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213화 (213/226)

제 213화

제213편 너는 황제다

“죄송합니다.”

아인츠 후작과 헤르만 자작이 물러가고 다시 셋만 남게 되자 아이작이 나를 향해 사과를 건네었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무엇이 말이더냐?”

“!!!”

갑작스러운 나의 반말이 당황스러웠을까?

아이작이 두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 나는 재미있다는 표정으로 다시 입을 열었다.

“나도, 곧 황제가 될 것이고, 너의 스승이다, 언제까지 존대를 할 수는 없지 않느냐?”

“아…….”

웃으며 말하는 나의 모습에 살짝 당황한 아이작.

“싫으냐?”

그런 아이작을 보며 내가 묻자 아이작은 화들짝 놀라며 손사래를 쳤다.

“아닙니다. 그렇게 해주십시오. 감사합니다, 스승님.”

“그래.”

귀여운 자식.

혹여라도 내가 마음이 변할까 봐 빠른 속도로 손사래 치는 아이작의 모습이 귀여웠다.

그런 아이작을 보며 피식 미소를 지은 나는 핫초코를 집었다.

아…… 식었다.

긴 시간 동안 마시지 못해 이제는 핫초코라 불릴 수 없게 된 그냥 초코.

그에 나는 실망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컵을 내려놓았다.

식은 것은 별로 맛없으니 말이다.

“여기 있습니다.”

그때, 테이블로 다가온 샌드가 기다렸다는 듯이 자신만만한 미소를 지으며 나의 앞에 핫초코를 내려다 놓았다.

나를 내려다보며 미소를 짓는 샌드.

그런 녀석의 모습에 나 또한 싱긋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안 먹어 새꺄.”

아주 상큼하게 거절했다.

그런 나의 대답에 샌드는 당황하지 않고, 그대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핫초코를 모두 마신 케한에게 잔을 밀었다.

그런 샌드의 모습에 싱긋 미소를 지은 케한.

녀석이 고개를 들어 샌드를 올려다보았다.

“안 먹어!”

“…….”

이런, 케한에게까지 거절당할 줄은 예상 못 했나 보다.

케한의 거절에 저렇게 세상 무너진 듯한 표정을 짓는 것을 보면 말이다.

하여튼 웃긴 놈이다.

그런 샌드를 보며 피식 미소를 지은 나는 살짝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게슈레.”

아인츠 후작이 찾아오기 전부터 천장에서 느껴지던 게슈레의 기운.

그에 내가 나직하게 그의 이름을 부르자.

스윽.

“헉!”

거짓말처럼 검은색 야행복을 입은 게슈레가 천장에서 떨어지듯 내려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갑작스러운 게슈레의 등장에 놀란 표정을 짓는 아이작과 케한.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런 둘을 무시하고 게슈레를 바라보았다.

“교황에 관한 서류, 여러 개 만들어 놓았지?”

“네, 전에 말씀하신 대로 헤르만 자작에게 전달하였습니다, 오늘 아인츠 후작의 방문도 그래서 이루어진 듯합니다.”

“그래.”

게슈레의 요점만 콕콕 짚는 대답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손을 내밀었다.

“하나 더 줘봐.”

“여기 있습니다.”

나의 말에 품속에서 돌돌 말린 서류를 꺼내 든 게슈레.

나는 게슈레가 건넨 서류를 받아 들고는 고개를 돌렸다.

고개를 돌리니 경악 어린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작의 모습이 보였다.

그런 녀석이 나와 두 눈이 마주치자 설마 하는 표정을 지었다.

그러고는 조심스레 입을 열었다.

“아인츠 후작의 방문…… 스승님이 노린 것입니까?”

씨익.

당연하다.

아이작의 물음에 나는 보란 듯이 씨익 미소를 지어주었다.

“역시!”

그런 나의 대답에 양 주먹을 강하게 쥐며 감탄하는 아이작.

이상하게 그런 아이작의 모습에서 메이슨이 보이는 것을 느낀 나는 피식 웃고는 손에 들린 서류를 건네주었다.

“읽어봐.”

“알겠습니다.”

나의 말에 군말 없이 서류를 받아들고 펼쳐 든 아이작.

그리고 천천히 서류에 적힌 글귀 하나하나를 읽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부들부들…….

서류의 중간지점부터 떨리기 시작하는 아이작의 손.

나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고 가만히 그런 아이작을 바라보았다.

잠시 후.

턱.

모든 글귀를 읽은 아이작이 서류를 내려놓았다.

그러고는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것이 모두…… 사실입니까?”

수십 명의 부인을 두고, 그들을 세뇌하고 교육해 귀족들에게 보낸 교황의 극악한 행동.

그리고, 그들이 귀족 남자들의 마음을 홀려, 귀족들의 재산을 야금야금 빼돌려 교황의 권력에 보탠 것들.

그리고, 신성 교국 전역에 퍼져있던 의문의 실종사건에 교황이 있다는 것.

모든 서류를 읽은 아이작이 떨리는 목소리로 물었고, 나는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

나의 대답에 충격받은 표정으로 그대로 굳어버린 아이작.

나는 그런 아이작을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지금 네가 느끼는 감정은 무엇이더냐.”

“극악한 행동을 한 교황이 너무나도 무섭고, 역겹습니다.”

나의 물음에 아이작은 고민도 하지 않고 대답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 대답이다.

나는 아이작의 대답에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

고개를 가로젓는 나의 행동에 아이작은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다.

그에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너는, 신하인 귀족들을 유린하고, 네가 지켜야 할 백성들을 납치한 교황의 행동에 분노해야 했다.”

“!!!”

“왜 네 입장에서 교황의 행동을 생각하고 분노하느냐? 너는 귀족들과 백성들을 지켜야 하는 주인, 황제이다. 당연히 그들의 입장에서 분노했어야 했다.”

“아…….”

전생은 물론 현생에서도 나의 선생님인 에스란 후작.

그가 황족인 나를 향해 늘 하던 말이었다.

나에게 있어서 아주 소중한 가르침이었고 말이다.

아무튼, 가르침을 전달하듯 내가 말하자 아이작이 탄성을 내뱉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다시 입을 열었다.

“너는 황제다. 알겠느냐? 절대 잊지 말거라.”

“네 스승님!”

나의 물음에 힘차게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아이작.

나는 그런 아이작을 보며 싱긋 미소를 지었다.

스윽.

“그래.”

그러고는 아이작의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나의 가르침에 웃으며 대답하는 아이작의 모습이 너무나도 귀여웠기 때문이다.

멈칫.

갑작스러운 나의 쓰다듬음에 놀랐을까?

아이작이 멈칫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이내 아이같이 배시시 웃으며 얼굴을 붉혔다.

아무래도 머리를 쓰다듬는 것은 내가 처음인 듯했다.

불쑥!

“형아 나도!”

그때, 그런 나와 아이작의 모습에 질투가 났는지 갑자기 케한이 머리를 불쑥 내밀었다.

그런 녀석의 모습에 싱긋 미소를 지은 나.

그에 손을 들어 쓰다듬어주려던 찰나…….

스윽.

아이작이 손을 들어 케한의 머리칼을 쓰다듬었다.

“뭐야!”

그런 아이작의 모습에 케한이 인상을 찌푸리며 고개를 뺐다.

“헤헤.”

그리고 아이작은 그런 케한을 보며 장난스레 웃었고,

“헤헤.”

케한도 따라 웃었다.

하여튼 웃기고 귀여운 놈들이었다.

* * *

쿵!

“!!!”

카노사를 방에 데려다주고 멍하니 영주성 주변을 걷던 루멘.

그녀는 근처에서 들려오는 갑작스러운 굉음에 놀란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그녀는 심각한 표정으로 황급히 걸음을 옮겼다.

혹시라도 다친 사람이 있지 않을까 걱정스러웠기에 굉음이 들린 곳으로 걸음을 옮긴 것이다.

“아!”

굉음이 일어난 곳에 도착한 루멘.

그녀는 자신의 눈 앞에 펼쳐진 광경에 감탄 어린 표정을 지으며 탄성을 내뱉었다.

은은한 청색을 띠는 신비로운 은발.

허리까지 기른 긴 청은발에 호수같이 맑은 푸른 눈을 지닌 아름다운 여인.

엘로나가 자신의 키와 비슷한 푸른색의 거궁을 들고 있었다.

활을 쥐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한 폭의 그림 같아 루멘은 그만 감탄하고 말았다.

“아, 어쩐 일이에요 성녀?”

루멘의 감탄 소리에 루멘의 기척을 읽은 엘로나.

그녀가 고개를 돌려 루멘을 바라보며 물었다.

조금 전 쏘아낸 화살로 인해 머리가 헝클어진 그녀가 머리칼을 귀 뒤로 가볍게 넘겼는데…… 너무나도 아름다웠다.

루멘은 새삼 감탄스러웠다.

어떻게 인간이 저렇게나 아름다울 수 있을까?

혹시 정체를 숨긴 여신은 아닐까?

별의별 상상을 하며 말이다.

“성녀……?”

자신을 바라보며 멍한 표정을 짓는 루멘의 모습에 엘로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루멘.

그녀가 특유의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살짝 숙였다.

“아…… 실례했습니다, 왕녀님이 너무 아름다워서 감탄을 하다 보니 무례를 저질렀네요.”

평소 자애로운 미소를 지으며 사람들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그녀가 아름답다고 생각했던 엘로나였다.

한데 그런 그녀가 자신을 아름답다고 칭찬해주다니?

부끄러움에 쑥스러운 미소가 지어졌다.

그러고는 감탄하는 루멘을 바라보며 다시 입을 열었다.

“저보다는 성녀가 더 아름답지요.”

“아니에요, 왕녀님이 더 아름다워요.”

“성녀가…….”

“왕녀님이…….”

그렇게 한참이나 루멘과 엘로나는 서로의 얼굴에 금칠을 했다.

서로가 더 예쁘다며 말이다.

그렇게 몇 번의 칭찬이 오가고.

잠시 말문을 멈춘 그녀들은 서로를 바라보며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성녀의 눈웃음. 너무 보기 좋은 것 같아요.”

눈꼬리가 살짝 처져 있어 인상이 순하고 보기 좋은 루멘.

그녀가 웃을 때마다 처진 눈꼬리가 접혔고, 이내 그것이 매력적인 눈웃음을 만들었다.

그것을 콕 집으며 엘로나가 부럽다는 듯 말하자 루멘은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왕녀님의 신비로운 청은발과, 아름다운 두 눈에 비하면 별로인걸요.”

“아니에요.”

루멘의 칭찬에 웃으며 고개를 가로저은 엘로나.

이윽고 그녀가 끌어올린 마나를 풀었다.

우웅!

그러자 엘로나의 손에 들려있던 푸른색의 거궁, 코르누가 본래의 모습인 팔찌로 돌아갔다.

신비한 그 모습에 루멘이 살짝 놀란 표정을 지으며 엘로나를 바라보았다.

“고대의 무기인가요?”

“네.”

루멘의 물음에 엘로나는 살짝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그에 루멘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고대의 물건이 적은 교국이기에 성녀임에도 불구하고 루멘은 고대의 물건을 3개 정도밖에 보지 못했다.

한데 4번째 고대의 물건을 생각지 못하게 보게 되니 놀라웠던 것이다.

“차 한잔하시겠어요?”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루멘을 향해 살짝 미소를 지으며 티타임을 권한 엘로나.

그런 그녀의 권유에 루멘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네.”

* * *

꽈악.

“후작님.”

헤르만의 집무실.

헤르만 자작은 자신의 앞에서 두 주먹을 강하게 쥐는 아인츠 후작을 나지막이 불렀다.

그제야 주먹에 힘을 푼 아인츠 후작.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며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헤르만 자작.”

“네.”

“나는 그대가 보낸 서찰을 받고, 바로 이곳에 왔네.”

“…….”

“나의 부인, 피렌이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며 말이네.”

“네.”

아인츠 후작의 나직한 말에 헤르만 자작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그에 헤르만 자작은 두 눈을 감았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한데, 그 서찰을 읽고 고개를 들었는데 내 아들이 있었네.”

“…….”

“우리 아인츠 후작가에서는 볼 수 없는 금발의 머리칼을 지닌 착한 아이지.”

갈색 머리칼의 아인츠 후작과 적색의 머리칼을 지닌 그녀의 부인.

뜬금없이 금색의 머리칼은 지닌 아들의 모습에 아인츠 후작은 바로 움직였다.

헤르만 자작가로 말이다.

그리고 오늘, 헤르만 자작의 부인이었던 사란이 저지른 비리를 확인했다.

헤르만 자작가의 입장에서는 가문의 수치를 보여준 것이었기에 아인츠 후작은 고마워하며 꼼꼼히 읽었다.

그리고 자신의 영주에서 일어났던 문제점, 그 문제점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었다.

“줄어드는 세금과, 그리고 줄어드는 사병수와 군자금.”

세금은 물론 귀족이 지닐 수 있는 사병과 그 사병들을 유지하고, 치안을 유지하는 물품들과 돈이 빠져나가고 있었다.

정말 똑같았다.

그리고, 자신의 영지에서 일어나는 소녀들의 실종까지도.

그 모든 비리가 한곳으로 집중되어 있었다.

헤르만 자작가는 자작부인인 사란에게.

그리고 자신의 영지는 자신의 부인인 피렌에게.

그에 아인츠 후작은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헤르만 자작의 말이 사실이라는 것을 말이다.

“하아…….”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두 눈을 감은 아인츠 후작.

그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인츠 후작의 힘들어하는 모습에 헤르만 자작은 가만히 입을 닫았다.

아인츠 후작, 그의 생각이 정리될 때까지 기다려 주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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