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211화
제211편 종교 개혁은 개뿔
엘로나에게 혼나다가 밖에서 느껴지는 기운 덕분에 벗어난 나는 눈 앞에 펼쳐진 흥미로운 광경에 진한 미소를 지었다.
우리 동생 기특하고, 메이슨과 칼론 훌륭하다.
그 셋의 활약에 미소를 짓던 나는 갑작스럽게 나서는 카노사를 보며 인상을 굳혔다.
그러고는 걸음을 옮기며 입을 열었다.
“손 치우는 게 좋을 것입니다.”
아무것도 모르면서 그저, 루터를 챙기려고 하는 카노사의 행동이 마음에 들지 않았던 나였기에 마나를 끌어올리며 카노사에게 경고했다.
그런 나의 경고에 인상을 굳힌 카노사. 그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보았다.
역시, 정신력이 강한 노인네다.
나의 말에 흔들림 없는 카노사의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카노사를 지나쳤다.
“!!”
그런 나의 행동에 움찔한 카노사.
그가 두 눈을 크게 뜨며 나를 바라보았지만 나는 무시했다.
그러고는 어린 황제.
케한의 옆에서 멍하니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아이작을 내려다보았다.
“반갑습니다, 황제 폐하.”
그러고는 빙긋 미소를 지으며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황태자인 나의 인사에 살짝 당황한 아이작.
하지만 그것도 잠시, 아이작은 당황한 표정을 지우고 고개를 숙이고 있는 나를 향해 정중히 고개를 숙였다.
“본국의 방문을 진심으로 환영합니다, 요한 카르미언 듀크 황태자.”
“환영에 감사드립니다.”
정중히 인사를 건네는 아이작의 행동에 싱긋 미소를 지은 나.
나는 그런 아이작을 향해 미소를 지으며 대답한 다음 고개를 들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카노사를 바라보았다.
“폐하, 저자는 폐하의 신하입니까?”
아까부터 계속해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카노사를 가리키며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며 물었다.
그런 나의 행동에 카노사는 얼굴을 붉혔다.
자신을 무시하는 것과 다름없는 나의 행동에 화가 났나 보다.
하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그저 눈치를 보며 입을 열지 못하는 아이작을 향해 다시 입을 열 뿐이다.
“저자와, 이자는 폐하의 신하입니까?”
얼굴을 붉히고 있는 카노사와 주저앉아 두려움에 질려있는 루터.
그 둘을 가리키며 내가 다시 물었다.
그에 아이작은 단호히 고개를 가로저었다. 그러고는 낮은 음성으로 대답했다.
“저들은, 나의 신하가 아닌, 미하일님의 종들입니다.”
“그렇군요.”
아이작의 대답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놀란 표정을 지으며 아이작을 바라보고 있는 카노사를 바라보았다.
“그대는 누구입니까?”
움찔.
카노사의 두 눈을 바라보며 내가 묻자 고개를 돌린 카노사는 붉은 나의 두 눈과 마주치자 잠시 움찔했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카노사는 정중히 나를 향해 고개를 숙였다.
“미하일님의 종이자 신성교국에서 대사제라는 직위를 맡고 있는 카노사입니다.”
“카노사 대사제님이었군요, 반갑습니다. 황태자 요한 카르미언 듀크입니다.”
정중한 카노사의 인사에 싱긋 미소를 지은 나.
어색한 듯 억지 미소를 짓고 있는 카노사를 보며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한데…… 미하일의 종은, 황족을 능멸해도 되는 것입니까?”
“…….”
의문이 섞인 나의 한마디.
나의 물음에 어색하게나마 미소를 짓던 카노사는 아예 미소를 지워버렸다.
그러고는 굳은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무슨 말씀이 하고 싶으신 것입니까.”
“하하.”
재미있다.
나를 향해 따지듯 묻는 카노사의 모습에 나는 소리 내 웃었다.
그러고는 루크에게 포박된 루터를 가리켰다.
“이자는, 황제 폐하를 모욕했습니다, 미하일님이 그렇게 가르치지는 않았을 텐데요?”
“황태자!”
나의 입에 나온 미하일이라는 말.
그에 분노한 카노사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하지만 나는 그런 카노사의 말을 듣지 않았다.
그저 이글거리는 카노사의 두 눈을 바라볼 뿐이었다.
“미하일님의 신성한 가르침을, 더럽게 해석하지 마십시오. 당신은 미하일님의 가르침을 저버리고 황족인 것을 떠나, 한 인격을 모독한 루터를 질책했어야 했습니다. 전후 사정을 따지지 않고, 그저 같은 대사제라고 보호하려 들지 말고.”
루크에게 루터의 포박을 풀라고 명을 내리던 카노사.
내가 그런 카노사의 모습을 떠올리며 단호한 얼굴로 말하자 카노사는 인상을 찌푸렸다.
“나는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지 못…….”
“성녀.”
“예.”
카노사의 비겁한 변명을 무시하고 루멘을 부른 나.
나의 부름에 루멘은 나를 바라보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그리고, 나는 그런 루멘을 향해 따지듯 강한 어조로 입을 열었다.
“어째, 내가 만나는 미하일 교단의 사람들은 이런 것이오? 그대가 나에게 말하던 종교 개혁은 다 개소리였소?”
“…….”
“더 이상 그대들과 얘기를 나눌 필요도 없겠군.”
미하일 교단이 썩은 것은 진작에 알고 있다.
교황이 개판인데 그 아래도 개판인 것은 당연.
하지만 나는 성녀인 루멘을 믿었다.
루멘과 처음 만났을 때 그녀는 나를 향해 말했다.
종교 개혁을 일으키고 싶다고.
권력에 찌든 종교인들을 몰아내고, 참된 종교인들이 신의 뜻을 전파하는 세상을 만들고 싶다고 말이다.
하지만 이곳에 와서 내가 본 결과.
글렀다.
종교 개혁은 개뿔.
그냥, 더 이상 아무것도 안 했으면 좋겠다.
“황제 폐하, 같이 차라도 한잔하시지요.”
“좋습니다, 황태자.”
카노사와 루멘에게서 등을 돌린 나는 살짝 미소를 지으며 아이작에게 권했고 아이작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케한아, 가자.”
“응 형!”
나의 부름에 환한 미소를 지은 케한.
녀석이 해맑게 웃으며 대답한 다음 아이작의 옆에 섰다.
“가자.”
“그래.”
케한의 반말에 아무렇지 않다는 듯 당연하게 대답하는 아이작.
그런 둘의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걸음을 옮겼다.
요 귀여운 두 놈에게 맛있는 핫초코나 타줘야겠다.
“전하!”
“물러서시오.”
그때, 뒤에서 루멘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곧이어 칼론의 단호한 목소리가 들려왔기에 나는 아무것도 들리지 않았던 것처럼 케한과 아이작과 함께 영주성 안으로 걸음을 옮겼다.
* * *
“앉으십시오.”
헤르만 자작의 영주성에 마련된 나의 방.
그곳에 들어선 나는 아이작에게 자리를 권했다.
“실례하겠습니다.”
나의 권유에 꾸벅 고개를 숙인 아이작.
그가 예의 바르게 대답한 다음 의자에 앉았다.
힐끔.
그러고는 나의 눈치를 살피기 시작했다.
그런 아이작의 모습이 웃겼지만 나는 짐짓 모르는 척 아이작의 맞은편에 앉았다.
그러고는 구석에 서 있는 샌드를 바라보았다.
“핫초코 달달한 걸로 좀 가져와.”
“네.”
나의 명에 고개를 숙인 샌드가 물러났고, 나는 나의 맞은편에 앉은 아이작을 바라보았다.
흠칫.
나와 두 눈이 마주치자 황급히 두 눈을 내려 깐 아이작.
그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황제는 그 누구의 눈길도 피해서는 안 됩니다.”
“…….”
갑작스러운 나의 조언에도 아이작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자신감이 없는 듯 고개를 들지 못하는 아이작의 모습에 나는 어린 아이를 달래듯 부드러운 미소를 지으며 입을 열었다.
“고개를 드십시오.”
“…….”
부드러운 나의 목소리가 효과가 있었을까?
나의 말에 아이작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금색의 아름다운 두 눈동자가 나를 바라보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아이작의 두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이렇게 두 눈을 마주쳐야 합니다, 무릇 황제란 그 어떤 존재의 시선에도 당당해야 하니 말입니다.”
“하면, 상대방이 제 눈길을 피하지 않으면 어떡합니까?”
나의 말에 의문이 들었을까?
고개를 갸웃거린 아이작이 나를 바라보며 물었다.
그런 아이작의 물음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짓고는 다시 입을 열었다.
“폐하의 내면적 강함에 따라 다르겠지요.”
“……저는 잘 모르겠습니다.”
나의 설명이 어려웠을까?
아이작은 영문을 알 수 없다는 표정을 지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괜찮아! 자, 달달한 거 한잔 마셔!”
그런 아이작과 나를 살펴보던 케한.
나의 명을 받고 핫초코를 가져온 샌드가 테이블에 컵을 내려놓자마자 케한이 컵을 들어 아이작의 앞에 놔두었다.
“……?”
그런 케한의 행동에 고개를 갸웃거린 아이작이 케한을 바라보았다.
씨익.
“머리 아플 때, 단 거 먹어야 해.”
아이작의 눈길에 씨익 미소를 지은 케한.
녀석이 당당히 말하자 아이작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는 케한이 하는 대로 컵을 들었다.
“후~”
“후~”
컵을 든 케한은 핫초코가 뜨겁기에 후 바람을 불며 조심스레 마셨고, 아이작 또한 그런 케한을 따라 조심스레 마셨다.
귀여웠다. 둘 다.
“둘이 그새 친해졌구나.”
아까까지만 해도, 분하다면서 신경질 부리더니 지금은 또 둘도 없는 절친이다.
나란히 핫초코를 마시는 케한과 아이작을 보며 내가 싱긋 미소를 짓자 케한이 환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핫초코를 다 비운 아이작.
녀석이 빈 컵을 테이블에 내려놓으며 나를 바라보았다.
“황태자, 물어볼 것이 있습니다.”
“네, 물어보십시오.”
똑바로 나의 두 눈을 바라보며 입을 연 아이작의 모습에 씨익 미소를 지은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저는 대사제인 루터를 포박했습니다, 황족 능멸죄라는 명목으로.”
“맞습니다.”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향해 묻는 아이작의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아이작의 두 눈을 바라보았다.
“타 대륙의 황태자입니다. 그런 저에게 그런 물음을 하셔도 괜찮겠습니까?”
자신의 나라에 관한 일을 타 대륙인에게 상담한다는 것은 옳지 않은 이야기.
그것을 내가 지적하며 묻자 아이작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숙이며 작은 목소리로 대답했다.
“물어볼 사람이 없습니다…….”
“…….”
생각보다 더 불쌍한 아이다.
황제이면서 황제가 어떻게 행동해야 맞는 것인지 모르는 순수한 아이.
힘없는 목소리로 대답하는 아이작의 모습에 나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먼저, 힘이 있어야 합니다. 힘이 있다면 황제의 말이 곧 법입니다.”
“하지만 저는…….”
“맞습니다, 힘이 없습니다.”
“…….”
정곡을 찌르는 나의 말에 시무룩한 표정으로 고개를 숙이는 아이작.
옆에 가만히 있던 케한이 그런 아이작을 다독였다.
“괜찮아, 우리 형이 도와줄 거야?”
나 도와준다고 안 했다.
보란 듯이 내 이름을 팔아가며 위로하는 케한의 모습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솔직히, 나는 이 아이와 샤를로트, 즉 황족 남매를 이용할 생각이다.
이 어린 황제를 앞으로 내세우고 교국의 모든 권력을 차지하고 있는 교황을 흔들 생각이니 말이다.
아무튼, 케한의 위로에 아이작은 고개를 들어 나를 바라보았다.
마치, 정말이냐고 묻는 듯한 표정이었다.
그에 나는 결국 소리 내 웃고 말았다.
귀여웠다.
황제임에도 불구하고, 기댈 곳이 없어 나에게 기대는 어린 황제.
그의 누이인 샤를로트와 마찬가지로 왠지 모르게 계속 도와주고 싶었다.
그에 소리 내 웃던 나는 웃던 것을 멈추고 나를 바라보는 아이작을 바라보았다.
“일단, 루터를 감옥에 가두고 귀족들을 모아야 합니다.”
“귀족들은 저를 도와주지 않습니다.”
나의 말에 가만히 고개를 가로저은 아이작.
그런 아이작의 대답에 나는 싱긋 미소를 지었다.
“이제는 도와줄 것입니다.”
“……?”
나의 확신 어린 대답에 아이작은 고개를 갸웃거리며 나를 바라보았다.
그에 난 빙긋 미소를 지었다.
“전하.”
그때, 나의 귀로 샌드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절묘한 타이밍에 미소를 지은 내가 고개를 돌리자 샌드가 씨익 웃으며 고개를 숙였다.
“헤르만 자작과 아인츠 후작이 찾아왔습니다.”
교국의 귀족 중 가장 높은 작위인 후작.
황족이 아닌 이상 공작의 작위를 받을 수 없는 교국이기에 후작이 가장 높은 작위였다.
교국에 단 두 명뿐인 후작 중 뛰어난 무위와 호탕한 성격으로 많은 백성들과 귀족들의 지지를 받는 아인츠 후작.
모든 귀족의 대표와도 같은 그가 나를 찾아왔다.
헤르만 자작과 함께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