생은 내가 누구인지 궁금한 모양이었다.
“누구야, 이분?”
남학생은 그녀가 나에게 관심을 가지자 경계를 하며 말했다.
“너 연예인 하고 싶어 했잖아. 기획사에서 나온…….”
나는 남학생이 말을 하기도 전에 자리를 떠나 뛰어갔다.
“죄송합니다. 제가 찾는 분이 아니네요.”
나는 더 엮이기 전에 빨리 도망가는 것이 상책이다 싶어서 뛰어갔다. 여학생은 분명 예쁘지만, 탤런트상은 아니었다. 수많은 드라마를 보며 쌓은 조잡한 감이랄까. 저 분에게 괜히 연기자 시켜준다고 바람을 넣을 필요는 없어 보였다.
“저기요! 뭐야 당신?!”
남학생은 나를 쫓아오다가 멈춰 서서는 소리 질렀다. 여학생도 황당한 건 마찬가지였다. 둘이 그러고 있는 걸 보았지만, 더 멀리 도망치는 수밖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한참을 달려가던 나는, 학교 한복판에 서서 숨을 헐떡거렸다.
헉헉.
어찌된 일인지는 몰라도, 저 여학생이 가장 예쁘다고 생각하는 데는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김설아를 예쁜 것만으로 찾을 수 없다는 뜻이다. 나는 김설아라는 이름이 흔한 이름이 아닌 것을 생각해내었다. 그 이름으로 물어보면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는 판단이 들었다.
“저 혹시 김설아 학생 아시나요?”
나는 지나가는 여학생을 붙잡고 물어보았다. 여학생들은 그게 누구인지 모른다며 지나갔다. 그렇게 대략 20명 째 붙잡고 물어보는데, 한 여학생이 눈을 반짝이며 말했다.
“내 친군데요?”
“어? 진짜에요? 지금 어딨어요?”
“아까부터 저기에 있었는데요?”
나는 여학생이 가리키는 곳을 쳐다보았다. 아까부터 내가 여기에 서서 물어봤는데, 그때부터 쭉 근방에서 이 쪽을 바라보던 여학생이 바로 김설아였다. 여학생은 얼른 달려가서 김설아를 불러왔다.
“얘가 김설아에요.”
“무슨 일이세요?”
나는 드디어 김설아를 만나는구나? 하는 마음에 활짝 웃으며 그녀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녀는 내가 아는 그 김설아가 아니었다. 치아 교정기를 끼고 있어서 미모가 전부 가려진 상태인 것이다. 거기다 눈썹이 너무 짙다. 임꺽정의 눈썹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헉, 이빨에 그게 뭐에요?”
김설아는 치아 교정기를 끼고 있어서 그 어여쁜 미모를 가리고 있었다. 그래서 남학생들이 김설아의 미모를 못 알아 본 것이다. 거기다 눈썹도 한몫하고.
“아, 교정기요. 다음 주에 뺄 건데.”
김설아는 수줍게 웃으며 말했다. 반달 모양의 눈으로 예쁘게 웃는 걸 보니, 정말 그 김설아가 맞았다. 이상형인 김설아를 만나다니, 가슴이 떨려오고 있었지만 티를 낼 수는 없었다.
“아, 저 그게 그러니까….”
내가 지금의 김설아에게 탤런트를 하자고 제안하면 그녀는 어떤 반응을 보일까? 과연 쉽게 승낙을 할까? 비웃지나 않을까? 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스쳤다. 하지만 말은 해봐야 한다.
“D엔터테인먼트에서 김설아씨를 연기자로 계약하고 싶어 해서 왔습니다.”
“연기자? 제가요?”
“잉? 얘가 뭘 해요?”
김설아는 물론이고, 옆의 친구까지 황당하다는 반응이었다. 하기야, 교정기를 뺀 모습을 둘 다 보지 못했을 테니까.
“김설아씨는 분명 연기자로 성공할 겁니다. 반드시 그럴 거예요.”
나는 팩트를 이야기하고 있다. 지금 그걸 아무도 믿지 않는다는 것이 문제지만.
그러자, 아까 만났던 가장 예쁘다는 그 여학생이 뒤에서 깔깔거리며 웃었다.
“난 또 누구라고? 쟤가 나보다 더 예쁘다는 거예요? 미쳤어요?”
“그러게, 쟤가 어딜 봐서, 우리 아진이보다 이쁘다는 건가요?”
두 사람이 비웃으며 다가오자, 김설아는 위축되어서 친구의 뒤로 조금씩 숨어들었다.
“저한테 왜 그러세요? 저는 연기자 할 생각이 없어요. 지금 학교 다니는 일에 열중하고 싶다구요.”
“당신네 회사는 가수를 주로 상대하는 회사던데, 그래서 그런지 보는 눈이 없으시네요. 당신보다는 내가 일을 더 잘할 것 같은데요? 보는 눈이 내가 더 나은데?”
남학생이 잔뜩 거만한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나는 남학생의 도발에 심기가 불편했지만, 애써 눌러 참고 차분하게 말했다.
“그럼 다음 주에 김설아씨 교정기를 빼고 난 뒤에 다시 만나서 이야기 하죠. 그때 당신네들도 같이 와서 김설아씨가 가장 예쁜지 안 예쁜지를 판단해 주시면 되겠네요.”
“어머, 왜 이러세요? 쟤는 우리 학교에서 가장 예쁜 아이라구요!”
김설아는 자신 없는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천하의 김설아가 그깟 교정기 하나 때문에 자신감이 없다는 것이 정말 황당하기 이를 데가 없었다.
“당신이 가장 예뻐요. 내가 보증합니다.”
“아니, 그럴 리가….”
“좋습니다. 교정기 빼고 나서, 쟤가 예쁘면 인정하죠.”
“그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예쁜 여학생은 얼굴만큼 마음씨가 예쁘지는 않은 것 같았다. 김설아는 여전히 자신감 없는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나는 김설아를 똑바로 응시하며 정확하게 말해 주었다.
“걱정하지 말아요. 나만 믿고 다음 달에 보자구요.”
나의 자신 있는 표정을 본 김설아는, 나를 믿어보기로 하였다.
“하…, 나는 모르겠네요. 일단 교정기는 빼긴 할 거니까.”
“내가 그때 내 능력을 모두 발휘해서 당신을 최고의 미녀로 만들어 줄 겁니다. 걱정 마시라니까요?”
“그럼, 그때 마술이라도 해주실 건가요?”
“네. 당신 자체가 마술입니다.”
김설아는 나의 말에 볼이 빨개졌다. 닭살스럽긴 하지만, 그녀가 마술처럼 어여쁜 것은 사실이니까.
“알겠습니다. 그럼 그때 뵙죠.”
김설아가 내게 밝게 웃어주었다. 천하의 김설아라는 보석이, 다음 주면 세상에 나올 것이라는 기대에, 나의 입가에도 미소가 지어졌다.
* * * * *
일주일 뒤, 그녀를 예쁘게 만들어 주려면 내가 헤어를 맡아서 해주면 되는데, 메이크업은 좀 더 잘하는 사람에게 맡기고 싶었다. 지금 우리 샵에 있는 분도 잘하긴 하지만, 그보다 좀 더 잘하는 사람이 필요했다. 그래서 나는 용기를 내서 정 쌤을 찾아갔다. 지금 그쪽 분야에서 가장 잘하는 분이 그분이란 걸 들었었고, 미래의 지식으로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나 엄청 바쁜 사람인건 알죠? 당신네 샵의 메이크업도 잘하는 걸로 아는데 굳이 날 섭외하러 온 이유가 뭔가요?”
아, 이분을 섭외하려면 돈도 돈이지만 이유가 명확해야 한다. 그러려면 그럴싸한 말을 해주어야 하는데…….
“첫눈에 반한 여자입니다. 꼭 연예계 데뷔를 시켜주고 싶어서요.”
첫눈에 반한 것은 맞다. 브라운관에서 보았을 때 그랬으니까, 벌써 반한지 30년은 되었네.
“하하하하, 알겠습니다. 헤어는 그쪽에서 해주시는 거죠?”
“네, 그건 걱정 마세요.”
그렇게 정 쌤을 섭외하고 일주일이 지났다.
드디어 김설아의 치아 교정을 뺄 시기가 되었다. 김설아는 나에게 치아 교정을 빼러 간다고 말해 주었고, 나는 열일 제치고 김설아를 엄호(?)하러 갔다.
일단 치아 교정을 빼고 난 뒤에, 그녀의 체형을 커버시켜줄 수 있는 옷을 입히고, 정 쌤에게 메이크업을 시킨 뒤, 학교에서 만난 그 학생들에게 보여주면 될 것 같았다.
나는 만반의 준비를 하고 치과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다. 드디어 김설아가 치아 교정기를 빼고 치과 건물을 나왔다. 나는 김설아를 보자 입을 다물 수 없었다.
회귀해서 미용재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