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한 대공가의 귀한 아들-209화 (209/226)
  • 제 209화

    제209편 어린 황제와, 케한(2)

    “뭐야?”

    헤르만 자작과 이야기를 마치고 방안에 들어선 나는, 나의 소파에 앉아 양 볼에 바람을 넣고 팔짱을 끼고 있는 케한의 모습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런 나의 물음에 가만히 케한의 뒤에 서 있던 메이슨.

    그가 나를 보며 어색한 미소를 지었다.

    “뭔데?”

    그런 메이슨을 보며 다시 내가 묻자 메이슨은 볼을 긁적거리더니 입을 열었다.

    “그게…….”

    메이슨의 입이 열리고, 그의 말이 제대로 시작되기도 전에.

    “형님!”

    케한이 분한 듯 소파에서 벌떡 일어나 콧김을 내뿜으며 나를 불렀다.

    그에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케한이 이렇게까지 흥분한 모습은 처음이었기에 귀여웠던 것이다.

    아무튼, 살짝 미소를 지은 나는 케한의 맞은편 소파에 앉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내 동생 왜 이렇게 화가 난 거야?”

    “아까, 엘로나 누나랑 메이슨 형이랑 교회에 갔는데…….”

    나의 품에 안겨 억울하다는 듯 입을 연 케한.

    녀석의 입에서 나온 모든 이야기를 들은 나는 피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고개를 들어 메이슨을 바라보았다.

    “정말이냐?”

    “네, 케한 도련님이 이겼습니다.”

    나의 물음에 씨익 웃으며 대답한 메이슨.

    그에 나는 진한 미소를 지으며 케한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기선제압 잘했어.”

    “헤헤.”

    나의 칭찬에 케한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녀석, 아주 기특하다.

    “요한.”

    흠칫.

    그때, 나는 뒤에서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에 온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느꼈다.

    흠칫한 내가 설마 하는 표정으로 몸을 돌렸고, 이내 팔짱을 낀 채 무서운 얼굴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엘로나를 볼 수 있었다.

    “언제부터 있었어……?”

    갑작스럽게 등장한 엘로나를 보며 나는 등 뒤로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끼며 조심스레 물었다.

    내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기척을 숨길 수 있는 존재는 대륙을 통틀어 몇 되지 않았다.

    한데 엘로나가 어찌……?

    -내가 친히 기척을 숨겨주었지.-

    나의 물음에 마나를 끌어올려 영체화를 푼 크산느.

    녀석이 엘로나의 어깨에 앉으며 얄미운 표정으로 말했고 그에 나는 인상을 찌푸렸다.

    저 망할 놈.

    저놈이 문제였다.

    내가 케한의 이야기에 정신 팔린 사이에 굳이 자신의 마나를 끌어올려 엘로나의 기척을 감추어주었단다.

    완전 원수가 따로 없지 않은가?

    “요한.”

    그런 크산느를 죽일 듯이 노려보던 나는 다시 나의 귀로 들려오는 차가운 목소리에 흠칫했다.

    그러고는 짐짓 무서운 표정을 지으며 케한을 바라보았다.

    “케한, 그래도 그런 말을 사용하면 나쁜 거야.”

    좀 전과는 달리 갑작스러운 나의 꾸짖음에 케한은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녀석이 억울한 듯 입을 열려고 했지만 나는 황급히 그런 케한의 입을 막았다.

    ‘넌 잘한 거야. 예의는 지키되, 상대방이 먼저 시비 걸면, 그렇게 조져버리면 되는 거야.’

    그리고 녀석의 귓가에 속삭여주었다.

    너의 행동이 틀리지 않았다고 말이다.

    “요한!”

    이크.

    들었나 보다.

    뒤에서 들려오는 날카로운 고성에 나는 움찔하며 케한을 꼭 안았다.

    케한이 있다면 혼내지 않을 것이라 짐작한 것이다.

    하지만…….

    -케한 나가자.-

    “네?”

    -나가서, 놀자.-

    “네!”

    영체화를 풀고 케한의 머리에 앉은 크산느.

    녀석의 속삭임에 넘어간 케한은 해맑게 웃으며 대답한 다음 나의 품에서 벗어나 방문을 나갔다.

    “저는 케한 도련님의 호위를 위해…….”

    “저도 이만…….”

    그리고 가만히 눈치를 살피던 메이슨과 소파에 앉아서 양주를 홀짝이던 칼론마저 나갔다.

    엘로나와 나.

    단둘만이 방에 남게 되자 나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소파에서 몸을 일으켰다.

    크산느 개자식.

    두고 보자…….

    속으로 이를 갈며 억지 미소를 지은 나.

    나는 무서운 표정을 짓고 있는 엘로나에게 다가갔다.

    아무래도 재롱 좀 떨어야 할 것 같았다.

    * * *

    “누님! 그 망할 자식을 당장 처형시켜야 합니다!”

    헤르만 자작의 영주성에 들어선 샤를로트와 아이작.

    헤르만 자작의 인사를 받고 방안에 둘만 남게 되자 아이작은 기다렸다는 듯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그런 동생의 모습에 살짝 한숨을 내쉰 샤를로트.

    그녀가 회색 머리칼을 지닌 자신의 동생, 아이작을 보며 입을 열었다.

    “폐하, 먼저 말실수한 것은 폐하입니다.”

    “제가 무슨 실수를 했습니까?”

    달래듯 부드럽게 말하는 샤를로트의 어투에도 불구하고 화가 가라앉지 않은 듯 아이작이 얼굴을 붉히며 소리치듯 대답했다.

    그에 샤를로트는 다시 입을 열었다.

    “황태자 전하의 동생인, 케한 도련님의 앞에서 황태자 전하를 모욕하지 않았습니까?”

    “모욕이라니요? 그자는 이곳에 들어설 때 무례했습니다, 그것을 얘기한 것뿐인데 어찌 제가 잘못한 것입니까?”

    “후우…….”

    샤를로트의 말에 동감할 수 없다는 듯 큰 목소리로 대답한 아이작.

    그의 말에 샤를로트는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 맞다.

    아이작의 말도 틀린 것은 아니다.

    황태자인 요한이 무례했던 것은 사실이니까.

    하지만 그렇게 대놓고 무례하다라는 발언은 하지 않았어야 했다.

    황태자 요한은 타 대륙의 절대자와 같은 위치에 있는 존재였으니 말이다.

    만약, 이 일에 요한이 기분 상해서 자신들을 몰아붙인다 해도 자신들은 할 말이 없었던 것이다.

    그 누구도 지켜주지 않는, 무늬만 황족이니 말이다.

    “저는 황제입니다.”

    “폐하.”

    한숨을 내쉬는 샤를로트를 보며 당당하게 말한 아이작.

    그의 말에 샤를로트는 한숨을 내쉬며 동생을 불렀다.

    그런 샤를로트의 부름에 인상을 찌푸린 아이작.

    그가 차가운 표정으로 샤를로트를 바라보며 입을 열었다.

    “누님이 보기에도, 저는 황제답지 않습니까?”

    “폐하, 그 누가 뭐라 하더라도 폐하는 이 대륙의 주인이십니다.”

    아이작의 말에 화들짝 놀란 샤를로트가 고개를 가로저으며 부정했지만 이미 아이작의 심기는 상한 상태이다.

    부정하는 샤를로트를 가만히 지켜보던 아이작.

    그가 몸을 돌렸다.

    “폐하.”

    “바람 좀 쐬고 오겠습니다.”

    몸을 돌린 아이작을 부른 샤를로트.

    그녀의 부름에 아이작은 차가운 목소리로 대답한 다음 방문을 나섰다.

    그런 아이작의 모습에 살짝 한숨을 내쉰 샤를로트.

    그녀가 고개를 돌려 기사, 루크를 바라보았다.

    “따라가겠습니다.”

    샤를로트의 눈빛에 고개를 끄덕인 루크.

    그가 짧게 대답하며 고개를 숙인 다음 방문을 나섰고 샤를로트는 힘없는 표정으로 소파 등받이에 몸을 기대었다.

    * * *

    “제길!”

    헤르만 영주성의 정원에 나온 아이작.

    그는 자신의 마음을 몰라주고, 오히려 자신을 혼내는 누나의 행동에 분한 듯 정원에 박힌 돌을 걷어찼다.

    “제길! 제길!”

    그럼에도 분이 풀리지 않는 듯 아이작은 맨바닥을 발로 밟으며 계속해서 신경질을 부렸다.

    “음? 폐하가 아니십니까?”

    그때, 아이작의 귀에 들려오는 한 중년 남자의 목소리.

    그에 아이작은 고개를 돌렸다.

    새하얀 백발을 가지런히 곱게 빗어 넘기고, 새하얀 사제복을 입은 중년 사내.

    교국에 세 명뿐인 대주교의 위치에 오른 루터가 보였다.

    그의 인사에 어색한 미소를 지은 아이작.

    그가 자세를 바로 하고는 근엄한 표정으로 입을 열었다.

    “오랜만입니다, 루터 대사제.”

    어린아이라고 믿기지 않을 정도로 근엄하고, 당당한 아이작의 인사.

    그런 아이작의 인사에 루터는 싱긋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숙였다.

    “황제 폐하를 뵙습니다.”

    황제에게 인사를 올리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한쪽 무릎을 꿇기는커녕, 고개만 살짝 숙이는 루터.

    그런 루터의 행동에 울컥한 루크가 한 발자국 앞으로 나섰다.

    척.

    하지만 아이작이 손을 들어 그런 루크를 막아섰다.

    아이작의 만류에 억울한 표정을 지은 루크.

    그가 무서운 표정으로 루터를 노려보다가 이내 다시 뒤로 물러섰다.

    자신을 막아선 주군의 명을 무시할 수는 없으니 말이다.

    그런 아이작과 루크의 모습에 진한 미소를 지은 루터.

    그가 입을 열었다.

    “루크 경, 천재 기사라고 불리는 그대가 어찌 황실 근위 기사단에 있는 것입니까? 재능 낭비입니다. 성기사단에 드시지요.”

    움찔.

    황제인 아이작의 앞임에도 불구하고 황제의 검이라 불리는 황실 근위 기사단을 무시하는 것은 물론, 아이작의 수하인 루크를 대놓고 회유하는 루터의 행동에 아이작은 몸을 움찔거렸다.

    그리고는 이내 분노로 인해 온몸을 부르르 떨었다.

    감히 자신의 앞에서 저따위 망발을 지껄이는 루터를 당장에라도 죽이고 싶었던 것이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자신은 힘이 없었으니 말이다.

    “거절합니다.”

    그런 루터의 권유에 차가운 목소리로 거절한 루크.

    그런 루크의 거절에 루터는 살짝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입을 열었다.

    “재능 낭비입니다. 황제 폐하도 그렇게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어릴 때부터 교황과 대사제에게 짓눌려 살아왔던 아이작.

    그는 뱀 같이 비열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향해 묻는 루터의 모습에 몸을 굳혔다.

    당장에라도 소리치고 싶은데…… 용기가 나지 않았다.

    아무런 말도 하지 않는 아이작의 행동에 피식 미소를 지은 루터.

    그가 고개를 들어 루크를 바라보았다.

    “황제 폐하께서는 미천한 저와 대화를 나눌 기분이 아니신 듯하군요.”

    평민 출신이지만, 독실한 신앙심으로 대주교의 위치까지 오른 루터.

    그가 자조적인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루크는 인상을 찌푸렸다.

    당장에라도 저 짜증 나는 면상에 주먹을 후리고 싶었지만 참았다.

    자신보다 더욱더 모욕을 받으며 참는 아이작의 안쓰러운 뒷모습이 보였기 때문이다.

    “그럼 폐하, 저는 물러가 보겠습니다.”

    부들부들.

    자신을 향해 고개를 숙이는 루터.

    그의 인사에 아이작은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그저, 분노로 두 주먹을 떨 뿐이었다.

    피식.

    그런 아이작의 모습에 대놓고 피식 미소를 지은 루터의 행동에 루크는 결국 이성을 놓고 말았다.

    당장에라도 검을 뽑아 그에게 휘두르려던 찰나!

    “할배, 비켜요.”

    삐딱한 한 소년의 목소리가 루크와 아이작, 그리고 루터의 귀에 들려왔다.

    크산느와 놀기 위해 방을 나선 케한.

    그는 저 멀리서 보이는 아이작을 보며 이를 갈다가, 루터의 앞에서 찍소리도 못하는 아이작의 모습에 답답함을 느껴 직접 앞으로 나선 것이다.

    자신이 존경하는 친형 요한.

    만약 그였다면, 이렇게 행동했을 것이다, 라고 생각하며 말이다.

    아무튼, 케한이 앞으로 나서자 루터가 당황한 표정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는 귀공자처럼 좋은 옷을 차려입은 케한을 보며 입을 열었다.

    “공자, 나에게 한 말입니까?”

    믿기지 않는다는 듯 떨리는 두 눈동자로 묻는 루터.

    그의 물음에 케한은 당당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열었다.

    “이곳에 늙은 사람은 할배뿐이잖아요? 야, 안 그래?”

    루터의 물음에 당당하게 대답한 케한.

    그가 아이작의 옆에 서며 당당하게 묻자 아이작은 두 눈을 크게 뜨며 놀란 표정을 지었다.

    “안 그러냐고.”

    그저 놀란 표정을 짓는 아이작의 모습에 인상을 찌푸린 케한.

    그가 다시 한번 더 묻자 아이작은 얼떨결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에 케한은 진한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들어 루터를 바라보았다.

    “할배, 애한테 못난 짓 하지 말고 가요, 부끄럽지도 않아요? 나 같으면 부끄러워서 도망쳤겠다.”

    “…….”

    케한의 물음에 분노로 얼굴이 붉어진 루터.

    그런 루터를 보며 케한은 피식 미소를 지었다.

    “부끄럽긴 한가 보네.”

    “네놈은 누구냐!”

    너무나도 오만방자한 케한의 말에 결국 분노한 루터.

    그가 언성을 높이며 케한에게 소리친 그 순간!

    스윽.

    우웅!

    칼론의 날카로운 붉은 검이 루터의 목에 겨누어져 있었고, 거대한 얼음을 소환한 메이슨의 지팡이가 루터를 향해 매서운 기세를 내뿜고 있었다.

    “…….”

    엄청난 기세를 내뿜는 기사와 마법사의 행동에 그대로 굳은 루터.

    케한은 그런 루터를 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는 옆에서 놀란 표정을 짓고 있는 아이작을 턱으로 가볍게 가리켰다.

    “얘 친군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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