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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220화 (220/226)

제 220화

제220편 변태 새X

깊은 밤.

소녀와 수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방으로 돌아온 나는 의자에 앉았다.

그러고는 책상 한편에 마련된 종이와 만년필을 들었다.

서걱서걱.

고민도 하지 않고 거침없이 종이에 글을 써내려가던 나.

잠시 후, 나는 모든 글을 쓴 종이를 들었다.

그러고는 곱게 접어 봉투에 넣었다.

“크산느.”

-그래.-

나의 부름에 가만히 책상에 앉아서 나를 지켜보던 크산느가 대답했다.

평소의 심드렁한 표정은 온데간데없이 심각하게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는 크산느.

나는 그런 크산느를 바라보며 봉투를 건네었다.

“부탁해.”

-걱정 마라.-

나의 부탁 어린 말에 크산느는 걱정하지 말라는 듯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작은 앞발로 편지 봉투를 쥐었고, 이내 창밖으로 몸을 날렸다.

파닥!

특유의 날갯소리를 내며 점점 멀어지는 크산느.

나는 그런 크산느의 뒷모습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똑똑.

그때, 나의 귀로 노크 소리가 들려왔다.

야심한 시각이었지만 문밖에서 느껴지는 기운이 익숙한 존재라는 것을 아는 나였기에 입을 열었다.

“들어와.”

끼익.

나의 허락과 동시에 나의 방문이 열렸다.

“조금 쉬지그래?”

나의 방안으로 들어선 나의 시종 샌드.

녀석을 바라보며 나는 한쪽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전하.”

그런 나의 말에 가타부타 없이 나를 부르는 샌드.

나를 부르는 샌드의 목소리에서 깊은 불안감을 읽은 나는 얼굴을 굳혔다.

그러고는 샌드를 바라보았다.

“무슨 일이야.”

예감이 좋지 않았다.

좋지 않은 예감에 얼굴을 굳힌 내가 묻자 샌드가 금방이라도 울먹일 듯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게슈레 형님과 연락이 되지 않습니다.”

“…….”

그리고, 샌드의 입에서 나오는 말에 나는 한숨을 내쉬며 이마를 짚었다.

설마…… 잡힌 것일까?

녀석의 은신술은 아주 뛰어나다.

소드 마스터, 아니 그 위의 강자가 아닌 이상 단번에 알아차리기는 힘들 정도이다.

한데 그런 게슈레가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아까부터 나의 본능이 계속 알려주고 있었다.

아주 급박한 상황이라고 말이다.

“언제부터.”

“전하가 내리신 명령을 수행하기 위해 나간 이후부터입니다.”

팔렌의 품속에서 발견한 지도.

그것을 건네며 표시된 곳을 조사하라는 명령을 내렸었다.

약 여섯 시간 전에 내린 명령이건만 아직도 연락이 되지 않는다고?

게슈레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연락이 되지 않았던 적이 있었을까?

자신이 생각하기로는 없었다.

“처음인가? 이렇게 긴 시간 동안 연락이 없는 것은.”

혹시나 전에도 이런 일이 있지는 않았을까 하는 생각에 내가 물었다.

그런 나의 물음에 고개를 가로저은 샌드.

녀석이 고개를 숙이며 대답했다.

“이때까지 항상, 3시간마다 한 번씩은 연락을 하였습니다. 진행 상황을 정리해서요. 하지만 이번에는 여섯 시간이 넘었습니다.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것입니다.”

나의 물음에 샌드 또한 혼자서 생각이 많았는지 장황하게 설명했다.

그런 녀석의 설명에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

“모두, 소집시켜.”

“알겠습니다.”

* * *

“아인츠 후작.”

아인츠 후작가의 대회의실.

상석에 아이작과 함께 나란히 앉은 나는 아이작의 오른편에 앉은 아인츠 후작을 바라보았다.

“예, 전하.”

나의 부름에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한 아인츠 후작.

나는 그런 후작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나는 교황 성으로 갈 것입니다.”

교황, 그레고리우스가 기거하고 있는 거대한 교회.

마치 성처럼 거대했기에 모든 사람이 교황성이라고 부르는 곳이다.

그곳을 언급하며 내가 말하자 후작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무모합니다.”

그리고 나의 의견에 반대했다.

“그대는 아이작을 지키십시오.”

나는 반대하는 아이작의 의견을 묵살하고 아인츠 후작의 두 눈을 똑바로 바라보며 말했다.

더 이상 아무 말도 하지 말라는 무언의 압박과도 같았다.

그런 나의 행동에 살짝 당황한 것도 잠시, 아인츠 후작이 떨리는 눈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네.”

더 이상 시간을 지체할 수는 없다.

이 순간에도 불쌍한 소녀들은 끔찍한 그레고리우스의 손에 죽어가고 있을 테니 말이다.

아이작 후작의 물음에 나는 단호하게 대답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헤르만 자작을 바라보았다.

“헤르만 자작.”

“네, 전하.”

나의 부름에 고개를 숙이며 대답하는 헤르만 자작.

황제인 아이작의 앞에서 손님인 내게 취하는 자세치고는 조금 과했다.

하지만 이곳에 있는 그 누구도 상관하지 않았다.

굳은 나의 얼굴과 나의 몸에서 저절로 뿜어져 나오는 위엄과 기운에 짓눌린 것이다.

“곧, 나가사에 제국의 군대가 도착할 것입니다.”

“!!!”

“그들을 모두 받아주십시오, 그리고 각 귀족은 영지에 있는 교회의 인물들을 모두 포박해주십시오.”

이곳 회의장에 모인 수많은 귀족들.

아인츠 후작을 따르며 황제에게 충성을 바치기로 맹세한 귀족들을 둘러보며 내가 말했다.

그런 나의 말에 귀족들은 살짝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요한 황태자의 명을 따르십시오.”

나의 옆에 있던 아이작.

이곳의 황제인 녀석이 나의 의견에 동조하며 귀족들을 설득시킨 것이다.

아이작까지 나서서 동의하듯 말하자 귀족들은 심각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미안하다 아이작.”

“무엇이 말입니까?”

그렇게 대충 정리를 마친 나는 고개를 돌려 아이작에게 사과를 건네었다.

그런 나의 사과에 고개를 갸웃거리는 아이작.

나는 그런 녀석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솔직히, 도움을 주되 네 손으로 교황을 정리하게 하고 싶었다.”

“…….”

나는 어디까지나 타 대륙인이다.

그리고 이곳의 주인은 아이작이다.

만약 손님인 내가 교황을 몰아낸다면?

이번에는 귀족들이 난리를 칠 것이다.

황권을 약화하고 자기들의 잇속을 챙기기 위해서 말이다.

결국, 아이작이 최종적으로 원하는 황권 강화는 힘들기 때문에 시간이 걸리더라도 아이작을 도와주려 했다.

하지만 그럴 수가 없었다.

어서 빨리 소녀들과 여인들을 구해야 하기 때문이다.

미안하다는 표정을 지으며 내가 사과하자 아이작이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나의 손을 부드럽게 잡았다.

“스승님.”

따뜻한 아이작의 목소리.

그에 나는 아이작을 바라보았다.

“잘 부탁드립니다, 스승님.”

미안하다는 나에게, 되려 나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이며 부탁을 하는 아이작의 행동.

그런 녀석의 행동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맡겨주십시오, 황제 폐하.”

그러고는 아이작에게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나는 이곳 황제인 아이작의 부탁을 받고, 교황 그레고리우스를 처단할 것이다.

그리고, 불쌍한 소녀들을 구할 것이다.

그 끔찍한 곳에서 말이다.

* * *

“너는 도대체 누구란 말이냐?”

교황 성 지하의 깊은 밀실.

교황, 그레고리우스는 자신의 앞에서 쇠사슬로 사지가 묶인 사내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뛰어난 은신술로 자신의 비밀 실험실에 들어선 의문의 사내.

우연히 주변을 둘러보던 그레고리우스는 금방 사내의 기척을 알아챘고 제압했다.

검은색 야행복으로 전신을 뒤덮고 있는 사내.

딱 봐도 수상한 사내의 모습에 바로 복면을 벗겨보았지만, 복면을 벗겨보아도 누구인지 알지 못했다.

그에 그레고리우스는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 정도의 은신술을 사용할 수 있는 존재 중에서 자신이 모르는 얼굴이 있을까?

“교황 성하.”

그때, 옆에서 들려오는 하이든의 목소리에 턱을 쓰다듬으며 고민하던 그레고리우스가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그래, 누구인지 알아냈는가?”

“죄송합니다, 신분을 전혀 알 수 없는 자입니다.”

“…….”

송구하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말하는 하이든의 모습에 그레고리우스가 인상을 찌푸렸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고개를 숙이고 있는 사내의 머리칼을 잡아 들어 올렸다.

“너, 누구냐고.”

퉤.

그레고리우스의 물음에 씨익 웃으며 침을 뱉은 사내.

얼굴에서 느껴지는 끈적함에 그레고리우스는 인상을 찌푸렸다.

“교황 성하! 여기 있습니다.”

그레고리우스의 미끈한 얼굴에서 흘러내리는 끈적한 가래침.

그것을 발견한 하이든이 화들짝 놀라며 손수건을 내밀었다.

하지만 그레고리우스는 하이든의 손수건을 받지 않았다.

인상을 찌푸린 채 손을 들어 얼굴을 닦은 그레고리우스.

그가 끈적해진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며 돌연 미소를 지었다.

“재미있구나.”

그레고리우스의 입에서 나온 스산한 목소리.

그에 하이든은 조용히 뒤로 물러섰다.

“변태 새X.”

미소를 짓는 그레고리우스의 귀로 들려오는 사내의 차가운 목소리.

그런 사내의 말에 그레고리우스는 미소를 지은 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옆 벽면에 걸려있던 채찍을 집었다.

“맞아, 나 변태야.”

흡정마공을 익히기 위해서는 필수다.

변태의 성정이 말이다.

“나의 채찍질을 한번 당해봐.”

“시X.”

소름 돋는 그레고리우스의 말에 얼굴을 굳힌 사내.

아니, 게슈레가 욕설을 내뱉었다.

짜악!

그리고 그레고리우스의 손에 들려있던 채찍이 게슈레의 몸을 강하게 내려치기 시작했다.

짜악!

짜악!

긴 시간 동안 계속해서 들려오는 매서운 채찍 소리.

너무나도 두려운 소리에 하이든은 두 눈을 감았다.

그리고 속으로 경악했다.

30분이다.

저 매서운 채찍질을 당하고 있는 사내.

신분을 알 수 없는 의문의 사내는 30분 동안 극한의 고통을 느끼면서도 신음 한 번 흘리지 않았다.

도대체 뭐하는 자란 말인가?

“재미있구나.”

숨이 거칠어질 때까지 채찍을 휘둘렀음에도 불구하고 신음 한 번 내뱉지 않는 게슈레의 모습에 그레고리우스는 진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채찍을 바닥에 던졌다.

“…….”

걸레처럼 너덜너덜해진 검은색의 야행복.

찢어진 옷 사이로 맞아 터진 살들과 피가 보였다.

너무나도 끔찍한 게슈레의 모습을 마치 감상하듯 바라보던 그레고리우스가 팔짱을 꼈다.

그러고는 마치 죽은 사람처럼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게슈레를 내려다보았다.

“왜 대답이 없어? 아까의 그 패기는 어디 있지?”

자신을 향해 침을 뱉으며 욕설을 내뱉던 게슈레였다.

한데 지금은 죽은 쥐새X 마냥 축 늘어져 있지 않은가?

그런 게슈레를 보며 그레고리우스가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도발했다.

그에 힘겹게 고개를 든 게슈레.

그가 미소를 짓고 있는 그레고리우스를 바라보았다.

퉤.

그러고는 다시 침을 뱉었다.

“…….”

설마 다시 침이 날아올 것이라 생각도 하지 못했던 그레고리우스였기에 게슈레의 침을 다시 얼굴에 맞고 말았다.

그에 순간 멍한 표정을 지은 그레고리우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격분한 그레고리우스가 옆에 있던 검을 꺼내었다.

“교황 성하! 죽이시면 안 됩니다!”

아직, 게슈레의 신원을 파악하지 못한 상황이었기에 하이든이 화들짝 놀라며 그레고리우스를 말렸다.

“놓아라!”

자신의 몸을 감싸 안듯 부여잡으며 말리는 하이든의 행동에 격분한 그레고리우스가 소리쳤다.

그런 그레고리우스의 소리침에도 하이든은 손을 놓지 않았다.

지금 게슈레를 죽인다면 누가 이곳으로 보내었는지.

또 무슨 목적으로 온 것인지 알지 못한다.

절대 그럴 수는 없었다.

이곳을 지키고, 실험에 완벽하게 성공하는 것이 곧 자신의 사명이었으니 말이다.

그런 하이든의 진심이 통했을까?

그레고리우스가 검을 내려놓았다.

챙그랑.

“물러나라.”

검을 바닥에 집어 던진 그레고리우스가 차가운 목소리로 말하자 하이든이 고개를 숙이며 뒤로 물러섰다.

스윽.

그에 다시 채찍을 집어 든 그레고리우스.

그가 싸늘한 표정으로 게슈레를 바라보았다.

“개자식.”

짜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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